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등산 vs 케이블카…정상 풍경 감흥 다를까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등산 vs 케이블카…정상 풍경 감흥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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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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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귀찮기만 했는데 막상 하고 나니 뿌듯하기도 하고 결과물에 애착이 가는 그런 경험을 다들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학교에서 과제 때문에 억지로 만들었지만 막상 만들고 나니 왠지 버리기 아깝고 소중해 보이는 미술 작품 같은 것들이 한 예다.

흔히 IKEA 효과라고 불리는 현상으로 같은 가구도 이미 조립 된 채로 온 것보다 내가 직접 노력을 들여 조립한 가구가 더 가치 있어 보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하지만 때로는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많은 노력을 요하거나 노력 끝에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면 아까운 돈과 시간, 노력을 낭비한 것 같아서 속상하기만 하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귀찮은 마음이 너무 커서 결과물이 어땠든 귀찮고 성가셨던 기억이 더 크게 남는 경우도 있다.

어떨 때 노력이 소모되었는지 여부가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 알기 위해 프제미스와프 마르코프스키 샌디에이고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어떤 과제를 하고 나서 정해진 액수 만큼의 보상을 돈으로 받거나 경제적으로 같은 가치를 갖는 머그컵으로 받을 수 있게 했다. 여기서 돈은 아무런 추가적 노력 없이 받을 수 있었지만 머그컵은 계단을 꽤 올라야지만 (추가적 노력 필요) 받을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여기에 더해 어떤 보상을 받을지 선택하는 ‘타이밍'을 달리 해서 한 조건의 사람들은 ‘미래’를 생각하며 돈과 머그컵 중 무엇을 원하는지 선택하게 했고 다른 조건의 사람들에게는 이미 계단을 걸은 후 (노력이 이미 발생) ‘과거’를 생각하며 돈과 머그컵 중 선택하도록 했다.

그러니까 아직 계단을 오르지 않은 참가자들에게는 지금 그냥 돈을 받거나 아니면 계단을 오르고 나서 머그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고 이미 계단을 오른 조건의 참가자들에게는 이 머그컵을 받기 위해서는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참가자들은 이미 계단을 올랐으며 따라서 이 머그컵을 가지거나 또는 이를 돈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직 노력이 발생하지 않은 조건의 사람들은 같은 보상이라면 가급적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돈을 더 많이 선택한 반면 이미 노력이 발생한 조건의 사람들은 이들보다 더 높은 빈도로 머그컵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물론 이들 중 절반은 돈을 선택했다. 하지만 전자에서는 약 70% 가 돈을 선택).

노력이 어떤 선택을 더 가치있게 느끼게 해 주는 효과는 “이미 그 노력이 발생하고 나서 노력한 과거를 돌아 볼 때”에 한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개인차가 있어서 대체로 노력을 통해 얻는 보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과 대체로 그렇지 않은 사람, 노력이 적당할 때에는 괜찮았지만 노력이 지나쳤을 때에는 보상을 덜 매력적으로 바라본 사람, 이와 반대로 노력이 지나쳤을 때 더 보상을 매력적으로 바라본 사람 등 다양한 행동 양상이 관찰되었다.

험난한 산을 힘들게 올라서 꼭대기에 섰을 때와 자동차나 케이블카 등을 타고 손쉽게 올랐을 때 보이는 풍경은 같지만 그 ‘의미’는 사람들마다 얼마든지 다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를 결과로만 보지 않고 그 ‘과정’에서도 의미를 찾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개인차가 있을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다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등산이 큰 의미가 있겠지만 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등산이 그저 쓸모없는 일로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대체로 힘겹게 노력해서 성공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하루하루 소소하게 행복하고 평온하게 지내는 것을 최고로 여기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또 나의 경우 기초 체력이나 에너지 수준이 상당히 낮은 사람이어서 가급적이면 내가 좋아하는 것에 에너지를 쓰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큰 가치를 두지 않는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쓰고 나면 되려 허무함을 느끼는 것 같다. 물론 소중한 이들과 만나는 시간 같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노력을 집중하는 편에 가까운 것 같다.

여러분은 어떤 편인지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해보면 즐거운 탐구 시간이 될 것 같다.

Marcowski, P., Białaszek, W., & Winkielman, P. (2025). Effort can have positive, negative, and non-monotonic impacts on outcome value in economic choice.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https://doi.org/10.1037/xge0001738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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