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6년만에 ‘가을야구’ 이끈 새 연봉제의 4가지 비결

한국 최고 인사전문가 원기찬 사장이 설계
“연봉 선택지는 3개, 선수가 직접 고른다”

한국의 '야구 명가'로 꼽히는 삼성 라이온즈는 이번 시즌 6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부활했다. 한국시리즈 진출엔 실패했지만 '확실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그 배경엔 새로 도입된 '뉴타입 인센티브' 제도가 있다. 사진은 지난달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경기 종류 후 기뻐하는 라이온즈 선수들. /스포츠조선
 
한국의 '야구 명가'로 꼽히는 삼성 라이온즈는 이번 시즌 6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부활했다. 한국시리즈 진출엔 실패했지만 '확실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그 배경엔 새로 도입된 '뉴타입 인센티브' 제도가 있다. 사진은 지난달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경기 종류 후 기뻐하는 라이온즈 선수들. /스포츠조선

올해 한국 프로야구가 KT 위즈의 창단 첫 통합우승으로 지난 18일 막을 내렸다. 창단 최단기간 통합우승이라는 KT의 성과를 필두로 다른 의미 있는 기록도 여럿 나왔다. 그중 하나가 한국 프로야구의 명문 구단임에도 지난 5년 동안 ‘가을 야구’를 하지 못한 삼성 라이온즈의 부활이다.

라이온즈는 2016년 이후 포스트시즌 진출 ‘제로’로 암흑기에 빠졌다가 올해 성적이 급반등해 정규시즌 2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플레이오프에서 당시 기세가 절정이었던 두산 베어스에 패했지만 이번 시즌 라이온즈가 ‘확실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올해 라이온즈의 부활에 원기찬 라이온즈 사장이 주도해 설계한 새로운 연봉제가 큰 동력(動力)으로 작용했다는 목소리가 야구계 안팎에서 많이 들렸다. 삼성전자에 입사한 1984년 이후 30년 넘게 줄곧 인사 라인에서만 일해온 원 사장은 삼성전자 인사 담당 부사장, 삼성카드 사장 등을 거친 한국 최고의 ‘HR(인재관리)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해 사장 부임 직후부터 설계를 시작해 올해 도입한 라이온즈 새 연봉제의 핵심은 ‘선수가 스스로 자신의 연봉 체계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미리 정한 연봉만큼만 받을 것인가, 기본급은 다소 낮추더라도 성적이 좋으면 줄인 기본급의 몇 배에 달하는 높은 성과급을 받을 것인가. 선택지를 여럿 만들고, 선택을 선수에게 맡겼다.

효율적인 인사 평가와 연봉 체계 수립은 한국 경영계의 큰 화두이기도 하다. 한국 최고 인사 전문가는 라이온즈를 어떻게 바꿨을까. 전모를 들어보았다.

◇①기본급 vs 성과급, 여러 선택지를 만들다

라이온즈 선수들은 올해 연봉 협상을 할 때 중요한 선택을 해야 했다. “기본형, 목표형, 도전형 연봉제 중 무엇을 고르겠습니까?” 구단이 제시한 세 연봉제 중 하나를 직접 고르라는 지침을 받았다. 선택지는 아래와 같다.

1) 기본형: 정해진 연봉을 시즌 성적과 무관하게 받는다.
 
2) 목표형: 기준 연봉에서 10%를 낮춘 금액으로 기본 연봉을 정하고, 이후 좋은 성적을 내면 차감한 금액의 몇 배를 더 받을 수 있다.
 
3) 도전형: 기준 연봉에서 20%를 낮춘 금액에서 기본 연봉을 정하고, 기준점 이상의 성적을 내면 차감한 금액의 몇 배를 더 인센티브로 받을 수 있다.

기업으로 치면 미리 정한 기본급만 받을지, 기본급은 다소 낮추더라도 성과에 따라 연봉이 결과적으로는 많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성과급제로 계약할지를 직원이 정하도록 한 것이다. 라이온즈는 이런 새 연봉제에 ‘뉴타입 인센티브 제도’라는 이름을 붙였다.

원기찬 사장은 새 연봉제를 설계한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야구를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라이온즈에 와서 보니 시즌 중에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할 수단이 거의 없었습니다. 시즌 시작 전에 연봉 계약을 하고 나면 한해 연봉은 그것으로 끝이니까요. 많은 선수는 연봉이 크게 뛰는 FA(프리에이전트, 다른 구단이 영입할 자격을 얻은 선수)만 보고 그전의 몇 해를 견딥니다. 시즌 중에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뛰도록 만들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 끝에 삼성경제연구소와 새로운 연봉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선수들이 새 제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원 사장을 필두로 구단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설명회를 열었다. 한 번 유형을 선택한 후에도, 선수가 원할 경우 KBO(한국야구위원회) 등록 전까지는 얼마든지 선택지를 바꿀 수 있도록 여지를 주었다.

지난 5월 2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경기 전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 300세이브 기념 시상식 모습. 왼쪽부터 정지택 KBO 총재, 오승환 선수, 원기찬 라이온즈 사장. 원 사장은 1980년대 초반 삼성전자 입사 때부터 줄곧 인사 라인에서 일한 한국 최고의 HR 전문가로 꼽힌다. /스포츠조선
 
지난 5월 2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경기 전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 300세이브 기념 시상식 모습. 왼쪽부터 정지택 KBO 총재, 오승환 선수, 원기찬 라이온즈 사장. 원 사장은 1980년대 초반 삼성전자 입사 때부터 줄곧 인사 라인에서 일한 한국 최고의 HR 전문가로 꼽힌다. /스포츠조선

◇②선택은 전적으로 선수가 한다

구단은 새 연봉제를 도입하며 ‘구단이 일방적으로 강요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고 애썼다고 한다. 이를 위해 ‘기본형’이라는, 이전과 같은 시스템의 연봉제를 남겨두었고 선택은 전적으로 선수에게 맡겼다. 기업으로 치면, 호봉제·연봉제·성과급제 등을 뷔페처럼 차려 놓고 직원이 고를 수 있게 한 것이다.홍준학 라이온즈 단장의 설명이다.

“프로야구는 연봉제라고는 하지만 슈퍼스타급 선수 몇 명을 빼면 대부분 선수가 구단으로부터 연봉 통보를 받는 게 그동안의 관행이었습니다. 선수 입장에선 너무 일방적이라고 느끼고 불만이 생길 수 있죠. 그래서 이번 새 연봉제는 선수의 자율적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기본 연봉 제시는 나름의 분석을 거쳐 구단이 하지만, 기본형·목표형·도전형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선수들에게 맡겼죠. 도전형 같은 성과급제가 모든 선수에게 좋다고는 저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성적 압박에 부담을 느끼는 성격의 선수들도 있으니까요.”

통상적으로 기업이 연봉을 성과급제로 바꾸면 노조 등의 반발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라이온즈의 경우엔 ‘기본형’이라는 기존 제도의 선택지를 남겨 놓았기 때문에 새 제도 도입이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졌다.

선수 28명 중 FA 계약 선수 5명을 제외하면 23명인데 7명이 목표형을, 6명이 도전형을 선택했다.(FA 선수는 보통 수년에 걸친 연봉 계약을 사전에 하므로 새 연봉 계약을 하기는 어렵다.) 대상 선수 23명 중 절반이 넘는 13명이 비(非)기본형을 선택한 것이다.

선수와 감독 누구도, 어느 선수가 무슨 연봉제를 선택했는지는 모른다. 홍 단장은 “팀의 승리를 위해선 선수는 때로 희생 번트를 치는 식으로, 자신을 희생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런 상황에 감독 등이 선수의 성과 부담을 생각해 작전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려고 철저히 비밀 유지를 하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과 삼성의 경기가 열린 지난 9일 라이온즈 구자욱이 1타점 2루타를 치고 환호하는 모습. 구자욱은 이번 시즌 3할6리라는 좋은 성적을 올리며 지난 몇 년 동안의 부진을 떨쳐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포츠조선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과 삼성의 경기가 열린 지난 9일 라이온즈 구자욱이 1타점 2루타를 치고 환호하는 모습. 구자욱은 이번 시즌 3할6리라는 좋은 성적을 올리며 지난 몇 년 동안의 부진을 떨쳐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포츠조선

◇③성과 측정의 기준, 모든 선수가 다르다

새 연봉제 중 목표형과 도전형에 따르면 선수는 구단과 협의한 ‘성적의 기준선’을 넘을 경우 기본급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 ‘기준선’은 어떻게 정할까.

홍 단장은 “다른 구단에서도 알아내려고 하는 중이어서 너무 자세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일단 선수마다 모두 다르다는 점은 밝힐 수 있다”라고 했다. 타자는 타율, 투수는 방어율 등 일괄적인 잣대로 인센티브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 개인마다 부여된 세부적인 기준에 따라 성과급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구단은 특정 선수를 뽑을 때 그 선수가 팀의 승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는 ‘기대’가 있다. 예를 들어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마틴 말도나도는 명포수로 꼽히지만 시즌 중 타율은 1할대로 엉망이었다. 하지만 도루 저지 등 수비 능력은 압도적인 세계 최고다. 이런 선수에게 타율이란 ‘잣대’로 평가하자고 해봤자 팀에도, 선수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홍 단장은 “선수별로 구단이 성과를 측정할 기준을 3~5개 정도 제시했다. 선수의 어떤 점에 강점이 있고, 어느 부분의 성과를 끌어올리면 팀의 성적이 전반적으로 올라갈지를 고려해서 정했다”라고 했다. 이런 평가 기준은 원 사장이 정한 슬로건 ‘원팀 원바디 혼연일체’와도 연결이 된다. 선수 개인의 성과와 팀 전체의 성과가 최대한 연동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포수 마틴 말도나도. 최고의 수비형 포수로 꼽히지만 타율은 1할대로 매우 낮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애틀랜타 브라이브스와의 월드시리즈 3차전 모습. /AFP 연합뉴스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포수 마틴 말도나도. 최고의 수비형 포수로 꼽히지만 타율은 1할대로 매우 낮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애틀랜타 브라이브스와의 월드시리즈 3차전 모습. /AFP 연합뉴스

◇④성과급은 분기마다 지급한다

원기찬 사장은 경기에 패한 감독들이 인터뷰할 때 “사이클이 안 좋은데 선수들이 이겨내야 한다”라거나, “운이 좋지 않았고 분위기가 가라앉아서”라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면 조금 의아했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다.

“야구를 알게 되니 흔히 말하는 ‘운’이라는 것이 팀 분위기와 상당히 연결되어 있더군요. 그런데 그동안은 시즌 중에 구단이 이 분위기를 살릴 방법이 사실 많지 않았습니다. 예전엔 승리 수당이라는 것이 있었지만 구단 간 경쟁이 과열된다며 KBO가 이를 사실상 막았더군요.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이 저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어요.”

그 고민의 결과가 ‘분기별 성과급 지급’이다. 목표형이나 도전형을 선택한 선수들에겐 분기마다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야구엔 ‘분기’ 개념이 없다지만 문제는 없었다. 새로 만들었다. 총 144경기를 4로 나누어, 36경기마다 성과를 측정하고 목표를 달성했을 경우엔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코치진과 구단도 한 분기가 끝날 때마다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는 리뷰 시간을 가졌다. 경영학의 QBR(quarterly business review), 즉 ‘분기별 심층 분석’을 야구에 접목한 것이다.

홍준학 단장은 “아무리 날고 기는 선수도 ‘업앤드다운(up & down, 실력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있다 ‘다운’이 길어지면 선수도 구단도 괴로운데, 분기제는 1년을 4분의 1로 쪼개 집중할 계기를 부여함으로써 부진한 시기를 제도적으로 줄이려는 시도였다”라고 했다.

라이온즈는 내년에도 올해의 새 연봉제를 이어가되, 첫해에 발견된 맹점은 일부 보완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선수가 시즌 초반에 부상으로 뛰지 못하게 될 경우 성과를 만회할 방법이 없어 의욕이 떨어진다는 문제 등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 중이다.

원기찬 사장은 “운과 분위기는 다르다”고 했다. “운은 어쩔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운’이라고 할 때 사실은 분위기와 기세를 뜻할 때가 많아요. 분위기 그리고 기세라는 변수는, 뭔가 기업경영식 해법으로 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악으로 깡으로 부활한다 라이온즈.’

삼성전자 인사팀장(부사장) 시절인 2012년 9월 당시 원기찬 삼성 라이온즈 사장의 모습. 그는 1984년 삼성에 입사한 후 30년 넘게 인사 한 분야에서만 일했다. 라이온즈에 인센티브를 강화하되 선수 선택권을 넓힌 새 연봉제를 도입한 그는 "야구에 와서 보니 분위기와 기세가 매우 중요함을 느꼈고, 이 분야는 경영적 솔루션으로 풀어갈 부분이 많은 것 같았다"라고 했다. /이진한 기자
 
삼성전자 인사팀장(부사장) 시절인 2012년 9월 당시 원기찬 삼성 라이온즈 사장의 모습. 그는 1984년 삼성에 입사한 후 30년 넘게 인사 한 분야에서만 일했다. 라이온즈에 인센티브를 강화하되 선수 선택권을 넓힌 새 연봉제를 도입한 그는 "야구에 와서 보니 분위기와 기세가 매우 중요함을 느꼈고, 이 분야는 경영적 솔루션으로 풀어갈 부분이 많은 것 같았다"라고 했다. /이진한 기자

 

[출처] https://www.chosun.com/economy/2021/11/20/MZPJC2IYEVBHBGTZG3VD4YKB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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