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우 대표가 운영하는 뉴코애드윈드 홈페이지 회사소개란 적힌 내용이다.
/뉴코애드윈드 홈페이지 캡쳐
 
장민우 대표가 운영하는 뉴코애드윈드 홈페이지 회사소개란 적힌 내용이다. /뉴코애드윈드 홈페이지 캡쳐

◇ “규제 조금만 완화해줘도 좋은 사업 될 텐데...”

장 대표는 규제샌드박스 문제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하게 된 우여곡절을 상세히 털어놨다. 그는 “광주 지역에서만 오토바이 최대 100대까지만 운영해 보라는 정부 조건으로는 도저히 사업을 운영할 수 없었다”고 했다. 광고판을 대량 생산하려면 설비 투자가 들어가야 하는데, 고작 100대만 생산해서는 도무지 수지가 맞지 않았다. 장 대표는 17대를 직접 제작해 운영했지만, 광고 효과가 미미해 광고주를 구하기 어려웠다.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은 여럿 있었지만, 규제 리스크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았다.

장 대표는 “그래도 6개월만 버티면 규제를 풀어줄 거라던 공무원들 약속을 믿었다”고 했다. 그는 규제를 피해 베트남에서 사업하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담당 공무원들이 때로는 회유하고, 때로는 협박하면서 그를 붙잡았다고 했다. 결국 별다른 매출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강행했다. 제품 개발비만 30억원가량 들었고, 생산설비를 갖추는데도 50억원 정도가 들어갔다. 해외 투자자를 찾으려 해외 전시도 20회 넘게 참여했다. 한번 참여할 때마다 2000만~3000만원씩 들었지만, 코로나 문제로 투자가 번번이 불발됐다. 그 사이 6개월이 아니라 2년이 넘게 흘렀지만, 규제는 풀리지 않고 적자만 불어났다.

장 대표는 “사업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적용 대수 제한을 풀어주면 충분히 좋은 사업이 될 수 있는데,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그냥 안 된다고만 하니 답답해 미칠 노릇”이라며 “저는 힘이 없어서 규제에 막혔지만, 힘 있는 대기업이 제가 하려던 사업을 그대로 가져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만취한 그는 “규제샌드박스는 신사업 살리는 모래밭이 아니라 중소기업 잡아먹는 개미지옥”이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인터뷰를 마친 이후 관계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담당과에 사정을 확인해 봤다. “6개월 뒤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건 맞지만, 규제를 풀만큼 문제가 없다는 걸 자세하게 입증하셔야 하는데, 충분한 소명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 “100대를 허용해 줬는데 17대만 운영한 것도 실적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여러가지로 입장 차이가 있었지만, 사정이 어려우신 만큼 해결책이 있는지 논의해 보고 있다”고 했다. 장 대표가 보여준 정부 검토서에 규제를 풀어 줄 수 없다고 밝힌 이유가 명시돼 있다. 핵심 이유는 “사업성이나 투자 유치를 이유로 규제를 완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검증 기간에 아무런 사고가 나지 않았고, 이미 해외에 비슷한 서비스가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했다. 장 대표 문제로 대응에 나선 코스포 관계자는 “규제가 풀린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장 대표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은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샌드박스 참여 기업들이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길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지금 상태로는 이런 문제가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는 “정부는 기존 규제의 타당성이나 사업의 성장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원론적인 입장만 늘어놓는다”며 “공무원들이 샌드박스 참여 업체를 무슨 투자 유치로 돈이나 좀 만져보려는 작자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국토교통부에서 장민우 대표 사업의 규제를 완화할 수 없다는 취지로 보낸 공문.
/장민우 대표 제공
 
국토교통부에서 장민우 대표 사업의 규제를 완화할 수 없다는 취지로 보낸 공문. /장민우 대표 제공

◇ “정부 믿는 순진한 기업인들 위한 경고문 되겠다”

지금 장 대표의 회사는 파산 직전이고, 자신도 신용불량자 처지가 됐다. 그는 “150억원을 날려 먹었다. 개인 빚도 60억 정도 되는데 매달 이자로만 2000만원씩 나간다”고 했다. 그는 “오죽했으면 장모님 카드로 카드대출 받아서 직원들 월급을 줬다”고 했다. 장 대표에게도 가족이 있다. 그가 37살 노총각으로 빈민가 쪽방촌에 살던 때, 처지를 알고도 주저않고 미래를 약속해준 사람과 결혼했다. 그는 “가난을 대물림할 바에는 아예 결혼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과분하게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에게 짐이 된 것처럼 느껴져 집에 잘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의도치 않게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고 있다는 걸 아내도 알게 됐다. 그날은 둘이서 한참을 울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안 좋은 생각은 하시면 안 된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그는 끝까지 생각을 바꾸겠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장 대표는 “제가 생각하는 행복은 단순하다. 각자 하는 일을 열심히 해서, 다 같이 살기 좋은 사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차피 내가 분신을 하더라도 정부가 하나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안다. ‘타다' 사태 때도 택시 기사들이 분신한다고 뭐 달라지지 않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그래도 현실 감각을 완전히 잃지는 않은 것처럼 보였다. 장 대표는 “그럼에도 이런 결심을 하고, 인터뷰에도 응한 건 다른 기업인들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저처럼 순진하게 정부 말 믿었다가 인생 망치는 사람이 더는 없어야 하는 것 아니냐. 절벽 앞에 ‘추락주의’ 경고문을 붙여놨듯 제가 그 경고문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신사업하겠다는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얘기는 딱 3가지입니다. 공무원 만날 때는 무조건 녹음해두세요. 몇 년 돈 못 벌어도 버틸 자본 없으면 시작할 생각도 하지 마세요. 사무관 정도는 컨트롤할 인맥 없으면 시작할 생각도 하지 마세요.”

어쨌든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31일 세종 정부청사로 가겠다고 했다. 그의 인생 얘기는 어떤지 몰라도, 규제 샌드박스와 관련한 주장은 대부분 맞는 내용이었다. 그에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느낌도 받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공공연히 분신자살을 말하는 그의 마음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 혹시나 비극적인 일이 진짜로 일어나진 않을까 걱정이 가시질 않았다. 다행히 극단적 선택을 피한다 하더라도, 그에게는 여전히 빚더미와 상처가 남는다. 그런 그에게 “그럼에도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쉽게 꺼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