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포인트] 평범한 집안 여성과 결혼한 부잣집 도련님의 말로(feat. 구찌) <세기의 커플>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평범한 집안 여성과 결혼한 부잣집 도련님. 보통 사람들에게 이런 러브스토리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조건보다는 진정한 사랑의 결실이기 때문이죠. 상류층과 서민 계층 출신 남녀의 만남이 국가를 막론하고 대중이 좋아하는 미담인 이유입니다. 

세계 패션계를 주름 잡는 패션 브랜드인 구찌 가문의 장남 마우리치오 구찌 파트리치아 레지아니의 만남도 이렇게 동화 같은 러브스토리였습니다. 이탈리아 북부 지역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파트리치아는 어린 시절 진짜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어머니 홀로 궁핍하게 아이들을 양육했죠. 파트리치아가 12살 때 어머니는 부유한 사업가 페르디난도 레지아니와 재혼을 했습니다. 파트리샤는 이후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았습니다.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중 한 장면. 출처:네이버영화


그리고 22살 때 마우리치오 구찌를 만났죠. 두 사람은 첫눈에 반했습니다. 마우리치오는 헐리우드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닮은 파트리치아의 치명적인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습니다. 파트리치아는 마우리치오의 매력과 배경 모두를 사랑했습니다. 둘은 자연스레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죠. 하지만 맨손으로 구찌 가문을 일군 마우리치오의 아버지 로돌프 구찌는 파트리치아를 만난 뒤 그녀를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파트리치아가 돈만 밝히는 야심가라고 생각해서 그랬다는데 아버지가 반대할수록 아들의 고집은 더욱 강해져만 갔죠. 결국 두 사람은 아버지의 반대를 무시하고 1972년 결혼한 뒤 뉴욕으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하던가요, 딸을 낳고 행복하게 잘 사는 아들 부부를 로돌프도 끝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들 부부에게 뉴욕에 초호화 아파트를 사주면서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들였죠.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중 한 장면. 출처:네이버 영화
구찌 가문에 발을 들인 파트리치아는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면서 뉴욕의 사교계 명사가 됩니다. 파티마다 주요 인사로 초대가 되었고,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와도 절친이 되죠. 그렇게 화려한 뉴욕 신혼 생활을 뒤로하고 두 사람은 결혼 10년 차가 되던 해에 구찌의 본산인 이탈리아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마우리치오는 본격적인 구찌 후계자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그런데 이탈리아로 돌아온 뒤 두 사람의 관계는 손을 쓸 수 없이 악화됩니다. 파트리치아가 사업에 간섭하자 마우리치오가 이에 반발하면서 자주 부부 싸움을 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구찌 가문의 번성을 이끌기 위한 열정이었다는 시각도 있고 과도한 권력욕과 사치스러움이 초래한 불화였다는 상반된 시각이 존재합니다. 올해 초 국내에서도 개봉된 레이디 가가 주연의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는 파트리치아의 입장을 조금 더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파트리치아는 사업 수완과 안목이 다소 무른 마우리치오를 도와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구찌를 부활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악화할대로 악화한 두 사람의 관계는 마우리치오가 어느 날 플로렌스 지방으로 출장을 떠나면서 막을 내렸습니다. 출장 가방을 싸서 나간 그는 그날로 집으로 영영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사랑했지만 남은 인생은 함께 보내고 싶지 않다"라며 매정하게 파트리치아를 내친 마우리치오에게는 사실 여자가 있었습니다. 상대는 파올라 프란치라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어린 시절 친구였다가 몇 년 만에 재회한 뒤 사랑에 빠졌습니다.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중 한 장면. 출처:네이버영화
파트리치아는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마우리치오라는 남자도, 결혼으로 얻은 구찌이라는 이름도, 구찌 가문의 재산과 영광도 모두 그녀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었죠. 하지만 끈질기게 이혼을 요구하자 그녀는 연간 147만 달러(한화 약20억9724만 원)의 이혼 합의금을 받고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합의 내용으로는 법적으로 그녀가 구찌 성을 쓸 수 없다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후로도 계속 구찌 성을 썼습니다. 이혼 합의금이 턱 없이 적다는 불만도 상당했죠. 전 남편에 대한 증오는 커져만 갔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전 남편에 대한 증오와 집착 사이를 오가던 파트리치아는 어느 날 마우리치오가 곧 파올라 프란치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리고 가슴속엔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끓기 시작했습니다. . 

이혼 1년 뒤인 1995년 3월 27일, 마우리치오 구찌는 자기 집 현관에서 총알 7방을 맞고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1997년 1월 마우리치오 구찌 살해 용의자가 체포됐죠. 용의자는 전처인 파트리치아 구찌였습니다. 재판에서 파트리치아가 빚더미에 앉은 피자 가게 주인에게 한국 돈 약 5억 211만 원을 주고 전 남편을 죽여 달라고 부탁했다는 혐의가 인정됐습니다. 그녀는 재판 내내 혐의를 부인하다가 형이 확정되고 나서야 죽이고 싶을 만큼 커져 버린 마우리치오에 대한 분노를 토로했습니다. 마우리치오의 사망 다음 날 일기장에 ‘천국(paradiso)’라고 쓸 만큼 범행 이후 차분한 마음가짐이었다고 합니다. 

파국으로 끝난 두 사람의 관계는 구찌에서 구찌 일가가 손을 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사망 전 마우리치오는  구찌 지분 절반을 한 사모 펀드에 매각했고, 사망 이후 이 펀드가 구찌의 경영권을 넘겨받았습니다. 그리하여 전 세계에 487개의 매장을 두고 1만 7157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구찌엔 구찌성을 가진 경영진이 지금은 단 한 명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하네요. 
파트리치아 구찌. 출처:위키피디아

그렇게 지금은 이름만 남은 구찌 가문. 그럼에도 구찌 일가는 여전히 부자로 살고 있습니다. 마우리치오와 파트리치아 사이에서 낳은 두 딸도요. 두 딸은 아버지로부터 한화 약 5712억 원에 달하는 유산을 상속받았어요. 파트리치아 역시 전 남편을 살해했지만 그가 남긴 유산로부터 연간 한화 약 20억 원에 달하는 이혼 합의금은 다 받고 있다고 하네요. 꽤 부유한 말년을 보낼 수 있는 금액이죠.

하지만 파트리치아의 말년은 행복하지 않아 보입니다. 징역 26년을 선고받은 그녀는 18년 감옥 생활 끝에 지난 2016년 모범수로 출소했습니다. 출소 후 파트리치아가 한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두 딸은  어린 시절 어머니와 친밀하게 자랐음에도 사건 이후 차차 멀어져, 현재는 두 딸 모두 어머니와 연을 완전히 끊은 상태입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는 가끔 어깨에 앵무새를 얹고 화려한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70대 할머니가 목격되는데요, 이 사람이 바로 파트리치아 구찌 아니, 파트리치아 레지아니라고 하네요. 

한때 부모와 연을 끊을 만큼 절실했던 두 사람의 말로가 이렇게 비극적일지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안 좋은 의미로 세기의 커플이라고 칭할 수 있겠네요. 

아샤 김 썸랩 에디터(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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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4552144&memberNo=38753951&vType=VER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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