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 칼럼] 나라는 반드시 스스로 기운 뒤에야 외적이 와 무너뜨린다

양상훈 주필
 

입력 : 2017.03.09 03:11

병자호란 겪은 인조 '적이 오기도 전에 나라는 병들었다' 통탄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외적과 싸움엔 등신, 우리끼리 싸움엔 귀신
 

양상훈 주필
양상훈 주필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을 탈당하며 던진 한마디가 긴 여운을 남긴다. '나라는 스스로 기운 뒤에야 외적이 와 무너뜨린다.'

1636년 겨울 인조 임금은 흔히 그랬듯이 또 부적격자를 군(軍) 책임자로 임명했다. 이 사람은 청군(淸軍)이 국경을 넘을 때 이를 알리는 봉화가 서울에 도달하지 못하게 했다. 정부 내에 소동이 일어날까 봐 그랬다고 한다. 병자호란은 그렇게 시작됐다. 난(亂)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정부는 청군 침입 소식을 들은 뒤 이틀 만에 남한산성으로 도망갔고 다시 47일 만에 항복했다. 나라를 정신적·물질적·육체적으로 짓밟은 청군이 돌아간 뒤 인조는 국민에게 유시를 내렸다. 그 한 구절이다. '나라는 반드시 자신이 해친 뒤에야 남이 해치는 법이다.' 인조는 '(예로부터 전해오는) 이 말을 어찌 안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병자호란 47일의 굴욕' 윤용철 지음)

나라는 이미 스스로 기울어 있었다. 9년 전 1차 침입한 청(당시 후금)은 순식간에 두 지역의 수장을 사로잡았다. 황제의 왕자 한 명이 이 두 사람의 아내와 첩들을 막사 안에 두고 온갖 희롱을 했다. 이동할 때는 남편들로 하여금 아내와 첩이 탄 말 고삐를 잡게 했다. 이 나라의 축소판 같은 일들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말 고삐를 잡은 남편들이 아내의 부정(不貞)을 비난하자 말 탄 아내들은 '너는 한 게 뭐냐'는 식으로 맞비난했다.

외적과는 변변한 싸움 한번 하지 못하고 붙잡힌 남편과 아내가 그 처참한 상황에서조차 서로 물고 뜯는다. 한 변방서 벌어진 이 작은 장면 하나에 '외적과 싸움엔 등신, 우리끼리 싸움엔 귀신'인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만 같다. 나라로 확대해도 다르지 않다. 군비를 확충하려 했으나 여기저기 반대로 실패했다. 쓸데없는 명분 싸움, 탁상공론만 이어졌다. 인조는 '적이 몰려오기 전에 이미 나라는 병들었다'고 했다.

경축! 아무것도 안하여 에스천사게임즈가 새로운 모습으로 재오픈 하였습니다.
어린이용이며, 설치가 필요없는 브라우저 게임입니다.
https://s1004games.com

인조는 무능한 사람이었지만 당시 사회 전체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북방에서 강력한 위협이 등장했는데도 평가절하하고 무시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설마' 하는 안보 불감증이었다. 막상 화(禍)가 닥치자 그렇게 말 잘하는 사람 많은 나라에 싸울 사람이 없었다. 먼저 온 적군은 일종의 선발대였다. 숫자도 적고 장거리 행군에 지쳐 있었다. 결전으로 얼마든지 승부를 볼 수 있었지만 미리 겁을 먹은 장군들은 '못 싸운다'는 핑계만 대고 병사들은 기회만 있으면 도망쳤다. 대신들은 포위된 남한산성 안에서도 언쟁에 끝이 없었다. 전략 도출을 위한 토론이 아니었다. 상대에 대한 적의가 청군에 대한 적의보다 더 컸다. 외적에 대해선 공포만 가득했다.

300여년 뒤에 같은 일이 그대로 벌어졌다. 1951년 중공군 100~200명이 국군 후방 고갯마루 하나를 차단했다고 수만명 병력이 순식간에 흩어져 도망쳤다. 한 곳에서는 중공군이 기관총으로 빗자루 쓸듯이 국군을 살상하는데 만명 가까운 국군 병력 중에 총을 들어 응사하는 사람이 단 한 명 없었다는 증언이 있다. 전방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 때 뒤에서는 우리끼리 무섭게 물고 뜯는 정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끼리 싸울 때 참 대단한 능력을 발휘한다. 경탄스러울 때도 있다. 그 창의력, 끈질김, 분투 정신, 헌신은 실로 경이롭다. 지금 촛불 시위나 태극기 시위에 나가려고 외국에서 비행기 타고 오는 교민들이 있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엔 나오지 않는다. 각자는 나라 걱정이겠지만 우리 서로를 향한 적대감과 증오가 이만큼 크다. 이 열의를 외적에게 돌렸다면 대한민국은 누구도 만만히 보지 못하는 강한 중견국이 돼 있을 것이다.

촛불 시위대가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 1500만 촛불의 분노가 한·미 동맹을 향할 것'이라고 했다. 당장 미군이 없어지면 북·중·러·일 사이에 낀 나라에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미 동맹이란 발판 위에 살면서 그 땅이 꺼져라 발을 구르는 사람들도 바보는 아니다. 한·미 동맹에 대한 공격도 우리끼리 물고 뜯는 연장선상에 있다. 내 적(敵)과 친하니까 너도 적이라는 것이다. 우리 서로를 향한 적의에 눈이 멀었다. 우리가 정말 잘하는 우리끼리 물고 뜯기에 먹이가 됐으니 아무리 굳건한 한·미 동맹도 언젠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사방팔방에서 전에 보지 못한 파도가 치 고 있다. 탄핵보다 더 높은 파고다. 쓰나미로 바뀔 수 있다. 그런데도 세계 돌아가는 것은 단 한 번 제대로 본 적 없는 인물들, 평생 우물 안에서 우리끼리 물고 뜯는 것만 해온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 있다. 입만 열면 외적이 아니라 우리끼리 물고 뜯는다. 모두가 거기에 정신이 팔려 있다. 나라는 반드시 자신이 해친 뒤에야 남이 해치는 법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08/2017030803325.html


 

본 웹사이트는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광고 클릭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모두 웹사이트 서버의 유지 및 관리, 그리고 기술 콘텐츠 향상을 위해 쓰여집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2 [루머] 애플, 올해 봄계절에 아이패드 프로 3개 모델 동시 출시... 7.9인치 아이패드 미니도 프로 라인업으로 흡수 file 졸리운_곰 2017.03.28 302
161 아이패드 프로 한달 써보고 느낀 단점들 file 졸리운_곰 2017.03.28 535
160 LG 70주년, 전 임직원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선물 받았다 file 졸리운_곰 2017.03.27 169
159 치킨집, 포화 상태로 증가율 저조… 생존율은 패스트푸드 76% 최고 file 졸리운_곰 2017.03.24 236
158 작년 술집 144% 증가… 4년 차에 절반 문 닫아 file 졸리운_곰 2017.03.24 139
157 더 우울한 4050 조기 퇴직자… 창업 실패율 74% file 졸리운_곰 2017.03.23 186
156 “해커” 인척 해보자 !! file 졸리운_곰 2017.03.23 533
155 너무 빨리 식은 웨어러블 열풍 file 졸리운_곰 2017.03.22 217
154 박정환 9단, 일본판 알파고 '딥젠고'에 역전승…"이해할 수 없는 수로 자멸" file 졸리운_곰 2017.03.22 194
153 어제 마신 서울 공기, 세계 2번째로 독했다 file 졸리운_곰 2017.03.22 164
152 [정민의 世說新語] [409] 소지유모 (小智惟謀) file 졸리운_곰 2017.03.19 437
151 동료와 제자가 덮어씌운 성추행 누명…전도유망한 젊은 교수의 허망한 죽음 file 졸리운_곰 2017.03.17 192
150 초보 사장 돕는 '7전 8기 사장님' file 졸리운_곰 2017.03.15 159
149 [NOW] 15만원짜리 한복 빌려줬다가 가슴이 찢어졌다 file 졸리운_곰 2017.03.15 204
148 창업 10년 지나면… 음식점 4곳중 1곳만 살아남아 file 졸리운_곰 2017.03.15 165
147 해외 영화 평론가들은 '미녀와 야수'를 이렇게 평가했다 졸리운_곰 2017.03.14 207
146 [뉴스TALK] 저축은행 가계대출 통계, 검증도 않고 퍼나른 韓銀 file 졸리운_곰 2017.03.14 210
» [양상훈 칼럼] 나라는 반드시 스스로 기운 뒤에야 외적이 와 무너뜨린다 file 졸리운_곰 2017.03.09 192
144 자아도취 성향이 강한 사람의 소름끼치는 특징 7가지 file 졸리운_곰 2017.03.04 381
143 <디테일추적> '잘난 여성에게 불이익 줘 결혼시키자' 황당주장 사건을 쉽게 정리해봤다 file 졸리운_곰 2017.02.28 292
대표 김성준 주소 : 경기 용인 분당수지 U타워 등록번호 : 142-07-27414
통신판매업 신고 : 제2012-용인수지-0185호 출판업 신고 : 수지구청 제 123호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 : 김성준 sjkim70@stechstar.com
대표전화 : 010-4589-2193 [fax] 02-6280-1294 COPYRIGHT(C) stechstar.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