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지혜는 겸손에서 비롯된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지혜는 겸손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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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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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 알고 있거나 틀릴 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은 이따금씩 틀리더라도 자신만은 그렇지 않을 것이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체로 다른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내가 대체로 옳다'고 여기는 자신감이 쓸데없이 과한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자신의 지적 한계에 대해 인식하는 특성을 ‘지적 겸손’이라고 부른다. 안타깝게도 연구들에 의하면 이는 꽤 안정적인 특성이라서 지적 겸손도가 높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어떤 현상을 바라볼 때 한 가지 설명(보통 자신의 시각)에만 매몰되어 있기보다 서로 다른 다양한 시각에 열려 있는 편이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적대시하는 일도 비교적 적다. 복잡한 현상에 대해 지나친 단순화나 과한 일반화를 좋아하지 않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다양한 층위의 원인들을 파고드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와 달리 지적 겸손도가 낮은 사람들의 경우 보통 자신의 시각에 지나치게 과한 가중치를 두고 자신의 의견과 비슷한 의견만 골라서 듣는 경향이 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싫어하거나 배척하는 일이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고 문제의 복잡함에 반해 지나치게 ‘간단명료한 설명’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지적 겸손도에 따라 좀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달라지기도 한다.

물론 어느 정도 옳고 그름이 명확한 문제에 대해서는 그나마 지적 겸손도가 낮은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런 경우에도 사람들은 지적 겸손도가 낮기보다 높은 사람들의 의견을 더 잘 청취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과학자들의 경우에도 지적 겸손도가 높을 때(또는 높다고 여겨질 때), 사람들이 더 과학자들이 한 연구 내용을 신뢰한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또 조직 내에서도 리더의 지적 겸손도가 높을 때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창의적인 결과물들이 더 많이 나온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었다.

비교적 ‘정답’이 존재하는 세계에서도 그렇지만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고 다양한 입장이 상충하는 사회적 문제나 인간관계에서의 갈등 상황에서도 지적 겸손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나 코에트키 피츠버그대 연구자의 연구에 의하면, 지적 겸손도가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다양한 ‘갈등’ 상황을 더 잘 해쳐나가는 편이다.

지적 겸손도가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갈등 상황에서

① 긍정적 정보 전달: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있어 중요한 것들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
② 긍정적 회피: 사람들이 여러 대안을 더 잘 검토할 수 있도록 문제를 차후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
③ 긍정적 개방: 어떤 해결책을 제안하기 전에 상대방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 무엇인지 살핌
④ 긍정적 연대: 함께 마음을 모아 해결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건설적인 행동을 더 자주 한다고 보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반면 지적 겸손도가 높은 사람들은 지적 겸손도가 낮은 사람들에 비해

⑤ 부정적 공격: 상대방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이거나
⑥ 부정적 회피: 갈등이 불편해서 침묵을 지키거나 대화 주제를 바꾸는 등의 해로운 행동은 덜 하는 편이라고 보고했다.

나아가 역사적으로 첨예한 국가 간, 집단 간 갈등 상황에서도 지적 겸손도가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양쪽의 입장에 좀 더 균등한 관심을 보이고 팔이 안으로 굽기보다 외집단 사람들의 피해 상황과 고통에 대해서도 인지하며 폭력적이기보다 대화를 통한 해결을 선호한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점점 살면서 겪는 대부분의 문제들에서 꼭 '한 가지 정답'만 존재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서로 다른 의견들이 부딪히는 문제에서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생각이 반드시 옳거나 특히 내 생각만 옳을 가능성은 아마 매우 적을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모두 이런 지혜를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내가 반드시 옳다는 생각이 들 때면 나의 지적 겸손도를 따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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