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에게 따뜻해야 타인도 보듬는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에게 따뜻해야 타인도 보듬는다

입력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실패했거나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자기 자신에게 "또야? 너(내)가 이러니까 안 되지. 인생 망했네" 같은 악담을 쏟아부으며 이미 많은 상처를 더 늘려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인간은 누구나 나름의 부족함을 가지고 있고 누구든지 넘어지기 마련이다. 내가 그 일로 인해 내가 상심이 크구나" 하고 힘들어하는 자신에게 따뜻한 위로를 보낼 줄 아는 사람이 있다.

후자의 사람들을 스스로에게 너그러운 자기 자비(self-compassion)가 높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연구들에 의하면 힘들 때조차 스스로에게 가혹하게 구는 사람들보다 힘들어하는 사람은 누구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듯 자신에게도 자애로움을 보일 줄 아는 사람들이 우울 증상과 불안, 곱씹기 등을 낮은 반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자존감을 보이는 등 정신적으로 훨씬 건강한 경향을 보인다(Neff & Vonk, 2009).

언뜻 들으면 이들은 결국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이 아닌가 싶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나는 멋지고 특별하며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하는 긍정적 자기지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비교적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더라도 팀원들을 가혹하게 굴려서 좋은 성과를 뽑아내는 상사처럼 자신을 착취해 가며 높은 성취와 높은 자존감을 유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Crocker & Park, 2004).

또한 평상시에는 자신이 그럭저럭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다가도 삶이 조금만 힘들어지면 누구보다 먼저 자기 자신에게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심리학자 마크 리어리(Mark Leary)와 크리스틴 네프(Kristin Neff)는 자존감과 상관없이 자기 자비를 연습할 것을 추천한다.

● 우리는 누구나 인생에 서툴다

심리학자 크리스틴 네프는 자기 자비의 요소로 다음의 세 가지를 이야기한다(Neff, 2003).

1) 자기 자신을 향한 친절(self-kindness):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비난보다 따뜻한 말을 건네듯 나에게도 따뜻할 것
2) 보편적 인간성(common humanity) 인지하기: 인간은 누구나 나름의 한계를 가지고 살아가며 인생 1회차인 우리들에겐 매 순간이 어려운 것이 당연하므로 오직 나만 힘들게 산다던가 실패하는 건 비정상이라고 보는 오만함 버리기
3) 판단하지 않기(mindfulness): 힘들 때 이런 걸로 슬퍼하고 좌절하는 내가 싫다, 이런 일로 슬퍼하고 좌절하는 나를 싫어하는 내가 싫다 등 계속해서 자신의 마음 상태를 판단하려 들지 말고 그저 "지금 내가 많이 힘들구나. 그 일이 내게 많이 중요했구나"하고 바라봐주기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자기 자비를 실천할 줄 아는 사람들은 '타인'에게도 너그러운 편이다. 일례로 자신에게 아주 높은 기대치를 요구하며 조금의 흠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들의 경우 타인에게도 비슷하게 높은 기대치를 설정 -> 애초에 비현실적인 기대치라서 상대방이 이를 만족시킬 가능성이 낮음 -> 똑같이 좋은 사람을 만나도 더 쉽게 실망하고 좌절함. 좌절을 사서 함 -> 사람과 관계에 대해 시니컬한 태도를 갖게 됨의 부적응적인 사이클을 보이곤 한다.

반면 높은 자기 자비를 보이는 사람들은 애초에 자기 자신을 포함 한계가 많은 인간에게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상대의 실수나 잘못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과대 해석하며 호들갑을 떨거나 '원래 그것 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며 쉽게 판단하는 일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또한 내가 실수했을 때 용서를 구하고 다시 받아들여지길 원하듯 저 사람에게도 만회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Welp & Brown, 2014).

● 나에게 따뜻해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

자기 자비가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연인과의 관계 또한 더 잘 유지하는 편이다.

1년 이상 관계를 유지한 커플 약 2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스스로에게 너그러울 줄 아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행복뿐 아니라 상대방의 행복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케어하는 경향을 보였다(Neff & Beretvas, 2013).

흔히 관계에서 상처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사람들의 경우 결국 상대방이나 관계보다는 '나의 안전', '나의 결핍이 채워지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결과적으로 상대방보다 자신의 행복을 더 크게 신경 쓰는 다소 이기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Lavigne et al., 2011). 그러다 상대가 지쳐 떨어지곤 하는데 자기 자비가 높은 사람들은 이러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기 자비가 높은 사람들은 상대의 의사를 존중하는 반면 구속하지 않고 관계에서 더 많은 주도권을 차지하고 상대를 통제하려는 욕구 또한 적게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스스로 어느 정도 보듬을 줄 알기 때문에 굳이 타인을 통해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고 하지 않고 따라서 집착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자기 자비가 높은 사람들은 낮은 사람들에 비해 갈등 상황에서도 상대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문을 쾅 닫는 등의 공격적인 행동 또한 덜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의 이익이 충돌할 때 자신의 욕구만 채우려는 이기적인 모습 또한 덜 보였다(Yarnell & Neff, 2013).

상대방에게 맞추는 이유 또한 '헤어지기 싫어서, 상대가 나를 미워하는 게 싫어서' 같은 다소 방어적이고 또 자기중심적인 사고 때문이 아니라 상대와 나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는 적극적인 태도에 의함이라는 것이 연구자들이 설명이다.

한편 자존감은 관계의 질이나 상대방을 케어하는 것, 집착하지 않고 통제하려 하지 않는 것, 공격적인 태도 등과 별다른 상관을 보이지 않았다(Neff & Beretvas, 2013). 내가 나를 좋거나 나쁘게 생각하는 것과 상관없이 나를 포함한 인간 전반을 대하는 '태도'가 관계 유지에는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를 사랑해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 또한, 단순히 내가 멋지고 괜찮은 사람임을 떠올리라는 게 아니라 나의 부족함도 타인의 부족함도 감싸 안을 수 있는 자애로움을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Crocker, J., & Park, L. E. (2004). The costly pursuit of self-esteem. Psychological Bulletin, 130, 392–414.
Lavigne, G. L., Vallerand, R. J., & Crevier-Braud, L. (2011). The fundamental need to belong: On the distinction between growth and deficit-reduction orientation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7, 1185–1201.
Neff, K. D. (2003).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a scale to measure self-compassion. Self and Identity, 2, 223–250.
Neff, K. D., & Beretvas, S. N. (2013). The role of self-compassion in romantic relationships. Self and Identity, 12, 78-98.
Neff, K. D., & Vonk, R. (2009). Self‐compassion versus global self‐esteem: Two different ways of relating to oneself. Journal of Personality, 77, 23-50
Welp, L. R., & Brown, C. M. (2014). Self-compassion, empathy, and helping intentions. The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 9, 54-65.
Yarnell, L. M., & Neff, K. D. (2013). Self-compassion, interpersonal conflict resolutions, and well-being. Self and Identity, 12, 146-159.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경축! 아무것도 안하여 에스천사게임즈가 새로운 모습으로 재오픈 하였습니다.
어린이용이며, 설치가 필요없는 브라우저 게임입니다.
https://s1004games.com

 

 

 

본 웹사이트는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광고 클릭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모두 웹사이트 서버의 유지 및 관리, 그리고 기술 콘텐츠 향상을 위해 쓰여집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9 [천체물리 - 우주(과학)] 제임스 웹, 가장 오래된 은하 발견했다 [우주로 간다] file 졸리운_곰 2024.06.04 240
828 [정보 (및 수학)] [주말N수학] 설레는 휴가철…효율적인 짐 싸기 위한 '배낭 문제' file 졸리운_곰 2024.06.01 203
827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사회공포증'과 '자기중심적 시각'의 악순환 file 졸리운_곰 2024.06.01 184
826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다 잘될거야' 낙관, 오히려 해롭다 file 졸리운_곰 2024.05.26 284
825 [천체물리 - 우주(과학)] 한국에도 오로라 내린 '태양폭풍' 비밀 400년만에 풀릴까 file 졸리운_곰 2024.05.24 246
824 [정보 (및 수학)] [주말N수학] 찰떡궁합 음식 찾기 '푸드 페어링' file 졸리운_곰 2024.05.18 252
823 [사회과학] "사이버범죄·중독?…인터넷 사용이 삶의 행복도 높인다" file 졸리운_곰 2024.05.13 219
822 [기계] [표지로 읽는 과학] 화석연료 없는 미래의 정유소 file 졸리운_곰 2024.05.11 278
821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죽음의 공포가 낯선 것 배척하게 만든다 file 졸리운_곰 2024.05.11 266
820 [정보 (및 수학)] [주말N수학] 걷다가 새똥 맞을 확률은 file 졸리운_곰 2024.05.11 307
»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에게 따뜻해야 타인도 보듬는다 file 졸리운_곰 2024.05.04 176
818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외로움을 해소해야 하는 이유 file 졸리운_곰 2024.04.27 266
817 [천체물리 - 우주(과학)] [화보] 올해 최고의 천체사진은 태양의 '민낯' file 졸리운_곰 2024.04.22 299
816 [천체물리 - 우주(과학)] '빅뱅이론'이 흔들린다...기존 우주론 위협하는 연구들 file 졸리운_곰 2024.04.20 293
815 [천체물리 - 우주(과학)] 우주론·빅뱅이론 유효기한 끝났다?…의문 제기하는 천문학자들 file 졸리운_곰 2024.04.15 246
814 [천체물리 - 우주(과학)] “화성아 미안해”…NASA 우주선 충돌 소행성서 튀어나온 바위 ‘화성행’ [아하! 우주] file 졸리운_곰 2024.04.14 281
813 [정보 (및 수학)] 12년째 이어진 수학계 '초전도체급 스캔들' file 졸리운_곰 2024.04.14 252
812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가스라이팅'을 극복하는 방법 file 졸리운_곰 2024.04.06 263
811 [물리] [과학사 극장] 뉴턴은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떠올렸다? file 졸리운_곰 2024.03.30 247
810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함께 하는 성취가 더 뜻깊다 file 졸리운_곰 2024.03.30 187
대표 김성준 주소 : 경기 용인 분당수지 U타워 등록번호 : 142-07-27414
통신판매업 신고 : 제2012-용인수지-0185호 출판업 신고 : 수지구청 제 123호 개인정보보호최고책임자 : 김성준 sjkim70@stechstar.com
대표전화 : 010-4589-2193 [fax] 02-6280-1294 COPYRIGHT(C) stechstar.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