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 ‘집컴’으로 실행한 일기예보 AI, 슈퍼컴 이겼다
[인공지능 기술] ‘집컴’으로 실행한 일기예보 AI, 슈퍼컴 이겼다
‘집컴’으로 실행한 일기예보 AI, 슈퍼컴 이겼다
8일(현지시간) 허리케인 베릴이 휩쓸고 간 미국 텍사스 베이시티의 한 집 앞에 나무가 뿌리채 뽑혀 쓰러져 있다. AP/연합뉴스 제공
일반 가정용 컴퓨터나 노트북 수준의 사양으로 실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슈퍼컴퓨터보다 허리케인 경로를 정확히 예측해 화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7월 초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베릴’의 경로를 예측한 AI와 슈퍼컴퓨터를 비교하며 미래 기상예보에서 AI의 역할에 대해 조명했다.
7월 초 유럽 중기기상예보센터(ECMWF)와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는 허리케인 베릴의 최종 상륙 위치가 멕시코 부근일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행기, 부표, 우주선 등을 통해 모은 전 세계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거대 슈퍼컴퓨터의 계산을 통해 만든 예보였다.
같은 시기 구글 딥마인드가 만든 일기예보 AI인 그래프캐스트(GraphCast)는 베릴이 텍사스에 상륙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상기관의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작은 컴퓨터에서 구동된 AI 프로그램은 지구 대기에 대해 학습한 내용만을 바탕으로 예보했다.
7월 8일 베릴은 텍사스를 강타해 최소 36명이 사망하고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 AI 프로그램이 거대 슈퍼컴퓨터보다 더 정확하게 허리케인의 경로를 예측한 것이다.
지구의 날씨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예측이 매우 어렵다. 지구 기울기, 흔들림, 바람, 비, 구름, 기온과 기압 등 변수가 많아 앞으로의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거대한 크기의 슈퍼컴퓨터의 계산 능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일기예보는 며칠 후나 몇 시간 뒤 날씨 예측에 실패할 정도로 쉽지 않은 영역이다.
인간의 학습 방식을 모방하는 AI는 특히 ‘패턴 인식’에 강점을 보인다. 측정값과 예측값의 수많은 계산을 수행하는 대신 복잡한 데이터 속에서 인간이 식별하기 어려운 패턴을 찾아내 빠르게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다.
그래프캐스트 연구팀의 수석 과학자인 레미 램은 뉴욕타임스에 “유럽 예보 센터에서 수집한 40년간의 전 세계 기상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AI를 훈련시켰다”며 “슈퍼컴퓨터에서 한 시간 이상 걸리는 10일 예보를 단 몇 초 만에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프캐스트는 AI용으로 설계된 컴퓨터에서 가장 잘 작동하지만 일반 데스크톱 컴퓨터나 노트북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보를 생성하는 데 더 이상 거대 슈퍼컴퓨터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AI는 허리케인 진로를 성공적으로 예측했지만 해일이나 바람 등 다른 기상 요소도 정확히 예측하려면 아직 발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각국 기상 전문가들은 AI 시스템이 슈퍼컴퓨터의 접근방식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 ECMWF는 그래프캐스트뿐 아니라 미국 엔비디아, 중국 화웨이 등 IT 기업에서 만든 AI 예측 프로그램도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도 새로운 AI 프로그램을 평가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