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일반] 재미있는 게임이란? 2부 - 일곱 개의 타부[Taboo]

재미있는 게임이란? 2부 - 일곱 개의 타부

글쓴이: 가람해무 

 

 

 

 

전문

게임 개발자들이 재미없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경영진을 포함해 게임 회사의 어떤 사람들도 그런 게임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하지 않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식적으로 재미없는 게임이 시장에서 팔릴 거라고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재미라는 요소가 사람마다 전부 틀리다는 것에 있다. 게임이란 무엇인가? 라는 결론을 가볍게나마 내린 1회에 이어 2회에서는 왜 재미없는 게임이 만들어지는가? 라는 주제에 대해 나름대로 접근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2. 왜 재미없는 게임이 만들어지는가?

 

한국 게임계의 일곱 타부(Taboo)

 

타부란 폴리네시아에서 쓰였던 tapu가 어원이며, 이것은 성스럽거나 불순하거나 무섭기도 한 것에 관련해 금지된 모든 것들을 의미한다. 즉,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누구도 거론하고 싶지 않은 껄끄러운 주제들을 의미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게임계에도 타부시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재미없는 게임이 만들어지는 이유 이다. 게임 개발자들이 나름대로 밤을 새워가며, 혹은 몇십억을 들여 게임을 개발했지만 그게 재미 없어서 쫄딱 망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어떤 게임 개발자들이 이런 것에 대해 말하고 싶겠는가?

 

한국 게임계는 의외로 좁아서, 소문이든 뭐든 금새 퍼져나간다. 게다가 그런 것들을 제외하더라도 게임 플레이 외적인 이야기는 주로 게임 분석력이 있는 소수의 게이머들이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들도 게임 개발에 대한 지식이 적어 단순하게 어떤 시스템이 나쁘다. 이러면 어떨까? 정도에 그치게 된다.

문제의 핵심에 서 있는 게임 개발자와 경영진들은 개발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토론하기보다는 숨기는데 급급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심도 있는 토론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실수는 계속 반복되고 실패를 통해 얻은 귀중한 경험조차 전수되지 않는다. 각종 시행착오로 인한 게임 산업의 느린 진전은 괜찮지만, 제자리걸음이나 뒷걸음을 하고 있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지금 전진하고 있는 것인가?

 

 

첫 번째 타부. 한국 패키지 게임의 몰락은 누구 잘못?

 

사실 책임소재를 묻는 것은 좀 째째한 짓이기는 하지만 한 번쯤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주제에 대해 누군가는 대작의 성공에 눈이 멀어 아류작들을 생산해내던 개발자들에게 책임을, 또 다른 사람들은 무분별한 네티즌들의 불법 공유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아주 복합적인 과정에 따른 결과일 뿐이다.

 


그림 / 손노리의 십 주년 기념인 패키지의 로망. 필자도 디스이즈게임 이벤트로 이 패키지를 소장하고 있다. 로망은 과연 로망으로 끝나는가?

 

사실 불법 공유의 가장 큰 문제는 상용 컨텐츠에 불법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쾌적한 온라인 환경이다.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인터넷 인프라가 잘 구축된 어떤 나라도 가지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50%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영화 공유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자료를 봐도 그렇다.

 

이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만약 여러분들이 쉽고 저렴하고 빠르게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치자. 그러면 여러분들은 그 프로그램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구매할 것인가, 아니면 편하게 다운받을 것인가?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문제에 양심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대 전쟁이 끔찍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각종 최신예 무기를 사용하기 때문인데, 가령 전투기 조종사들이 발사한 미사일이 수백 명의 사람들을 처참하게 죽여도 조종사들은 그 모습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여러분이 만약 수십만원짜리 컨텐츠를 다운받아 쓴다고 해서 굶고 있는 개발자의 이미지가 눈앞에 아른거리지는 않을 거라는 말이다.

 

 이 타부를 제대로 건드려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선, 미국이나 일본은 급격한 한국의 변화에 비해 느리게 진행되었을 뿐, 불법 공유는 전세계적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말하자면 대부분의 유저들은 더 이상 개발사의 친절한 아군이 아닌 셈이다. 소비자에게 불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서 어떤 성과를 얻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며, 그런 점에서 불법 복제에 대항하기 위해 GOD(Game On Demand) 같은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개발자와 유저들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추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의 패키지 게임 시장이 무너졌지만, 부활할 방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림= 하프라이프 시리즈의 제작사 밸브의 스팀 서비스는 대표적인 GOD 중 하나이며, 시디키가 등록된 계정만 있으면 인터넷이 가능한 어떤 컴퓨터에서도 정품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스팀은 밸브 뿐 아니라 다른 개발사의 게임도 서비스 중이다.

 

 

국내 패키지 게임이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걷던 중 개발사들이 새삼 그 가치를 발견한 것은 온라인 게임이었다. 리니지가 어마어마한 성공신화를 이룩하면서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온라인 게임밖에 길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불법 공유 문제도 없고 온라인 인프라도 잘 깔려 있으니 유저 확보는 문제없다. 패키지 판매에 따른 각종 부대 비용도 걱정할 필요 없는 온라인 게임은 게임 개발사들에게 있어 말 그대로 황금빛 엘도라도였다. 말하자면 여기서는 더 이상 유저 탓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간단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두 번째 타부. 온라인 게임의 개발 실패는 누구 잘못?

 

온라인 게임의 실패는 비단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외국의 개발사들 역시 많은 수가 게임을 제작하다가 중도하차한다. 게임 개발, 특히 온라인 게임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근 10년 정도에 불과하다. 초기의 한국 온라인 게임들은 경쟁자가 그리 많지 않았고 수준도 그 당시로서는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뮤를 비롯해 리니지나 라그나로크. 바람의 나라 등은 대단한 인기몰이를 하며 현재까지 성공적인 서비스를 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우리가 이러한 게임으로부터 뭔가를 얻어 발전시킨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그래픽과 프로그래밍 등의 제작 기술은 일취월장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다. 하지만 1부를 본 독자들이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게임에서 아이템의 갯수. 현란한 그래픽 등의 컨텐츠들은 규칙 없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규칙이 그 게임의 시스템 및 특징을 정의한다. 바로 이 핵심이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림=그래픽과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게임의 틀은 그에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픽은 정직하게 진화되는 세계를 구현하고 있고 앞으로도 진행될 터이지만, 정작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의 내부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00년 초와 2007년 초는 분명히 매우 큰 시대적 차이가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 486이나 586 컴퓨터가 뭔지 물어본다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모뎀으로 텔넷을 하며 그림 한장 겨우 받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초고속 인터넷이 방방곡곡에 깔려 700메가짜리 파일도 몇 분만에 받아버린다. 발전은 항상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가져오지만, 게임에서만큼은 부정적인 면이 크게 부각되었다. 대체 어째서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이 “요즘은 할 게 없어.” 라는 구태의연한 말을 해야만 했을까?

 

 

 

 세 번째 타부.  게임회사의 경영진들.

 

초기의 온라인 게임 개발사들은 주로 몇몇 개발자가 제작을 주도하여 만든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웹젠이 개발한 뮤 온라인은 세 명의 핵심 개발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당시엔 인력도 자금도 개발력도 항상 모자랐고, 핵심 개발자들이 합숙을 해 가며 힘들게 게임을 제작했다. 이 때는 온라인이라는 개념조차 흔치 않던 시대였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의 위력을 예상하고 그것을 만들던 사람들의 수준은 보통 사람 이상이었다.

 

그러나 재경이라는 뛰어난 개발자의 지휘 아래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가 등장했고, 모든 것을 달라지게 되었다. 특히 리니지는 지금까지의 기록을 모두 갱신하며 게임계의 전설이 된다. 이후 앞다투어 무수한 게임 개발사들이 설립되었지만, 게임 산업이라는 것의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경영진과 개발자들은 무수한 문제에 부닥치게 되었다. 실질적인 자금을 운용하는 대부분의 경영진조차 게임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으며, 심지어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림 / 리니지는 개발자들에게 여러모로 정말 어려운 게임이다. 리니지가 개발사들에게 준 영향을 너무나 대단해서, 어떤 것도 리니지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리니지 역시 넘어야 할 산 중 하나라는 점이다.

 

게임 개발 절차는 그래픽과 프로그래밍, 그리고 기획과 경영이 서로 맞물려 원활하게 돌아가야 하는 것 이상의 많은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마치 시계의 복잡한 부속품들을 각기 다른 사람들이 맡아서 제작하지만, 세밀한 조립 끝에는 하나의 시계로 완성되는 것과 같다. 각 부서간에 융합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1,2년 정도 소요되는 장기적인 개발의 특성상 지속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시계에 변화가 생기면 이전 부속품들조차 대부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즉, 기술적인 노하우도 문제지만 그보다 게임 제작에 있어서 전문적인 개발 절차와 이해가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어수선한 상황에서 많은 자금이 투자된 프로젝트의 경영진들은 초조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게임 개발을 잘 몰랐다. 하지만 리니지나 스타크래프트가 대박을 터트렸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았다.

 

 

네 번째 타부.  “안전하고 쉬운 게임 개발.”

 

리니지가 성공했다! 그럼 리니지 같은 게임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게임도 성공할 수 있다! (최근 버전은 WOW) 실제로 이런 생각을 했는지는 그들 머리에 들어가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제작되어 나온 게임들을 본다면 이러한 심증이 굳어지게 된다. 스타크래프트가 성공한 이래로 아류작들이 정말 무수하게도 많이 등장했다. MMORPG 역시 시스템으로 보자면 리니지에서 그다지 크게 발전한 것은 없다. 마치 MMORPG라고 하면 몬스터 존과 반복 사냥. 마을과 길드, 그리고 단계적인 레벨에 따른 아이템 등의 보상이 전부라는 것처럼 말이다. 리니지가 간단한 핵 앤 슬러시 형태를 가지는 것이 초기 개발의 한계였다면, 현재도 그러한 게임들이 범람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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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구태의연한 게임들이 제작되는 첫 번째 이유는 제작의 어려움이다. 새로운 규칙을 가지고 있는 게임의 제작은 단순히 기존 게임을 참고하여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혁신적인 게임 개발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규칙이 어떻게 작용하여 이 게임을 성공시킬지에 대한 개발자의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곤란하다.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영진까지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많은 경영진들은 게임을 잘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새로운 시도가 가져오는 하이 리스크(높은 위험)에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새로운 시도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게임 시스템을 분석하고 그것을 재배열하여 새로운 역할을 담당하는 규칙을 세운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게임 개발의 핵이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바로 여기서 게임 개발의 창조성과 개발자의 마인드가 기적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게임의 모든 것을 정의하고 게임 플레이의 모든 부분을 결정하며, 유저의 모든 행동 방식과 구조. 그리고 추구하는 방향을 정하게 된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대부분의 게임 개발자들은 새로운 시스템보다는 정형화된 구조를 주로 사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클로즈 베타서비스 중인 엘소드나 에어로너츠 등은 많은 그래픽적 부분의 진화를 이루었지만 이러한 시스템 상에서는 퇴보된 전형적인 게임 중 하나라 필자를 아쉽게 했다. 이러한 개발자들이 괴혼을 괴이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림=프리스타일의 성공 이후 수많은 스포츠 게임이 등장했지만, 그들은 정작 스포츠 게임의 룰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스포츠 게임은 스포츠가 아니다. 그것은 어떤 변환장치로 변환된 게임의 하나에 룰[규칙]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진들은 안전하게 진행하기 위해 기존의 성공적인 게임을 벤치마킹할 것을 주문한다. 개발자들의 시도가 이전과 다르다면 대부분 강력한 반대에 부딪치게 되고, 이러한 것이 몇 번 반복되고 나면 내가 대체 왜 이런 바보짓을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게임을 만드는 척 하는 일부 악덕업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개발사들은 제때제때 월급을 주며, 그저 가만히 위에서 명령하는 대로 해도 월급은 받을 수 있지 않은가? 성공하는 게임을 만들지 못해도 경력을 올린 뒤에 어떤 회사에서든 관리직으로 가면 그만이다. 게임계는 계속 발전하고 있고 어쨌든 경력자는 필요하니까.

 

만약 혹시나 개발자들이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개발 절차가 제대로 세워지지 못한 대부분의 게임 개발사들은 의외로 매우 폐쇄적이며, 아이디어나 기획안, 다시 말해 개발자들을 무시하는 회사에 대해 충성도를 가지고 있을 리도 없다. 결국 이런 문제를 가진 게임회사는 겉보기에는 매우 잔잔해 보이지만 실은 고여 있는 웅덩이에 불과한 것이다. 고인 물은 썩게 되어 있고, 이것이 어째서 많은 게임 개발 프로젝트가 도중에 취소되는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프로젝트는 정처 없이 표류하고 그나마 능력 있는 개발자들은 위기를 느끼고 서둘러 빠져나간다. 비단 한국 게임계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만약 회사에서 길을 잃었을 경우 높은 지위에 있을 것 같은 사람에게 가서 네가 틀렸어 라고 말하라. 그러면 그는 회사를 나가는 길을 가르쳐 줄 것이다.

 

 

다섯 번째 타부.  벤치마킹이라는 달콤한 함정.

 

더 큰 문제는 벤치마킹이라는 단어는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은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에 가깝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왜 게임이 실패하는가? 그것은 안전한 벤치마킹 이 실은 전혀 안정적이지 않고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진실에 있다.

 

성공한 게임을 따라한다는 것은 언뜻 보기엔 참 쉬워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은 그렇지 않다. 게임계에서 통용되는 불멸의 법칙 중 하나는 시장 선점의 법칙이다. 뭐든지 그렇지만 어떤 장점과 새로운 규칙을 강력한 무기로 삼고 시장에 등장했을 경우, 그 장점은 사람들의 취향을 넘어 크게 어필 하게 된다.

 

그러나 만약 그것을 벤치마킹한 아류작이 등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아류작이 원본을 이길 수 있을까? 리니지의 아류작이나 스타크래프트의 아류작 중 원본 컨텐츠를 이긴 게임은 없다. 말하자면 이들은 기존의 성공작들을 안전하게 벤치마킹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소위 블러드오션(무한경쟁시장)에 다이빙하는 격이다. 그것도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도 있으니 1,2년 전의 구닥다리 무기를 들고. 심지어 패키지 시장이 존재했을 때에 잘 나가던 일부 개발사마저 이런 함정에 빠져 카트라이더의 아류작들을 만들었을 정도로 이 함정은 달콤했던 모양이다.

 

 

그림 / 시계에 남의 부품을 집어넣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그것을 잘 돌아가게 맞추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리고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게임 개발은 시계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애초에 벤치마킹이란 대상의 장점만을 가져오고 단점을 배제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게임에서는 그것이 일반적으로 그렇게 쉽게 통용될 수는 없다. 어떤 사소한 시스템 하나라도 게임 전체에 가져오는 영향은 엄청나며, 그렇기 때문에 기존 형태에 새로운 것을 덧붙여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런 것을 덧붙여도 될 정도로 유연한 개발력을 가진 개발사가 게임을 베끼는 수준에 그칠 리가 없다.

 

실제로 한국 온라인 게임 아류작들의 주요 특징은 그래픽 디테일의 발전과 게임 시스템의 퇴보에 있었다. 그래픽이야 눈으로 그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정직한 컨텐츠이고 프로그램은 안되면 에러를 내뱉거나 느려지니까 알아보기 쉽다. 하지만 게임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규칙 제작자인 기획자의 입장은 다르다.

 

자신의 손에 그래픽과 프로그래밍, 서버를 포함해 게임의 성공이 걸려 있다고 생각해 보라. 안전한 벤치마킹을 택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새로운 시도를 하려다간 개발자들과 경영진의 무수한 반대에 부딪칠지도 모르며, 또한 자신의 시도가 옳은지조차 확실히 알 수 없다면? 기존에 인정받은 시스템을 살짝 가공하여 사용하면 대박은 몰라도 적어도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이러한 사고 방식에는 벤치마킹 외에도 이중의 함정이 있다.

 

여섯 번째 타부.  '게임을 잘 모르는 게임 기획자들.'

 

물론 이 글의 대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게임 개발자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요소도 100%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별한 케이스는 언제나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MMORPG를 만드는 게임 기획자들. FPS를 만드는 게임 기획자들. 테니스 게임 같은 스포츠 게임을 만드는 게임 기획자들. 여러분은 과연 어느 정도로 게임을 알고 있는가?

 

게임을 잘 하는지 묻는 것은 물론 아니다. 게임 개발자 사이트 등에서 벌어지는 논쟁 중에서 토론하기 곤란한 것 중 하나는 돈을 번다는 것 이 있다. 새로운 게임은 언제나 실패할 가능성이 크며 기존 게임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 어쩔 수 없고, 게임은 예술이 아니다.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게임(하드유저들에게 있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논조의 중심에는 언제나 돈이 있다.

 

돈을 벌 것이다! 라는 말 자체는 얼마나 쉬운가? 문제는 그런 마음가짐과 실제로 돈을 버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것에 있다. 왜 그런가 하면 결국 개발자와 회사에 돈을 벌어다주는 것은 돈을 벌겠다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개발이 완료된 게임이기 때문이다. 앞서 게임 기획자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은 기존 MMORPG의 각종 테이블 수치와 밸런스. 휘황찬란하게 구슬된 세계관. 몹과 아이템 설정 및 끝내주는 스킬 기획 따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혹시 여러분은 이런 요소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차후 한 번 더 다룰지도 모르는 내용이라고 생각하지만 한 번 지적해 보기로 한다.

 

MMORPG들은 MMOG가 그렇듯이 단지 대규모 유저들이 접속하는 RPG일 뿐이다. 레벨 아이템. 사냥터. 전직. 공성전 등, 왜 이런 시스템들이 게임에 들어가야 하는지 생각해 보았는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2006년도의 이슈였던 빅3를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산 MMORPG에 일반적으로 등장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사냥은 상호작용의 한 가지에 불과하다. 또한 가상의 세계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초기 리니지에서 사냥이 주요 컨텐츠였다면, 강산이 한 번 바뀔 동안 게임이 변한 것은 3D에서 사냥한다는 것 정도다. 일단 MMORPG를 만들면 넒은 맵에서 유저들이 몬스터를 빡세게 잡아가며 단계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알파이자 오메가로 되어 있다.

 

스포츠 게임도 마찬가지다. 라켓으로 공을 상대방에게 넘기는 것은 현실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게임에서는 당연하지 않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규칙이 엇비슷한 게임들에 대해 유저가 이미 존재하는 원본 룰의 게임을 포기하면서까지 일일이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있는가? 새로운 규칙과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그것을 강력하게 유저에게 어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기획자들은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창조성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건 아무리 메이크업으로 치장한들 본질을 숨길 수 없다.

 

외국의 온라인 게임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특히 한국적인 MMORPG의 구성은 아주 단순하게 되어 있다. 여러분은 단계별로 마련된 레벨 아이템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아이템들은 게임의 목표인 소유욕과 성취욕을 자극하기 위해 레벨이 오를수록 더 화려해진다. 몇몇 무기는 수많은 반복적 사냥 끝에 얻을 수 있고 이들은 보통 비싼 값에 거래된다.

 

유저가 게임을 해야 할 당위성은 중요하지 않다. 게임에 접속하면 당신은 몬스터 밭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가야 할 것이다. 그곳은 아직 초보인 당신을 위한 준비된 사냥터로서, 멍청한 몬스터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수많은 전투를 거쳐 다음 아이템 세트가 여러분을 기다릴 때쯤이면, 그런 여러분들을 위한 새롭고 이전보다 조금 더 무서운 몬스터 밭이 기다리고 있다.

 

걱정할 것은 없다. 여러분들은 이곳에서 또다시 초보자이며, 이전보다 더 많은 전투를 거치면 더 좋은 무기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물론 더 좋은 경험치를 얻기 위해서는 적당한 때에 다음 단계의 몬스터 밭으로 가면 된다. 즉, 이러한 구성의 반복이지만 게임 시스템은 교묘하게 유저의 우월 심리를 자극하여 여러분들을 PC 앞에서 도망치지 못하게 만든다. 어쩐지 조금만 더 하면 더 강해질 것처럼 여기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수직적인 컨텐츠 배치 때문에 여러분들은 최고가 되기 전까진 절대로 강해지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강해졌다는 것은, PK를 할 때나 저렙 유저들 앞에서 아이템 자랑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게임들의 기본적인 구조는 언제 대박 터질지 모르는 빠찡코 게임과 다를 바 없다.

 

말하자면 한국적인 MMORPG라는 건 결국 전투에 의한 전투을 위한 전투의 게임이다. 이런 방식이 기획적으로 훨씬 더 쉽고 밸런싱도 간편하며 그만큼 단순하다. 이런 뼈대는 리니지 이후 의미 있는 변화가 전혀 없이 계속 이어져 왔다. 그리고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이 태동하기 시작했던 1990년 후반까지만 해도 그 발상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빨라지고 다양해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게임 외의 다른 것을 선택할 여지가 많아졌다. 하드코어 게임들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게임들은 그들의 시간을 더욱 더 많이 뺏길 원한다. 이 문제에 대한 내용은 이미 이전의 컬럼(대각선을 거부하라 등)에서 다루었으므로 깊게 서술하진 않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어지간한 재미로 그 게임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할 게이머는 갈수록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일곱 번째 타부.  '수익성.'

소위 한국적인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은 심지어 한국적인 온라인 게임의 개발자들이 철통같이 믿고 있는 높은 수익성조차 사실과 다르다.

 

한국적인 MMORPG의 유저 진입도는 절망스러울 정도로 낮다. 이것은 레벨업 러닝머신의 개념과도 같은데, 레벨업 러닝머신은 게임 플레이가 러닝 머신 위에서 뛰는 것처럼 단조롭게 설계된 게임들을 비꼬기 위해 만들어졌다. 여러분은 누군가를 따라잡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뛰어야 할 것이다. 설령 멈춘다면 뒤로 밀려나가고 만다. 그리고 러닝머신에서 따로 놀 만한 뭔가가 있는가? 이러한 하드코어 게임에서는 무료함을 달래줄 텔레비전이나 MP3 도 없다. 즉, 여러분들은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골치아프게 머리를 쓸 필요가 전혀 없다. 그냥 더 열심히, 더 오래 뛰면 되는 것이다. 특성 같은 건 필요없고 오직 무기와 레벨이 당신의 강함을 증명한다. 이것이 유저를 위한 개발사의 배려인가?

 

 

그림 / 기억하지.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니라, 게임을 만들어 돈을 버는 것이다. 이 둘의 의미는 전혀 다르다.

 

유저들 최대한 많이 플레이하게 하여 그로 인한 수익을 얻어야 하는 개발사들이, 스스로 소수의 하드코어 유저들을 위해 다수의 일반 게이머들을 쳐내고 있는 것이다. 하드코어 유저들의 결제 능력이 높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오히려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직장을 가지고 있는 일반 네티즌들이 게임을 못하는 이유를 한 줄로 설명한다면, 그 게임을 진정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2-3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미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 엄청나게 힘든 고행이 필요한데다가 문턱을 넘어도 볼게 없다면, 과연 누가 그 문턱을 넘으려 하겠는가?

 

여러분은 MMORPG를 즐기기 위해 몇 시간이나 투자할 수 있는가?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유저들을 게임 내에 더 오래 붙잡아놓는 것이 수익을 위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로 인해 더 큰 가능성을 지닌 일반 유저들을 잃어버렸다. 사실 게임이라는 문화가 가지는 파괴력을 볼 때, 아직도 게임계의 절대 반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절대 반지의 정체는 온라인에 접속 가능한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모든 일반인들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보면 게임 산업의 가능성은 훨씬 커져서, 심지어 북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에버퀘스트 2나 WOW의 괄목할 만한 성공조차 대중적인 성공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러나 최근까지 한국의 게임 개발사들은 시장을 늘릴 생각을 하지 않고 단지 돈을 벌기 위해 거대한 시장을 외면하고 한 줌도 되지 않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피튀기게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캐주얼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언제까지 해야 재미를 얻을 수 있는지도 모르는 러닝머신 MMORPG보다야 간단히 몇 바퀴 돌거나 쏘는 캐주얼 게임이 일반 유저들에게 더 가까운 것은 상식적인 결과인 것이다.

 

지금까지 게임 업계에서 7개의 타부가 가져오는 문제점을 다루어 보았다. 물론 현재 상황이 이 타부에 속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는 것에 있다. 다음 회에서 다룰 내용은 게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 이며, 여기서 부족한 글의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출처] https://thisisgame.com/hs/tboard/?n=97812&board=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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