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AI 기술을 인간의 판단과 어떻게 균형 있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영국에서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148년 역사의 이 대회는 보수적 운영 방식으로 유명합니다. 선수들은 운동복은 물론 모자, 양말, 팔목 밴드, 라켓 손잡이까지 흰색으로 통일해야 합니다. 다만, 2년 전 여성 선수에 한해 어두운 색 속바지를 허용했습니다. ‘바지 혹은 치마보다 길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고요. ‘윔블던다운 미미한 변화’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대회는 정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선심을 없애고 ‘인공지능(AI) 심판’을 도입한 것입니다. 코트 주변 카메라들이 공 궤적을 추적해 ‘아웃’ 여부를 판독합니다. 다른 대회도 AI를 많이 활용하지만 ‘전통’을 중시해온 윔블던이기에 놀라운 결정이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판정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뜻밖의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6일(현지시각) 러시아와 영국 선수가 맞붙은 여자 단식 16강전. 중계 화면상으론 분명히 영국 선수가 친 공이 라인을 벗어났는데도 ‘아웃’ 판정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판독 시스템이 순간 작동을 멈춘 것입니다. 결국 이 포인트는 무효 처리됐습니다. 러시아 선수가 “점수를 도둑맞았다”고 항의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그는 한번 흔들리자 끌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경기는 러시아 선수가 간신히 이기기는 했지만 승패가 바뀔 뻔했습니다. AI 심판의 말썽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8일 열린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유형이 다른 오작동을 일으켰습니다.
이쯤 되면 “AI가 윔블던에서 씻기 힘든 굴욕을 당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네요. 이번 소동은 스포츠의 경계를 넘어 AI의 존재론적 가치를 둘러싸고 다양한 질문이 쏟아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AI 의존도는 어느 정도의 선이 적절한 것일까. AI의 오류로 생기는 피해는 누가 책임지고 어떻게 구제해야 하는가. AI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결과물을 도출할 우려는 없는 걸까.
AI 대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AI 주도권을 놓고 글로벌 경쟁이 한창입니다. 하지만 AI의 장밋빛 미래에 매몰된 나머지 AI 기술을 인간의 판단과 어떻게 균형 있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인류의 고민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