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양의 탈을 쓴 늑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장전술

인체 결합하는 돌기를 당분으로 위장
에이즈 바이러스처럼 면역공격 회피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 아래쪽 갈색이 세포막이고 그위로 회색의 돌기가 뻗어나온 모습이 보인다. 바이러스는 이 돌기로 숙주세포에 달라붙는데, 그 주변을 둘러싼 글리칸 당분으로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한다. 파랗고 빨간 색들이 글리칸이다./UC샌디에이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 아래쪽 갈색이 세포막이고 그위로 회색의 돌기가 뻗어나온 모습이 보인다. 바이러스는 이 돌기로 숙주세포에 달라붙는데, 그 주변을 둘러싼 글리칸 당분으로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한다. 파랗고 빨간 색들이 글리칸이다./UC샌디에이고
크리스마스트리일까. 알록달록한 작은 공들이 나무에 잔뜩 매달려 있다. 바람이 부는지 가끔 공들이 몸을 떤다. 아무런 해도 주지 않을 모습이지만 실상을 보면 끔찍하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인체에 침투한다는 사실을 한눈에 보여준 그림이기 때문이다.

미국 UC샌디에이고의 로미 아마로 교수는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진 비장의 무기를 이와 같은 모습으로 표현했다. 그림에서 갈색과 분홍색으로 보이는 바닥은 바이러스의 세포막이고, 그 위에 세워진 회색 공들은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이다. 파란색과 녹색, 빨간색 공들은 바로 돌기 단백질을 감싼 ‘글리칸’이란 당분(糖分)이다.

설탕 뒤집어쓰고 二重의 보호막 만들어

영국 사우샘프턴대의 막스 크리스핀 교수 연구진은 지난 8일 “코로나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결합하는 돌기를 당분으로 위장한 모습을 3D(입체) 모델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발표됐다. 크리스핀 교수는 “글리칸은 인체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를 포착하지 못하게 한다”며 “인체에 달라붙는 돌기 단백질을 당분으로 감싼 모습은 마치 양털을 뒤집어쓴 늑대와 같은 형태”라고 설명했다. 아마로 교수의 그림은 이 논문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외피를 감싼 돌기들이 왕관(corona)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바이러스는 이 돌기를 호흡기 세포 표면에 있는 ACE2라는 단백질에 결합시키고 세포막 안으로 들어간다. 과학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와 ACE2 단백질의 결합을 막는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UC샌디에이고의 아마로 교수는 “글리칸 당분은 말 그대로 물리적 방패”라고 말했다. 아마로 교수의 그림을 보면 글리칸 단백질이 가끔 흔들린다. 연구진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 같은 방법으로 그나마 달라붙은 항체를 떨쳐 낸다고 설명했다. 위장과 방패의 기능을 가진 이중(二重)의 보호막인 셈이다.

항체로 무력화 가능하다는 기대 나와

에이즈를 유발하는 바이러스(HIV)도 코로나처럼 당분으로 자신을 위장해 면역체계의 공격을 피한다. 다행히 코로나 바이러스의 양털은 위장 효과가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즈 바이러스보다 돌기를 덮은 당분이 적었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한 숙주에 눌러앉아 산다. 그러기 위해 에이즈 바이러스는 글리칸을 두껍게 뒤집어써 면역체계를 완전히 회피한다. 반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글리칸이 적어 위장 효과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대신 사람을 자주 옮겨 다니며 침투하는 일종의 ‘치고 빠지기’ 전략을 펼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사우샘프턴대의 크리스핀 교수는 “글리칸 위장이 그리 강하지 않다는 사실은 면역물질인 항체가 충분히 백신을 무력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백신이 개발되면 충분히 인체가 면역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UC샌디에이고의 아마로 교수는 “항체가 글리칸과 돌기 사이에 정확히 결합할 수 있다면 이 방패를 무력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 끝의 수용체 결합 부위(RBD, 흰색)가 인체 세포 표면의 ACE2(녹색) 단백질에 결합한 모습. 스크립스 연구소 과학자들은 과거 사스 완치 환자에서 추출한 항체 CR3022(노란색)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에 결합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Science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 끝의 수용체 결합 부위(RBD, 흰색)가 인체 세포 표면의 ACE2(녹색) 단백질에 결합한 모습. 스크립스 연구소 과학자들은 과거 사스 완치 환자에서 추출한 항체 CR3022(노란색)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에 결합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Science
실제로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의 이안 윌슨 교수는 지난 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 단백질에 ‘CR3022’라는 항체가 결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항체는 2006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결렸다가 완치된 환자에서 추출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스를 일으킨 바이러스와 아주 가까워 과학계에서 부르는 이름도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 2(SARS-CoV-2)’이다. 이 항체는 예상과 달리 돌기 끝이 아니라 그보다 아래쪽에 달라붙었다. 글리칸이 적은 곳을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무장능력이 속속 밝혀지면서 과학자들의 반격도 한층 힘을 얻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11/20200411003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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