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 물리
- 천체물리 - 우주(과학)
- 정보 (및 수학)
- 화학
- 생물 및 의학 (건강)
- 전기전자
- 지구과학 and 환경
- 사회과학
- 기계
- ITFIND 주간 기술 동향
- 월간 ICT 동향
- 인문학(과학)
사회과학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때론 '불확실성이' 삶에 도움이 된다
2025.05.18 21:30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때론 '불확실성이' 삶에 도움이 된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때론 '불확실성이' 삶에 도움이 된다
입력2025.05.17. 오전 8:00

물론 그렇다고 스트레스가 항상 좋아서 매일매일 24시간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쉽게 긍정적 또는 부정적 경험이라고 이름 붙이고 단정짓는 삶의 많은 경험들이 실제로도 그렇게 간단하게 완전히 좋거나 나쁜 경험인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 사이의 어딘가 또는 전혀 다른 무엇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일례로 '사랑'은 좋기만 한 경험인가. 사랑을 몰랐더라면 겪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복잡한 감정과 외로움에 대한 노래들만 수천 곡은 되는 것 같다. 결혼도 아이를 갖는 것도 '좋은' 일인가. 사람마다 삶의 시기마다 다른 답이 나오겠지만 삶의 경험이 아주 많은 사람들이라면 그 때 그 때 다르다거나 복잡하다는 답을 내놓을 것 같다.
제시카 알퀴스트 텍사스공대 심리학자에 의하면 ‘불확실성’ 또한 그렇다. 많은 이들이 불확실성을 줄이고 싶어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을 곧 나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불확실성은 주의를 집중시킨다. 사람들의 시선을 기록하는 아이트래킹(eye tracking) 실험들에 의하면 사람들은 같은 자극이라고 하더라도 확실하게 불쾌하거나 확실하게 아무렇지 않은 자극보다 불확실하게 불쾌한(예를 들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무엇) 자극에 가장 많이 시선을 쏟는 경향을 보인다.
공포 영화를 예로 들어보면 무서운 자극이 항상 정해진 법칙에 의해 나타나는 경우 무서운 것을 떠나 일단 ‘재미가 없다’고 느낄 것 같다. 연구들에 의하면 기분이 좋은 것 또한 마찬가지다. 갑자기 확실하게 나타나는 것보다 불확실하게 나타나는 것(예를 들어 한번에 짠 나타나기보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기프트 카드)이 더 주의를 집중시키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앞으로 하게 될 경험이 무엇인지 그 정체를 알 수 없을 때에는 긴장이 서서히 고조되다가 정체가 드러날 때 긴장감이 해소되는 클라이막스를 경험하게 되지만 처음부터 결말을 전부 알고 있다면 긴장감이나 기대감이 전혀 생기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을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두근거리는 긴장감이나 과연 무엇일까 기대하고 설레어하는 것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의 기쁨 및 실망 모두 아직 알 수 없다고 하는 ‘불확실성’의 산물인 셈이다.
불확실성이 없다면 그로 인한 고통 또한 없겠지만 두근거림 설레임, 그만큼 조고된 기쁨과 실망 모두 없을지도 모르겠다. 불확실성이 없다면 인간으로서 겪는 감정의 풍부함과 깊이가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 같다.
물론 존재하는 불확실성을 앞에 두고도 불확실성을 느끼지 못하면 생존에도 큰 문제가 생긴다. 내 미래가 위태위태한데 나만 그걸 전혀 모르고 있다거나 일의 진행 방향에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그것도 하나도 모르고 있다면 미리 준비하는 행동이나 다양한 선택지를 따져보는 행동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물론 불편하지만 불확실성은 꼭 느껴야 하는 불편함 중 하나다.
물론 불확실성이 불편한 정도에도 개인차가 있어서 불확실성을 무조건 안 좋게만 바라보는 사람들에 비해 불확실성에도 좋은 면이 있음을 아는 사람들이 더 적응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불확실성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확실하지만 가치가 낮은 보상을 선택하기보다 좀 더 불확실해도 가치가 높은 보상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불확실성을 삶의 일부분으로 끌어안을 줄 아는 사람들은 가짜 뉴스나 만병통치약 같은 허황된 무엇에 빠지는 일 또한 적은 편이었다.
불론 그렇다고 불확실성이 항상 좋으며 불확실성이 높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삶에서 늘 좋거나 나쁜 건 생각보다 별로 없고 불확실성 또한 그렇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이 또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기울어지지 않으며 지나침도 미치지 못함도 없는 ‘중용’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Alquist, J.L., & Baumeister, R.F. (2024). Learning to love uncertainty.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33(6), 355-360. http://doi.org/10.1177/09637214241279539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584/0000032395?sid=110
본 웹사이트는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광고 클릭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모두 웹사이트 서버의 유지 및 관리, 그리고 기술 콘텐츠 향상을 위해 쓰여집니다.
광고 클릭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모두 웹사이트 서버의 유지 및 관리, 그리고 기술 콘텐츠 향상을 위해 쓰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