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 물리
- 천체물리 - 우주(과학)
- 정보 (및 수학)
- 화학
- 생물 및 의학 (건강)
- 전기전자
- 지구과학 and 환경
- 사회과학
- 기계
- ITFIND 주간 기술 동향
- 월간 ICT 동향
- 인문학(과학)
사회과학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고통을 직면해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2025.04.27 18:52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고통을 직면해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고통을 직면해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입력2025.04.26. 오전 8:00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한 두 가지씩 지병을 갖게 되지만 나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고 나만은 많은 사람들이 실패하는 문턱에서 실패하지 않을 것이고 삶에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들은 언제나 많지만 내 삶의 요소들은 통제할 수 있는 게 더 많을 것이고 대부분의 인생은 굴곡져있으나 내 인생만큼은 평탄할 것이라고 믿는 (또는 믿고 싶어 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본다.
그렇다면 거꾸로 이제 곧 큰 병에 걸릴 것이고 엄청나게 실패할 것이며 내 삶의 아무 것도 통제할 수 없을 것이며 인생이 계속해서 바닥을 칠 것이라고 생각하라는 거냐는 반문을 듣기도 한다. (사실 필자의 경우는 한동안 이랬던 기간이 있어서 이것도 꽤 현실적인 예측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중요한 것은 예측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인생이라는 큰 숲을 볼 때 삶에는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들 못지 않게 그렇지 않은 시간들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찾아올 수도 있음을 (물론 안 올 수도 있다) 큰 저항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선 저항한다고 해서 마음만 복잡해질 뿐 달라지는 것은 없고 대부분의 인간이 어느 정도의 괴로움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인정할 줄 알아야 되려 고통 속에서도 담담하게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구체적인 사건이나 결과'에 대해 갖는 낙관주의는 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들이 있었다. 어떤 일이 가급적 잘 되기를 바라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좋지만 '무조건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노력을 증가시키지 않았고 따라서 성공률을 더 높이지도 않았다.
다만 잘 안 되었을 때 좌절감은 더 큰 편이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잘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경우 좌절을 겪었을 때 신과 세상을 원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특정 사건의 발생 여부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실력과 노력이 둘 다 충분했어도 타이밍의 문제 같이 '운'에 의해 넘어지는 일이 부지기수다. 이보다는 우리가 좀 더 관여할 수 있는 삶의 '과정'과 자신의 '태도', 일을 해석하는 나의 시각 등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어제의 내가 그럭저럭 잘 지내왔듯, 내일과 미래의 나도 여전히 넘어지고 다칠지언정 살아낼 거라고 결과가 어찌되었든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것이고 그 경험들이 새로운 나를 만들어갈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삶은 결국 '시간'이기에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나의 시간들을 조금이라도 반짝이게 할 수 있다면 일의 결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보통 실패의 무게보다 걱정의 무게가 좀 더 크기 때문에) 나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우리 삶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들은 가장 어두운 순간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또한 고통을 직면해야 하는 중요성을 말해준다. 삶을 대하는 성숙한 자세는 삶의 기쁨이 곧 가장 큰 고통이 되기도 한다는 역설을 이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수록 그만큼 삶에서 기쁨을 주는 소중한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잃을 것이 많기 때문에 잃는 순간에는 누구보다도 큰 아픔을 겪게 될 수도 있다. 기쁨과 고통은 보통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많은 공을 들여 간절하게 바래온 일일수록 실패가 쓰라린 법이고 누군가를 사랑할수록 그 사람과의 헤어짐이 아픈 법이다. 소망할 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일수록 좌절의 쓰라림과 이별의 아픔을 안다. 만약 단 한 번도 아픔을 겪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아무것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사랑하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우리가 겪은 아픔들은 그만큼 내 삶에는 소중한 것들이 많으며 나는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렇게 기쁨과 고통이 사실 하나에서 온다는 것을 알고 나면 삶이 쉽지 않은 이유가 자연스럽게 납득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결국 누구나 다 늙고 병들고 죽고 만다는 명제, 삶의 유한함과 고통에 대해 직시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래야 힘들어 하는 타인에게 측은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 자신이 겪는 아픔이 가장 아픈 법이다.
타인의 아픔은 짐작만 할 뿐 직접 겪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쉽게 서로의 아픔을 경쟁하려고 들고 내가 진짜 힘들었고 너의 인생은 편하기만 했다고 그래서 억울하다고 싸우려 든다. 이렇게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은 채 모두의 괴로움이 좀 더 늘어나게 된다.
피해의식에 관한 연구들에 의하면 내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괴로움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 타인들이 미워지고 괜히 보상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 각종 ‘이기심’이 튀어나오게 된다. 나는 힘들게 살았으니까 지금부터는 좀 이기적으로 막 살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와 달리 '이제부터 함께 해결하자'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자기만의 어려움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어떤 것이 좀 더 해결 가능한지, 어떤 것이 사회적 단위의 노력을 요하는지, 서로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등의 좀 더 건설적인 대화가 가능해진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고통들을 직면해야만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은 오랫동안 다양한 종교와 철학자들에 의해 전해져 왔다. 인간이 고통을 이겨내는 방식에 대한 심리학의 연구 또한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삶이 던져주는 좋은 것들을 사랑하는 만큼 아픔 또한 받아들일 수 있다면 힘든 때에 마음이 지하로 추락하는 일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본 웹사이트는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광고 클릭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모두 웹사이트 서버의 유지 및 관리, 그리고 기술 콘텐츠 향상을 위해 쓰여집니다.
광고 클릭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모두 웹사이트 서버의 유지 및 관리, 그리고 기술 콘텐츠 향상을 위해 쓰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