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레디!퓨전] 상용화 정조준 소형 핵융합로, 반백년 기초연구의 산물
[물리] [레디!퓨전] 상용화 정조준 소형 핵융합로, 반백년 기초연구의 산물
[레디!퓨전] 상용화 정조준 소형 핵융합로, 반백년 기초연구의 산물

SPARC의 모체인 알케이터 C-Mode의 내부. PSFC 제공
소형 핵융합 장치 ‘스파크(SPARC)’를 내세워 핵융합 에너지 산업에 뛰어든 미국 스타트업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Commonwealth Fusion System·CFS)의 뒤에는 매사추세츠공대(MIT) 플라즈마 과학·융합 센터(PSFC)가 있다. 8월 말 방문한 PSFC는 MIT 신입생 맞이에 한창이었다. 신입생들은 PSFC 건물동 중 하나에 위치한 각종 실험 기기 작업 현장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둘러보고 있었다. 이 현장에 SPARC의 이론적 모델이 된 ‘알카토 C-모드(Alcator C-Mode)’도 있었다.
● SPARC의 탄생 이끈 MIT 플라즈마 센터… 1960년부터 연구 시작한 결과

MIT 캠퍼스 내에 위치한 PSFC 건물 중 하나. 보스턴=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PSFC로 견학 온 MIT 가을학기 신입생들이 연구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보스턴=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알케이터 C-모드는 현재 CFS에서 상업용으로 개발중인 SPARC의 모체격이다. 높은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즈마를 실제로 생성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용 토카막으로 30년 전인 1993년 첫 가동을 시작했고 2016년 임무를 마치고 ‘은퇴’했다. 토카막은 핵융합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핵융합 장치로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같은 방식이다.
당시 알카토 C-모드 장비의 일부는 MIT 박물관으로 옮겨져 보관되고 있지만, 몸체는 여전히 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넛 모양 토카막 알카토 C-모드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토카막의 800분의 1 크기로 매우 작은 편이다. 토카막 내부 중심에서 토카막 경계면까지의 길이가 약 22cm일 정도로 매우 좁다.
크기가 작음에도 8테슬라(T)의 강한 자기장을 생성할 수 있었던 건 고온 초전도자석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 알카토 C-모드에서는 8000만도에 이르는 고온의 플라즈마를 만든 뒤 안정된 상태로 토카막 안에 가둬둘 수 있었다. 플라즈마는 높은 자기장에 의해 ‘공중부양’된 상태로 토카막 내벽에 닿지 않고 토카막 안을 회전한다.
알카토 C-모드는 PSFC가 만든 일련의 토카막 시리즈의 세 번째 버전이다. 1960년 프란시스 비터 교수가 ‘국립 자석 연구소’를 설립한 뒤 고자기장 자석을 연구하기 시작한 이래, 1976년 첫 토카막인 ‘알카토 A’가 처음으로 로손 조건(Lawson Creteria)을 만족했다. 로손 조건은 토카막이 자기점화(투입 전력보다 생산 전력이 많은 것)를 달성하기 위해 요구되는 플라즈마의 밀도, 온도, 플라즈마가 에너지를 잃지 않고 유지되는 시간(가둠 시간) 등을 말한다.
이후 1983년 개발된 알카토 C, 1991년 개발된 알카토 C-모드는 로손 조건 만족에 필요한 요건을 골고루 증가시키며 발전해왔다. 2025년 초 첫 플라즈마 생성을 목전에 둔 CFS의 소형 토카막 SPARC는 이처럼 반백년이 넘는 오랜 시간에 걸쳐 물리학자들이 이론을 정립하고 실험을 거듭해 온 결과물이다.

알카토 C-모드 플라즈마 실험 당시 촬영한 실제 플라즈마의 움직임. PSFC 제공
● 한국인 물리학자가 해결한 ‘토카막의 딜레마’

백승규 연구원이 알카토 C-모드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보스턴=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2014년 MIT 원자력공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PSFC에서 계속해서 플라즈마물리학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백승규 연구원은 2018년 ‘토카막의 딜레마’를 해결해 학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알카토 C-모드는 플라즈마 내부에 마이크로파를 가해 플라즈마 전류를 한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방식으로 토카막 내부에 가둬 놓는다. 이를 ‘낮은 하이브리드 전류 유도(LHCD)’라고 한다. 그러나 물리학계가 약 40년 간 풀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플라즈마 밀도를 높이면 전류를 유도하는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백 연구원은 “빵(전류)이 10조각, 플라즈마도 10개 있을 땐 빵 1조각 씩 나눠가지면 되는데 플라즈마만 100개로 늘면 플라즈마가 얻는 전력이 줄고, 그 결과 플라즈마의 운동량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백 연구원의 연구팀은 2018년 토카막 경계면에서 발생하는 난류가 토카막 내부로 유입되는 마이크로파 전력에 영향을 줘서 마이크로파가 산란되거나 불안정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이크로파 전력의 손실을 막으려면 경계면 난류를 줄여야 하며, 장치 내의 총 전류를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실제 연구 결과, 총 전류를 3배 가까이 높이자 플라즈마의 밀도를 높여도 플라즈마 전류가 효과적으로 생성됐다.
백 연구원은 “토카막에선 최소한의 에너지 투입으로 최대한의 에너지를 뽑아내는 효율성이 중요하다”며 “이론적 접근을 벗어나 실제 핵융합기를 운영할 때 얼마만큼의 효율을 낼 수 있고 어떤 환경적인 요인을 고려해야할지 실험적으로 확인했다는 데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584/0000024314?ntype=RAN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