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사회 안정에 가장 위험한 직군은 ‘법률 전문직’이라 주장한다. “로베스피에르, 레닌, 카스트로는 변호사였다. 링컨과 간디도 마찬가지다.” 저자가 ‘미국의 원형적 반엘리트’라 지목한 J.D. 밴스 부통령 역시 변호사 출신이다.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 “프롤레타리아는 족쇄 말고 잃을 것이 없다”고 썼다. 저자는 “하지만 마르크스는 틀렸음이 입증되었다”고 말한다. “궁핍해진 프롤레타리아는 성공적 혁명의 주체가 아니다. 정말로 위험한 혁명가는 좌절한 엘리트 지망자들로, 그들은 특권과 교육, 연줄 덕에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연봉 19만 달러를 받는 로스쿨 졸업생의 20%처럼 곧바로 엘리트 지위에 오르는 소수조차 행복하게 살지 못한다. 전반적인 불안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고학력 프레카리아트(노동 무산 계급)로 전락할 운명인 고학력 젊은 층이야말로 불안정성 말고는 잃을 것이 없는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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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이데올로기는 엘리트 내부 충돌의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성 엘리트 성원들을 무너뜨리고 경쟁하는 지망자들을 앞지르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데올로기의 순수성은 탈색된다. 좌·우파 모두 굉장히 파편화돼 있으며, 격렬한 문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인종주의자와 백인우월주의자, 그리고 트럼프에 표를 던진 ‘한심한 사람들(deplorables)’을 비난한다. 다른 사람들은 ‘멍청이 진보주의자(libtard)’를 비난한다. 심각한 피해망상에 빠진 비주류들은 공산주의 중국 첩자들이 최고위층부터 말단까지 미국 정부에 침투했다고 상상하거나 푸틴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꼭두각시 인형 트럼프를 조종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사례를 중점적으로 분석하지만, 미국만의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 국민소득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율이 1990년대 이후 2023년까지 2배 이상 증가했고, 전 세계에서 대졸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되었다는 점을 짚는다. 그런데 한국은 고학력 젊은 인재들을 소화할 만한 일자리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특히 고학력 청년 남성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정치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가장 위험한 인구 집단이 바로 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