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작문, 서적집필 글 쓰는 과정 (플롯 짜는 방법, 소설 쓰기)
2018.12.26 11:36
글 쓰는 과정 (플롯 짜는 방법, 소설 쓰기)
글을 쓰는 지인이
플롯은 어떻게 짜는거냐며 물어왔다.
아니, 그 지인은 글을 정말 잘 쓰는데;
나보다 인기도 훨씬 많고 인지도도 높고.
(연재사이트에서 압도적인 지지도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그 지인은 정말 천재다.
나는 플롯을 정리하고 세세한 것까지 다 메모를 한뒤
거기에 살을 붙이는 식으로 글을 쓰는데
내게 플롯짜는 방법을 물은 지인은
커다란 틀을 제외하곤 없다더라.
기껏해야 필요한 설정 정도?
그저 원하는 장면, 쓰고 싶은 장면만 메모해두고
그걸 쓰기 위해 중간을 잇는다고...
그게 더 힘든 것 같은데...
아무튼 지인에게 보내주기 위해 찍었던 사진을 발견해
포스팅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이렇게 정리하게 되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글을 쓰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일단 생각나는 대로 메모한다.
만약 처음 글을 시작하는거면
가장 먼저 캐릭터를 설정하게 된다.
나는 그냥 무작정 생각나는 것을 메모하고 본다.
캐릭터 외모, 성격,
이 캐릭터로 설정하게 된 이유,
쓰고싶은 이야기,
캐릭터의 히스토리,
캐릭터가 뜻하는 바 등등.
그리고 그 다음엔 세계관이 되고
또 스토리가 된다.
마인드맵이라고 보면 된다.
쓰다가 또 생각나면
화살표로 빼서 구석에 메모하고
다음장에 메모하고
포스트잇 붙이고...
여기서 인과관계도 생겨나고
캐릭터도 조금 입체적으로 변한다.
일단 설득력, 개연성 다 제쳐두고
쓰고싶은 것, 써야하는 것 등을
마구잡이로 쓴다.
만약 세계관이 복잡하거나 장편이거나
등장인물이 많거나
혹은 설정해야할 것들이 많으면
이 부분에서 내용이 끝도없이 늘어난다.
전에 연재하던 작품은
(현재 4권까지 출간한 작품/ 진행중)
이 과정에서 노트만 몇개를 썼다.
2. 위에서 메모한 것들을 정리한다.
2-1) 사건을 시간 순으로 나열하고
여기서 의문이나 아직 정확하지 않은 것들을 메모한다.
위 예시 작품은 4부 연재를 앞두고 있고
이번에 출간 계약을 맺어 교정도 보는 중인지라
혹시 몰라 이름 등을 지웠다.
일단 마구잡이로 나열한 것을 정리할 필요가 있으니
큰 틀을 시간 순으로 적어본다.
흔히들 기승전결이라고 말한다.
위 예시는 한부짜리로
연재 분량으로는 대략 30~40편,
책으로는 약 한권 정도 분량이므로
그리 많은 내용이 나오진 않았다.
만약 1부부터 정리를 해야했다면
한 장으로 끝나지 않았을 거다...
이렇게 시간 순으로 적다보면
개연성이 부족한게 보인다.
사건에서 사건으로 넘어가는게 매끄럽지 않다던가,
영 쌩뚱맞은 장면이 튀어나온다던가 하는...
그리고 이렇게 되는 이유가 타당치 않은 것도 보이는데
그런건 모조리 체크해둔다.
여기서 순서를 바꾸기도 하고
내용을 추가하기도 하며
의문이 생긴 것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보게 된다.
2-2) 위에서 정리한 것을 토대로
살을 붙여본다.
나는 플롯을 자세히 짜는 편인지라
시간 순대로 정리해놓았던거에
내용을 덧붙인다.
이 내용은 처음 마구잡이로 메모했던게 될 수도 있고
갑자기 생각나는게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맨 처음 장면이
[전쟁직후, 나라 재건] 이라면
그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면을 간단하게 적어본다.
그 다음이 [고민하는 왕과 신하]라면
역시 거기서 나올 장면을 적어보는 식이다.
이렇게 적다보면 부족한게 뭔지 정확히 보인다.
그리고 글 쓸 때도 편하다. 시간도 절약되고.
나는 플롯 짜는데는 시간이 오래걸리지만
정작 글쓰는건 정말 빠르다.
(편당 한시간 반, 거의 이주일이면 한권을 뽑는다.)
이렇게 세세히 정해두니
글은 이제 묘사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3. 위에서 살 붙인 것을 다듬는다.
생각나는데로 살을 붙였으니 이제 다듬어야지...
재건은 내용상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
불필요한 내용은 빼고 보여줄 것만 적는다.
그리고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도 여기서 정한다.
설명으로 때울 것인지,
아니면 상황으로 나타낼 것인지.
이 다음 장면은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사건과 사건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여기서 인물의 감정이나 대사를 메모하기도 하고
시점에 따라 소설로는 보여지지 않지만
뒤에서 행동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메모하기도 한다.
그게 아래 사진.
이 소설은 철저히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기에
주인공이 알 수 없는건
독자 또한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이 움직이지 않거나 보지 않을 때
다른 인물들은 가만히 얼어있는 것은 아니므로
주인공은 알 수 없으나 실제로는 행해지고 있는
뒷 이야기를 메모해둔다.
이러면 떡밥 뿌리기도 좋고
설득력이나 개연성도 높아지며
무엇보다 대사처리가 매끄러워진다.
만약 반전이 있는 소설이라면
뒷통수 치기도 아주 좋다.
(이 소설 또한 뒷통수를 강렬하게 쳤다.)
4. 플롯을 토대로 글을 쓴다.
위에서 말했지만
이 소설은 1인칭 시점이고
독자들은 주인공을 통해 세상을 본다.
위에 플롯에선 나라 재건이 주구장창 나오지만
정작 주인공이 거기에 참여를 하지 않는다면 알 수 없다.
그저 보고 듣고 생각하는 정도만 소설에서 드러난다.
플롯과 소설의 차이점은 그것이며
플롯을 자세히 짜는 이유 또한 이것때문이다.
(만약 전지적작가 시점이면 플롯과 소설이 같을 수도 있다.)
독자들에게 모든 것을 보여줄 순 없지만
그렇다고 제대로 정해놓지 않으면
알게 모르게 구멍이 뻥뻥 뚫리니까.
뭣보다 쓰다보면 막힌다.
어물쩍 넘어갔던건
점점 수습할 수 없을 정도가 되기도 하니까.
작가마다 소설을 쓰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이런 식으로 쓴다.
지금껏 써왔던 글들은 적어도
"이거 억지 아니야?"
"말이 좀 안되는 것 같은데..."
"이게 왜 이렇게 되는건데?"
와 같은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
오랫동안 글을 쓴 것도 아니고,
많이 써본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플롯이 탄탄해야
짜임새있는 글이 되지 않나 싶다...
물론 예외도 있음.
플롯은 어떻게 짜느냐고 물었던 지인...
이런게 없어도 저절로 그렇게 쓰는
천재들도 있으니까, 뭐.
마냥 부럽다.
천재가 아닌 나는 노력하는 수밖에.
[출처] 글 쓰는 과정 (플롯 짜는 방법, 소설 쓰기)|작성자 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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