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싱글'에 가린 고달픈 삶

 

[한겨레21] 상대적 빈곤율 다인가구의 3배 웃돌아…
70대 이상 여성 1인가구가 가장 취약계층

 

달콤한 재즈가 흐른다.

어두운 방에서 눈뜬 연예인이 커튼을 젖히면 화면이 밝아진다. 서울 시내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미 잠에서 깨 집 안을 돌아다니는 반려동물에게 먹이를 준다. 지하 주차장에는 번쩍이는 외제차가 기다리고 있다. 주인공은 출근 시간이 훌쩍 지나 한산한 도심 도로를 누비며 생각에 잠긴다.

2013년부터 방송된 예능프로 <나 혼자 산다>(MBC)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방송사는 “1인가구가 대세가 된 현시점에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본다”고 포부를 밝힌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가 보여주는 모습은 1인가구 500만 시대의 초상과는 거리가 멀다. 통계청의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전체 1인가구 중 연소득 1200만원 미만 가구가 50.6%에 이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하는 <빈곤통계연보>는 2016년 1인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이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45.7%라고 보고했다. 다인가구 상대빈곤율(13.8%)의 3배를 훌쩍 넘는다. 상대적 빈곤율은 전체 가구를 소득 크기에 따라 한 줄로 세웠을 때, 가운데 위치(중위소득)하는 소득의 절반 이하 소득을 버는 가구의 비중을 뜻한다. 높을수록 해당 계층의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

<나 혼자 산다>와 ‘1인가구’의 괴리

<나 혼자 산다>(MBC) 방송화면 갈무리

 

1인가구 대부분이 ‘화려한 싱글’이 아니라 ‘경제적 취약계층’이다. <나 혼자 산다>에서 보는 연예인의 일상이 현재 1인가구의 세태를 반영하지 않고,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하지 못하는 이유다.

1인가구는 가족과 함께 사는 다인가구보다 가난하다. 국회예산처가 추산한 2016년 가구원수별 가계소득을 보면, 1인가구의 균등화소득은 170만원으로 다인가구의 균등화소득 250만원에 한참 못 미쳤다. 균등화소득은 가구원수가 다른 가구 사이의 소득을 비교하기 위해 가구소득을 구성원의 소득으로 전환한 수치다. 70대 이상 1인가구의 균등화소득은 95만원으로, 100만원에도 못 미쳤다. 오직 30대만 1인가구의 소득(266만원)이 다인가구(195만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 혼자 산다>가 묘사하는 화려한 싱글은 30대 중에서도 일부 고소득자의 삶인 것이다.

1인가구는 계속 늘어나 2035년이면 760만 명(전체 가구의 34.3%)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진화하고 분화하는 1인가구의 특성(연령, 주거, 혼인 여부, 성별 등)에 맞춰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동체의 관심과 정부 지원이 가장 시급한 계층은 60대 이상인 노인 1인가구다. 평균수명은 늘어났지만, 전통적 가족관이 약해지고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식이 약해지면서 1인가구 3명 중 1명은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60대 이상 1인가구는 배우자의 사망으로 혼자 살게 된 경우가 많다. 60대 49.2%, 70대 86.9%가 ‘사별’로 1인 가구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여성의 기대수명(2015년 기준 86.17살)이 남성의 기대수명(78.98살)보다 길어, 여성 노인 1인가구가 많다. 2015년 기준 70대 이상에선 1인가구의 80.4%가 여성이었다. ‘여성, 노인, 1인가구’라는 세 가지 취약성을 가진 여성 노인 1인가구는 치매와 만성질환 등 건강 문제, 주거 불안과 빈곤, 사회적 고립 등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전통적 사회구조와 노동시장에서 살아온 여성 노인들은 자신의 근로소득이 아니라 사별한 배우자의 ‘이전소득’(연금, 유산 등)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송영신 시니어희망공동체 대표는 그의 논문 ‘여성 노인 1인가구의 실태 및 정책적 개선 방안’에서 ‘경제·건강·사회’ 세 축을 바탕으로 하는 정부 지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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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남성은 가계부양자, 여성은 피부양자’라는 개념으로 설계된 국민연금제도에 수정도 필요하다. 여성 노인 1인가구의 국민연금 가입률이 높아질 수 있게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을 늘려야 한다. 노인 일자리 지원 정책도 여성 노인 1인가구가 접근하기 쉽게 개선돼야 한다. 소외되기 쉬운 여성 노인 1인가구가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지탱할 수 있도록 복지 선진국들처럼 다양한 형태의 공동생활 가정을 지원해야 한다.” 송 대표가 논문에서 강조하는 이야기다.

다인가구보다 1인가구가 소득이 많은 유일한 연령층인 30대도 행복하고 화려한 싱글로 특정하기 어렵다. 같은 연령층이라도 소득 격차가 크고 주거환경이 열악한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화려하지만은 않은 30대 1인가구

통계청 자료를 보면 연소득이 6천만원을 넘는 30대 1인가구가 9.7%인 반면 12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인구도 9.3%에 이른다. 노인 1인가구는 보편적으로 빈곤하지만 30대에선 빈부 격차가 두드러진다. 30대 청년들은 다른 연령층보다 서울이나 도심 근처에 집을 정하고 살 가능성이 크다. 소득이 많지 않은 빈곤 청년이 도심에서 살 경우 다른 지역보다 주거비용이 커서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감수해야 한다. 주거 환경이 열악한 이들은 높은 수준의 안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30대 중에도 여성 1인가구는 범죄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 다른 계층보다 크다.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분석한 내용을 보면 1인가구 밀집 지역이 1인가구가 적은 지역보다 범죄 발생률이 2∼3배 높았다. 층수가 높지 않은 원룸 형태에 거주하는 30대 여성들은 누군가 엿볼 것이 두려워 한여름에도 창문을 열기 어렵다. 인터넷 쇼핑으로 물건을 주문할 때 자신이 혼자 사는 여성인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남성의 이름을 쓴다거나, 보일러 수리 등을 요청할 때 아버지나 남자 가족이 전화하도록 하는 사례는 이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잘 보여준다.

30대는 다른 연령층보다 소득이 높은 편이지만 연령층 내에서 빈부 격차가 크고, 범죄 피해에 대한 여성 1인가구의 두려움이 크다는 세대적 특성을 잘 반영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1인가구였다

최근에는 중·장년(45~64살) 1인가구도 복지 사각지대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 고독사 실태 파악 및 지원 방안 연구보고서’(2016)를 보면, 전체 고독사 사례 중 45~64살 중·장년이 62%로 가장 높았다. 이 중 50대는 35.8%였다. 남성의 고독사가 84%로 여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고독사만 놓고 보면 50대 남성 1인가구가 가장 취약한 것이다. 이들은 직장에서 은퇴하기 시작하고 배우자와의 불화로 이혼하거나 가족과 헤어지면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인구계층인데, 여기에 질병까지 겹치면 더욱 큰 위험에 맞닥뜨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 노인’ ‘30대의 열악한 주거 환경’ ‘고독사 위험 큰 중·장년’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1인 가구의 엄혹한 현실이다.

세대와 계층에 맞춤한 1인가구 정책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공동체는 <나 혼자 산다>가 묘사하는 화려한 싱글 라이프 이면에 감춰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1인가구였거나, 현재 1인가구거나, 앞으로 1인가구가 될 것이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출처] https://news.v.daum.net/v/20181009133803176?rcmd=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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