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작은 분노들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작은 분노들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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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기뻐하며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기뻐하며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화(anger)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친척들이 있다. 바로 분함 또는 적개심(resentment)과 분노, 분개하는 것(indignation)이다. 마리아 미켈리 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 인지과학기술연구소 연구자에 의하면 화, 적개심, 분개하는 것 모두 공격성을 유발하는 감정들이다. 따라서 흔히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감정들 사이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

이 중 '화'는 가장 흔히 나타나는 감정으로 의도적 또는 비의도적으로 해를 입은 경우에 발생한다. 어떤 사람 또는 상황으로부터 해를 입어 자신이 추구하려고 하는 목표가 좌절된 경우에 발생하는 가장 일반적인 감정이다. 화가 나면 흔히 화의 대상(해를 입힌 주체이거나 아니면 그냥 약한 화풀이 대상)에게 화풀이를 하는 현상이 나타나며 빼앗긴 권력감을 다시 충족시키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와 달리 분함 또는 적개심(resentment)은 보통 해를 입은 것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도덕적 판단이 들어가는 경우 발생한다. 어떤 사람이나 집단으로부터 의도적 또는 비의도적으로 불공정하거나 잘못된 일을 당했을 때 화를 넘어 분한 마음과 도로 갚아주고 싶다는 복수심을 느끼게 된다.

'당한 만큼 갚아주겠다'는 복수심과 그로 인한 행동들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적개심은 특히 대상자가 아무런 벌을 받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 화보다 더 크고 길게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분개 또는 분노하는 것(indignation) 역시 일반적인 화와 달리 '도덕적' 판단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적개심과는 다르게 개인적으로 잘못된 일을 당하는 것 뿐 아니라 타인이 잘못된 일을 당했을 때에도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도덕 규범이 무너졌을 때에도 나타나는 감정이다. 사회 정의와 관련된 감정이다 보니 집단적인 규모로 나타나기도 한다. 관련 행동 또한 개인적인 복수나 앙갚음보다는 사회 정의를 다시 세우는 방향으로 나타나곤 한다. 한 사회의 도덕 규범을 어지럽힌 사람들을 제대로 처벌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도 한다.

상식이 무너지고 나라를 어지럽혔는데도 마치 법 위에 존재하는 것 마냥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이들을 벌써 한 달 째 보고 있다. 차가운 거리에 많은 시민들을 모이게 만든 것은 무너진 정의에 대한 분노(indignation)일 것이다. 역사는 항상 이렇게 자기 신상에 관한 일이 아니어도 분개하고 일어서는 사람들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

한강 작가의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지금의 분개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그 답을 본다. 분노는 약자의 힘이다. 작은 분노들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여전히 험한 세상을 살아갈 다음 세대들을 위해서 지금의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음을 본다. 이민진 작가의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대로 상관없다"는 말처럼, 약자인 사람들은 나아갈 것이고 지워질지언정 존재할 것이고 과거가 될 지언정 미래의 당신을 구하고 말 것임을 믿는다.

Miceli, M., & Castelfranchi, C. (2019). Anger and its cousins. Emotion Review, 11(1), 13-26.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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