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머신러닝, 원자의 속살을 드러내다

2021.01.09 06:00
네이처 제공
네이처 제공

하늘을 밝히는 무수히 많은 별일까. 아니면 가을 산을 물들인 낙엽일까. 사실 비정질(amorphous) 실리콘의 원자다. 비정질 실리콘은 원자 배치가 불규칙하게 배열된 상태의 실리콘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고체 상태에서는 원자 배열이 규칙적인 결정 구조를 갖지만, 비정질 실리콘은 정해진 형태가 없이 원자가 무질서하게 연결돼 있다. 


비정질 실리콘은 디스플레이용 박막트랜지스터(TFT)로 액정표시장치(LCD)에 많이 쓰이고 있다. 비정질 실리콘으로 박막트랜지스터를 만들면 공정이 단순하고 수율도 높아서다. 


그런데 한 가지 단점이 있다. 비정질 실리콘은 실리콘 원자가 무질서하게 배열돼 전자 이동 속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전자 이동 속도가 느리면 신호의 전송 속도가 낮아지고, 결국 LCD의 해상도가 떨어진다. 


과학자들은 온도와 압력에 따라 실리콘 원자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기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해왔다. 실리콘 원자 구조에 따라 반도체 품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비정질 실리콘에 온도나 압력을 가해 원자 구조를 정돈해 재결정화 시켜 해상도를 끌어올리는 등 그간 다양한 기술이 고안됐다.

 

지난해 독일 연구팀은 베를린에 있는 방사광가속기(BESSY II)에서 X선과 중성자 산란법을 이용해 비정질 실리콘의 원자 구조를 0.8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해상도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원자의 상태를 촬영할 수는 있었지만 원자의 구조가 변하는 과정을 관측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양자컴퓨터의 뛰어난 연산 능력을 이용해 비정질 실리콘이 어떤 상태 변화를 거치는지 확인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연산해야 할 원자 개수가 많아지면 연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연산 시간을 짧게 하면 원자 개수가 줄어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보커 데링어 영국 옥스퍼드대 무기화학연구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새로운 기법을 고안했다. 인공지능(AI)의 하나인 기계학습 모델을 도입해 압력에 따라 실리콘 원자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절대온도(K) 500도인 원자 10만 개로 이뤄진 비정질 실리콘에 13.5기가파스칼(GPa)부터 20GPa까지 서서히 압력을 높일 때 원자 구조가 어떻게 바뀌는지 확인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비정질 실리콘 원자 512개와 4096개에 기계학습 모델을 적용한 파일럿 테스트에서 정확도가 확인되자 이번에 10만 개로 원자 개수를 대폭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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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 결과 비정질 실리콘은 세 단계에 걸쳐 원자 구조에서 변화를 일으켰다. 특히 20GPa까지 압력이 증가하면 비정질 실리콘에 결정화가 일어나 원래 부피의 25%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실험 결과와도 일치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비정질 실리콘의 상태 변화를 피코초(ps·1ps는 1조 분의 1초) 단위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활용하면 비정질 실리콘을 도핑(불순물을 소량 첨가해 물성을 바꾸는 공정)할 때 금속이나 반도체 물질을 넣을 나노 구조를 효율적으로 설계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지금까지 실험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새로운 원자 구조를 미리 예측하고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 기법은 양자 수준의 구조와 안정성, 물성을 밝혀낼 뿐만 아니라 아직 확인되지 않은 현상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1월 6일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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