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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배웠다는 '착각'
2023.11.18 20:43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배웠다는 '착각'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배웠다는 '착각'
입력2023.11.18. 오전 8:01

같은 정보를 좀 더 명료한 폰트에 큰 글자 사이즈, 다양한 색상, 다양한 사진과 이미지 등을 이용해서 전달하면 그러지 않았을 때에 비해 사람들은 자신이 더 많은 정보를 얻었고 따라서 더 많이 배웠다고 응답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잘 배웠다고 느끼는 것과 실제 배움 사이에는 큰 괴리가 나타나서 실제 정보를 얼마나 잘 숙지하고 있는지 시험해 보면 두 조건 사이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서 정보를 전달할수록 많이 배운 것 같다는 ‘자신감’은 높아지지만 실제로 더 많은 내용을 기억하는 현상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강사의 강의 스타일에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의 심리학자 알렉산더 토프트네스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31분 짜리 강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이 때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강사가 말을 유려하고 하고 아이컨택트도 적극적으로 하며 좀 더 열정적이고 흡인력 있게 가르치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같은 내용이지만 강사가 말을 자신 없게 하고 책을 읽는 것처럼 재미 없게 가르치는 영향을 보여주었다. 그러고 나서 강의를 본 사람들이 강의에서 등장한 내용을 얼마나 정확하게 기억하는지 강의 직후 그리고 하루 지나서 테스트해 보았다.
그 결과 매력적이고 열정적인 강사의 강의를 본 사람들이 더 많이 배웠을 거라는 생각과 다르게 실제로는 두 그룹 사이에 성과 차이가 별로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많이 배운 것 같다는 느낌에서는 큰 차이가 나서 열정적인 강사를 본 그룹의 사람들의 경우 자신감만큼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배웠다는 착각(illusion of learning)”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면 배움이란 정보 전달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그 이후에 스스로 계속 그 내용을 반복해서 떠올리고 다시 저장하는 노력을 거쳐야만 비로소 머리 속에 자리잡게 된다는 사실이 한 몫 할 것 같다. 마치 음식을 먹기 쉽고 맛있는 형태로 떠먹여 줘도 그걸 씹어서 삼키고 소화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영양 흡수의 측면에서는 별로 실속 없는 것처럼 말이다.
또 다양한 매체나 열정적인 강사의 존재가 어떤 때는 되려 주의 집중을 흐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교과서에서 예쁜 사진이나 일러스트가 나오면 되려 갑자기 낙서를 하며 수업에서 멀어지거나 재미있는 영상을 보면서 내용과 상관 없는 딴 생각에 빠지는 일들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태블릿 PC를 통한 학습이나 인터넷 강의 같은 것도 양질의 학습 도구로 쓸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집중력만 점점 짧아지고 마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이렇게 쉬운 형태의 정보 전달이 꼭 학습능력에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쩍 느끼고 있어서 떠먹여주는 형태의 강의나 멀티미디어 학습보다 재미 없어 보이는 책을 진득히 파고 드는 일을 다시 늘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되려 손 쉽고 빠르게 얻은 정보보다 혼자 실수를 반복하며 어렵게 얻은 정보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효율은 떨어지겠지만 적어도 ‘사연 있는’ 정보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관련해서 정보를 타이핑 하는 것보다 손 글씨로 직접 필기하는 것이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었다. 눈으로만 스윽 보는 것보다 직접 읽는 것이 직접 읽으면서 손도 함께 움직여서 정보를 받아 적어보는 것이 더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학습에는 늘 어느 정도의 고생이 따라야 하고 따라서 ‘쉬운’ 학습은 없는 모양이다.
Toftness, A. R., Carpenter, S. K., Geller, J., Lauber, S., Johnson, M., & Armstrong, P. I. (2018). Instructor fluency leads to higher confidence in learning, but not better learning. Metacognition and Learning, 13, 1-14.
Wiley, R. W., & Rapp, B. (2021). The Effects of Handwriting Experience on Literacy Learning. Psychological Science, 32(7), 1086-1103. https://doi.org/10.1177/0956797621993111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584/0000024977?ntype=RA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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