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현우 인턴기자] 더 큰 바보 이론(Greater Fool Theory)은 버블이 낀 자산을 구매하는 사람이 '더 큰 바보'에게 팔 수 있다고 믿는 현상이다.
더 큰 바보 이론은 자산의 가격이 본질적인 가치가 아닌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인 믿음이나 기대 때문에 형성된다고 본다. 사람들은 주식 및 채권, 부동산, 가상자산 등 특정 자산의 가격이 그 가치에 비해 높은 가격에 형성돼 있더라도 자기보다 더 높은 가격에 매입할 투자자가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에 웃돈을 주고 자산을 구매한다.
특정 상품 가격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정상으로 받아들이는 다른 바보에게 상품을 되넘기면 된다는 확신이 투기를 확산시킨다. 일종의 폭탄돌리기인 셈이다.
더 큰 바보 이론은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가 제시했다. 이는 시장에 비정상적인 투기 과열이 일어날 때 언급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17세기 중반 네덜란드에서 일었던 튤립 버블이다. 당시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해진 튤립은 귀족과 부유층, 일반인 모두에게 인기를 끌며 가격이 상승했고 이후 급속도로 투기화되기 시작했다.
1636년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 안에 튤립거래소가 개장했으며 '셈페르 아우구스투스'라는 희귀종 한 뿌리가 고급주택 한채 값인 6700길더에 거래됐다. 투기가 최고조에 달한 1636년 겨울에는 다음해 수확할 튤립 알뿌리까지 사고파는 선물시장까지 형성됐다. 그러나 다음해 법원에서 튤립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튤립 가격은 최고치 대비 수천분의 일 수준으로 폭락했다.
또한 1720년 영국을 뒤흔든 버블경제 위기인 남해회사(The South Sea Company) 투기 광풍이나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20세기 말 전 세계적으로 IT 벤처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았다가 한순간에 폭락했던 닷컴버블(IT버블) 등에도 더 큰 바보 이론이 적용된다.
2021년에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가격이 급등하며 가상자산 투기 열풍이 일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프로그래머 빌리 마커스가 2014년 재미삼아 만든 가상자산인 '도지코인'(DOGE) 가격이 급등 중이다. 도지코인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상장된지 2개월도 되지 않아 9배 이상 올랐다. 지난 4월 15일까지 170원대에서 거래됐으나 하루 만인 16일 540원(+223%)까지 가격이 급등했다.
특별한 쓰임새도 없는 이 코인의 시가총액은 19일 기준 47조원에 달해 전체 가상자산 중 6위이며 지난주 말에는 24시간 거래대금이 17조원을 넘겨 코스피 1일 거래대금을 추월하기도 했다. 여론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도지코인에 대한 우호적인 트윗이 이같은 급등세에 일조하고 있다고 보고있다.
데이비드 킴벌리 프리트레이드(Free Trade) 분석가는 "투자자들도 도지코인이 내재가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가격을 올린 다음 팔아서 돈을 챙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투자에 열중하고 있다"며 도지코인의 가격 상승이 더 큰 바보 이론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전형적인 투기"라며 "언제든 거품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