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8월 2021

[새로운 과학 뉴스][생물] 자손 낳는 인공생명체 세계 첫 탄생

[새로운 과학 뉴스][생물] 자손 낳는 인공생명체 세계 첫 탄생

자손 낳는 인공생명체 세계 첫 탄생

2021.03.30 00:00

16169975190448.gif 

미국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가 생명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세포 분열을 통해 자손 번식까지 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인공생명체 ‘JCVI-syn3A’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은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JCVI-syn3A의 세포 분열 과정. NIST/MIT 제공

스스로 생명을 유지할 뿐 아니라 자손 번식까지 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인공생명체가 세계 최초로 탄생했다. 미국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는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매사추세츠공대(MIT) 비트및원자센터와 공동으로 스스로 성장한 뒤 균일하게 분열하는 인공생명체 ‘JCVI-syn3A’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셀’ 29일자에 발표했다.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 연구진은 2016년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유전자 473개로 구성된 단세포 인공생명체 ‘JCVI-syn3.0’를 합성했다. JCVI-syn3.0은 아데닌(A), 구아닌(G), 티민(T), 시토신(C) 등 4종류의 염기를 인공적으로 조합한 염기쌍 53만1000개로 이뤄졌다. 

JCVI-syn3.0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최소한의 유전자만 갖추고 생존할 수 있음을 보여 생명체의 기본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았지만, 자손 번식에서는 크기와 형태가 고르지 못하게 분열하는 등 한계를 드러냈다.  

연구진은 5년간 세포 분열에 관여하는 유전자 7개를 포함해 총 19개의 유전자를 찾아내 JCVI-syn3.0에 추가했다. 그 결과 세포 분열을 일으켜 세대 증식이 가능한 인공생명체 JCVI-syn3A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JCVI-syn3A의 모세포에서 증식한 딸세포는 크기와 형태, 유전자 구성에서 완전히 일치했다.

연구진은 NIST의 특수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살아있는 이를 확인했다. MIT 연구진은 전자현미경 관찰이 진행되는 중에도 JCVI-syn3A에 영양분을 공급해 세포 분열이 계속 일어나도록 돕는 일종의 ‘미니 아쿠아리움’을 설계했다.    

이대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살아있는 생명체는 세포 분열을 통해 모세포와 동일한 딸세포로 증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생명 유지뿐 아니라 증식도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JCVI-syn3A는 진정한 의미의 인공생명체에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JCVI-syn3A는 JCVI-syn3.0에 유전자 19개가 추가돼 유전자가 총 492개이지만, 4000여 개를 보유한 대장균이나 3만 개 수준인 인간 세포와 비교하면 훨씬 ‘슬림’하다. 인공생명체 중에서는 여전히 최소한의 유전자를 보유 있다. 

인공생명체 ‘JCVI-syn3A’의 개념도. 2016년 만든 인공생명체 JCVI-syn3.0에 세포 분열에 관여하는 유전자 7개 등 유전자 총 19개를 추가해 만들었다. NIST/Emily Pelletier 제공

JCVI-syn3A처럼 게놈을 직접 디자인해 인공생명체를 만드는 합성생물학 연구는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공생명체 기술을 이용해 식품, 약물, 연료 등 유용한 물질을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성도 담보된다. 이 책임연구원은 “기존 미생물을 이용해 의약품을 제작하는 경우 인체에 유해한 유전자가 들어있을 수 있어 사용 승인을 얻기가 까다롭다”며 “인공생명체를 이용할 경우 이런 점에서 훨씬 자유롭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합성생물학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지난해부터 박테리오 파지의 게놈을 인공적으로 합성하고 있다. 올해는 KAIST와 공동으로 인공생명체 제작 플랫폼을 구축하는 ‘K-바이오파운드리(Biofoundry)’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 책임연구원은 “무수한 염기 조합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바이오파운드리 로봇을 도입해 인공생명체 설계와 제작을 자동화할 계획”이라며 “DNA 합성 비용이 계속 저렴해지고 있는 만큼 머지 않아 바이오파운드리를 이용해 원하는 미생물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약물을 개발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출처]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5191

 154 total views

29 8월 2021

[새로운 과학뉴스][생물] 인체세포 뚫는 코로나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 생산과정 밝혀졌다

[새로운 과학뉴스][생물] 인체세포 뚫는 코로나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 생산과정 밝혀졌다

인체세포 뚫는 코로나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 생산과정 밝혀졌다

2021.08.25 18:30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제공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을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는 인체 세포에 침입하면 유전체를 복제하고 이 복제된 유전체를 이용해 바이러스 껍데기와 효소가 되는 단백질을 생성한다.

국내 연구팀이 이 과정을 고해상도로 측정해 바이러스의 단백질 생성 효율을 조절하는 새로운 인자를 찾아냈다. 이 인자는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할 때 필요한 ‘스파이크 단백질’ 생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인자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개발이 기대되고 있다.

박만성 고려대 의대 교수와 김윤기 고려대 생명과학과 교수, 백대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인체 세포가 침입한 후 일어나는 유전체 발현 변화의 양상을 측정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5일자에 소개했다.

바이러스가 단백질을 생성하는 것은 2단계 과정을 거친다. 유전체에서 필요한 부위(유전자)의 리보핵산(RNA)만 읽어 일종의 ‘사본’에 해당하는 RNA를 따로 만든다. 유전체에서 단백질을 만들 때 필요한 중간 매개 유전물질인 ‘전사체(mRNA)’다. 유전체가 일종의 ‘바이러스의 종합 설계도’라면 전사체는 ‘불필요한 부분을 뺀 ‘핵심 설계도’ 사본에 해당한다.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장과 장혜식 연구위원, 김동완 연구원팀은 앞서 지난해 4월 ‘전사체’ 전체를 해독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당시 바이러스의 유전체을 해독한 연구는 기존에도 보고된 일이 있지만, 바이러스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와 수, 특성까지 정확히 밝힌 것은 처음이다.

TIS-L의 기능을 저해함으로써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유전자 발현을 교란하여 바이러스의 감염성을 억제하려는 전략에 대한 모식도이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TIS-L의 기능을 저해함으로써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유전자 발현을 교란하여 바이러스의 감염성을 억제하려는 전략에 대한 모식도이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박만성 ·김윤기 ·백대현 교수팀은 전사체 해독에서 더 나아가 ‘번역체’를 해독했다. 번역체는 전사체를 해독해 단백질을 생산하는 과정의 종합적 양상을 뜻한다. mRNA로부터 단백질이 생성되는 번역 과정은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차세대 염기서열해독기술이 활용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감염 후 시간별로 유전체의 번역과 전사 양상을 측정하고, 번역체 지도를 그렸다.

연구팀은 번역체 지도에서 바이러스의 단백질 생성 효율을 조절하는 신규 인자인 ‘TIS-L’을 발굴했다. TIS-L은 코로나19 백신의 주요 표적인 스파이크 단백질을 비롯해 바이러스 단백질들의 번역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대현 교수는 “기존에 연구자들이 잘 주목하지 않았던 지역에서 번역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났다”며 “이를 표적으로 한 치료제 개발의 단초가 될 수 있다.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인간 유전자의 발현 패턴 변화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인체 세포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감염된 후 8시간까지인 감염 초기에 세포 스트레스와 관련한 유전자들이, 그 이후에는 면역 반응과 관련한 유전자들이 크게 반응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병태생리학적 기전을 이해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김윤기 고려대 생명과학과 교수와 박만성 고려대 의대 교수, 백대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한국연구재단 제공

왼쪽부터 김윤기 고려대 생명과학과 교수와 박만성 고려대 의대 교수, 백대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한국연구재단 제공
  •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출처]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8945

 66 total views

24 8월 2021

[사이언스N사피엔스] 방사능의 발견

[사이언스N사피엔스] 방사능의 발견

2021.08.19 12:00

과학자 커플의 대명사인 퀴리 부부. 1906년 피에르가 교통사고로 47세에 사망하면서 마리 퀴리는 힘든 나날을 보냈다. 동아사이언스DB

과학자 커플의 대명사인 퀴리 부부. 1903년 방사능 발견 공로로 베크렐과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피에르는 마차사고로 47세에 유명을 달리했다. 동아사이언스DB

독일의 기계공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빌헬름 뢴트겐은 1895년 진공관과 음극선을 연구하다 우연히 X선을 발견했다. 19세기 중반 이후 진공관과 음극선은 과학자들의 최고의 장난감으로 꼽혀왔다. 많은 과학자들이 미지의 이 신상 아이템을 연구하기 위해 몰려들면서 우연한 과학적 발견들이 쏟아졌다. 프랑스의 앙리 베크렐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뢴트겐이 음극선을 연구하다 전혀 엉뚱한 X선을 발견한 것처럼  X선을 연구하다 전혀 엉뚱한 방사능을 발견했다.

베크렐은 인광체가 X선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인광체는 태양에 노출시켰다가 어두운 곳으로 옮겨도 한동안 빛을 낸다. 이때 X선도 함께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 이를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베크렐은 여러 종류의 인광체를 햇빛에 노출시켰다가 검은 종이로 감싼 사진건판을 곁에 가져다 놓았다. 이 실험에서 베크렐은 예상했던 결과를 얻었다. 사진건판에는 인광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인광체에서 아마도 X선과 비슷한 뭔가가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구리 같은 금속은 통과하지 못했다. 

잇따른 실험에서 베크렐은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 날씨가 흐려 인광체가 충분히 햇빛에 노출되지 않아 시료를 모두 실험실에 보관했는데 얼마 뒤에 보니 사진건판에 뚜렷한 흔적이 남았다. 그 뒤에는 아예 시료를 암실에 두고 결과를 분석했다. 베크렐은 우라늄을 포함한 인광염에서 햇빛 노출여부와 상관없이 사진건판에 흔적을 남기는 결과를 얻었다. 이것이 방사능의 발견으로 1896년의 일이었다. 

방사능(radioactivity)이라는 말을 만든 사람은 폴란드 출신으로 파리 소르본대에 유학 중이던 마리아 스크워도프스카였다, 마리아는 거기서 피에르 퀴리를 만나 결혼(1895년)했고, 이후 마리 퀴리로 더 널리 알려지게 된다.

방사능이란 한 마디로 말해 입자나 파동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성질이나 능력을 말한다. 이때 방출되는 입자나 파동의 흐름을 ‘방사선’이라 하고, 이런 성질을 가진 물질을 ‘방사성 물질’이라 부른다. 보통 불안정한 상태의 원자핵을 가진 원소가 보다 안정적인 상태로 바뀌는 과정에서 방사선을 방출한다. 마리가 X선과는 다른 새로운 현상에 관심을 갖고 역청우라늄광을 연구하던 1890년대 말에는 아직 원자핵 등과 같은 원자의 내부구조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을 때였다. 마리가 박사과정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1897년에야 겨우 영국의 물리학자 조지프 톰슨이 전자를 발견했다. 영국의 물리학자 어니스트 러더퍼드가 원자핵을 발견한 것은 1911년의 일이다. 

마리에게 박사학위 논문 주제로 방사능을 추천한 것은 다름 아닌 베크렐이다. 마리는 역청우라늄광에서 우라늄보다 더 강력한 방사선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그 안에 우라늄보다 더 강력한 방사능을 가진 모종의 원소가 숨어 있음을 뜻한다. 마리는 남편 피에르와 함께 역청우라늄광에서 강력한 방사능을 가진 미지의 원소를 분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각고의 노력 끝에 마리와 피에르는 두 원소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하나는 마리가 자기 조국의 이름을 따서 폴로늄(Po, 84)이라 붙였고 다른 하나는 라듐(Ra, 88)이라 붙였다. 방사능을 발견하고 연구한 공로로 베크렐과 마리와 피에르 부부는 1903년 노벨물리학상을 함께 수상했다.

베크렐이 전체 연구업적에서 2분의 1을 기여한 공로가 마리와 피에르가 각각 4분의 1을 기여한 공로가 인정됐다. 같은 해 마리 퀴리는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리와 피에르가 엄청난 성과를 낸 연구실은 비가 새는 헛간을 약간 개조한 공간이었다. 

마리 퀴리. 1934~1867

마리 퀴리. 1934~1867

하지만 불행히도 1906년 피에르가 마차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길을 건너다 현기증으로 쓰러진 피에르를 마차가 덮쳤는데, 이를 두고 현기증의 원인이 방사선 때문이지 않을까 추측하기도 한다.

1911년 마리는 새로운 두 원소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단독으로 수상했다.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등 세 개의 과학 분야 노벨상 가운데 서로 다른 분야에서 노벨상을 둘 이상 수상한 경우는 아직까지도 마리가 유일하다. 마리를 제외하고는 존 바딘이 같은 학문 분야인 물리학상에서 2회(1956, 1972; 모두 공동), 프레데릭 생어가 화학상에서 2회(1958 단독, 1980 공동), 라이너스 폴링이 화학상(1954년 단독)과 평화상(1962 단독)을 받은 것이 복수 수상자의 전부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설명하겠지만, 마리의 딸인 이렌 졸리오퀴리는 자신의 남편 프레데릭 졸리오와 함께 1935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새로운 방사성 원소를 합성한 공로였다. 그러니까 마리 집안에서만 네 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 셈이다. 부모와 딸과 사위가 노벨상 수상자인 경우는 전무후무하다. 

좌로부터 피에르 퀴리와 큰딸 이렌, 그리고 마리퀴리. 위키미디어 제공

좌로부터 피에르 퀴리와 큰딸 이렌, 그리고 마리퀴리. 위키미디어 제공

방사능이 발견된 뒤에도 한동안은 그 정체나 메커니즘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멀쩡한 시료에서 에너지가 방출되니 에너지보존법칙이 파괴된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에너지는 여전히 보존된다. 원자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필요하다. 이는 20세기로 넘어가야 한다. 방사선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사실은 20세기가 시작되기 전에도 알려져 있었다. 당시에는 그 정체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래서 편의상 알파, 베타, 감마 하는 식으로 불렀다. 지금도 여전히 방사선의 대표주자는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이다. 아마도 동양의 과학자가 이름을 붙였다면 갑·을·병을 썼을지 모르겠다. 

알파선은 양성자 둘과 중성자 둘로 이루어진 헬륨의 원자핵이다. 베타선은 전자이고 감마선은 파장이 아주 짧은 전자기파이다. 감마선의 파장은 X선보다 더 짧다.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이들 방사선이다. 베타선, 즉 전자의 흐름은 얇은 금속판으로도 막을 수 있다. 헬륨 원자핵은 전자보다 수천 배 더 무겁고 더 크다. 그래서 종이 한 장 정도로도 막을 수 있다. 반면 감마선은 투과력이 아주 좋아서 두꺼운 콘크리트나 납덩어리가 필요하다. 알파선은 투과력이 낮아 안심해도 될 것 같지만, 만약 알파선을 내는 방사성 물질이 몸 속으로 들어온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방사선의 내폭에 따른 세포손상 위험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서로 다른 종류의 방사선이 존재함을 확인하고 알파, 베타, 감마라는 이름을 붙인 과학자는 러더퍼드였다. 그는 뉴질랜드 출신의 물리학자로서 장학금을 받고 영국 캐번디시연구소로 갈 수 있었다. 그때는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1895년이다. 러더퍼드는 이듬해 베크렐이 방사능을 발견하자 곧 연구에 착수해 서로 다른 성질의 두 가지 방사선인 알파선과 베타선이 있음을 알아냈다. 

러더퍼드는 그뒤 1898년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의 연구교수로 자리를 옮겼다가 미국 예일대를 거쳐 1906년 다시 영국의 맨체스터대로 돌아왔다. 맥길대에 있는 동안 러더퍼드는 영국 출신의 과학자 프레데릭 소디와 함께 방사능 현상을 심도 있게 연구했다. 그 결과 방사성 원소는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원래와는 다른 원소로 변환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당시로는 대단히 놀랍고도 과감한 주장이었다. 왜냐하면 주기율표의 원소는 결코 변하지 않는 불변의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원소가 이렇게 바뀌는 것은 중세의 연금술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러더퍼드는 소디와 함께 방사능이 자연의 연금술사임을 규명한 셈이다. 

원소의 분열과 방사능 물질의 화학에 관한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1908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어니스트 러더퍼드. 위키미디어 제공

원소의 분열과 방사능 물질의 화학에 관한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1908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어니스트 러더퍼드. 위키미디어 제공

러더퍼드는 방사성 원소가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기하급수로 그 존재량이 줄어듦을 확인했다. 방사능이라는 현상이 어떤 원소에서 입자와 파동의 형식으로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현상이고 그 양은 원래 원소의 총량에 비례하므로 원래의 방사성 원소의 양은 시간에 따라 기하급수로 줄어든다는 사실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이다. 이때 원래 양의 절반이 줄어드는 데에 결리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한다. 갑상선암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아이오딘131의 반감기는 8일이다. 요즘 한창 유명한 삼중수소는 12.3년이다. 스트론튬90은 29년, 세슘137은 30년, 탄소14는 5,730년이다. 염라대왕의 뜻을 담고 있는 플루토늄239의 반감기는 2만4천년이고 천연 우라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라늄238의 반감기는 45억년이다.

러더퍼드는 이 공로로 1908년 노벨화학상을 단독으로 수상했다. 소디 역시 동위원소의 존재를 확인했는데 그 공로가 인정돼 1921년 노벨화학상을 단독으로 받았다. 두 사람은 원자 내부에 화학 반응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보다 훨씬 더 큰 에너지가 있다고 추론했다. 

러더퍼드는 영국으로 다시 돌아온 뒤 역사적으로 유명한 알파입자 산란실험을 통해 1911년 원자핵을 발견했다. 이 업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다시 줘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지금 우리는 원자 안에 전자와 원자핵이 있고, 원자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또 방사능이란 불안정한 원자핵이 각종 방사선을 내놓으면서 보다 안정된 원자핵으로 바뀌는 과정(방사성 붕괴)이라는 사실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러더퍼드가 원자핵을 발견한 것이 겨우 1911년이었으니까 (중성자는 1932년 발견) 러더퍼드와 소디는 원자핵이라는 개념도 없을 때 이미 방사능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방사능 발견과 연구의 선구자였던 베크렐과 퀴리(마리가 아니라)의 이름은 방사능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에 남아 있다. 1베크렐(Bq)은 1초에 원자핵 하나가 붕괴하는 세기이다. 퀴리(Ci)도 기본적으로 베크렐과 다르지 않으나 그 단위가 조금 다를 뿐이다. 즉, 1퀴리는 37기가베크렐(GBq), 즉 370억 베크렐과 같다. 그러니까 1퀴리는 매초 370억 개의 원자핵이 붕괴하는 세기이다. 이처럼 베크렐과 퀴리는 방사성 물질, 즉 방사선을 내는 원인물질의 세기를 측정하는 단위이다. 이와 달리 시버트(Sv)는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단위이다. 베크렐이 같더라도 시버트는 다를 수 있다. 

방사선· 방사능 단위. 한국원자력의학원 제고

방사선· 방사능 단위. 한국원자력의학원 제공

※참고문헌

-The Nobel Prize in Physics 1903. NobelPrize.org. Nobel Prize Outreach AB 2021. Sat. 31 Jul 2021. https://www.nobelprize.org/prizes/physics/1903/summary/

-존 그리빈,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과학》(강윤재·김옥진 옮김), 들녘.
-Nobel Prize facts. NobelPrize.org. Nobel Prize Outreach AB 2021. Sat. 31 Jul 2021. https://www.nobelprize.org/prizes/facts/nobel-prize-facts

-E. Rutherford and F. Soddy, “The Cause and Nature of Radioactivity”, Philosophical Magazine Series 6, 4(1903).

 
 

※필자소개 

이종필 입자이론 물리학자. 건국대 상허교양대학에서 교양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대통령을 위한 과학에세이》, 《물리학 클래식》,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사이언스 브런치》,《빛의 속도로 이해하는 상대성이론》을 썼고 《최종이론의 꿈》, 《블랙홀 전쟁》, 《물리의 정석》 을 옮겼다. 한국일보에 《이종필의 제5원소》를 연재하고 있다.

[출처]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8814

 53 total views

5 8월 2021

[새로운 과학뉴스] [김우재의 보통과학자] 얼마나 많은 논문이 잘못됐을까

[새로운 과학뉴스] [김우재의 보통과학자] 얼마나 많은 논문이 잘못됐을까

[김우재의 보통과학자] 얼마나 많은 논문이 잘못됐을까

2021.07.15 14: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일단 조사는 할 수 있는 만큼 해야 된다고 보고요. 왜냐하면 우리나라 교수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서 아직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부모하고 추억을 쌓는 문제고 내 자식인데 너무 뛰어났다. 이런 식으로 인터뷰하는 교수들이 대부분이고 잘못했다라고 한 사람이 없더라고요. 이건 제 생각에는 처벌 규정이 너무 낮고요. 교수 사회가 가지고 있는 그 어떤 인식이 너무 낮다. 국민들한테 이런 학계가 얼마나 잘못돼 있고 이런 걸 알리기 위해서라도 교육부가 한 20년치 정도 다 조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우재,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중

황우석이 쏘아 올린 학술생태계의 도덕적 해이

학자가 일반 시민보다 청렴하지 않다는건 이제 상식이 됐다. 한국 사회에서 학술논문의 조작이 사회적인 이슈가 된건 2005년 황우석 사태가 시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는 존재하지도 않는 줄기세포로 논문을 쓴 것도 모자라,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했다. 국내의 과학자들도, 해외의 심사위원들도, 황우석 사단 내부의 고발자가 등장하기 전까지 논문조작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논문 조작을 알아낼 확실한 방법은 지금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전히 과학기술 분야에서 논문 조작은 내부 고발이나 누군가의 제보를 통해서만 그 실체를 드러낸다.

얼마나 많은 과학기술 분야의 논문이 조작되었는지 아무도 정확하게 짐작하지 못한다. 하지만 게재된 논문의 철회를 감시하는 사이트인 ‘리트랙션워치’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논문이 게제된 이후 철회되는 비율은 약 0.02% 즉, 1만 편의 논 문 중 약 2 편 정도가 철회되는 정도다. 또한 한 편의 논문이 철회된다고 해서 해당 교신저자가 발표하는 논문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논문이 철회된 교신저자의 다른 철회되지 않은 논문의 인용빈도수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물론 여러번 논문철회를 당한 저자의 경우, 여러가지 학계에서의 제재를 통해 논문출판의 빈도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논문수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향성을 보였다. 즉, 과학기술계의 논문철회는 저자의 논문출판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심각한 정도로 경력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2006년 미국세포생물학 학술지인 ‘세포생물학저널(The Journal of Cell Biology)’은 2002년부터 게재 승인된 논문의 사진을 전수 조사해서 사진 조작의 흔적을 찾고 있다. 그리고 출판이 완료된 논문의 4분의 1에서 하나 이상의 조작의 흔적을 발견했다. 학술지의 연구윤리 지침을 위반하는 사진 편집의 흔적을 가진 논문이 25%나 되었던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논문에 실린 사진은 저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원본 사진에 의해 의혹이 해소됐고  논문의 내용이나 결론을 바꿀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지만, 전체 게재 승인된 논문 중 약 1%의 논문은 명백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아무리 심사위원들이 열심히 논문을 검수해도 저명한 학술지에 실리는 논문의 약 1%는 명백한 논문 조작임에도 출판된다는 뜻이다.

물론 과학기술 논문을 둘러싼 데이터 조작 문제는 뉴턴과 멘델, 그리고 유명한 밀리컨의 기름방울 실험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나타난 주제다. 그리고 과학교과서와 과학의 진보가 증명하듯이, 과학기술계에서의 논문조작은 과학이라는 학문의 방법론적 체계만 제대로 작동한다면 과학이라는 학문의 진보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물론 그건 논문이 과학기술계에서 발표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논문표절이라는 뜨거운 감자

과학기술 분야의 논문조작은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선 논문 표절로 나타난다. 그리고 한국사회는 언젠가부터 고위관료 청문회나 선거철만 되면 논문표절이라는 뜨거운 감자에서 단 한번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표절이 문제가 되는 상당수 논문은 과학기술논문이 아닌 인문사회과학과 예체능계열에서 나타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선후보자 배우자의 학위논문 표절 역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논문이다. 논문표절은 이제 청문회의 단골소재가 된 위장전입처럼 한국의 고위층을 비롯한 학계 전반에 너무나 널리 퍼진 도덕적 해이의 전형적인 사례가 됐다.

논문표절을 찾아내는건 아주 쉬운 일이다. 이제 한국에선 대학생 리포트조차 표절검사기를 돌려야만 제출할 수 있을 정도니, 이번 대선후보의 배우자 논문처럼 논문표절검사가 불가능하던 시절의 논문이 아니라면, 적어도 이제 한국학계에서 논문표절은 불가능한 일이 됐다. 문제는 논문을 둘러싼 도덕적 해이가 다른 문장과 데이터를 베끼는 표절에만 있는게 아니라는 데 있다. 학술생태계에서 논문은 일종의 화폐로 사용된다. 즉, 학계에 종사하는 연구자에게 논문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다. 따라서 모든 연구자는 논문을 출판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하지만 좋은 학술지에 실을 수 있는 논문의 수는 제한되어 있고, 연구자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몇 년전 한국사회를 발칵 뒤집었던 전 법무부장관의 딸이 쓴 논문은, 논문표절이나 조작은 아니지만 저자자격을 두고 큰 문제가 됐고, 거대야당 대표의 아들이 서울대에서 발표한 포스터 역시 고등학생 수준으로 석사학위생이나 할 수 있는 그런 연구의 대표저자가 될 수 있느냐의 여부가 문제가 됐다. 한 명문대 교수는 본인 실험실 대학원생을 시켜 자기 자식의 논문실험을 대신해주었다가 교수직을 박탈당했고, 서울대를 비롯한 한국 교수들이 본인 자식을 논문저자로 등록했다가 들통난 사건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가 됐다. 만에 하나 한국 교수들이 본인 자식이 아니라 친구나 지인의 자식들을 논문 저자로 등재한 것까지 전수조사 한다면, 한국의 교수사회는 풍지박산이 날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논문은 학자들의 학술발표용 도구가 아니라, 무한경쟁 사회 속에서 계급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사용되는 자본주의의 도구가 되어버렸다.

지금 대선후보의 배우자 논문을 매일 공격하는 국회의원들 역시 표절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의 정치인 대부분은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지는 정책자료집을 베끼고 또 베끼는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이렇게 표절로 작성되는 정책자료집은 철회도 되지 않고, 국회의원직 유지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논문표절처럼 국회의원 정책자료집 또한 디지털화해서 표절검사기를 돌려야 한다. 

학문이 당장 실용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학문이 언젠가 사회에 기여하려면, 연구는 진실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학술생태계의 논문은 경쟁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렸고, 논문표절과 데이터조작은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학문이 당장 실용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학문이 언젠가 사회에 기여하려면, 연구는 진실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학술생태계의 논문은 경쟁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렸고, 논문표절과 데이터조작은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학술생태계가 논문의 도덕적 해이에서 벗어나는 방법

도덕적으로 가장 신성해야할 대학이 연구부정행위는 물론 교수의 갑질, 청소노동자 학대에 이르기까지 도덕적으로 타락한 장소가 됐다는 건 매우 처참한 일이다. 문제는 이런 대학의 도덕적 해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는 뉴스에 잠시 분노할 뿐, 이런 문제의 궁극적 해법을 찾는데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학문이 바로 사회를 바꾸지는 않지만 한 사회가 육성한 학문의 저력은 수십년에서 수백년에 걸려 그 사회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가 대학과 학문을 자정시켜야 하는 이유는, 그 곳에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공간이 곧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30대의 나이로 거대야당의 대표가 된 이준석 대표는 시험과 같은 경쟁을 통해 사회에 공정이 자리잡을 수 있다고 믿는 대표적인 능력주의의 신봉자다. 물론 능력주의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학계는 물론 우리의 현실 속에서도 열려 있다. 존 롤스 하버드대 교수는 《공정으로서의 정의》에서 분명히 경쟁을 위한 출발선의 불평등을 지적하고 있지만, 그 출발선이 모두 평등해지길 기다릴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수능이나 학력고사 같은 시험제도야말로 가장 공정한 경쟁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들에게 바로 그 시험의 성적 분포와 학생의 부모가 지닌 경제력 수준과의 밀접한 상관 관계를 보여주는 일은 무의미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제도란 결국 사회 대다수의 구성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리잡아가기 때문이다.

학술생태계에서 논문을 둘러싼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는 원인은 이미 명확하게 알려져 있다. 최근 네덜란드의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의 설문조사는 무려 53%에 달하는 설문참여자들이 자신의 연구과정에 연구진실성 문제가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즉, 절반 이상의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에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고 실토했다는 뜻이다. 물론 네덜란드의 연구자들이 연구진실성에 대해 좀 더 높은 윤리적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지만, 아마 연구진실성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설문조사를 해도, 크게 다른 결론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연구자가 자신의 논문을 표절하거나 조작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경력에 대한 ‘압박’ 때문이다. 학계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두려움, 교수에게 밉보일 것이라는 두려움, 연구비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연구소나 직장에서 해고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등이다. 즉, 가장 청렴해야 할 학계가 가장 비도덕적인 개인들의 집합으로 변해버린 이유는 언제부터인가 학자들이 모두 논문이라는 화폐를 두고 무한경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학계에서 경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공정한 경쟁은 학문의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문화다. 하지만 연구자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지금과 같은 열악한 현실 속에서, 논문의 연구진실성 문제는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있다. 이미 학술 출판의 문제를 통해 살펴보았듯이 논문의 사전심사제도를 없애고 논문을 사후심사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그런 논문출판의 새로운 방식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문제는 학계가 문제의 해결책을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논문의 도덕적 해이를 해결하려면 연구자 개인의 연구윤리를 따지기 전에 학술생태계가 처한 구조적 문제를 철저히 해부하고 송곳 같은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연구재단은 그런 일을 하라고 국민세금으로 만든 공공기관이다. 연구재단이 단발적인 처방이 아니라, 한국의 건강한 학술 생태계를 위해 궁극적인 해결책을 고안할 수 있길 바란다. 

※필자소개 

김우재 어린 시절부터 꿀벌, 개미 등에 관심이 많았다. 생물학과에 진학했지만 간절히 원하던 동물행동학자의 길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포기하고 바이러스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박사후연구원으로 미국에서 초파리의 행동유전학을 연구했다. 초파리 수컷의 교미시간이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신경회로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모두가 무시하는 이 기초연구가 인간의 시간인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다닌다. 과학자가 되는 새로운 방식의 플랫폼, 타운랩을 준비 중이다. 최근 초파리 유전학자가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책 《플라이룸》을 썼다.

[출처]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7991

 95 total views

25 7월 2021

[생물][동물간에서 인간과 같은 전쟁이] 침팬지떼, 고릴라떼 공격해 잡아먹었다…패싸움 최초 목격 [영상]

[생물][동물간에서 인간과 같은 전쟁이] 침팬지떼, 고릴라떼 공격해 잡아먹었다…패싸움 최초 목격 [영상]

침팬지떼, 고릴라떼 공격해 잡아먹었다…패싸움 최초 목격 [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1.07.25 13:07   수정 2021.07.25 15:55

야생 침팬지들이 고릴라들을 공격하는 모습. 유튜브 화면 캡처

야생 침팬지들이 고릴라들을 공격하는 모습. 유튜브 화면 캡처

수십 마리의 야생 침팬지들이 고릴라들을 공격해 죽이는 모습이 독일 연구팀에 의해 처음으로 관찰됐다고 CNN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오스나브뤼크대학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연구진들은 침팬지와 고릴라가 평화롭게 지내왔다는 이전 관찰 결과를 뒤집는 충돌 장면을 목격했다고 지난 1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아프리카 가봉에 있는 로앙고 국립공원에서 침팬지 45마리를 대상으로 상호작용, 도구 사용, 의사소통 등을 관찰해오던 중, 2019년 2월 침팬지들이 무리를 지어 고릴라를 공격하는 모습을 처음 목격했다. 연구팀은 처음 침팬지들이 고릴라 주변에서 휴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잔인한 공격이 이뤄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라라 서든은 “처음에는 침팬지들의 비명만 들렸고 서로 다른 두 침팬지 집단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곧이어 고릴라들의 특징인 가슴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침팬지들이 무리지어 5마리의 고릴라들과 싸우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첫 번째 충돌은 침팬지 27마리와 고릴라 5마리였다. 약 52분간 충돌했다. 새끼 고릴라 1마리가 죽고 침팬지 3마리가 다쳤다. 같은 해 12월 침팬지 27마리와 고릴라 7마리가 79분간 두 번째 맞붙었다. 이 싸움으로 새끼 고릴라 1마리가 죽었고 성인 암컷 침팬지가 죽은 고릴라를 먹기도 했다.
 
막스플랑크연구소의 토비아스 데쉬너 연구원은 “이는 침팬지의 존재가 고릴라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증거이다. 침팬지가 고릴라를 공격하는 놀라운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침팬지와 고릴라는 지금까지 야생에서 평화적으로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오스나브루크 대학의 인지생물학자 시몬 피카는 지금까지 알려진 침팬지와 고릴라들의 행동 양식에 비춰볼 때 이번 공격은 특히 놀랍다고 말했다.

로앙고 국립공원의 침팬지 수컷들. 사진 로앙고 침팬지 프로젝트

로앙고 국립공원의 침팬지 수컷들. 사진 로앙고 침팬지 프로젝트

연구팀은 한정된 먹이를 나눠 먹어야 하는 것이 침팬지들이 고릴라들을 공격하게 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데쉬너는 “식량 자원 공유로 경쟁이 격화되면서 침팬지들과 고릴라들 간에 적대감이 형성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로앙고 국립공원은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의 가봉 해안에 펼쳐져 있는 보호구역으로 코끼리, 물소 그리고 많은 다른 종들의 서식지이다. 이 지역은 심각한 멸종위기종인 서부 로랜드 고릴라의 서식지이다. 침팬지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4113191?cloc=joongang-home-newslistleft#none

 135 total views

10 5월 2021

지 프라임,렙토쿼크…새 입자가 LHC 실험결과 설명할까

지 프라임,렙토쿼크…새 입자가 LHC 실험결과 설명할까

2021.05.10 13:11

B중간자(B0)가 왼편에서 오른쪽으로 날아가며 붕괴할 때 방출되는 입자가 여러 층으로 이뤄진 검출기(LHCb)에 검출되는 모습이다. B중간자가 붕괴되면 전자 또는 뮤온이 같은 확률로 방출된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 이를 뒤집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CERN 제공

B중간자(B0)가 왼편에서 오른쪽으로 날아가며 붕괴할 때 방출되는 입자가 여러 층으로 이뤄진 검출기(LHCb)에 검출되는 모습이다. B중간자가 붕괴되면 전자 또는 뮤온이 같은 확률로 방출된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 이를 뒤집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CERN 제공

3월 23일 온라인으로 열린 한 물리학회(Ren contres de Moriond)에서도 새로운 기본 입자 발견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가능성은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지대 지하에 건설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거대강입자충돌기(LHC)의 4개 검출기 중 LHCb를 이용해 B중간자(B meson)의 붕괴를 관측하던 중 발견됐다. 

B중간자는 6종류의 쿼크 중 바닥 쿼크(bottom quark)를 포함해 총 2개의 쿼크로 이뤄진 입자다. B중간자는 다양한 경로로 붕괴하는데, 그 중 매우 드물게 또 다른 중간자인 K중간자로 붕괴하면 기본입자인 전자와 전자의 반물질인 양전자로 구성된 ‘전자-양전자 쌍’이나, 또 다른 기본입자인 뮤온과 뮤온의 반물질인 반뮤온으로 구성된 ‘뮤온-반뮤온 쌍’이 방출된다. 전자와 뮤온이 방출될 확률은 지금까지 확립된 표준모형 이론에 따라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와 뮤온이 모두 표준모형 상에서 렙톤(경입자)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를 ‘렙톤  보편성(lepton universality)’이라 한다.

그런데 LHCb에서 2014년 렙톤 보편성에 어긋나는 실험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B중간자가 전자로 붕괴된 것이 뮤온으로 붕괴된 경우보다 더 많다는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렙톤 보편성이 틀렸다는 것은 곧 현재의 표준모형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LHCb 연구팀은 이후 2015~2018년 데이터까지 모두 종합해 재검토한 결과를 3월 말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발표했다. B중간자가 전자로 붕괴하는 경우는 뮤온으로 붕괴하는 경우보다 15% 더 많았다.

통계적 유의성은 3.1 시그마였다. 이는 측정값이 우연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약 1000분의 1이라는 뜻으로, 학계에서는 ‘증거’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다. 

LHCb 연구팀은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나는 ‘지 프라임(Z prime)’이라는 새로운 입자의 존재 가능성이다. 지 프라임은 힘을 전달하는 운반체로 힘의 크기가 극도로 약해 지금까지 흔적이 보이지 않았지만, 전자와 뮤온에 다르게 상호작용하는 입자일 수 있다. 또 하나는 ‘렙토쿼크(leptoquark)’라는 새로운 입자다. 이 입자는 동시에 쿼크와 렙톤으로 붕괴하는 특성을 가졌을 수 있다. 또는 단순히 표준모형을 일부 보완해야 할 수도 있다.

이번 연구결과가 과학적 발견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통계적 유의성이 5 시그마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 LHC 뮤온압축솔레노이드(CMS) 검출기를 이용해 입자물리학 연구를 진행 중인 양운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앞선 뮤온 자기모멘트 측정 실험값과 이번 B중간자 붕괴 실험값이 둘 다 이론과 어긋난 이유는 미지의 새로운 입자 때문일 수도 있지만, 서로 다른 요인 때문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LHCb는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거쳐 2022년부터 재가동 될 예정이다. arXiv: 2103.11769

  • 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6445

 181 total views,  3 views today

3 5월 2021

[알아봅시다][물리학][사이언스N사피엔스] 아인슈타인의 생애 가장 행복했던 생각

[알아봅시다][물리학][사이언스N사피엔스] 아인슈타인의 생애 가장 행복했던 생각

[사이언스N사피엔스] 아인슈타인의 생애 가장 행복했던 생각

2021.04.29 18:09

등가원리의 이런 성질을 가장 잘 드러낸 영화가 ′인셉션′이다. 사람의 꿈을 조작한다는 내용의 이 영화에서는 꿈의 층위가 여러 단계로 나뉘어있다. 디스테이션/네이버영화 제공

등가원리의 성질을 가장 잘 드러낸 영화가 ‘인셉션’이다. 디스테이션/네이버영화 제공

1905년 특수상대성 이론을 완성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후 이에 부합하는 중력이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알려진 중력이론은 당연히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다. 아인슈타인은 만유인력의 법칙에 불만이 있었다. 자신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이 우주에서는 그 어떤 물리적 신호도 빛보다 빠를 수 없다. 만유인력의 법칙에서는 질량이 있는 두 물체가 즉각적으로 중력을 느낀다. 즉, 만유인력은 즉각적인 ‘원격작용(action at a distance)’ 이론으로 특수상대성이론과 잘 맞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새 이론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이에 부합하는 새로운 중력이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지 2년이 지난 1907년 아인슈타인은 새 중력이론으로 향하는 중요한 돌파구를 찾았다. 바로 ‘등가원리(equivalence principle)’이다. 등가원리란 한마디로 관성력과 중력이 동등하다는 원리이다. 아인슈타인은 훗날 “생애 가장 행복했던 생각(the happiest thought of my life)이었다”고 회고했다.

관성력이란 가속 운동 때문에 생기는 가상의 힘이다. 버스가 갑자기 출발하면 몸이 뒤로 젖혀진다거나 모퉁이를 돌 때 바깥으로 쏠리는 것은 우리 몸이 원래 운동하던 관성을 유지하려는 성질 때문에 힘(관성력)을 받기 때문이다. 관성력은 정지좌표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작용하지 않는다. 아무리 버스가 급출발하거나 모퉁이를 돌아도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에게는 (중력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 버스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일 때에는 버스 안에서도 관성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관성력은 오직 버스의 속도가 바뀌었기 때문에 생긴다. 

버스가 모퉁이를 도는 운동과 같은 원운동 또한 가속운동이다. 속도는 크기와 방향을 함께 갖는 양(벡터)이다. 원운동은 운동의 방향이 매순간 바뀌기 때문에 가속운동이다. 원운동은 고대 플라톤 이래로 이 우주의 가장 자연스러운 운동으로 간주되었다. 근대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갈릴레오조차도 행성의 궤도는 타원이라는 케플러의 법칙을 외면했고, 원운동은 관성의 법칙이 적용되는 등속운동으로 생각했다. 경험적으로 우리는 원운동을 할 때 바깥으로 쏠리는 힘, 즉 원심력을 느낀다. 원심력도 관성력의 일종이다. 세탁기의 탈수기능이나 실험실의 원심분리기도 모두 원심력을 이용한다.

사람의 꿈을 조작한다는 내용의 이 영화에서는 꿈의 층위가 여러 단계로 나뉘어있다. 디스테이션/네이버영화 제공

사람의 꿈을 조작한다는 내용의  영화 ‘인셉션’ 에서는 꿈의 층위가 여러 단계로 나뉘어있다. 디스테이션/네이버영화 제공

관성력이 중력과 등가라는 원리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매일 겪는 일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엘리베이터가 위로 움직이는 순간 우리 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이는 엘리베이터가 위쪽 방향으로 순간적으로 가속운동(정지상태에서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속도의 크기가 바뀌었다.)을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사람은 가속운동의 반대방향, 즉 아래쪽으로 관성력을 받는다. 엘리베이터 안의 탑승객은 아래쪽으로 당기는 힘이 더해졌으므로 자신의 몸무게가 더 늘어난 것으로 느낀다.  

만약 엘리베이터는 정지해 있고 갑자기 탑승객의 몸무게나 지구의 질량이 늘어났다면 어떻게 될까?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르면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은 각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한다. 즉 각 물체의 질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비례해서 중력이 커진다. 탑승객의 질량 또는 지구의 질량이 늘어나면 탑승객은 그만큼 아래쪽으로 당겨지는 힘을 더 크게 느낀다. 

등가원리란 탑승객의 입장에서 엘리베이터가 위로 가속하는지 중력이 강해졌는지를 구분할 길이 없다, 즉 그 두 효과는 동등하다는 원리이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갈 때는 어떨까? 이때는 관성력이 위쪽을 향하므로 순간적으로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상황을 좀 극단으로 활용한 놀이기구가 자이로드롭이다. 자이로드롭은 사람들을 높은 곳까지 끌어올려 안전하게 자유낙하시키는 놀이기구이다. 물체가 자유낙하하면 지구를 향해 중력가속도의 크기로 가속된다. 이에 따른 관성력은 위쪽을 향한다. 이때 관성력의 크기는 가속도의 크기에 물체의 질량을 곱한 값과 같은데, 이는 정확하게 지구가 물체를 당기는 중력의 크기와 일치한다. 그 결과 자유낙하하는 물체에는 중력과 관성력이 상쇄돼 아무런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 즉, 무중력상태가 된다. 자이로드롭이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내장이 들리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자유낙하를 하는 동안에는 우리 신체에 늘 작용하던 중력이 관성력에 의해 지워졌기 때문이다. 

등가원리란 탑승객의 입장에서 엘리베이터가 위로 가속하는지 중력이 강해졌는지를 구분할 길이 없다, 위키피디아 제공

등가원리란 탑승객의 입장에서 엘리베이터가 위로 가속하는지 중력이 강해졌는지를 구분할 길이 없다, 위키피디아 제공

자유낙하하는 사람의 관점에서는 자신은 아무런 힘도 작용하지 않는 무중력상태에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고, 엄청난 크기의 돌덩어리(지구)가 매초 초속 9.8m씩 속도를 증가시키며 자신에게 다가올 뿐이다. 반면 땅에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는 관성력이 작용하지 않는다. 오직 중력만 작용할 뿐이어서 자유낙하하는 사람은 매초 초속 9.8m씩 속도가 커지면서 지면으로 돌진한다. 

자유낙하의 한 특이한 경우가 지구궤도를 도는 위성이다. 달이든 인공위성이든 우주정거장이든 일찍이 뉴턴이 지적했듯이 이 모두는 지구를 향해 끝없이 추락하는 사과와도 같다. 지구 주위를 도는 물체에게는 궤도 바깥을 향하는 원심력이 작용한다. 이 힘의 크기는 지구가 물체를 당기는 중력과 정확하게 똑같다. 그 때문에 위성의 궤도가 유지된다. 따라서 위성 자체에는 아무런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 우주정거장이 무중력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등가원리의 이런 성질을 가장 잘 드러낸 영화가 ‘인셉션’이다. 사람의 꿈을 조작한다는 내용의 이 영화에서는 꿈의 층위가 여러 단계로 나뉘어있다. 영화 속 꿈의 1단계에서 픽업트럭이 강으로 자유낙하하는 장면이 있다. 그 순간 트럭 안에 모든 승객은 차량과 함께 무중력상태가 된다. 재미있게도 바로 이 순간 호텔에서 진행되는 꿈의 2단계에서도 모든 세상이 무중력상태로 변한다. 자유낙하하면서 무중력상태에 빠진 꿈의 1단계의 사람들이 다시 꿈을 꾸면 그 2단계 꿈속의 세상에서 중력이 지워진다는 기발한 발상이 영화적으로 아주 훌륭하게 구현되었다. 

영화 속에서 등가원리가 구현된 또 다른 사례가 우주선 속에서의 중력이다. 우주선이 지구 궤도를 돌고 있거나, 주변에 중력을 발휘할 무거운 천체가 하나도 없는 텅 빈 우주공간을 비행하고 있을 때는 우주선 안이 무중력상태이다. 잠시 몇 초, 몇 분 동안이라면 자이로드롭에서처럼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그런 상태를 즐겨보고 싶겠지만, 며칠을 무중력의 환경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대단히 불편한 일이다. 어쨌든 우리는 한쪽 방향으로 일정한 힘이 작용하는 생태계에서 출현해 오랜 세월 진화하고 적응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랜 시간 우주선 안에서 보내야 할 우주비행사를 위해 인공의 중력을 만들어 지구 표면에서와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2014,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듀어런스 호. 네이버영화 제공

영화 속에서 등가원리가 구현된 또 다른 사례가 우주선 속에서의 중력이다. 영화 ‘인터스텔라(2014,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듀어런스 호. 네이버영화 제공

가장 간단하게 인공중력을 만드는 방법은 우주선을 빙빙 돌리는 것이다. 우주선에 원형의 구조물을 만들어 빙빙 돌리면 그 회전에 의한 원심 가속도가 중력가속도와 같게 만들 수 있다. 우주비행사가 그 구조물의 바깥쪽에 발을 디디면 지구 표면에서와 똑같은 중력환경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주비행사에게는 우주선의 일부 구조물이 회전하는지 지구 같이 무거운 천체가 중력으로 당기고 있는지를 구분할 능력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설령 신이 있다 하더라도, 신조차 이 둘을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 등가원리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영화 속의 수많은 우주선들은 빙빙 도는 구조물을 갖고 있다. 고색창연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부터 ‘인터스텔라’의 인듀어런스호, ‘마션’의 헤르메스호, ‘엘리시움’의 우주구조물까지 똑같은 원리가 적용되었다. 물론 ‘스타워즈’나 ‘승리호’의 우주선과 우주구조물에서는 회전하는 장치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우리가 아직 잘 모르는 새로운 중력의 원리를 적용해 손쉽게 중력을 발생시켰기 때문이리라. 

등가원리가 왜 성립하는지에 대해서 아직 우리는 근본적인 이유를 잘 모른다. 엄밀하게 증명하거나 보다 근본적인 원리로부터 유도하지는 못해도 그냥 그러해야 할 것 같고 실제 실험적으로도 잘 성립할 뿐이다. 최근에는 등가원리가 어디까지 성립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인공위성에 시료를 담아 우주에서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는 약 100조 분의 1의 정밀도에서도 여전히 등가원리가 깨지지 않았다.

인공 중력 실험 준비모습. ESA 제공

인공 중력 실험 준비모습. ESA 제공

보통 사람들은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우주선까지 띄워서 그렇게 미세한 실험을 하려고 할까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게 과학자들이 하는 일이다. 그 어떤 위대한 법칙이라도 정말로 모든 상황에서 성립하는지, 얼마의 정밀도까지 확인할 수 있는지를 끝까지 파고든다. 만유인력의 법칙만 해도 태양계 정도의 규모에서는 그 정확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은하 이상의 거대규모나 분자 수준의 아주 미시적인 세계에까지 정확하게 작동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실제로 학계에서는 ‘수정 뉴턴 동역학(MOND)’이론을 도입해 우주에서의 각종 현상을 설명하려는 노력도 없지 않다. 

만약 1000조 분의 1의 정밀도에서 등가원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혀지면 어떻게 될까? 우선 그 사실을 입증한 연구진은 당연히 노벨상을 받을 것이다. 아마도 이점에 의견을 달리할 물리학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 다음 수순으로 등가원리에 기초한 일반상대성이론을 능가하는, 보다 포괄적이며 새로운 이론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인슈타인이 완전히 틀린 것인가, 일반상대성이론은 포기해야 하는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그 답은 부정적이다. 1천조 분의 1의 정밀도에서 성립하지 않는다면 뒤집어서 말해 등가원리가 그보다 낮은 정밀도에서 매우 잘 작동한다는 의미이다. 일반상대성이론도 그 정도까지의 정밀함을 요구하지 않는 수준에서는 매우 잘 작동한다는 뜻이다. 다만 일반상대성이론이 그보다 더 근본적인 어떤 새로운 이론의 근사적인 이론일 뿐임이 드러난 것이다. 새 이론은 보다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이론으로서 일반상대성이론을 자신의 한 극한적인 상황에서의 이론으로 포함하게 될 것이다. 물론 아직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만약 현실이 된다면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그래서 과학자들은 확립된 법칙이라 하더라도 끊임없이 검증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과학은 이런 식으로 발전해 나간다. 

1925년의 아인슈타인. 위키미디어 제공

1925년의 아인슈타인(오른쪽). 위키미디어 제공

※참고자료

-A. Einstein, The Collected Papers of Albert Einstein, Vol.7: The Berlin Years: Writings, 1918-1921 (English translation supplement) Page 136,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2; https://einsteinpapers.press.princeton.edu/vol7-trans/152

-Pierre Touboul et al 2019 Class. Quantum Grav. 36 225006; DOI: 10.1088/1361-6382/ab4707.

※필자소개 

이종필 입자이론 물리학자. 건국대 상허교양대학에서 교양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대통령을 위한 과학에세이》, 《물리학 클래식》,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사이언스 브런치》,《빛의 속도로 이해하는 상대성이론》을 썼고 《최종이론의 꿈》, 《블랙홀 전쟁》, 《물리의 정석》 을 옮겼다. 한국일보에 《이종필의 제5원소》를 연재하고 있다.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6186

 199 total views

15 4월 2021

[물리학][우주최대속도] [사이언스N사피엔스] 이 우주의 속도제한, 그리고 E=mc²

[물리학][우주최대속도] [사이언스N사피엔스] 이 우주의 속도제한, 그리고 E=mc²

[사이언스N사피엔스] 이 우주의 속도제한, 그리고 E=mc²

2021.04.15 17:42

이탈리아 그란사소의 지하실험실에 설치된 거대한 중성미자 검출장치. 오페라 제공

이탈리아 그란사소의 지하실험실에 설치된 거대한 중성미자 검출장치. 오페라 제공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상대적인 운동에 대해 물리법칙과 광속이 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 대가로 시간과 공간이 변한다. 특히 광속이 그 어떤 상대적인 운동에 대해서도 항상 불변이라는 조건은 우리의 직관경험과 상반되면서도 굉장히 강력한 조건이다. 상대성이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궁금할 것이다. 가령 주행 중인 자동차가 전조등을 켰을 때 그 빛의 속도는 광속에 자동차의 속도가 더해지지 않고 그냥 광속일 뿐이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적인 운동을 어떻게 하더라도 광속이 항상 광속인 그런 수학적인 해법을 찾아낸 것이고 그게 바로 특수상대성이론이다.

문제는 우리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속도의 셈법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앞선 회차에서 이미 말했듯이 상대적인 운동을 할 때에는 물체의 속도에서 움직이는 좌표계의 속도를 빼 주면 그 좌표계에서의 물체의 속도를 구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일상의 경험과 일치한다. 이 셈법에서는 빛과 반대방향으로 광속으로 날아가면서 빛을 관측하면 그 빛은 광속의 2배로 진행해야 한다. 1+1=2가 되는 것과 똑같다. 광속불변에 따르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이 경우에도 광속은 여전히 광속이다. 광속불변이 지켜지는 상대성이론에서는 속도를 더할 때 1+1=2가 아니라 1+1=1의 셈법이 작동한다. 원래 우리가 알던 1+1 이라는 계산법에서는 분모에 아무것도 없지만 특수상대성이론의 정확한 셈법에서는 분모가 조금 복잡해진다. 그 복잡한 분모 때문에 1+1=1의 결과가 나온다. 관련된 속도들이 광속에 비해 작은 값이면 복잡한 분모는 거의 1에 가깝기 때문에 우리의 일상경험과 거의 일치하는 결과가 나온다. 또한 정확한 셈법에서는 아무리 상대속도를 더하더라도 광속을 넘어서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가령 자동차가 동쪽으로 광속의 90%로 달려가고 홍길동이 서쪽으로 광속의 80%로 달려간다면, 고전역학에서는 홍길동이 자동차가 광속의 170%로 달려가는 것으로 관측한다. 특수상대성이론의 새롭고 정확한 계산법에 따르면 분모가 복잡해져서 1+0.9*0.8=1.72의 값을 나눠줘야 한다. 즉, 홍길동이 관측한 자동차의 속력은 광속의 1.7/1.72=98.8% 밖에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셈법에서는 그 어떤 상대속도의 조합도 광속을 넘지 않는다. 물체의 운동에 대한 역학적인 분석을 해 보면 질량을 가진 물체의 속도가 점점 커지면 그 운동에너지도 점점 커지며, 물체의 속도가 광속에 가까이 다가가면 운동에너지는 무한대로 발산한다. 즉, 질량이 있는 물체를 광속으로 가속하려면 무한대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한편 질량이 없는 물체는 빛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광속으로 진행한다. 따라서 광속은 정말 이 우주의 특별한 물리상수이면서, 우리 우주에서 물리적인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제한속도로 작용한다.

광속이 궁극적인 제한속도라는 사실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2021년 현재 우리 인류가 알고 있는 과학지식으로는 광속을 넘어서는 물리적 신호는 없다. 이론적으로도 그렇고 실험적으로도 그렇다. SF 영화에서는 우주선들이 수시로 초광속 비행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의 과학이 전제돼야 한다. 상대성이론과 함께 현대물리학을 떠받치는 또 다른 기둥인 양자역학에서는 상대성이론보다 훨씬 더 신묘한 현상들이 많다. 그러나 아무리 신묘한 양자역학적 현상이 있다 하더라도 광속제한은 여전히 극복할 수 없다. 양자역학의 가장 신기한 현상이라는 얽힘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입자의 양자역학적인 상태가 즉각적으로 결정된다. 이를 이용한 양자전송을 흔히 ‘순간이동’이라 표현하면서 초광속으로 즉시 물리적인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듯이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제아무리 양자얽힘이 날고 기어도 광속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다.

지난 2011년 중성미자라는 소립자의 성질을 연구하는 OPERA(Oscillation Project with Emulsion-tRacking Apparatus) 연구진이 초광속으로 비행하는 중성미자를 관측했다고 학계에 보고해 큰 파장이 일었다.

국제 중성미자 실험그룹인 오페라(OPERA)의 중성미자 속력측정 실험 개념도. 스위스 세른(CERN)에서 생성된 뮤온 중성미자 빔이 730킬로미터 떨어진 이탈리아 그란사소 지하실험실에서 검출된다. 오페라 제공

국제 중성미자 실험그룹인 오페라(OPERA)의 중성미자 속력측정 실험 개념도. 스위스 세른(CERN)에서 생성된 뮤온 중성미자 빔이 730킬로미터 떨어진 이탈리아 그란사소 지하실험실에서 검출된다. 오페라 제공

이 실험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럽원자핵연구소(CERN)에서 중성미자 빔을 쏘아 이탈리아의 그랑사소에 있는 검출기에서 관측하는 실험이었다. 중성미자는 질량이 거의 없고 다른 어떤 물질과도 물리적인 반응을 거의 하지 않는 유령 같은 입자이다. 중성미자의 비행거리는 약 730킬로미터였고 비행거리와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해 GPS까지 동원했다. 이 실험에서 1만6천여 개의 중성미자를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빛보다 약 61나노초 빨리 비행한 것으로 관측되었다. 이 실험의 측정오차는 거리가 약 20cm, 시간은 약 10나노초에 불과했다. 61나노초면 극히 미세한 차이이지만 전 세계 과학자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만약 이 결과가 사실이라면 현대물리학의 토대가 바닥부터 허물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OPERA의 결과에 회의적이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많은 다른 중성미자 실험들과 비교해도 초광속의 결과를 믿기 어려웠다.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성이론을 조금씩 확장해 중성미자의 초광속 비행을 설명하려는 노력도 적지 않았다.

OPERA 연구진은 후속실험과 함께 혹시나 있을지 모를 실험상의 오류나 오차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가 이듬해에 마침내 GPS 위성신호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광케이블이 느슨하게 연결된 것을 발견했다. 이 때문에 생긴 시차가 약 73나노초였다. 결국 OPERA의 초광속 중성미자는 이렇게 헤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2012년 6월, 그랑사소에 있는 실험그룹의 대표자가 중성미자의 비행이 광속제한과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광속제한을 말할 때면 늘 등장하는 반대제안이 있다. 엄청나게 튼튼한 쇠막대를 준비해서 예컨대 제네바와 그랑사소를 연결한다. 기술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는 따지지 않는다. 마찰력 등도 없다고 가정한다. 제네바에서 충분히 큰 힘으로 쇠막대의 끝을 밀면 그랑사소에서 즉각적으로 (60나노초도 걸리지 않고) 그 신호를 받지 않을까? 아주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쇠막대의 한쪽 끝에 전해진 충격은 쇠막대를 구성하는 분자들을 통해 전달된다. 그런데 분자들 간의 결합은 기본적으로 전자기력이며 전자기력을 매개하는 주역은 다름 아닌 빛이다. 따라서 쇠막대를 통한 신호전달도 광속을 넘어설 수는 없다. 

상대성이론의 트레이드마크는 역시 E=mc²이다. 여기서 E는 에너지, m은 물체의 질량, 그리고 c는 광속이다. 따라서 이 식은 질량과 에너지가 같다는 뜻이다. 다만 그 변환인자가 광속의 제곱일 뿐이다. 보다 일반적인 식은 아래와 같다. 

만약 물체가 정지해 있다면 운동에너지 T=0이 된다. 그 결과가 E=mc²이다. 그러니까 E=mc²은 정지해 있는 물체가 가지는 에너지이다. 이런 개념은 고전역학에 존재하지 않는다. 질량 자체가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는 사실은 상대성이론의 놀라운 결과이다. 그 놀라운 결과는 20세기 핵에너지의 발견과 개발, 핵무기 투하로 우리 모두가 목격했다. 우라늄 같이 무거운 원자핵이 중성자를 흡수하면 바륨과 크립톤 같은 더 가벼운 입자로 쪼개진다. 이 과정에서 반응 전후의 질량차이만큼이 에너지로 전환된다. 우라늄의 경우 원자핵당 원래 질량의 약 0.1% 정도가 에너지로 방출된다. 이 값이 매우 작아 보이지만 통상적인 화학반응(연소나 폭발 등)에서 나오는 에너지보다 수백만 내지 수억 배 더 크다. 원자핵이 분열할 때 이렇게 큰 에너지가 나오는 것은 질량결손이 에너지로 전환된다는 상대론적 결과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 이로써 인류는 역사상 전례 없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손에 넣게 되었고 이를 활용한 전쟁무기는 전쟁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었다. 가장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멸망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가능성은 (고의적이든 우연적이든) 핵전쟁이다. 이 엄청난 에너지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남겼다.

“3차 세계대전에 어떤 무기가 등장할지 나는 잘 모른다. 다만 4차 세계대전에서는 막대기와 돌멩이로 싸우게 될 것이다.”

상대성이론은 단어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흔히 철학에서의 인식론적 상대주의와 혼동되곤 한다. 상대주의는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진리 또는 진실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언뜻 생각하면 상대성이론에도 비슷한 면이 있다. 상대적인 운동에 따라 시간과 공간이 달라지고 동시성이 달라지고 눈에 보이는 현상이 달라진다. 그러나 상대성이론의 요점은 달라지는 현상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운동함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요소, 즉 불변인 요소이다. 그것이 물리법칙과 광속이다. 상대주의의 언어로 말하자면 사람들이 처한 상황이 다르더라도 항상 성립하는 진실의 기준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상대성이론은 상대주의와 정반대의 철학을 갖고 있는 셈이다. 

상대성이론은 20세기 초반 미술의 큐비즘, 즉 입체파에도 영향을 주었다. 대표적인 인물은 그 위대한 피카소이다. 그의 유명한 그림인 ‘아비뇽의 처녀들’이나 ‘우는 여인’ 등을 보면 한 평면에 여러 시점에서 바라본 사람과 사물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는 그 이전까지 서양화를 지배했던 원근법을 근본적으로 파괴한 것이다. 피카소를 포함한 입체파는 상대성이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당시의 화가들이 상대성이론을 세세하고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했겠지만 시공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접근은 피카소를 포함해 화가들이 공간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데에 큰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2차원 평면에 3차원 공간의 정보를 모두 온전하게 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입체파는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20세기 초반의 혁신적인 도전이었다. 

입체파의 그림을 상대성이론의 언어로 말하자면, 보는 관점에 따라 사람과 사물의 모습이 달라 보이지만, 예컨대 ‘우는 여인’이라는 실체는 변함이 없다. 상대성이론은 시점에 따라 다른 모습에 관한 이론이 아니라, 시점에 따라 다른 모습이 보이더라도 그와 상관없이 항상 똑같은 실체(물리법칙과 광속)에 관한 이론이다. 

우는 여인(통곡하는 여인), 파블로 피카소 1937년작.

우는 여인(통곡하는 여인), 파블로 피카소 1937년작.

※참고자료

-The OPERA collaboration., Adam, T., Agafonova, N. et al. Measurement of the neutrino velocity with the OPERA detector in the CNGS beam. J. High Energ. Phys. 2012, 93 (2012). https://doi.org/10.1007/JHEP10(2012)093

-“OPERA experiment reports anomaly in flight time of neutrinos from CERN to Gran Sasso” (Press release). CERN. September 23, 2011.

-Calaprice, Alice (2005). The new quotable Einstein. Princeton University Press. p. 173. ISBN 0-691-12075-7

 

※필자소개 

이종필 입자이론 물리학자. 건국대 상허교양대학에서 교양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대통령을 위한 과학에세이》, 《물리학 클래식》,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사이언스 브런치》,《빛의 속도로 이해하는 상대성이론》을 썼고 《최종이론의 꿈》, 《블랙홀 전쟁》, 《물리의 정석》 을 옮겼다. 한국일보에 《이종필의 제5원소》를 연재하고 있다.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5701

 237 total views,  1 views today

1 4월 2021

[알아봅시다][물리학][시공간] [사이언스N사피엔스]시간과 공간이 아닌 시공간

[알아봅시다][물리학][시공간] [사이언스N사피엔스]시간과 공간이 아닌 시공간

[사이언스N사피엔스]시간과 공간이 아닌 시공간

2021.04.01 18:17

아인슈타인은 한때 시공간의 구조를 다르게 생각하자고 제안했다. 어떻게 하면 시간여행이 가능하게 될지 상상하고 상대성이론과 충돌하지 않는 논리와 개연성을 타진했다. 영화 백 투 더  퓨처 스틸 컷

아인슈타인은 한때 시공간의 구조를 다르게 생각하자고 제안했다. 어떻게 하면 시간여행이 가능하게 될지 상상하고 상대성이론과 충돌하지 않는 논리와 개연성을 타진했다. 영화 ‘백 투 더 퓨처’ 스틸 컷

‘상대성 이론’이 상대적으로 운동하는 두 관측자가 이 우주를 똑같이 볼 것인가에 관한 이론이라고 소개한 일이 있다. 여기서 ‘똑같음’의 기준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식의 고전적인 상대론에서는 간단하게 상대적인 속도만큼 더하거나 빼면 움직이는 좌표계에서의 운동도 쉽게 기술했다. 고전 상대론이 기술하는 현상은 우리의 직관적인 경험과 일치한다. 조금 다르게 말하자면, 고전 상대론에서는 눈에 보이는 현상이 똑같음의 기준이다.

눈에 보이는 현상이 똑같으려면 그 현상의 배경이 되는 시간과 공간이 항상 똑같으면 된다. 이것이 고전적인 뉴턴 역학에서의 절대적인 시간과 공간이다. 서로 상대적으로 운동하는 두 좌표계에 대해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으로 똑같다. 이는 굳이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암묵적으로 당연하게 여겨 온 사실이었다. 

천재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 모든 것을 뒤집었다. 아인슈타인에게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현상이나 절대적인 시간과 공간이 아니었다. 아인슈타인에게는 물리법칙과 광속이라는 물리상수가 더욱 중요했다. 그 결과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상대성이론을 만들 때에는 상대적으로 운동하는 두 관측자에게 물리법칙과 광속이 똑같을 것을 요구했던 것이다. 이 두 가지가 특수상대성이론의 두 가정이다. 

물리법칙이야 그렇다 치고, 광속이 똑같음의 절대적인 기준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아인슈타인은 고전 전자기학과 자신의 사고실험을 통해 광속은 물리학에서 아주 독특한 지위(모든 관성좌표계에서 항상 같은 값을 가진다는)를 가지고 있음을 간파했다. 달리 말하자면 광속은 우리 우주의 본질적인 속성을 담지하고 있는 물리상수이다. 즉, 광속은 ‘우주 본연의 언어’인 셈이다. 

반면 시간과 공간은 인간의 언어이다. 인간 자신의 편의를 위해 만든 개념들이다. 인간의 편의를 위한 개념이 우주의 본질을 담지하고 있을 이유는 없다. 인간 자체가 우주에서 그리 중요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의 인식에서도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서 밀려난 것이 벌써 수백 년 전의 일이다. 그래도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은 꽤 쓸모가 있어서 적어도 아인슈타인 이전까지는 이 자연과 우주를 과학적으로 기술하는 데에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우주를 정확하게 기술하려면 역시 우주 본연의 언어를 이용해야 한다. 아인슈타인이 위대한 이유는 우주를 기술할 때 인간의 언어를 버리고 우주의 언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 언어는 바로 광속이었다. 그러니까 똑같음의 기준이 바뀐 것은 인간 중심에서 자연 중심으로 바뀐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광속은 빛의 속력으로, 대략 말하자면 빛이 이동한 거리를 그 동안 걸린 시간으로 나누면 구할 수 있다. 즉, 광속이라는 개념에는 시간과 공간이 함께 들어가 있다. 이는 광속이라는 우주의 언어를 시간과 공간이라는 인간의 언어로 ‘번역’ 또는 ‘해석’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갈릴레오와 뉴턴 이래 고전물리학이 한 일은 대체로 이런 방식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이것을 뒤집었다. 우주를 정확하게 기술하려면 우주 본연의 언어를 이용해야 한다. 즉, 시간과 공간이 아니라 광속을 중심에 놓고 자연을 기술해야 한다. 따라서 시간과 공간으로 광속을 이해할 것이 아니라, 광속을 중심으로 시간과 공간을 ‘번역’하고 ‘해석’해야만 한다. 광속불변이라는 특수상대성이론의 두 번째 가정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이것이다. 

이렇게 광속 중심의 관점에서 다시 자연을 바라보면 놀라운 일들이 생긴다. 

1931년 윌슨 산 천문대를 방문한 아인슈타인(왼쪽)이 후커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때 아인슈타인은 52세였다. 동아사이언스DB

1931년 윌슨 산 천문대를 방문한 아인슈타인(왼쪽)이 후커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때 아인슈타인은 52세였다. 동아사이언스DB

첫째, 앞서 말했듯이 광속이라는 개념에는 시간과 공간이 함께 들어가 있다. 따라서 상대적인 운동이 어떠하든 광속이 불변이려면 상대적인 운동에 따라 시간과 공간이 따로따로 놀 수가 없고 모종의 방식으로 서로 얽혀들어야만 한다. 이는 고전역학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고전역학에서는 시간은 시간이고 공간은 공간일 뿐으로 각각은 서로 독립적이다. 그러나 상대성이론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서로 독립적이지 않다. 이들은 하나의 ‘시공간’을 형성해 서로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어야만 한다. 그 결과 상대성이론에서는 1차원의 시간과 3차원의 공간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이들이 하나로 합쳐진 ‘4차원 시공간’을 형성한다. 

둘째, 그 결과 시간과 공간이 운동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이는 상대적인 운동에 따라 물리법칙과 광속을 항상 똑같이 유지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 고전역학에서는 눈에 보이는 현상과 절대적인 시간 및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상대적인 운동에 따라 물리법칙(방정식)과 광속이 변했다. 상대성이론에서는 그 반대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움직이는 좌표계의 시간이 늦게 가고 진행방향의 길이가 짧아진다. 고전역학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시간이 느려진다는 것은 정확히 말해 1초의 간격이 길어진다는 뜻이다. 이를 ‘시간 팽창’이라 부른다. 정지한 사람이 봤을 때 움직이는 좌표계 속에서의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인다. 시간이 팽창하는 정도는 속도의 함수로 주어지는데 광속에 가까울수록 그 효과가 아주 커진다. 반면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느린 속도(광속에 비해)에서는 시간 팽창효과가 미미하다. 

시간이 팽창하는 딱 그만큼 진행하는 방향의 길이도 짧아진다. 황당한 SF 소설 같은 얘기로 들리겠지만, 모두 사실이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엄격한 실험과 검증도 모두 통과했다. 예컨대, 소립자 중에 뮤온이라는 입자가 있다. 전자와 모든 물리적 성질이 비슷하지만 질량만 전자보다 200배 남짓 더 무겁다. 뮤온의 수명은 약 백만 분의 2초이다. 뮤온은 우주에서 날아온 입자들에 의해 지구 대기의 상층에서 만들어진다. 고전역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뮤온이 광속(초속 약 3억 미터)으로 날아간다 하더라도 수명이 백만 분의 2초니까 비행거리가 겨우 600미터에 불과하다. 많은 수의 뮤온이 대기 상층에서 만들어지더라도 대부분은 금세 다른 입자들로 붕괴해 버리기 때문에 지표면까지 도달하는 뮤온의 개수는 극히 적다. 실제 실험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수의 뮤온이 지표 근처에서 검출된다. 그 이유는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비행하는 뮤온의 시간이 늦게 가기 때문이다. 즉, 지표면에 가만히 있는 우리에게는 이미 백만 분의 2초가 지났더라도 비행 중인 뮤온의 시계는 천만 분의 2초가 지났을 수도 있다. 그 결과 실제 뮤온은 고전역학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있다.

한편 비행 중인 뮤온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될까? 뮤온과 함께 움직이는 좌표계에서는 뮤온은 정지해 있고 지면이 뮤온에게 빠른 속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 좌표계에서는 뮤온의 시간이 팽창되지 않는다. 뮤온은 100만분의 2초의 수명을 살 뿐이다. 다만 뮤온과 지면 사이의 길이가 수축된다. 그 결과 뮤온은 짧은 생을 살면서도 지면 가까이에 도달할 수 있다! 지구 대기의 상층에서 만들어진 뮤온이 지표면 가까이 도달할 수 있다는 결과는 똑같지만 그 과정은 지구 표면에 정지한 좌표계와 뮤온과 함께 움직이는 좌표계에서 전혀 다르다. 이처럼 상대성이론에서는 눈에 보이는 현상이 좌표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이는 물리법칙과 광속이 어느 관성좌표계에서나 똑같아야만 한다는 조건을 만족하기 위한 대가이다. 

빛원뿔(lightcone).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등장하는 수식(오른쪽 박스)을 시간과 공간을 축으로 한 그래프로 그리면 기울기가 빛의 속력(c)인 원뿔 두 개가 머리를 맞댄 모양이 나온다. 이 그래프는 빛에 의해 만들어진 원뿔처럼 생겼다고 해서 ‘빛원뿔’이라고 불린다. 어떤 물리적인 사건이 원점(현재)에서 일어났을 때 세 영역 중 한 곳을 향하게 된다. 빛보다 느리게 진행될 경우 ‘시간꼴 영역’으로(하늘색 화살표), 빛이(또는 빛과 같은 속도로) 운동할 경우엔 ‘빛꼴 영역’으로(주황색 화살표) 빛보다 빠르게 진행될 땐 ‘공간꼴 영역’으로 향한다(회색 화살표). 이중 시간꼴 영역과 빛꼴 영역으로의 진행이 우리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이며, 이때를 원점의 사건과 나중의 사건이 인과 관계로 연결돼 있다고 한다.

빛원뿔(lightcone).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등장하는 수식(오른쪽 박스)을 시간과 공간을 축으로 한 그래프로 그리면 기울기가 빛의 속력(c)인 원뿔 두 개가 머리를 맞댄 모양이 나온다. 이 그래프는 빛에 의해 만들어진 원뿔처럼 생겼다고 해서 ‘빛원뿔’이라고 불린다. 동아사이언스DB

특수상대성이론의 이런 기묘해 보이는 결과들 때문에 예전부터 이와 관련한 수많은 ‘역설’들이 있었다. 이들 역설의 대부분은 특수상대성이론으로 충분히 설명된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쌍둥이 역설이다. 상황은 이렇다. 쌍둥이가 있는데 한 명(갑이라 하자)은 지구에 남고 다른 한 명(을이라 하자)은 우주선을 타고 멀리 있는 별까지 우주여행을 한 뒤에 지구로 다시 돌아온다. 누가 나이를 더 먹을까? 갑의 입장에서는 을이 움직였으니까 을이 나이를 덜 먹는다. 반면 을의 입장에서는 자신은 가만히 있고 갑이 지구와 함께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졌으니까 갑이 나이를 덜 먹는다고 여길 것이다. 그렇다면 둘이 지구에서 다시 만났을 때 누가 더 나이를 먹었을까 하는 것이 쌍둥이 역설이다. 

쌍둥이 역설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갑과 을의 관계가 전혀 대칭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을이 지구에서 멀어지는 좌표계와 지구로 가까워지는 좌표계는 서로 다른 관성좌표계이다. 을이 멀리 있는 별을 찍고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순간 을은 새로운 좌표계로 갈아 탄 셈이다. 반면 갑은 지구에 계속 머물러 있었으니까 하나의 좌표계에만 남아 있었다. 갑과 을의 이런 차이 때문에 둘은 서로 대칭적이지 않다. 수리적으로 자세히 분석해 보면 을이 나이를 덜 먹는다. 모순이나 역설은 없다. 

과학동아DB

과학동아DB

길이수축과 관련된 역설도 있다. 상황은 이렇다. 10량짜리 고속철이 터널을 지나고 있다. 터널의 길이는 열차 5량의 길이와 똑같다. 지면에 서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고속철이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릴 때 진행방향으로 길이가 줄어든다. 따라서 고속철이 충분히 빠른 속도로 달린다면 10량짜리 고속철이 열차 5량 길이에 해당하는 터널 속에 완전히 들어갈 수도 있다. 고속철 입장에서는 어떨까? 이 좌표계에서는 고속철이 가만히 있고 터널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고속철에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터널의 길이가 더 짧아진다. 그 결과 고속철이 터널 안에 완전히 다 들어가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는다. 왜 두 좌표계에서 서로 다른 현상을 보게 되는 것일까? 누구의 관측이 옳을까?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이 또한 모순이나 역설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현상을 목격할 수도 있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지면에 대해 정지한 좌표계에서는 고속철의 앞끝이 터널의 출구에 이르고 고속철의 뒤끝이 터널의 입구에 이르는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 그러나 고속철의 좌표계에서는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는다. 정지좌표계에서나 운동하는 좌표계에서나 광속은 항상 똑같기 때문에 정지좌표계에서 동시에 일어난 일이 운동하는 좌표계에서는 동시에 일어나지 않는다. 동시성을 확인할 물리적 신호인 빛은 좌표계와 상관없이 항상 일정하게 움직이는데 동시성을 따져야 할 사건은 좌표계에 따라 정지해 있거나 움직이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눈에 보이는 현상이 아니다. 물리법칙과 광속이 변하지 않는다.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이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이 변할 수 있다. 

3살 때의 아인슈타인. 위키피디아 제공

3살 때의 아인슈타인. 위키피디아 제공

※필자소개 

이종필 입자이론 물리학자. 건국대 상허교양대학에서 교양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대통령을 위한 과학에세이》, 《물리학 클래식》,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사이언스 브런치》,《빛의 속도로 이해하는 상대성이론》을 썼고 《최종이론의 꿈》, 《블랙홀 전쟁》, 《물리의 정석》 을 옮겼다. 한국일보에 《이종필의 제5원소》를 연재하고 있다.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5312

 276 total views,  2 views today

29 3월 2021

[천체 물리학] 주변 물질 삼키고 에너지 내뿜는 블랙홀 자기장 모습 첫 포착

[천체 물리학] 주변 물질 삼키고 에너지 내뿜는 블랙홀 자기장 모습 첫 포착

주변 물질 삼키고 에너지 내뿜는 블랙홀 자기장 모습 첫 포착

2021.03.24 23:00

천문학자들이 지구에서 5500만광년 떨어진 M87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블랙홀의 편광을 처음으로 관측하고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M87 은하 중심 블랙홀 가장자리 영역이 어떻게 편광돼 있는지 보여준다. 편광은 빛이 모든 방향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한쪽으로만 진행되는 현상으로 블랙홀 가장자리의 강력한 자기장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통해 에너지를 양쪽 방향으로 강력하게 뿜어내는 ′제트′를 만들어낸다. 아래쪽 나선형의 밝은 선들은 블랙홀 주변의 자기장과 연관된 편광의 방향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천문학자들이 지구에서 5500만광년 떨어진 M87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블랙홀의 편광을 처음으로 관측하고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M87 은하 중심 블랙홀 가장자리 영역이 어떻게 편광돼 있는지 보여준다. 편광은 빛이 모든 방향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한쪽으로만 진행되는 현상으로 블랙홀 가장자리의 강력한 자기장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통해 에너지를 양쪽 방향으로 강력하게 뿜어내는 ‘제트’를 만들어낸다. 아래쪽 나선형의 밝은 선들은 블랙홀 주변의 자기장과 연관된 편광의 방향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한국 과학자들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이 우주의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빨아들이고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할 현상을 관측을 통해 발견했다. 2019년 4월 블랙홀 영상이 처음 공개된 데 이어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어떻게 흡수하고 고에너지 물질인 ‘제트’를 내뿜는지 관측을 통해 근거를 확인한 건 처음이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 일본, 남미, 아프리카 등 전세계 연구기관 65개, 과학자 300명 이상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은하단의 한가운데에 있는 M87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블랙홀에서 강력한 자기장의 존재를 설명하는 ‘편광’ 현상을 처음으로 관측하고 이 영상을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회보에 24일 공개했다.

블랙홀은 사물을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이 매우 강해 모든 물질을 빨아들이는 천체다. 빛까지 못 빠져나오기 때문에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도 없다. 블랙홀은 대부분 물질을 흡수하지만 일부 물질을 방출한다. 블랙홀의 강한 중력에 빨려들어가기 직전 방출되는 물질은 에너지를 양쪽 방향으로 강력하게 뿜어내는 ‘제트’를 생성한다.

편광은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며 진행하는 빛을 뜻하는데 이번에 블랙홀의 가장자리에서 발견된 편광은 블랙홀에 강력한 자기장이 존재한다는 근거로 쓰인다. 강력한 자기장의 영향으로 M87 은하 중심부의 블랙홀에 고에너지 물질의 흐름인 제트가 발생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EHT 이론연구그룹 연구책임자인 제이슨 덱스터 미국 콜로라도볼더대 교수는 “M87 은하 중심 블랙홀 주변의 뜨거운 가스 일부는 가장자리의 강한 자기장의 압력으로 블랙홀 중심의 강한 중력에너지를 이기고 밖으로 밀려 멀리 제트의 형태로 날아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편광은 강력한 자기장 존재의 근거

빛을 포함하는 전자기파는 자기장과 전기장이 수직을 이룬 상태에서 진행한다. 특별한 방향성을 주지 않는다면 모든 방향으로 진행한다. 우주의 둥근 천체는 모든 방향으로 동일하게 빛을 발산하기 때문에 이를 관측하면 구 형태를 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외부에서 강한 자기장이 영향을 주면 한쪽 방향으로만 정렬된 전자기파가 나오는데 이를 편광이라고 한다. 블랙홀 가장자리에서 처음으로 관측된 편광으로 강력한 자기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고 자기장으로 인해 양쪽 방향으로 강한 에너지를 내뿜는 제트가 생성되는 셈이다. 

EHT 연구팀은 앞서 2019년 4월 10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2017년 4월 남극, 안데스산맥 등 전 세계 8곳에 있는 전파망원경이 처녀자리 은하단의 한가운데에 있는 M87 블랙홀을 동시에 관측해 그 모습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M87을 지속적으로 관측하고 분석한 결과 M87 블랙홀 주변의 빛에서 편광을 발견해 이번에 공개한 것이다. 조일제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연구원은 “블랙홀을 직접 보고 연구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빛들이 블랙홀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는지, 또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M87 은하 중심과 주변을 다양한 해상도의 전파망원경으로 편광 관측한 결과를 비교한 영상이다. 맨 위부터 순서대로 HST(광학망원경), 칠레의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간섭계(ALMA), 세계 각지의 전파망원경으로 하나의 천체를 동시 관측하는 초장기선전파간섭계(VLBI), EHT연구팀이 관측한 M87 은하 중심부 관측 영상이다. 전파망원경의 해상도가 높을수록 블랙홀을 세밀하게 관측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M87 은하 중심과 주변을 다양한 해상도의 전파망원경으로 편광 관측한 결과를 비교한 영상이다. 맨 위부터 순서대로 HST(광학망원경), 칠레의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간섭계(ALMA), 세계 각지의 전파망원경으로 하나의 천체를 동시 관측하는 초장기선전파간섭계(VLBI), EHT연구팀이 관측한 M87 은하 중심부 관측 영상이다. 전파망원경의 해상도가 높을수록 블랙홀을 세밀하게 관측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EHT는 스페인과 미국, 남극, 칠레 등 지구 전역에 흩어진 8대의 전파망원경을 하나의 큰 전파망원경처럼 구현했다. 지구상에서 멀리 떨어진 전파망원경으로 동시에 하나의 천체를 관측하면 마치 하나의 거대한 망원경으로 본 것처럼 해상도가 높아진다. 공개된 관측 영상은 각 전파망원경에 수신된 신호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물리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마치 TV에 수신된 전파 신호를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과 유사하다.

대만 타이페이 천체물리연구원의 박종호 연구원은 “EHT는 현재 새로운 관측소가 추가되고 있고 성능이 향상되고 있다”며 “향후 EHT 관측 연구로 블랙홀 주변의 자기장 구조를 더 정확하게 드러내고 블랙홀 주변 물질의 특성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알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HT 한국 연구팀은 한국천문연구원이 일부 지분을 보유한 미국 하와이 제임스클라크맥스웰 망원경(JCMT)과 칠레의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간섭계(ALMA)로 M87 중심 블랙홀 편광 관측 영상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EHT 연구팀에는 국내에서 한국천문연구원 등 총 10명의 한국 연구자도 참여하고 있다. 해외 기관에서 참여하는 한국인 연구자도 4명이다. EHT 한국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손봉원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천문연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활용한 관측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5067

 387 total views,  1 views 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