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돋보기] 분노상업주의와 한국 영화


     

입력 : 2017.02.22 03:12

 

어수웅 문화부 차장
어수웅 문화부 차장

영화 '재심'을 보러 간 이유가 지금 흥행 1위여서만은 아니었다. 이 영화의 소재가 된 2000년의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에 대한 공분(公憤)이 먼저였을 것이다. 목격자에 불과했던 15세 소년이 택시 기사 살인범으로 몰렸고, 재판 끝에 10년 징역을 살았고, 만기 출소 뒤의 이례적 재심(再審)으로 지난해 11월 무죄가 확정된 사건. 이제는 청년이 된 소년의 무죄판결에 누구 못지 않은 탄성을 질렀음을 고백한다.

배우 강하늘을 '누명 쓴 살인범'으로, 그리고 정우를 '재심 변호사'로 캐스팅한 영화는 예상대로였다. 영웅의 등장과 바로잡은 정의. 그 명분과 선의에 십분 동의하면서도, 목에 걸린 가시처럼 불편했던 대목이 있다. 배우 이동휘가 연기한 로펌 변호사 창환 역이다. 정의의 사도로 개과천선하는 주인공 '재심 변호사'와 달리, 착해 보이던 친구 창환은 점점 악의 화신이 된다. 친구를 배신하고 의뢰인의 비밀을 팔아넘겨 '한 방'에 수백억을 버는 것. 창환은 영화를 위해 창조한 캐릭터다. 이 인위적 설정 덕에 영화는 극적 긴장감과 재미를 얻었겠지만, 관객은 대한민국 사법제도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얻었다.

실화를 옮긴 영화라고 해서, 모두가 사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드라마를 위한 축소와 생략, 과장과 미화는 흔한 일. 게다가 '실화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자막을 내보냈기 때문에 법적 책임에서도 자유로울지 모른다.

 

영화 '재심' 포스터.
하지만 '재심'이라는 실화영화가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는 '진실'과 '정의'에 있다. 정의를 앞세우면서 타인의 정의와 진실을 희생시킨다면 그건 정의로운 일일까.

죄책감을 못 이긴 수사 경찰 중 한 명이 자살했지만 영화는 보여주지 않았고, '재심 변호사'의 모델인 박준영 변호사가 진정한 영웅이라 부른 군산경찰서 수사반장 역할은 단역으로 축소됐다. 그는 이 사건의 진범을 잡은 형사였다.

경찰은 소년을 때려 거짓 자백을 받아냈고, 검찰은 강압 수사를 묵인했으며, 법원은 이를 찾아내지 못했다. 정당한 분노와 사리에 맞는 비판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대중의 정의감을 이용해 분노를 만들어내고, 그 분노를 이용해 돈을 버는 건 또 다른 문제다.

'베테랑' '더 킹' 등 재벌의 횡포와 검찰의 탈선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극대화했던 영화들에 비하면, '재심'의 분노상업주의는 극히 사소할지 모른다. 하지만 픽션인 전작들과 달리, '재심'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그것도 전술했듯, 진실과 정의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였 다.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축소와 과장의 단순 이분법보다 삶의 복잡한 실체적 진실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좋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은 상관없다는 신념이 세계를 어떻게 망쳐왔는지,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분노와 증오가 줄 수 있는 건 기껏해야 감정적 카타르시스. 게다가 연출된 진실 때문에 만들어진 분노라면 덧붙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21/2017022103455.html

경축! 아무것도 안하여 에스천사게임즈가 새로운 모습으로 재오픈 하였습니다.
어린이용이며, 설치가 필요없는 브라우저 게임입니다.
https://s1004games.com

 

 

 

 

본 웹사이트는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광고 클릭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모두 웹사이트 서버의 유지 및 관리, 그리고 기술 콘텐츠 향상을 위해 쓰여집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2 볼펜 뚜껑· 레고 블록에 구멍을 낸 이유는? file 졸리운_곰 2017.02.27 306
141 [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227] 모방의 한계 file 졸리운_곰 2017.02.26 234
» [트렌드 돋보기] 분노상업주의와 한국 영화 file 졸리운_곰 2017.02.22 198
139 절대 신용카드 한도를 꽉 채워 쓰시면 안 됩니다! file 졸리운_곰 2017.02.20 197
138 초보자를 위한 신용등급 관리 개론 file 졸리운_곰 2017.02.20 220
137 신용카드 연체 후 당신에게 일어날 일 file 졸리운_곰 2017.02.20 488
136 [칼럼] 사기꾼처럼 진실해 보이는 사람이 없다, 왜? file 졸리운_곰 2017.02.19 177
135 Photoshop은 너무 무겁고 Painttool SAI는 상용에 구버전이고 심플한 드로잉 그리기 오픈소스 툴 발견! Krita!! 졸리운_곰 2017.02.14 268
134 삼성 '갤럭시 탭프로 S2' 전체 사양 유출.. 인텔 카비레이크-U CPU 탑재 file 졸리운_곰 2017.02.14 389
133 [Why] 콘도 객실 하나에 주인 500명… "무료 숙박권 당첨" 사기극 졸리운_곰 2017.02.12 370
132 [PM수행시] 아무나 지도자 위치를 탐해선 안된다, 치열한 고민·준비 없이 나서는 건 죄악" file 졸리운_곰 2017.02.09 151
131 주택임대사업자 사업장현황신고서 작성방법 file 졸리운_곰 2017.02.08 1222
130 직장인의 IT 벤처 창업,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file 졸리운_곰 2017.02.08 250
129 오너 프로그래머(owner programmer) 필생기 - 프로그래머가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창업자로 생존하기 졸리운_곰 2017.02.08 268
128 위인터랙티브 창업에서 폐업까지… 그 파란만장했던 시간들을 반성하며… 졸리운_곰 2017.02.08 176
127 [개발人] 유명환 “창업 꿈꾸는 개발자, 듣게” file 졸리운_곰 2017.02.08 244
126 개인사업자 부가가치세 신고 file 졸리운_곰 2017.02.08 488
125 개인사업자 부가세신고기간과 방법을 알아보자 file 졸리운_곰 2017.02.08 1562
124 부가가치세(부가세,VAT)란? 부가세신고, 부가세계산하는법 file 졸리운_곰 2017.02.08 672
123 일반과세 개인사업자 세금신고요령 졸리운_곰 2017.02.08 646
대표 김성준 주소 : 경기 용인 분당수지 U타워 등록번호 : 142-07-27414
통신판매업 신고 : 제2012-용인수지-0185호 출판업 신고 : 수지구청 제 123호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 : 김성준 sjkim70@stechstar.com
대표전화 : 010-4589-2193 [fax] 02-6280-1294 COPYRIGHT(C) stechstar.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