[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뒷담화’의 사회적 순기능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뒷담화’의 사회적 순기능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뒷담화’의 사회적 순기능
가십의 대표적인 역할은 ‘결속’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직장 상사에 대한 욕을 하거나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해 그 사람을 알고 있는 제 3자에게 이야기 하는 행위를 흔히 ‘가십(gossip)’ 또는 뒷담화라고 한다.
가십과 관련된 흥미로운 발견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어떤 사회에서든 가십은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사회적 스포츠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다. 학자들은 이러한 가십이 사실 매우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한다고 본다.
우선 한 가지는 평판을 수정하고 처벌하는 효과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력을 휘두를 수 있어서 잘 보여야 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간도 쓸개도 빼줄 것 처럼 잘 하다가 별루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함부로 대하는 등 대상에 따라 언행을 달리하는 모습을 보인다.
직장은 멀쩡하게 잘 다니고 있으면서 학교에서 교사를 상대로 갑질하는 학부모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예의바르면서 유독 나에게는 무례하게 구는 사람 등이 대표적인 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저 사람의 실체’를 알려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저 사람이 그동안 괜찮은 사람인 양 평가받아왔던 것이 사실은 터무니 없이 높게 책정된 잘못된 평판 또는 가격임을 알리고 그 사람의 평판은 수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는 불공정한 방법(거짓말, 겉과 속이 다름)을 통해 불공정한 방식으로 높은 평판을 얻어낸 사람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이끌어 내고 나름의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나타난다.
옳고 그름을 떠나 양육비를 주지 않은 아빠들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다른 여러 범죄의 가해자들의 신상을 퍼트리는 행위 또한 이러한 시도의 일환이다. 또한 가십은 어떤 사람의 실체나 다면성을 알려 사람들에게 주의를 줌으로써 소중한 사람들이 무방비 상태로 같은 피해를 입지 않게끔 2차 가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십의 또 다른 대표적인 역할은 ‘결속’이다. 보통 좋지 않은 일에 대한 이야기이고 가십의 대상이 가십의 존재를 알면 안되므로 많이들 ‘믿을 만한’ 사람에 한해 가십을 시도한다. 때로 아무에게나 모두의 험담을 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보통 무리 안에서 빠르게 신뢰를 잃기 마련이다.
특히 민감한 사안에 대한 폭로는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서도 이 사람이 나를 믿고 의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한다. 가십이 일어나는 경우 이미 상당히 친밀한 관계일 가능성이 높지만 서로 은밀하고 민감한 정보를 교류하면서 점점 더 친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나누면서 친해지기도 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에 대한 욕을 하면서 친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틱톡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타인들의 대화를 촬영하고 인터넷에 공유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맥락 없이 대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을 사악한 캐릭터로 보이게 만들어 마녀사냥 하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사실 가십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양한 이유로 많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활동이다. 정도는 달라도 다들 적어도 한 번쯤 자신에게 큰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제 3자의 의견이나 위로를 구한 적이 있을 것이다.
또한 아무리 오래된 친구 관계라도 타인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는 우리는 자신이 쓴 색안경이나 오해로 인해 타인의 행동을 실제보다 더 부정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따라서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어떤 이에 대한 험담을 잔뜩 했지만 실상을 알고보면 내가 틀린 경우 또한 적지 않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미 가십을 어느 정도 걸러 듣는 편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십 자체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물론 누군가가 나로 인해 상처를 받고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일도 있겠지만, 이 또한 어느 정도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틀렸다면 경솔한 판단이었음을 빨리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 관계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일 것이다. 또한 나에 대한 험담을 한 사람에 대해서도 너무 서운해 하지 말고 나의 잘못이 존재하는 경우 수정조치하고 오해라면 이를 풀어나가려 노력하는 것도 좋겠다.
Foster, E. K. (2004). Research on gossip: Taxonomy, methods, and future directions.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8(2), 78-99.
Wu, J., Balliet, D., & Van Lange, P. A. (2016). Reputation, gossip, and human cooperation. Social and Personality Psychology Compass, 10(6), 350-364.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