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과학뉴스] [김우재의 보통과학자] 얼마나 많은 논문이 잘못됐을까

[김우재의 보통과학자] 얼마나 많은 논문이 잘못됐을까

2021.07.15 14: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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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조사는 할 수 있는 만큼 해야 된다고 보고요. 왜냐하면 우리나라 교수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서 아직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부모하고 추억을 쌓는 문제고 내 자식인데 너무 뛰어났다. 이런 식으로 인터뷰하는 교수들이 대부분이고 잘못했다라고 한 사람이 없더라고요. 이건 제 생각에는 처벌 규정이 너무 낮고요. 교수 사회가 가지고 있는 그 어떤 인식이 너무 낮다. 국민들한테 이런 학계가 얼마나 잘못돼 있고 이런 걸 알리기 위해서라도 교육부가 한 20년치 정도 다 조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우재,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중


황우석이 쏘아 올린 학술생태계의 도덕적 해이


학자가 일반 시민보다 청렴하지 않다는건 이제 상식이 됐다. 한국 사회에서 학술논문의 조작이 사회적인 이슈가 된건 2005년 황우석 사태가 시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는 존재하지도 않는 줄기세포로 논문을 쓴 것도 모자라,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했다. 국내의 과학자들도, 해외의 심사위원들도, 황우석 사단 내부의 고발자가 등장하기 전까지 논문조작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논문 조작을 알아낼 확실한 방법은 지금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전히 과학기술 분야에서 논문 조작은 내부 고발이나 누군가의 제보를 통해서만 그 실체를 드러낸다.

 

얼마나 많은 과학기술 분야의 논문이 조작되었는지 아무도 정확하게 짐작하지 못한다. 하지만 게재된 논문의 철회를 감시하는 사이트인 '리트랙션워치'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논문이 게제된 이후 철회되는 비율은 약 0.02% 즉, 1만 편의 논 문 중 약 2 편 정도가 철회되는 정도다. 또한 한 편의 논문이 철회된다고 해서 해당 교신저자가 발표하는 논문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논문이 철회된 교신저자의 다른 철회되지 않은 논문의 인용빈도수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물론 여러번 논문철회를 당한 저자의 경우, 여러가지 학계에서의 제재를 통해 논문출판의 빈도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논문수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향성을 보였다. 즉, 과학기술계의 논문철회는 저자의 논문출판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심각한 정도로 경력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2006년 미국세포생물학 학술지인 '세포생물학저널(The Journal of Cell Biology)'은 2002년부터 게재 승인된 논문의 사진을 전수 조사해서 사진 조작의 흔적을 찾고 있다. 그리고 출판이 완료된 논문의 4분의 1에서 하나 이상의 조작의 흔적을 발견했다. 학술지의 연구윤리 지침을 위반하는 사진 편집의 흔적을 가진 논문이 25%나 되었던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논문에 실린 사진은 저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원본 사진에 의해 의혹이 해소됐고  논문의 내용이나 결론을 바꿀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지만, 전체 게재 승인된 논문 중 약 1%의 논문은 명백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아무리 심사위원들이 열심히 논문을 검수해도 저명한 학술지에 실리는 논문의 약 1%는 명백한 논문 조작임에도 출판된다는 뜻이다.

 

물론 과학기술 논문을 둘러싼 데이터 조작 문제는 뉴턴과 멘델, 그리고 유명한 밀리컨의 기름방울 실험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나타난 주제다. 그리고 과학교과서와 과학의 진보가 증명하듯이, 과학기술계에서의 논문조작은 과학이라는 학문의 방법론적 체계만 제대로 작동한다면 과학이라는 학문의 진보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물론 그건 논문이 과학기술계에서 발표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논문표절이라는 뜨거운 감자


과학기술 분야의 논문조작은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선 논문 표절로 나타난다. 그리고 한국사회는 언젠가부터 고위관료 청문회나 선거철만 되면 논문표절이라는 뜨거운 감자에서 단 한번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표절이 문제가 되는 상당수 논문은 과학기술논문이 아닌 인문사회과학과 예체능계열에서 나타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선후보자 배우자의 학위논문 표절 역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논문이다. 논문표절은 이제 청문회의 단골소재가 된 위장전입처럼 한국의 고위층을 비롯한 학계 전반에 너무나 널리 퍼진 도덕적 해이의 전형적인 사례가 됐다.

 

논문표절을 찾아내는건 아주 쉬운 일이다. 이제 한국에선 대학생 리포트조차 표절검사기를 돌려야만 제출할 수 있을 정도니, 이번 대선후보의 배우자 논문처럼 논문표절검사가 불가능하던 시절의 논문이 아니라면, 적어도 이제 한국학계에서 논문표절은 불가능한 일이 됐다. 문제는 논문을 둘러싼 도덕적 해이가 다른 문장과 데이터를 베끼는 표절에만 있는게 아니라는 데 있다. 학술생태계에서 논문은 일종의 화폐로 사용된다. 즉, 학계에 종사하는 연구자에게 논문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다. 따라서 모든 연구자는 논문을 출판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하지만 좋은 학술지에 실을 수 있는 논문의 수는 제한되어 있고, 연구자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몇 년전 한국사회를 발칵 뒤집었던 전 법무부장관의 딸이 쓴 논문은, 논문표절이나 조작은 아니지만 저자자격을 두고 큰 문제가 됐고, 거대야당 대표의 아들이 서울대에서 발표한 포스터 역시 고등학생 수준으로 석사학위생이나 할 수 있는 그런 연구의 대표저자가 될 수 있느냐의 여부가 문제가 됐다. 한 명문대 교수는 본인 실험실 대학원생을 시켜 자기 자식의 논문실험을 대신해주었다가 교수직을 박탈당했고, 서울대를 비롯한 한국 교수들이 본인 자식을 논문저자로 등록했다가 들통난 사건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가 됐다. 만에 하나 한국 교수들이 본인 자식이 아니라 친구나 지인의 자식들을 논문 저자로 등재한 것까지 전수조사 한다면, 한국의 교수사회는 풍지박산이 날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논문은 학자들의 학술발표용 도구가 아니라, 무한경쟁 사회 속에서 계급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사용되는 자본주의의 도구가 되어버렸다.

 

지금 대선후보의 배우자 논문을 매일 공격하는 국회의원들 역시 표절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의 정치인 대부분은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지는 정책자료집을 베끼고 또 베끼는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이렇게 표절로 작성되는 정책자료집은 철회도 되지 않고, 국회의원직 유지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논문표절처럼 국회의원 정책자료집 또한 디지털화해서 표절검사기를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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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이 당장 실용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학문이 언젠가 사회에 기여하려면, 연구는 진실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학술생태계의 논문은 경쟁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렸고, 논문표절과 데이터조작은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학문이 당장 실용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학문이 언젠가 사회에 기여하려면, 연구는 진실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학술생태계의 논문은 경쟁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렸고, 논문표절과 데이터조작은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학술생태계가 논문의 도덕적 해이에서 벗어나는 방법

 

도덕적으로 가장 신성해야할 대학이 연구부정행위는 물론 교수의 갑질, 청소노동자 학대에 이르기까지 도덕적으로 타락한 장소가 됐다는 건 매우 처참한 일이다. 문제는 이런 대학의 도덕적 해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는 뉴스에 잠시 분노할 뿐, 이런 문제의 궁극적 해법을 찾는데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학문이 바로 사회를 바꾸지는 않지만 한 사회가 육성한 학문의 저력은 수십년에서 수백년에 걸려 그 사회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가 대학과 학문을 자정시켜야 하는 이유는, 그 곳에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공간이 곧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30대의 나이로 거대야당의 대표가 된 이준석 대표는 시험과 같은 경쟁을 통해 사회에 공정이 자리잡을 수 있다고 믿는 대표적인 능력주의의 신봉자다. 물론 능력주의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학계는 물론 우리의 현실 속에서도 열려 있다. 존 롤스 하버드대 교수는 《공정으로서의 정의》에서 분명히 경쟁을 위한 출발선의 불평등을 지적하고 있지만, 그 출발선이 모두 평등해지길 기다릴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수능이나 학력고사 같은 시험제도야말로 가장 공정한 경쟁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들에게 바로 그 시험의 성적 분포와 학생의 부모가 지닌 경제력 수준과의 밀접한 상관 관계를 보여주는 일은 무의미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제도란 결국 사회 대다수의 구성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리잡아가기 때문이다.

 

학술생태계에서 논문을 둘러싼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는 원인은 이미 명확하게 알려져 있다. 최근 네덜란드의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의 설문조사는 무려 53%에 달하는 설문참여자들이 자신의 연구과정에 연구진실성 문제가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즉, 절반 이상의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에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고 실토했다는 뜻이다. 물론 네덜란드의 연구자들이 연구진실성에 대해 좀 더 높은 윤리적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지만, 아마 연구진실성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설문조사를 해도, 크게 다른 결론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연구자가 자신의 논문을 표절하거나 조작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경력에 대한 ‘압박’ 때문이다. 학계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두려움, 교수에게 밉보일 것이라는 두려움, 연구비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연구소나 직장에서 해고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등이다. 즉, 가장 청렴해야 할 학계가 가장 비도덕적인 개인들의 집합으로 변해버린 이유는 언제부터인가 학자들이 모두 논문이라는 화폐를 두고 무한경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학계에서 경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공정한 경쟁은 학문의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문화다. 하지만 연구자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지금과 같은 열악한 현실 속에서, 논문의 연구진실성 문제는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있다. 이미 학술 출판의 문제를 통해 살펴보았듯이 논문의 사전심사제도를 없애고 논문을 사후심사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그런 논문출판의 새로운 방식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문제는 학계가 문제의 해결책을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논문의 도덕적 해이를 해결하려면 연구자 개인의 연구윤리를 따지기 전에 학술생태계가 처한 구조적 문제를 철저히 해부하고 송곳 같은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연구재단은 그런 일을 하라고 국민세금으로 만든 공공기관이다. 연구재단이 단발적인 처방이 아니라, 한국의 건강한 학술 생태계를 위해 궁극적인 해결책을 고안할 수 있길 바란다. 
 

※필자소개 

김우재 어린 시절부터 꿀벌, 개미 등에 관심이 많았다. 생물학과에 진학했지만 간절히 원하던 동물행동학자의 길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포기하고 바이러스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박사후연구원으로 미국에서 초파리의 행동유전학을 연구했다. 초파리 수컷의 교미시간이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신경회로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모두가 무시하는 이 기초연구가 인간의 시간인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다닌다. 과학자가 되는 새로운 방식의 플랫폼, 타운랩을 준비 중이다. 최근 초파리 유전학자가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책 《플라이룸》을 썼다.

 

[출처]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7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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