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사이언스샷] 별 폭발 현장으로 날아간 레이저
2020.11.18 16:15
[사이언스샷] 별 폭발 현장으로 날아간 레이저
이영완 과학전문기
우주전쟁이라도 벌어진 것일까. 지구에서 은하 저 멀리 보라색 별로 레이저가 발사됐다. 주황색 빛다발들이 향한 곳은 용골(龍骨)자리 성운(Carina Nebula). 다행히 지구와 성운 사이 아무런 갈등도 없다. 레이저는 과학자들이 이 성운에서 벌어진 폭발을 관측하기 위해 발사한 것이다.
유럽남방천문대(ESO)는 지난 9일 우리 은하의 용골자리 성운으로 뻗어가는 레이저 빔을 ‘이 주의 사진’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용골자리 성운 또는 용골자리 에타 성운(Eta Carinae Nebula)은 천구 남쪽에 있는 별자리인 용골자리 방향으로 지구로부터 약 8500 광년(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거리에 있다. 밝고 어두운 성운들이 대규모로 복잡하게 형성되어 있는 영역이다.
ESO 과학자들은 용골자리 성운 중 용골자리 에타에 레이저를 겨냥했다. 이 별은 용골자리에 있는 매우 밝은 두 개의 거성으로, 밝기가 태양의 500만 배에 이른다. 질량은 태양의 100~150배이다.
용골자리 에타는 200년 전 폭발해 엄청난 양의 가스를 분출했다. 강력한 폭발 덕분에 이 별은 우리 은하에서 가장 빛나는 천체 중 하나로 꼽힌다. 형형색색의 빛은 별이 분출한 가스들이 전기를 띤 이온이 되면서 생긴다
그렇다고 과학자들이 레이저로 용골자리 에타를 맞히기라도 하는 것은 아니다. 레이저는 천체망원경으로 이 별을 관측한 데이터를 보정하기 위해 발사됐다.
용골자리 에타는 아무리 밝아도 지구로부터 7500광년이나 떨어져 있어 관측이 쉽지 않다. 천체 관측에서 가장 성가신 것은 지구의 대기이다. 먼 곳에서 온 빛이 대기에 산란돼 왜곡되기 때문이다. ESO 과학자들은 레이저로 먼 곳의 별이 대기와 만나 산란되는 과정을 모사했다.
칠레에 있는 ESO의 파라날 천문대는 해발 2635m의 파라날 산에 있다. 천문대의 가장 큰 망원경은 지름 8.2m 망원경 4대로 이뤄진 거대망원경(VLT)다. 연구진은 VLT의 망원경 하나를 먼 곳에 있는 가상의 별로 삼고 이곳에서 용골자리 에타를 항해 레이저를 쏘았다.
레이저를 구성하는 나트륨은 대기와 만나 주황색을 띤다. 연구진은 이 레이저를 관측하면서 빛이 지구의 대기와 만나 어떻게 산란되는지 측정했다. 이를 실제 용골자리 에타를 관측한 데이터를 보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출처] https://www.chosun.com/economy/science/2020/11/18/R57GMUDZ4BFUPE64KHZFQ6RUNU/
광고 클릭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모두 웹사이트 서버의 유지 및 관리, 그리고 기술 콘텐츠 향상을 위해 쓰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