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YSICS '무거운 중성자별일까 가벼운 블랙홀일까' 중력파로 미지의 천체 찾았다
2020.06.27 17:41
'무거운 중성자별일까 가벼운 블랙홀일까' 중력파로 미지의 천체 찾았다
2020.06.25 08:57
질량이 큰 별은 수명을 다 하면 스스로 수축한 뒤 폭발해 중성자별이나 블랙홀 등 밀도가 매우 높은 천체가 된다. 이들 천체는 질량의 범위가 정해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최근 기존에 관측된 범위를 벗어난 새로운 질량의 천체가 중력파를 통해 처음 발견됐다.
미국에 설치된 중력파 검출기를 이용해 중력파를 관측하는 과학 프로젝트인 ‘라이고’ 과학협력단과 유럽 이탈리아의 중력파 검출기를 이용하는 ‘버고’ 과학협력단은 지난해 8월 지상에서 관측된 중력파의 파형을 분석한 결과 이 중력파를 만든 천체 중 하나의 질량이 태양의 2.6배로, 기존에 관측된 적이 없는 새로운 질량대의 중성자별 또는 블랙홀이라는 사실을 밝혀 ‘천체물리학저널’ 23일자에 발표했다.
●중성자별이라기엔 큰... 블랙홀이라기엔 작은 이상한 천체의 신호
중력파는 질량을 지닌 물체가 속도를 변화시키는 운동(가속도운동)을 할 때 발생해 빛의 속도로 우주에 퍼지는 시공간의 뒤틀림이다. 블랙홀 등 천체가 서로 충돌해 하나로 합쳐질 때 일부 질량이 중력파로 변해 퍼진다. 지상에서는 이 파장을 관측해 중력파를 만든 천체의 질량 등을 파악하는 연구를 한다. 여러 곳의 중력파 관측소에서 동시에 관측을 하면 충돌이 일어난 위치도 추정이 가능하며, 이 경우 광학망원경이나 전파망원경을 통한 동시 관측을 통해 우주나 별의 진화를 밝힐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천체 신호를 통한 관측이라는 뜻에서 '다중신호 천문학'이라고 부른다.
라이고와 버고 연구팀은 지난해 8월 14일 지상에서 관측된 중력파 GW190814의 데이터를 분석해 23일 공개했다. 연구 결과 이 중력파가 태양 질량의 23배인 거대한 블랙홀과 태양 질량의 2.6배인 미지의 천체가 쌍성을 이룬 채 서로를 중심으로 돌다 서로 충돌해 태양 질량의 25배인 블랙홀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밝혔다. 충돌한 두 천체의 질량은 9.2배 차이가 나는데, 이는 현재까지 중력파를 이용해 발견한 쌍성 중 블랙홀과 짝별의 질량 차이가 가장 큰 경우 중 하나다. 형성된 블랙홀은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약 8억 년 가야 하는 거리에 있다.
연구팀은 특히 태양 질량의 2.6배를 갖는 천체에 주목했다. 블랙홀 또는 중성자별로 추정되는데, 기존에는 이 질량의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5배 이상, 중성자별은 태양질량의 2.2배 이하인 경우만 발견돼 왔다. 그 사이인 태양 질량의 2.2~5배 사이의 천체는 발견된 적이 없다. 때문에 천문학계에서는 이 질량대의 천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단지 인류가 관측 한계로 발견을 못한 것인지 논쟁이 있었다. ‘질량 간극(mass gap)’ 문제라고 부른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에서 활동 중인 김정리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는 "그 동안 이 질량대의 중성자별이나 블랙홀 모두 이론상 가능은 하지만 발견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며 "이번 발견으로 이런 질량대의 블랙홀 또는 중성자별이 존재하며, 심지어 그리 드물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이 천체가 중성자별인지, 블랙홀인지 정확한 정체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정체를 확인하려면 빛 등 다른 관측결과가 필수적인데, 관측이 불가능한 거리였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블랙홀끼리의 충돌이었다면 애초에 빛이 나오지 않았겠지만, 중성자별과 블랙홀의 충돌이라면 중성자별이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다 쪼개져 빛이 나왔을 것”이라며 “수백 광년 정도의 가까운 거리였다면 이 빛을 관측해 중성자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겠지만, 8억 광년 거리의 중성자별 빛을 관측할 기술은 현재 없다”고 말했다.
천문학자들은 특히 이 별이 중성자별로 밝혀질 경우 또 하나의 새로운 천문학적 발견이 될 것으로 보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 동안 블랙홀로만 이뤄진 쌍성의 병합과 중성자별로만 이뤄진 쌍성의 병합은 중력파로 관측한 적이 있다. 하지만 블랙홀과 중성자별로 이뤄진 쌍성의 충돌은 관측된 적이 없다. 김 교수는 “블랙홀-중성자별 쌍성은 그 자체로 최초의 발견”이라며 “쌍성을 이루는 두 천체의 질량이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경우도 매우 희귀해 천문학과 천체물리학, 심지어 상대성이론과 같이 중력이론을 연구하는 데에도 중요한 발견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추가 관측을 이어갈 계획이다. 라이고 국제협력단 대변인인 패트릭 브레이디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는 “가장 질량이 큰 중성자별 관측 사례가 될지, 가장 질량이 작은 블랙홀 관측 사례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며 “향후 보다 많은 관측을 통해 수수께끼를 풀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라이고와 버고, 일본이 도야마에 구축한 제3의 중력파 관측시설인 카그라는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과학 관측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김 교수는 “최소한의 인원만 투입해 장비를 켜두기만 한 상태로, 몇 달째 본격적인 관측은 물론 국제 협력연구가 일시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거대한 별 최후에 남는 별 중성자별과 블랙홀
중성자별과 블랙홀은 질량이 태양보다 10~29배 큰 별이 수명이 끝난 뒤 형성하는 천체다. 이들은 초신성 폭발 등 물질을 흩뿌리며 최후를 맞는데, 이후 중심부의 핵만 남아 자체 중력에 의해 수축하는 과정을 겪는다. 이 때 핵의 질량이 대략 태양의 2.2~2.5배 이하인 경우는 중성자별이 되고 5배 이상인 경우는 블랙홀이 된다고 알려져 왔다.
중성자별은 핵을 구성하는 원자의 핵과 전자는 합쳐져 중성자가 된 천체로, 이 중성자가 서울 크기보다 작은 지름 10~20km의 공 안에 초고밀도로 압축된다. 태양 두 개가 도시 하나 크기로 압축되는 셈이다. 현재 관측을 통해 확인된 가장 무거운 중성자별은 지난해 말 ‘네이처 천문학’을 통해 밝혀진 약 4600광년 거리의 중성자별로 태양 질량의 약 2.14배였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까지 우리은하에서 발견된 중성자별은 약 2300개에 이르지만, 대부분 태양 질량의 1.3배 남짓으로 가볍고, 태양 질량의 2배가 넘는 중성자별은 극소수다.
-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7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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