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혁신디바이스/소프트웨어 규제에 묶여서… ‘있어도 못쓰는’토종 헬스케어 기술 수두룩
2018.03.01 22:11
규제에 묶여서… ‘있어도 못쓰는’토종 헬스케어 기술 수두룩
유전자검사 항목도 12개로 제한
기술경쟁력 갖춰도 사업화 못해
선진국은 지원 늘리며 시장 선점
규제 풀고 관련 기업 육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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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성장 2018
헬스케어 산업, 규제 풀어야 큰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중앙사회보험의료협회는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을 대상으로 원격의료에 의료수가 항목을 신설해 오는 4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2015년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한 일본이 본격적으로 제도 활성화에 나서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처음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후 의사단체의 반발과 시민단체의 의료영리화 논란 등에 가로막혀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채 머물러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작년 11월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유전적 질병 위험도 검사(GHR검사)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추가 검토와 허가절차 없이 병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GHR검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업체가 정확성·신뢰성 및 임상적 관련성 등에 대한 FDA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면 이후 제품별로 일일이 출시 전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병원을 거치지 않으면 매우 한정된 범위의 서비스만 제공할 수 있어, 일부 국내 업체는 국내 시장을 포기하고 해외에만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 세계가 첨단 바이오 헬스케어 기술에 대한 무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기술이 있음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규제를 풀고 있는 것에서 나아가 세계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집중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을 때, 우리나라는 수년 동안 헬스케어 분야 규제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집단 반발에 제자리 걸음만…경쟁력 사라진 원격의료=원격의료는 의사와 환자 간 거리의 장벽을 없애는 것은 물론,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용을 낮추고 웨어러블 기기·빅데이터 등 첨단 산업의 규모를 키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2015년 181억달러에서 연평균 14% 성장률을 보이며 오는 2021년 412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원격의료 활성화에 시동을 걸고 있는 일본의 경우 원격의료 시장이 2015년 122억6900만엔에서 2019년 199억600만엔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법 제34조 1항에서 의사와 의료인 간에만 원격의료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지난 2016년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월 7일 발표한 서비스산업 혁신방안에도 원격의료 관련 규제 완화 내용은 담기지 않았고, 수 년 동안 시범사업에 포함됐던 '선원'을 이제서야 원격의료 대상으로 의료법에 명시하자는 법안이 지난 2월 2일 발의되는 것에 그치고 있는 상태다.
원격의료 시행 시 기계 오작동 및 정확성 저하로 인한 오진 발생 우려나 개인 의료정보 유출 등에 대한 의료계의 반대가 크기 때문이다. 원격의료가 영리병원이나 의료 민영화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도 시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페루, 칠레, 브라질,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서울성모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대학병원의 원격의료 서비스는 국내에서 활성화가 되지 못하고 있다. 또 KT는 지난 2월 14일 러시아 최대 국영은행 스베르방크와 모바일 진단기기 및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활용한 원격의료 사업을 공동 연구·개발하기로 협의하고, 작년에 인성정보는 자체 원격의료기기 브랜드 '하이케어 허브'를 미국 보훈부 원격의료 사업에 공급하기로 하는 등 국내 기업의 원격의료 기술들이 정작 국내에서 힘을 못 쓰고 해외로 흘러나가고 있다. 특히 원격의료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지능의료'와 같은 서비스는 우리나라에 더욱 먼 이야기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당뇨병성 망막증 진단 기술은 인공지능이 진단한 당뇨병 망막병증 환자를 지역 안과로 자동 의뢰하고 진단이 불확실한 환자는 원격지 안과의사가 다시 한 번 판독하는 플랫폼 기술이지만, 대면의료행위만 의료행위로 간주하는 국내에서는 이 같은 플랫폼 활용이 어려울 전망이다.
◇유전자 검사로 질병 예측…기술 갖고도 못 크는 시장=유전자 분석 분야도 여러 법규와 규제가 얽혀 국내에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전자 분석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의료'가 질병 관리를 치료에서 예측·예방으로, 개인의 유전적 상황에 맞는 '맞춤의료'로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지만 기술적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규제에 막혀 성장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소비자가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유전자 분석을 받을 수 있는 '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검사(DTC)'는 정부가 지난 2016년 6월부터 혈압·혈당·피부노화 등 12개 항목에 대해서만 기업이 서비스 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유전성 질병 보인자 검사, 질병 예측성 검사 등은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과 달리 제한돼있다. 국내 유전자 분석 기업들은 약국, 건강기능식품 업체, 보험사 등과 손을 잡으며 사업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특히 일부 유전자 교정 분야는 '생명윤리법'에 가로막혀 연구단계도 국내에서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 8월 학술지 네이처에는 인간배아에서 유전자를 교정해 유전병의 예방 확률을 높인 연구결과가 게재됐다. 첨단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혈우병·헌팅턴병 등 유전병의 발생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는 성과였다. 해당 연구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작·제공한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이 활용됐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생명윤리법상 인간배아 연구가 엄격하게 제한돼 있어 이 같은 연구가 불가능하다. 반면 중국, 영국, 스웨덴, 일본은 인간 배아에 대한 유전자교정 연구를 승인한 바 있다.
◇'개인정보 보호'에 가로막힌 디지털 헬스케어=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사물인터넷(IoT)·AI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되면서 세계적인 확대 추세에 있다. 글로벌 엑셀레이터 그룹 스타트업헬스에 따르면 작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115억달러로 전년도 80억달러에서 급증했다.
미국 FDA는 작년에 '디지털 헬스 이노베이션 액션 플랜'을 발표하며 향후 제품별 인증이 아닌 개발사에 대한 인증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일일이 서비스를 인증받을 필요없이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 자율적으로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을 전망이다. FDA의 사전인증 시범사업 참여 기관에는 애플, 존슨앤존슨, 로슈, 핏비트 등과 더불어 삼성전자도 포함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보건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과 서비스가 개발돼도 사업화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민감한 보건 의료데이터의 활용을 두고 '개인정보보호법' 침해 논쟁이 뜨겁기 때문이다. 데이터 수집에 대한 인증 및 표준화와 사업화 환경 조성에 대한 규제 개선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첨단 헬스케어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의 기술적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해도 세계적으로 관련 분야를 육성하는 상태에서는 잠깐 사이에 뒤처질 수 있다"며 "규제를 개선하고 정비하지 않으면 의료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cloud50@dt.co.kr
[출처]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8030202102876029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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