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불필요한 관심사 '가지치기'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불필요한 관심사 '가지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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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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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이 정말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무엇에 관심을 두고 무엇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할지, 반대로 어떤 것들에 대해 관심을 줄이고 이야기하지 말아야 할지를 잘 따져봐야 해." 몇 해 전 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조언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평소에 불평불만인 것들, 친구들 또는 가족들과 하루 종일 이야기하는 대화의 주제들, 어떤 유명인이 무슨 일을 했다더라 또 요즘 무엇이 유행이더라 하는 정보들, 카더라 식의 별다른 근거 없는 주장들,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고 쉽게 귀를 기울이게 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 중 우리가 쓴 시간과 에너지에 정말 걸맞는 진짜 중요한 것들이 몇 개나 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고민하는 것들의 대다수가 아직 일어나지 않았거나 앞으로도 일어날 일이 없는 부질없는 일들인 것처럼 안타깝지만 우리가 평소 개인적으로 또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관심을 쏟는 많은 것들 또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때가 많다. 어떤 자극 또는 소재, 정보가 흥미롭다고 느끼는 것, 마음을 사로잡는 정도와 그것들의 진위나 중요성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들에 의하면 사람들은 '감정은 곧 정보'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예를들어 평소 전문가들의 조언은 귀찮아 하면서도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뭘 먹고 건강해졌다더라는 류의 이야기에는 귀가 솔깃해져서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구해 먹는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화재가 나타날 확률보다 타지역에 사는 친구 집에 불이 났다는 소식이 화재 보험 가입률에 더 큰 영향을 준다. 똑같은 주장을 해도 정치 성향이 같은 사람이 한 주장이라면 맞장구를 치지만 다른 사람이 한 주장이라면 반대부터 하고 본다. 무엇이 유행이라고 하면 일단 무조건 대세에 탑승한다.

단순히 심심하거나 귀찮아서, 있을리 만무한 '만병통치약'을 바라는 허황된 마음 때문에, 관계에서의 친밀감, 우리 편이 이기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유행을 좇지 않으면 뒤쳐질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에 등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잘못되었거나 중요하지 않은 정보나 가치관에 큰 관심을 가지고 삶의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안타깝게도 가짜뉴스나 타인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비방 등 감정을 자극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중요한 것처럼 포장해서 판매하는 자극판매상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우리가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소모하는 시간들도 점점 늘어만 간다.

현실이 이런 탓에 가짜뉴스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학자들은 감정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정보들은 일단 걸러서 듣고 신뢰할만한 출처를 통해 진위를 확인할 것을 강조한다. 물론 이렇게 새로 접하는 정보에 대해 팩트체크를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나 문제는 너무 많은 정보들이 빠르게 쏟아진다는 것이다.

일일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에는 시간도 에너지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우선 정보의 소용돌이에서 한 발짝 물러나 쏟아지는 이야기들이 "과연 정말 중요한지, 관심을 가질만한 일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어떤 정보나 주장이 나와 직접적인 상관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크게 상관 없는 것인지 (유명인의 사생활, 조직 내에서의 가십거리, 타인에 대한 험담 등), 정말 중요하고 사실이어서 관심을 갖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사실이라고 믿고 싶은 것인지 (잘못된 건강 정보, 일확천금에 관한 정보들), 역시 중요해서 따라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대세에 편승하는 것일 뿐인지 (자기계발 트렌드)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지만 정작 진짜로 중요한 일에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밤에 잠이라도 편하게 자도록 관심사에 있어 가지치기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정보나 관심사 뿐 아니라 목표나 인간관계 등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솎아 내고 나면 언제나 쭉정이가 상당히 많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과 실제 중요한 것은 다르다. "이게 정말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자주 던져야 하는 이유다.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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