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력 덤볐다 떼죽음…잘 나가던 日, 순식간 무너진 까닭

[중앙일보] 입력 2021.08.15 05:00   수정 2021.08.15 15:03

지금으로부터 76년 전인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미국에 항복하면서 한국은 식민통치에서 벗어났다. 8월 15일은 한국엔 광복절이지만, 일본은 종전기념일로 기억한다.
 

 

[이철재의 밀담]
기술·에너지·동맹 없는 무모한 전쟁
자신감·육탄전술 희생뿐, 승리 못해
신상필벌 무너진 군대…한국군 모습

미드웨이 해전을 그린 영화 '미드웨이'에서 미국 해군 급강하폭격기가 일본 해군 항공모함을 격침시키고 있다. 이 전투에서 일본 해군은 4척의 항모를 잃었다. 이후 일본의 상승세는 꺽였고, 미국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라이온스게이트 유튜브 계정

미드웨이 해전을 그린 영화 '미드웨이'에서 미국 해군 급강하폭격기가 일본 해군 항공모함을 격침시키고 있다. 이 전투에서 일본 해군은 4척의 항모를 잃었다. 이후 일본의 상승세는 꺽였고, 미국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라이온스게이트 유튜브 계정

 
일본은 1941년 12월 7일 미국의 핵심 군사 시설인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한 뒤 1942년 6월 7일 미드웨이 해전까지 연전연승을 거뒀다. 필리핀ㆍ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ㆍ미얀마부터 중국 일부까지 851만㎢의 광대한 영토를 지배했다. 이때 일본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꿈꿨고, 다들 헛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 역사는 일본이 패망으로 향하는 길로 기록됐다. 일본은 왜 전쟁에서 미국에 졌을까?

 
일본군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왜 졌는지를 다룬 『태평양전쟁의 지상전』. 논형

일본군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왜 졌는지를 다룬 『태평양전쟁의 지상전』. 논형

 
우선 일본은 미국보다 국력에서 크게 뒤졌다. 일본군 전문가인 최종호 조이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일본은 전쟁 전 미국의 국력이 일본의 20배라고 계산했다”며 ”전쟁이 끝날 때 실제 국력차는 100배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순하게 국력차 때문에 일본이 패했을까? 역사를 보면 약소국이 강대국을 이긴 전쟁이 제법 있다. 일본은 미국을 꺾을 수 있었을까?

 
최종호 변호사는 “아니다”고 단언한다. 그는 제2차대전 때 일본 육군대신 비서관을 지내면서 개전과 전쟁, 패전을 가까이서 지켜본 하야시 사부로(林三郞)의 비망록인 『태평양전쟁의 지상전』(논형)을 최근 번역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해군항의 모습을 담은 엽서. 미국 해군의 항공모함 등 전투함들이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항모만 11척이다. 전쟁 당시 미국은 101척의 항모를 건조했다. 미 우정국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해군항의 모습을 담은 엽서. 미국 해군의 항공모함 등 전투함들이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항모만 11척이다. 전쟁 당시 미국은 101척의 항모를 건조했다. 미 우정국

 
그는 앞서 일본 원서인 『참모본부와 육군대학교』『일본군의 패인』 등을 옮기면서 일본이 왜 패했는지 연구해왔다. 패전 이전의 일본 육군에 대해선 국내의 독보적 전문가 반열에 오른 덕후(매니어)로 인정받는 이유다.

 
최 변호사는 “어떤 경우라도 일본이 미국을 이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에게서 얘길 더 들어봤다.
 
 

①무너진 신상필벌

일본군은 군기가 세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잘한 사람에게 상을 주고, 못한 사람에게 벌을 준다는 신상필벌(信賞必罰)로 따진다면 일본군은 ‘당나라 군대’다.

  
만주사변 당시 만주로 진격한 일본 관둥군. 일본 태평양전쟁연구회

만주사변 당시 만주로 진격한 일본 관둥군. 일본 태평양전쟁연구회

 

제멋대로 전쟁을 일으키거나 부대를 움직여도 문제가 안 됐기 때문이다. 이시하라 간지(石原莞爾)와 하야시 센주로(林銑十郞)가 그 사례다.  

 
1931년 9월 18일 한밤중 만주 펑톈(奉天) 북쪽 류탸오후(柳條湖) 남만주철도 노선의 일부가 폭파됐다. 일본 관동군은 중국인의 소행이라며 만주의 군벌인 장쉐량((張學良)의 동북군을 기습했다.
 
관동군 작전주임참모인 이시하라 간지의 계략이었다. 관동군이 철도를 파괴했고, 일부러 중국인 시체를 현장에 버려뒀다. 
 
다음날인 19일 당시 조선군 사령관인 하야시 센주로는 조선 주둔 제20사단의 일부를 만주로 급파했다. 일본군의 통수권자인 쇼와(昭和) 일왕의 재가는 없었다.

 
그런데도 이시하라 간지와 하야시 센주로는 징계는커녕 진급하거나 승승장구했다.

 
잘 나가던 일본 해군을 미드웨이 해전에서 한순간에 말아먹은 나구모주이치(南雲忠一)는 패전 후 중장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다른 부대 사령관 자리로 옮겼다.

 
상에만 급급하고 벌은 소홀히 하면서 무모하거나 공격적 성향의 지휘관만 남게 됐다는 게 최 변호사의 설명이다.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정박 중 일본군 공습으로 불탄 채 침몰하는 미국 해군 전함 애리조나함 모습. 로이터=뉴스1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정박 중 일본군 공습으로 불탄 채 침몰하는 미국 해군 전함 애리조나함 모습. 로이터=뉴스1

 
그러나, 미국은 진주만 공습의 책임을 물어 태평양함대 사령관인 허즈번드 킴멜과 태평양 방면 육군 사령관인 월터 쇼트를 강제전역시키면서 계급도 대장에서 소장으로 두 단계 낮췄다.

 
이들은 패배의 책임을 지게 됐지만, 적절한 정보 없이 기습을 당했다는 평가도 있다.
 
 

②구태의연한 전술

1942년 8월 7일부터 1943년 2월 9일까지 남태평양 과달카날 섬을 놓고 미국과 일본이 다툰 과달카날 전투를 보자. 일본 육군은 미국 해병대 1사단이 점령한 헨더슨 비행장을 탈환하려고 했다.

 
가미카제 자폭 비행에 나서는 일본군. 중앙포토

가미카제 자폭 비행에 나서는 일본군. 중앙포토

 
그러나, 일본 육군은 매번 한밤중 착검 상태에서 전원이 돌격하다 미 해병대의 강력한 화망에 걸려 떼죽음만 당했다. 기습ㆍ야습ㆍ백병을 강조하는 일본 육군의 전술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최종호 변호사는 “일본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근대적 화력을 경험하지 못해 정신적 전력이 우세하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며 “나중에 미국의 물량과 화력과 직접 부딪치면서 전술을 바꿔야 한다고 깨닫지만, 때는 늦었고 여건도 안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본이 내세운 게 ‘옥쇄’와 ‘가미카제’ 육탄전술이다. 옥쇄는 패배 직전의 부대가 후퇴하지 않고 전원 사수하는 걸 뜻한다. 가미카제는 사람이 자폭 전투기나 전투정을 몰고 적 목표물에 충돌하는 전법이다.

  
일본 제로 전투기가 비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 제로 전투기가 비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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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호 변호사는 “일본으로선 최후의 발악이지만, 옥쇄와 가미카제로 전쟁의 흐름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며 “아까운 생명만 헛되이 희생시켰다”고 비판했다.
 
 

③정보의 부족, 전략의 부재

일본의 유력 시사잡지 ‘문예춘추’의 편집장을 역임한 한도 가즈토시(半藤一利)는 “일본은 미국의 석유와 특허로 미국과 전쟁했다”고 말했다.
 
과달카날 전투에서 미국 해병대원이 탱크의 뒤를 따라 전진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일본을 지상에서 처음 이긴 전투였다. 일본은 이후 계속 수세에 몰렸다. Historica Wiki

과달카날 전투에서 미국 해병대원이 탱크의 뒤를 따라 전진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일본을 지상에서 처음 이긴 전투였다. 일본은 이후 계속 수세에 몰렸다. Historica Wiki

 
한도 가즈토시에 따르면 1941년 일본은 석유의 92%를 수입했다. 그중 미국 수입량은 81%(전체의 74.5%)였다. 특히, 항공기용 고옥탄가 휘발유는 전부 미국에서 수입했다. 항공기용 고급 윤활유 역시 전량을 미국에 의존했다.

 
이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은 저옥탄가 휘발유와 저급 윤활유를 쓸 수밖에 없었다.

 
일본 군용기의 엔진인 히카리(光)와 고토부키(壽)는 각각 미국의 라이트와 P&W의 복제품 또는 면허생산품이다. 일본 해군의 주력 전투기인 제로센의 가변피치 프로펠러는 미국 해밀튼의 제품을 베낀 것이다. 일본의 기술력으로는 독자적인 물건을 설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본은 개전 직전 정세판단에서 “미국인들의 전반적인 정신력이 저조할 뿐만 아니라, 고립주의자들의 영향력이 상당한 점에서 미국의 전의가 거국적으로 결집할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국은 일치단결했고, 전의가 넘쳐 흘렀다.  

 
최종호 변호사는 “일본은 근거 없이 자신감만 높았고, 미국에 대한 정보는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정신에 과도하게 집착했다”고 말했다.
 
1945년 9월 2일 일본 대표단이 항복문서에 서명하기위해 미주리호함에서 기다리고 있다.

1945년 9월 2일 일본 대표단이 항복문서에 서명하기위해 미주리호함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는 또 “미국은 영국ㆍ소련ㆍ중국 등 동맹국에 물자를 나눠주며 전략을 조율하며 함께 싸우면서 전쟁을 이끌었다. 반면 일본은 독일ㆍ이탈리아와 막연히 협력해야겠다 하면서도 별다른 협력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일본군의 패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한국군

이 같은 일본의 무능으로 미국에 져 한국이 광복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다.  
 
태극기와 일본 히노마루. 뉴스1

태극기와 일본 히노마루. 뉴스1

 
그러나, 일본은 패전 후 ‘자기반성’을 철저히 했다. 
 
최종호 변호사는 “일본은 전후 공간전사(公刊戰史)인 『전사총서』를 102권이나 냈고, 전쟁 때 군인ㆍ관료가 쓴 제2차 세계대전사도 수두룩하다”며 “이런 책들을 통해 일본은 왜 이기기 힘든 전쟁에 들어갔는지, 왜 져야만 했는지 등을 묻고 답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25 전쟁 당시 인민군 사진을 공개했다. 노동신문

지난 2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25 전쟁 당시 인민군 사진을 공개했다. 노동신문

 
그러면서 “한국은 6ㆍ25 전쟁에 대한 반성이 아직 부족하다”며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가 펴낸 『6ㆍ25 전쟁사』는 10권인데, 내용이 피상적”이라고 덧붙였다.

 

최종호 변호사는 일본군의 패인에서 한국군이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러·일전쟁 이후 근 1세대(30년)가 지나도록 일본 육군은 근대적 의미의 지상전을 경험하지 못했다. 세계적 흐름과 떨어진 환경에서 군대는 거대한 관료조직으로 변했고, 과도한 정신주의의 강조는 왜곡된 자의식의 과잉을 초래했다. 한국군이 마지막으로 전쟁을 치른 베트남 전쟁도 이미 반세기 전의 일이다. 대간첩전과 같은 비정규전이나 간헐적 교전을 제외하면 전쟁을 직접 체험한 군인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일본군이 패배할 것이 분명한 전쟁으로 달려간 것은 자신의 존재 의의에 대해 근본적인 착오를 범했기 때문이다. 오늘의 한국군은 과연 이와 무관할 것인가?”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4128047?cloc=joongang-home-newslistleft#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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