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댄스·따돌림·괴롭힘 ‘한림대 성심병원’은 전국에 있다

등록 :2017-11-15 17:18수정 :2017-11-16 08:20

성심병원 계기로 간호사 대나무숲에 ‘태움’ 증언 쏟아져
서울의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가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서울의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가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춤을 추게 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부조리로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전국의 간호사들에게 성심병원과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진술이 속속 나오고 있다. 부당한 처우를 받으며 힘들게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도처에 있었고, 그들이 있는 모든 곳은 ‘성심병원’이었다.

 

 

■ 간호사들 “성심병원은 어디에나 있었다”

 

 

15일 간호사와 간호대 재학생들의 익명 소통공간인 페이스북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각종 부조리에 대한 고발 글이 쏟아졌다. 한림대 성심병원 사건이 알려진 전후인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수백개의 글이 올라왔다. 정당한 임금을 미지급부터 사내 따돌림과 괴롭힘까지 유형은 다양했고 사연은 안타까웠다.

 

 

 

#1.

 

(성심병원) 간호사 체육대회 사건. 이건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서울에 있는 모 병원에서 근무하며 신규 때 동기들과 송년회에 교수, 전공의, 타과 간호사들 앞에서 춤을 춰야 했습니다…(중략)…타과 간호사들은 학원까지 다니며 연습했다고 들었는데 완벽하게 춤을 췄습니다. 무대의상 또한 가슴 파인 옷과 짧은 치마였습니다. 그 후 뭐만 했다하면 송년회 이야기가 나오고 ‘태움’(‘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간호사 간 괴롭힘을 칭하는 은어) 당할 때도 송년회 이야기로 마무리가 됐습니다. 밑에 새로운 신규가 들어왔을 때, 송년회 당일 1년 차 아이들 의상보고 놀랬습니다. 가슴까지 드러나고 거의 한뼘정도의 치마…(중략)…하루빨리 시정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2.

 

국립 A대학병원도 다르지 않았다. 곪고 곪아 있던 것들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다들 ‘어쩌면 저런 병원이 있냐’며 해당 병원을 손가락질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A대학병원도 다르지 않다. 나도 2011년 내과 중환자실 송년회 때 동기들과 치파오를 입고 박지윤의 ‘성인식’에 맞춰서 춤을 췄었다.

 

 

#3.

 

저는 ○○대학교 병원 출신인데요. 입사한달, 송년회 장기자랑은 물론이고 의과대학장(외과교수) 고희 때에도 장기자랑하라고 해서 근무끝나고 6시부터 10시까지 연습하고 했습니다. 남자는 정장입히고 여자는 섹시한 춤추고요. 의과대학장 고희기념행사에서 왜 우리 간호사가 춤춰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4.

 

성심병원 덕분에 우리병원도 연말 예정됐던 장기자랑 다 취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페이스북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지

 

 

 

이번 한림대 성심병원 사태를 계기로 노동자 권리보호 단체인 ‘직장갑질 119’ 등에도 제보를 하고 나선 간호사들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번 저항하지 못했던 자신이 부끄럽다”며 울분을 쏟아냈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는 간호대 재학생들은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간호사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알면서도 계속 이길을 가야 할지 의구심이 든다”며 내적 갈등을 토로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지에 올라온 상담글의 단어 빈도분석 클라우드. 이재호 기자
페이스북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지에 올라온 상담글의 단어 빈도분석 클라우드. 이재호 기자

 

■ ‘재가 될때까지 태운다’…간호사 간 괴롭힘 ‘태움’

 

 

“군대의 ‘갈굼’이랑 비슷한 거예요. 잘못하면 구석으로 몰아서 쥐잡듯이 혼내는 거에요. ‘하얗게 태워버린다’고 해서 태움이라고 해요. 머릿속이 하얗게 타들어 가는 기분이 듭니다.” (서울 시내 A대학병원 간호사 ㄱ아무개씨)

 

 

“간호사들은 도제식으로 배우다 보니까 상하간에 수직 관계가 거의 상명하복에 가깝습니다. 간호는 혼자 집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현장에서 선배에게 배워야 하는데 선배에게 미움 받으면 못 배운다는 두려움이 있어서 ‘태움’을 당해도 버티는 수밖에 없습니다.” (B대학병원 간호사 ㄴ아무개씨)

 

 

병원의 부조리한 노동환경은 간호사 사회 내부의 갈등도 조장하고 있다. 순천향대병원 간호사 ㄷ아무개씨는 “수시로 갈구고 차트를 집어 던지는 등 괴롭힘 뿐만 아니라 ‘네가 잘못한 것 스스로 말해봐라’는 식으로 인민재판 하듯이 모멸감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교수→전공의→간호사…‘내리 갈굼’에 멍든 의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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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직접적으로 폭언을 하고 괴롭히는 것 뿐만 아니라, 근무표를 짜거나 위계에 의한 암묵적 강요로도 후배 간호사들을 하얗게 태우는 일이 빈번하다고 간호사들은 입을 모았다.

 

 

 

#5.

 

지금 과로로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 중인 2년차 응급실 간호사 입니다. 추석 연휴 오프 없이 일했을 뿐더러 실신한 날은 더블을 뛰었고, 집에 가는 길에 실신했습니다…(중략)…이렇게 일하다가 쓰러졌을 때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나요? 저는 이런 식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도 처우 개선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병원을 비난하는 겁니다…(중략)…어쨌든 저는 퇴사할 겁니다.

 

 

#6.

 

저는 만 1년이 되지 않은 간호사입니다. 입사 초기부터 손찌검을 당해왔는데 수간호사 선생님께도 말씀드렸고, 주변 간호사들도 많이 보았지만 다들 그냥 묵인한 채 지나왔습니다. 모욕적인 말과 그런 손찌검들을 당하며 많이도 울었습니다. 조금씩 나아지나 싶었지만 제 마음은 이미 상처를 입어 이젠 제 지인들이 장난치는 것도 위협으로 느껴집니다. 주변 지인들과 스스럼 없이 장난치던 저는 누군가 저를 때리려는 모션만 취해도 눈물부터 흘리게 됐습니다. 정말, 더이상 견디기가 너무 힘듭니다.

 

 

-페이스북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지

 

 

#7.

 

아기 환자가 혈압이 높아져서 의사가 “약을 주세요”라고 했는데 신규 간호사가 잘 모르는데도 선배가 ‘태움’ 한다고 가르쳐 주지 않고 밥 먹으러 가버렸습니다. 기왕력(지병)이 있었던 신규 간호사가 안절부절 하지 못하다가 결국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실신하는 걸 봤어요.

 

 

-<한겨레> 취재에 응한 간호사

 

 

 

서울시내 A대학병원 간호사 ㄱ씨는 “주말에 오프를 신청하면 선배 간호사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는 일이 자주 있다”며 “임신 순번제는 없어졌다고 하지만 한 명의 간호사가 임신하면 나머지 간호사들의 업무가 늘어나기 때문에 무언의 압박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털어놨다. 임신 순번제는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2명 이상 한번에 임신하지 않도록 순번을 정하는 관행을 말한다. 또 다른 대학병원의 간호사 ㄴ씨는 “임신하고도 주변에 부담을 주기 싫어 일부러 늦게 말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그러나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인지 난임·불임이 많아서 임신이 많지 않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임신하면 무언의 압박…난임 불임 속출

 

 

이 때문에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1일 대한간호협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과 합동 토론회를 열어 ‘임신순번제’나 ‘태움문화’ 같은 병원내 불합리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정부 감독을 강화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관련 기사 : 병원내 임신순번제, 태움문화를 아시나요)

 

최원영 서울대병원 노동조합 문화부장은 정부 대책 효과가 미미한 이유에 대해 “대책마련 기구에 참여한 간호협회 자체가 구성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부장은 “간호사끼리의 태움과 의료사고 등 상당 부분의 문제가 간호인력 부족과 열악한 근무조건에 기인한다”며 “의료기관의 적정 간호인력을 법제화하고, 근로감독관 파견 등이 실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바보야, 진짜 불쌍한 건 치료받는 너야”

 

 

이런 식으로 파행적인 간호사 문화나 열악한 노동환경이 횡행하면, 결국 그 피해는 간호사 너머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국내 간호인력은 인구 1000명당 6명으로 독일(13.1명)이나 일본(11명)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 더욱 기형적인 것은 간호사 면허 보유자 34만명 중 병원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18만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비의료기관 종사자 3만5000여명을 제외한 12만4000명은 간호사 면허를 ‘장롱’에 숨겨버렸다.

 

 

의료기관의 간호사 수는 중요하다. 연구 논문을 보면, 적정 간호사 수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사망률이 수십 퍼센트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참고 : 의료기관 간호사 확보수준이 수술환자의 사망, 폐렴, 패혈증,요로감염에 미치는 영향)

 

 

성심병원의 부조리가 알려지면서 한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간호사의 인권과 노동권에 대한 문제 등 보다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는 최근 1주일 사이에 10여개의 간호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간호사들은 이번 계기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원영 부장은 “사실은 선정적인 춤을 춘 간호사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며 “결국 간호사에 대한 부조리들이 국민 전체의 건강을 해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191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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