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경제포커스] 직장 민주화가 더 급하다
2016.07.13 09:11
[경제포커스] 직장 민주화가 더 급하다
입력 : 2016.07.13 04:28
몇 해 전, 한국 대기업의 프랑스 법인에서 벌어진 일이다. 파리에 출장 간 본사 사장이 현지 직원들과 호텔에서 회식 자리를 가졌다. 그런데 한 직원이 허락 없이 인증샷을 찍다 사장의 기분을 언짢게 만들었다. 사장은 귀국하면서 본부장한테 그 직원을 자르라고 명령했다. 직속 상사인 프랑스인 간부는 "부당한 결정이라 따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법인장은 난감해하다 꼼수를 제안했다. '회사 조직도에서만 그 직원 이름을 빼자.' 법인장은 사장 지시가 이행됐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가짜 조직도를 들고 서울 출장을 갔다. 해당 직원은 유령 직원으로 숨죽여 지내다 사장이 바뀐 뒤에야 조직도에 이름을 다시 올렸다. 한국 기업의 상상 초월 상명하복 문화에 질린 프랑스인 간부는 퇴직 후 '한국인은 미쳤다'는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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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계에서 '기업 문화 혁신'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직급 대신 '○○님'으로 부르기, 반바지 출근, 야근 근절 등 의미 있는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수평적 조직으로 만들어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직원들의 창의성을 고양하자는 취지다. 방향은 맞다. 그런데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비리를 보면 재벌 기업에서 과연 조직 혁신이 가능한지 의구심이 든다. 오너 2세가 면세점 입점을 미끼로 뒷돈을 챙기고, 자녀용 자회사를 만들어 '통행세'를 받으며 기업 이익을 빼돌렸다. 우리나라 재벌은 기업을 사유물로 여긴다. 기업 가치 사슬의 정점에 둥지를 틀고, '불로소득' 챙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국민이 시장 개척하라고 만들어준 '쇄빙선'을 재벌 2·3세들이 '유람선'으로 쓰고 있다"(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는 탄식이 나올 만하다.
오너 일가의 이런 탈법과 비리에 대해 기업 내부에서 제동을 거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도 기막힐 노릇이다. 직장인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변명하겠지만, 오너의 불법행위를 도와 회사에 해를 끼치는 일까지 면죄부를 줄 순 없다.
오너 일가의 이런 탈법과 비리에 대해 기업 내부에서 제동을 거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도 기막힐 노릇이다. 직장인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변명하겠지만, 오너의 불법행위를 도와 회사에 해를 끼치는 일까지 면죄부를 줄 순 없다.
후진적 조직 문화가 초래하는 부작용은 대우조선 분식회계와 경영진 일탈, 국책은행들의 부실 조선·해운사 묻지마 지원, 상사의 모욕에 자살을 택한 젊은 검사 등 셀 수 없이 많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상사의 부당한 요구·지시에 이의를 제기하고, 조직의 불합리한 결정에 시비를 가리자고 덤볐다면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을까. 30년 전 넥타이 부대로 '독재 타도'에 앞장섰던 것처럼,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목구멍이 포도청'이 아니라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정신을 되새겨야 할 것 같다.
기업들도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라 혁신의 진정성, 추동력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더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실리콘밸리 기업들처럼 기업 내 의사결정에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을 두면 어떨까. 회사에 대한 애정이 깊으면서 반골 기질이 있는 직원에게 기업 내 '야당' 역할을 맡기면 기업 내 권력형 비리, 부패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에 만난 한 대기업 임원은 갑질과 일탈을 일삼는 재벌 2·3세를 두고 '체제 전복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맞는 말이다. 시장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선 경제 민주화보다 직장 민주화가 더 급한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기업들도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라 혁신의 진정성, 추동력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더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실리콘밸리 기업들처럼 기업 내 의사결정에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을 두면 어떨까. 회사에 대한 애정이 깊으면서 반골 기질이 있는 직원에게 기업 내 '야당' 역할을 맡기면 기업 내 권력형 비리, 부패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에 만난 한 대기업 임원은 갑질과 일탈을 일삼는 재벌 2·3세를 두고 '체제 전복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맞는 말이다. 시장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선 경제 민주화보다 직장 민주화가 더 급한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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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출처]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7/13/20160713004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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