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1월 2026

[행복한 책읽기 – 밑줄친 문장] 우동 한그릇 (글 / 구리 료헤이) ~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행복한 책읽기 – 밑줄친 문장] 우동 한그릇 (글 / 구리 료헤이) ~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우동 한그릇>

해마다 섣달 그믐날이 되면 우동집으로서는 일년중 가장 바쁠때이다.

북해정(北海亭)도 이날만은 아침부터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보통때는 밤 12시쯤이 되어도 거리가 번잡한데 이날만큼은 밤이 깊어질수록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10시가 넘자 북해정의 손님도 

뜸해졌다.

사람은 좋지만 무뚝뚝한 주인보다 오히려 단골 손님으로부터 주인 아줌마라고 

불리우고 있는 그의 아내는 분주했던 하루의 답례로 임시 종업원에게 특별 상여금

주머니와 선물로 국수를 들려서 막 돌려보낸 참이었다.

마지막 손님이 가게를 막 나갔을 때, 슬슬 문앞의 옥호(屋號)막을 거둘까 

하고 있던 참에, 출입문이 드르륵, 하고 힘없이 열리더니 두 명의 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6 세와 10 세  정도의 사내에들은 새로 준비한 듯한

트레이닝 차림이고, 여자는 계절이 지난 체크무늬 반코트를 입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라고 맞이하는 여주인에게, 그 여자는 머뭇머뭇 말했다.

“저……. 우동……. 일인분만 주문해도 괜찮을까요?”

뒤에서는 두 아이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네?…….. 네. 자, 이쪽으로.”

난로 곁의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여주인은 주방안을 향해,

“우동. 1인분!”

하고 소리친다.

주문을 받은 주인은 잠깐 일행 세 사람에게 눈길을 보내면서,

“예!”

하고 삶지않은 1인분의 우동 한 덩어리와 거기에 반 덩어리를 더 넣어 삶는다.

둥근 우동 한 덩어리가 일인분의 양이다. 손님과 아내에게 눈치 채이지 않는

주인의 서비스로 수북한 분량의 우동이 삶아진다.

이윽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먹음직스러운 우동 그릇이 테이블에 나왔다.

우동 그릇을 가운데 두고, 이마를 맞대고 먹고 있는 세 사람의 이야기 소리가

카운터 있는 곳까지 희미하게 들린다.

“맛있네요.”

라는 형의 목소리.

 

“엄마도 잡수세요.”

하며 한가닥의 국수를 집어 어머니의 입으로 가져가는 동생.

이윽고 다 먹자 150엔의 값을 지불하며, “맛있게 먹었습니다.”라고 머리를 숙이고

나가는 세모자에게,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많이 받으세요!”

라고 주인 내외는 목청을 돋워 인사했다.

신년을 맞이했던 북해정은 변함없이 바쁜 나날 속에서 한해를 보내고, 

다시 12월 31일을 맞이했다.

지난 해 이상으로 몹시 바쁜 하루를 끝내고, 10시를 막 넘긴 참이어서 가게를 

닫으려고 할 때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더니 두 사람의 남자아이를 데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여주인은 그 여자가 입고 있는 체크무늬의 반코트를 보고, 일년 전 섣달 그믐날의 

마지막 그 손님들임을 알아보았다.

“저……. 우동……. 일인분입니다만……. 괜찮을까요?”

“물론입니다.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여주인은 작년과 같은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우동 일인분!”

하고 커다랗게 소리친다.

“네엣! 우동일인분.”

라고 주인은 대답하면서 막 꺼버린 화덕에 불을 붙인다.

“저 여보, 서비스로 3인분 내줍시다.”

조용히 귀엣말을 하는 여주인에게,

“안돼요. 그런 일을 하면 도리어 거북하게 여길 거요.”

라고 말하면서 남편은 둥근 우동 하나 반을 삶는다.

“여보,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좋은 구석이 있구료.”

미소를 머금는 아내에 대해, 변함없이 입을 다물고 삶아진 우동을 그릇에

담는 주인이다.

테이블 위의  한 그릇의 우동을 둘러싼 세 모자의 얘기 소리가 카운터 안과

바깥의 두 사람에게 들려온다.

“으……… 맛있어요…….”

“올해도 북해정의 우동을 먹게 되네요?”

“내년에도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다 먹고 나서, 150엔을 지불하고 나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에 주인 내외는,

“고맙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그날 수십번 되풀이했던 인삿말로 전송한다.

그 다음해의 섣달 그믐날 밤은 여느해보다 더욱 장사가 번성하는 중에 

맞게 되었다.

북해정의 주인과 여주인은 누가 먼저 입을 열지는 않았지만 9시 반이 

지날무렵부터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른다.

10시를 넘긴 참이어서 종업원을 귀가시킨 주인은, 벽에 붙어있는 메뉴표를

차례차례 뒤집었다. 

금년 여름에 값을 올려 ‘우동 200엔’ 이라고 씌어져 있던 메뉴표가 150엔으로

둔갑하고 있었다.

2번 테이블 위에는 이미 30분 전부터 <예약석>이란 팻말이 놓여져 있었다.

10시반이 되어, 가게 안 손님이 발길이 끊어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기나 

한 것처럼, 모자 세 사람이 들어왔다.

형은 중학생 교복, 동생은 작년에 형이 입고 있던 점퍼를 헐렁하게 입고 있었다.

두사람 다 몰라볼 정도로 성장해 있었는데, 그 아이들의 엄마는 여전히 

색이 바랜 체크 무늬 반코트 차림 그대로였다.

“어서 오세요!”

라고 웃는 얼굴로 맞이하는 여주인에게, 엄마는 조심조심 말한다.

“저….. 우동…… 이인분인데도…… 괜찮겠죠?”

“넷……. 어서 어서. 자 이쪽으로.”

라며 2번 테이블로 안내하면서, 여주인은 거기있던<예약석>이란 팻말을 슬그머니

감추고 카운터를 향해서 소리친다.

“우동 이인분!”

그걸 받아,

“우동 이인분!”

이라고 답한 주인은 둥근 우동 세 덩어리를 뜨거운 국물 속에 집어 넣었다.

두 그릇의 우동을 함께 먹는 세 모자의 밝은 목소리가 들리고, 이야기도 활기가 

있음이 느껴졌다.

카운터 안에서, 무심코 눈과 눈을 마주치며 미소짓는 여주인과, 예의 무뚝뚝한 

채로 응응, 하며 고개를 끄떡이는 주인이다.

“형아야, 그리고 쥰아………. 오늘은 너희 둘에게 엄마가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구나.”

“…….고맙다니요……. 무슨 말씀이세요?”

“실은, 돌아가신 아빠가 일으켰던 사고로, 여덟명이나 되는 사람이 부상을 

 입었잖니. 보험으로도 지불할 수 없었던 만큼을, 매달 5만엔씩 계속 지급하고 

 있었단다.”

“음……… 알고 있어요.”

라고 형이 대답한다.

여주인과 주인은 몸도 꼼짝 않고 가만히 듣고 있다.

“지불 약속은 내년 3월까지로 되어 있었지만, 실은 오늘 전부 지불을 끝낼 수 

 있었단다.”

“넷! 정말이에요? 엄마!”

“그래, 정말이지. 형아는 신문배달을 열심히 해주었고, 쥰이 장보기와 저녁준비를 

 매일 해준 덕분에, 엄마는 안심하고 일할 수 있었던 거란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일을 한 덕택에 회사로부터 특별 수당을 받았단다. 그것으로 지불을 모두

 끝마칠 수 있었던 거야.”

“엄마! 형! 잘됐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저녁식사 준비는 내가 할 거예요.”

“나도 신문배달 , 계속 할래요. 쥰이하고 나, 엄마한테 숨기고 있는 것이 있어요. 

 그것은요……. 11월 첫째 일요일, 학교로부터 쥰이의 수업참관을 하라는 편지가

 왔었어요, 그때 쥰은 이미 선생님으로부터 편지를 받아놓고 있었거든요.

 쥰이 쓴 작문이 북해도의 대표로 봅혀, 전국 콩쿨에 출품하게 되어서 

 수업 참관일에 이 작문을 쥰이 낭독하게 되었데요.

 선생님이 주신 편지를 엄마에게 보여 드리면……….. 무리를 해서라도 회사를

 쉬실 걸 알기 때문에 쥰이 그걸 감췄어요. 그걸 쥰의 친구들에게 듣고…..

 내가 참관일에 갔었어요.”

“그래………. 그랬었구나……. 그래서?”

“선생님께서, 너는 장래 어떤사람이 되고 싶은가, 라는 제목으로, 전원에게 

 작문을 쓰게 하셨는데, 쥰은 <우동 한그릇>이라는 제목으로 써서 냈대요.

 지금부터 그 작문을 읽어 드릴께요.

 <우동 한그릇>이라는 제목만 듣고, 북해정에서의 일 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사실은 쥰 녀석 무슨 부끄러운 얘기를 썼지!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 했었죠.

 작문은……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많은 빛을 남겼다는것, 엄마가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일을 하시고 계시다는 것, 내가 조간 석간 신문을

 배달하고 있다는 것 등………. 전부 씌어 있었어요.

 그러고서 12월 31일 밤 셋이서 먹은 한 그릇의 우동이 그렇게 맛있었다는 것…..

 셋이서 단만 한 그릇밖에 시키지 않았는데도 우동집 아저씨와 아줌마는,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큰 소리로 말해 주신일.

 그 목소리는………. 지지 말아라! 힘내! 살아갈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요.

 그래서 쥰은, 어른이 되면, 손님에게 ‘힘내라!’ ‘행복해라!’라는 속마음을 

 감추고, ‘고맙습니다!’라고 말 할수 있는 일본 제일의 우동집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커다란 목소리로 읽었어요.”

카운터 안쪽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을 주인과 여주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카운터 깊숙이에 웅크린 두 사람은, 한장의 수건 끝을 서로 잡아당길 듯이

붙잡고, 참을 수 없이 흘러 나오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작문 읽기를 끝마쳤을 때 선생님이, 쥰의 형이 어머니를 대신해서 와주었으니까,

 여기에서 인사를 해달라고 해서……..”

“그래서 형아는 어떻게 했지?”

“갑자기 요청을 받았기때문에, 처음에는 말이 안 나왔지만…….. 여러분,

 항상 쥰과 사이좋게 지내줘서 고맙습니다……. 동생은 매일 여러분에게

 폐를 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금 동생이 <우동 한그릇>이라고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처음엔

 부끄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가슴을 펴고 커다란 목소리로

 읽고 있는 동생을 보고있는 사이에, 한그릇의 우동을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이 더 부끄러운 것 이라고 깨달았습니다.

 그때 한 그릇의 우동을 시켜주신 어머니의 용기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형제가 힘을 합쳐,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쥰과 사이좋게 지내 주세요, 라고 말했어요.”

차분하게 서로 손을 잡기도 하고, 웃다가 넘어질 듯이 어깨를 두드리기도 하고,

작년까지와는 아주 달라진 즐거운 그믐날 밤의 광경이었다.

우동을 다 먹고 300엔을 내며 ‘잘 먹었습니다.’라고 깊이깊이 머리를 숙이며

나가는 세사람을, 주인과 여주인은 일년을 마무리하는 커다란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전송했다.

 

다시 일년이 지났다.

북해정에서는, 밤 9시가 지나서부터 <예약석>이란 팻말을 2번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기다렸지만, 그 세 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 해에도, 또 다음 해에도, 2번 테이블을 비우고 기다렸지만 세 사람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북해정은 장사가 번성하여, 가게 내부 수리를 하게되자, 테이블이랑 의자도

새로 바꾸었지만 그 2번 테이블만은 그대로 남겨 두었다.

새 테이블이 나란히 있는 가운데에서, 단 하나 낡은 테이블이 중앙에 놓여 있는

것이다.

‘어째서, 이것이 여기에?’ 하고 의아스러워 하는 손님에게, 주인과 여주인은

<우동 한그릇>의 일을 이야기하고, 이 테이블을 보고서 자신들의 자극제로 

하고있다, 어느날인가 그 세 사람의 손님이 와줄지도 모른다. 

그때 이 테이블로 맞이하고싶다, 라고 설명하곤 했다.

그 이야기는, ‘행복의 테이블’로써, 이 손님에게서 저 손님에게로 전해졌다.

일부러 멀리에서 찾아와 우동을 먹고 가는 여학생이 있는가 하면, 그테이블이

빌때까지 기다렸다가 주문을 하는 젊은 커플도 있어 상당한 인기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고나서 또, 수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해 섣달 그믐의 일이다.

북해정에는, 같은 거리의 상점회 회원이며 가족처럼 사귀고 있는 이웃들이 각자의

가게를 닫고 모여들고 있었다.

북해정에서 섣달 그믐의 풍습인 해넘기기 우동을 먹은 후,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동료들과 그 가족이모여 가까운 신사(神社)에 그해의 첫참배를 가는 것이

5, 6년 전부터의 관례가 되어 있었다.

그날 밤도 9시 반이 지나 생선가게 부부가 생선회를 가득 담은 큰 접시를 양손에

들고 들어온것이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평상시의 동료 30여명이 술이랑 안주를

손에 들고 차례차례 모여들어 가게 안의 분위기는 들떠 있었다.

 

2번 테이블의 유래를 그들도 알고 있다. 입으로 말은 안 해도 아마, 금년에도

빈 채로 신년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섣달 그믐달 10시 예약석’은

비워둔채 비좁은 자리에 전원이 조금씩 몸을 좁혀 앉아 늦게 오는 동료를

맞이했다.

우동을 먹는사람, 술을 마시는 사람, 서로 가져온 요리에 손을 뻗히는 사람,

카운터 안에 들어가 돕고 있는 사람, 멋대로 냉장고를 열고 뭔가를 꺼내고 있는 

사람 등등으로 떠들썩했다.

바겐세일 이야기, 해수욕장에서의 에피소드, 손자가 태어난 이야기 등, 번잡함이 

절정에 달한 10시 반이 지났을 때, 입구의 문이 드르륵, 하고 열렸다.

몇사람인가의 시선이 입구로 향하며 동시에 그들은 이야기를 멈추었다.

오버코트를 손에 든 정장 슈트 차림의 두 청년이 들어왔다. 다시 얘기가 이어지고

시끄러워졌다. 여주인이 죄송하다는 듯한 얼굴로 ‘공교롭게 만원이어서’ 라며

거절하려고 했을 때 화복(일본옷) 차림의 부인이 깊이 머리를 숙이며 들어와서,

두 청년 사이에 섰다.

가게 안에 있는 모두가 침을 삼키며 귀를 기울인다.

“저……. 우동…….. 3인분입니다만…….. 괜찮겠죠?”

그 말을 들은 여주인의 얼굴색이 변했다. 십수년의 세월을 순식간에 밀어 젖히고,

그 날의 젊은 엄마와 어린 두 아들의 모습이 눈앞의 세 사람과 겹쳐진다.

카운터 안에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고 있는 주인과, 방금 들어온 세 사람을

번갈아 가리키면서,

“저………. 저…………. 여보!”

하고 당황해 하고 있는 여주인에게 청년 중 하나가 말했다.

“우리는, 14년 전 섣달 그믐날 밤, 모자 셋이서 일인분의 우동을 주문했던 

 사람입니다. 그때의 한 그릇의 우동에 용기를 얻어 세 사람이 손을 맞잡고 열심히

 살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그후, 우리는 외가가 있는 시가현으로 이사했습니다.

 저는 금년, 의사 국가 시험에 합격하여 교오또(京都)의 대학병원에서 소아과의

 병아리 의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만, 내년 4월부터 삿뽀로의 종합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 병원에 인사도 하고 아버님 묘에도 들를 겸해서 왔습니다. 

 그리고 우동집 주인은 되지 않았습니다만 교오또의 은행에 다니는 동생과

 상의해서, 지금까지 인생 가운데에서 최고의 사치스러운 것을 계획했습니다…

 그것은, 섣달 그믐날 어머님과 셋이서 삿뽀로의 북해정을 찾아와 3인분의 우동을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고개를 끄떡이며 듣고 있던 여주인과 주인의 눈에서 왈칵 눈물이 넘쳐 흘렀다.

입구에서 가까운 테이블에 진을 치고 있던 야채 가게 주인이, 우동을 입에 

머금은 채 있다가 그대로 꿀껏하고 삼키며 일어나,

“여봐요 여주인 아줌마! 뭐하고 있어요! 십년간 이날을 위해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기다린, 섣달 그믐날 10시 예약석이잖아요, 어서 안내해요 안내를!”

 

야채 가게 주인의 말에 번뜩 정신을 차린 여주인은,

“잘 오셨어요…….. 자 어서요……… 여보! 2번 테이블 우동 3인분!”

무뚝뚝한 얼굴을 눈물로 적신 주인,

“네엣! 우동 3인분!”

예기치 않은 환성과 박수가 터지는 가게 밖에서는 조금 전까지 흩날리던 눈발도

그치고, 갓 내린 눈에 반사되어 창문의 빛에 비친 <북해정>이라고 쓰인

옥호막이 한발 앞서 불어 제치는 정월의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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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4월 2025

[행복한 책읽기 – 밑줄친 문장]  공자가 AI 시대를 산다면  – 격동의 AI 시대,2500년 전 공자에게 길을 묻다

[행복한 책읽기 – 밑줄친 문장]  공자가 AI 시대를 산다면  – 격동의 AI 시대,2500년 전 공자에게 길을 묻다

격동의 AI 시대,
2500년 전 공자에게 길을 묻다
2025년 3월 26일, 이미지 생성 기능이 추가된 ChatGPT-4o(이하 챗지피티)가 공개된 이후 ‘AI’는 더욱 뜨거운 화두가 되었다. 전 세계는 지금 챗지피티나 딥시크, 제미나이 등 AI의 놀라운 생산성과 엄청난 정보 처리 능력에 열광하는 중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한 시사 프로그램은 AI 연인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실제 사례를 조명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영화 〈그녀〉를 두고 사람들은 ‘언젠가는 가능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AI와의 연애는 아직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불과 12년 만에 영화는 현실이 되었다. 이렇듯 지금의 AI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는 일같이 ‘인간보다 으레 뛰어날 것이라 기대되었던’ 일뿐 아니라,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 온 일까지도 점차 대체하고 있다. 이제, 누구라도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AI는 어디까지 발전할까? 나는 이 엄청난 변화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까? 언젠가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기지는 않을까? 그리고 앞으로, 세상은 우리를 향해 한층 깊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언젠가 인간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 외형의 AI 로봇이 등장한다면 인간은 더 이상 쓸모없어질까? 계속 진보할 세상 속에서,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로서 살아가야 하는가?
《공자가 AI 시대를 산다면》은 인공지능 시대가 던지는 여러 질문에 대한 답을 논어 속 공자의 가르침으로부터 찾고자 하는 책이다. 지금, 왜 하필 공자인가? 2500년 전 ‘공자님 말씀’이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저자는 공자가 평생에 걸쳐 마주했던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공자가 가장 중시했던 “사람다움의 회복”이라는 가치에 주목한다. 《논어》는 인류 문명이 청동기에서 철기로 넘어가는 격동의 시기로부터 탄생했다. 철기 사용으로 인간의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지만, 당시 사회 지도층은 백성의 삶은 나 몰라라 한 채 권력 투쟁에만 몰두했다. 평범한 이들이 지켜 온 사람 사이의 도리와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은 점차 파괴되어 갔다. 공자는 바로 이 시기에,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며 사람의 가치를 회복하고자 한 것이다. 지금 우리는 또 하나의 거대한 문명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 그리고 이 시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2500년 전에 공자가 마주했던 질문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결국 “그래서 AI와 인간은 무엇이 다른가”, 즉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하나의 방향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실제 이공계 대학생들에게 《논어》를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쓰였다. 《논어》의 구절들을 인(仁), 의(義), 예(禮), 지(智)의 순서에 따라 ‘사람’ ‘올바름’ ‘관계’ ‘배움’이라는 주제 아래 나누었고, 인의예지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인생의 다양한 시기에서 곱씹을 만한 구절들은 ‘삶’이라는 주제로 한데 모았다. 책에 소개된 모든 구절에는 AI 시대에 걸맞은 생각의 틀로 《논어》를 새롭게 바라본 저자만의 해석과 의견이 덧붙었다. 저자의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2500년 전 ‘공자님 말씀’은 결코 낡고 고루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인간과 사회의 본질을 예리하게 통찰한 공자의 가르침은, 논리적 사고와 구조적 언어에 익숙한 이공계 대학생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고 수업은 큰 호응을 얻었다. 이는 비단 이공계 학생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AI가 일상 깊숙이 스며든 지금, 인간다움에 대한 성찰은 우리 모두의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공자가 AI 시대를 산다면》은 그 성찰의 여정에 함께할 든든한 길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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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3월 2025

[사회포인트] ‘좌절한 엘리트’ 늘어날 때 나라는 위기에 빠진다 나폴레옹 시대부터 현시대까지… 국가 위기 사례 빅데이터 분석

[사회포인트] ‘좌절한 엘리트’ 늘어날 때 나라는 위기에 빠진다 나폴레옹 시대부터 현시대까지… 국가 위기 사례 빅데이터 분석

‘좌절한 엘리트’ 늘어날 때 나라는 위기에 빠진다

나폴레옹 시대부터 현시대까지… 국가 위기 사례 빅데이터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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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피터 터친 지음|유강은 옮김|생각의힘|424쪽|2만3800원

계엄 및 탄핵 정국, 연일 국가의 위기를 진단하는 책이 출간되고 있다. 2023년 미국서 나온 이 책(원제 End Times)은 역사의 패턴을 수학적 모델을 통해 분석하는 ‘역사동역학(cliodynamics)’의 렌즈로 국가 붕괴의 원인을 파헤친다. 이론생물학자인 저자 피터 터친 코네티컷대 생태 및 진화생물학부 교수는 나폴레옹 시대부터 현대까지 세계 모든 대륙에서 발생한 수백 건의 위기 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왜 모든 사회는 반복적으로 위기에 빠지는지’ 분석한다.

네 가지 구조적 요인이 국가의 위기를 추동한다. 엘리트 과잉 생산, 대중의 궁핍화, 국가 재정과 정당성의 약화, 지정학적 요인.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엘리트 과잉 생산이다. 사회학에서 ‘엘리트’란 남들보다 많은 사회 권력을 가진 이들, 즉 ‘권력 소유자’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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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1960~1970년 박사 학위 소지자 수는 세 배 증가했지만 이들을 수용할 일자리는 모자란다. 저자는 “고학력 프레카리아트(불안정 노동 무산 계급)가 사회 안정에 가장 위험한 계급”이라고 말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저자는 “현대사회의 고학력자 급증으로 권력을 갖고자 하는 ‘엘리트 지망자’는 늘어나는데, 정부 요직의 수는 한정돼 있다. 좌절한 엘리트 지망자들이 반(反)엘리트 세력이 되어 체제 전복을 꿈꾸면서 국가가 위기에 봉착한다”고 주장한다. 빈부 양극화로 궁핍해진 대중의 불만이 다수의 엘리트 지망자 집단과 결합하면 가연성이 매우 높은 조합이 되어 2016년 트럼프 집권과 같은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이끄는 반엘리트 그룹이 엘리트를 갈아치우는 ‘혁명’을 진행 중”이라고 말한다. 트럼프는 정치 경험 없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첫 번째 수퍼리치가 아니다. 스티브 포브스가 1996년과 2000년 공화당 예비선거 후보로 나왔고, 억만장자 로스 페로가 1992년과 1996년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는데 실패했다. 그런데 왜 트럼프는 성공했을까? “2016년엔 대중의 궁핍화가 1992년보다 훨씬 심해졌다. 트럼프를 지지했다기보다는 지배 계급에 대한 불만이 분노로 바뀌어 표현된 것이었다.” 게다가 2016년에 이르면 엘리트 과잉 생산 게임이 분기점에 이르렀다. 2016년 공화당 대통령 예비선거엔 총 17명의 후보자가 경선에 뛰어들었다.

로스쿨은 ‘좌절한 엘리트 지망자’를 배출하는 대표적인 교육기관이다. 미국에선 법학 학위가 공직으로 진출하는 최선의 경로로 꼽히므로, 정치적 야심이 있는 이들은 대부분 로스쿨에 진학한다. 전국법률가협회에 따르면, 1991년 로스쿨 졸업생 초봉 분포 그래프에서 가장 흔한 연봉을 반영하는 최고점은 3만달러였다. 분포의 왼쪽 꼬리 부분에서 2만달러 이하는 없었다. 오른쪽 꼬리 부분은 9만 달러가 최대였다. 2020년 졸업생 분포에서는 대다수가 4만5000~7만5000달러의 연봉을 보고해 전체 연봉의 50%를 차지했다. 하지만 오른편 봉우리는 19만 달러로 전체 분포의 20% 이상이었다. “지망자 게임을 극단까지 밀어붙이면 이런 모양이 된다. 연봉 19만 달러인 오른쪽 봉우리의 20%는 기성 엘리트층에 순조롭게 진입하는 중이다. 왼쪽 혹 부분에 있는 4만 5000~7만5000 달러 소득자들은 곤란한 상태다. 2020년 로스쿨 졸업생의 절반이 16만 달러 이상의 빚을 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들 가운데 엘리트 계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이는 거의 없다.”

책은 사회 안정에 가장 위험한 직군은 ‘법률 전문직’이라 주장한다. “로베스피에르, 레닌, 카스트로는 변호사였다. 링컨과 간디도 마찬가지다.” 저자가 ‘미국의 원형적 반엘리트’라 지목한 J.D. 밴스 부통령 역시 변호사 출신이다.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 “프롤레타리아는 족쇄 말고 잃을 것이 없다”고 썼다. 저자는 “하지만 마르크스는 틀렸음이 입증되었다”고 말한다. “궁핍해진 프롤레타리아는 성공적 혁명의 주체가 아니다. 정말로 위험한 혁명가는 좌절한 엘리트 지망자들로, 그들은 특권과 교육, 연줄 덕에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연봉 19만 달러를 받는 로스쿨 졸업생의 20%처럼 곧바로 엘리트 지위에 오르는 소수조차 행복하게 살지 못한다. 전반적인 불안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고학력 프레카리아트(노동 무산 계급)로 전락할 운명인 고학력 젊은 층이야말로 불안정성 말고는 잃을 것이 없는 집단이다.”

오늘날 이데올로기는 엘리트 내부 충돌의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성 엘리트 성원들을 무너뜨리고 경쟁하는 지망자들을 앞지르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데올로기의 순수성은 탈색된다. 좌·우파 모두 굉장히 파편화돼 있으며, 격렬한 문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인종주의자와 백인우월주의자, 그리고 트럼프에 표를 던진 ‘한심한 사람들(deplorables)’을 비난한다. 다른 사람들은 ‘멍청이 진보주의자(libtard)’를 비난한다. 심각한 피해망상에 빠진 비주류들은 공산주의 중국 첩자들이 최고위층부터 말단까지 미국 정부에 침투했다고 상상하거나 푸틴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꼭두각시 인형 트럼프를 조종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사례를 중점적으로 분석하지만, 미국만의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 국민소득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율이 1990년대 이후 2023년까지 2배 이상 증가했고, 전 세계에서 대졸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되었다는 점을 짚는다. 그런데 한국은 고학력 젊은 인재들을 소화할 만한 일자리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특히 고학력 청년 남성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정치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가장 위험한 인구 집단이 바로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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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Books 팀장
 

[출처] https://www.chosun.com/culture-life/book/2025/03/22/SHDSCGU52JFOPF4I7FTHGDH4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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