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소속 욕구가 강할수록 상처받는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소속 욕구가 강할수록 상처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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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이 갈등을 잘 풀어갈까

어떤 관계에서든 아무리 좋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적어도 한 번 이상 부딪힐 일이 반드시 생기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는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 못지않게 어떻게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비슷한 갈등을 마주하게 되어도 어떤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잘 얘기해서 풀어나가면 된다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반면 어떤 사람은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갈등은 결코 존재해선 안 되는 양 호들갑을 떨고 상대의 가벼운 실수에도 '나를 해치려고 일부러' 그랬다거나 '원래 저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며 파괴적인 해석을 내려 결국 다른 사람들보다 더 쉽게 파국을 맞이하곤 한다. 이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우선 연구들에 의하면 기본적인 성격 특성(높은 신경증)과 애착 유형(불안정 애착), 사람은 (따라서 관계 또한) 잘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관계에 대한 성장적 관점과 운명론적 관점), 자기 자신이나 타인을 향한 비판적 완벽주의, 또 여러 상황적 요소(많은 스트레스와 걱정거리로 인해 정신적 소모가 심한 상태, 소외감) 등이 한몫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의 글에서 함께 살펴본 것들이기도 하다.

인격과 사회심리학 공보(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지나치게 강한 '소속 욕구' 또한 너그럽지 않은 모습과 관련을 보인다고 한다.

● 소속 욕구가 강할수록 쉽게 상처받고 상처가 오래간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나는 소속되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사람들이 나를 받아들여 주지 않으면 나는 쉽게 상처받는다", "사람들이 나를 빼고 뭔가를 하는 것이 싫다" 이는 소속 욕구(need to belong)를 묻는 문항들이다.

사회적 동물인 이상 인간은 누구나 어느 정도 애정과 인정을 갈구하기 마련이다. 다만 그 '정도'가 사람마다 달라서 위의 문항들에 높은 점수를 기록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비교적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모리시오 카발로 등의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지난 3개월 사이에 가족, 친구, 연인, 직장 동료 등에 의해 상처받거나 화가 났던 일에 대해 적어보라고 했다. 그런 뒤 상대에게 얼마나 보복하고 싶은지, 상대가 얼마나 망했으면 좋겠는지, 앞으로도 계속 볼 것인지 아니면 피해 다닐 것인지 등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소속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상대에게 화가 많이 났고 사건의 심각성을 크게 지각하며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없다고 응답하는 경향을 보였다. 소속 욕구가 강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이 사람과 계속 관계를 유지하면 미래에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내가' 채워지는 것이 목적일 때 나타나는 보상 심리

언뜻 생각해 보면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면 상대가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더 잘 포용하고 관계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 같다. 하지만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목표가 간절할수록 많은 애를 쓰기 때문에 목표 달성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간과되는 점은 간절할수록 그것이 좌절되었을 때의 '실망'이 크며 때로는 자신의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해 '이게 다 xx 때문'이라고 외부에 책임을 돌리는 현상도 나타난다는 것이다(Mauss et al., 2011).

인간관계 또한 그렇다. 적당히 애를 쓰는 것은 좋지만 강박적으로 애를 쓰는 경우 자연스러운 갈등과 내리막에도 필요 이상의 충격을 받으며 자신 외에 비난할 무언가를 찾으러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나의) 소속 욕구를 채우고 싶다거나 (내가) 외로운 게 싫다는 다소 자기중심적인 이유가 관계의 핵심 동기가 되면 관계에 과한 노력을 쏟고서도 정작 상대는 요청한 적 없는 '필요 없는 오지랖'이나 '부담스러운 친절'이라는 결과를 낳게 되기도 한다(Feeney & Collins, 2001).

이 과정에서 나는 이만큼 했는데 상대가 하나도 알아주지 않는다던가 되려 나를 피한다는 사실에 큰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더 많이 받고자 할수록 보상 심리도, 서운함도 커지는 법이다.

관계를 위한 노력과 자신의 희생에 주로 억울함을 먼저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애초에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사랑을 주는 것 자체가 내게는 기쁨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나 역시 서운함이 컸던 관계를 돌아보면 그 중의 상당수가 상대에게 주기보다 내가 받아내고자 하는 욕구가 더 컸던 관계들이다.

내 안의 결핍은 내가 알아서 채워야 한다. 누가 시켜서 또는 외로워지기 싫다는 수동적 이유가 아니라 내가 주길 원해서 내가 주고 싶은 만큼 맘껏 주고 그 자체로 기뻐할 수 있는 성숙한 사랑을 할 것을 기억해 보자.

Amitay, O. A., Mongrain, M., & Fazaa, N. (2008). Love and control: Self-criticism in parents and daughters and perceptions of relationship partners.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44, 75-85.
Feeney, B. C., & Collins, N. L. (2001). Predictors of caregiving in adult intimate relationships: An attachment theoretical perspectiv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0, 972-994.
Jensen-Campbell, L. A., Knack, J. M., & Rex-Lear, M. (2009). Personality and social interactions. In P.J. Corr & G. Matthews (Eds.), The Cambridge handbook of personality psychology (pp. 506–523).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Knee, C. R. (1998). Implicit theories of relationships: Assessment and prediction of romantic relationship initiation, coping, and longevit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4, 360-370.
Mauss, I. B., Tamir, M., Anderson, C. L., & Savino, N. S. (2011). Can seeking happiness make people unhappy? Paradoxical effects of valuing happiness. Emotion, 11, 807-815.
Shaver, P. R., Mikulincer, M., Sahdra, B. K., & Gross, J. T. (2016). Attachment security as a foundation for kindness towards self and others. In K. W. Brown & M. R. Leary (Eds.), The Oxford handbook of hypo-egoic phenomena (p. p223-242). 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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