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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마음의 독립은 '행복'으로 가는 유일한 길
2025.07.26 18:22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마음의 독립은 '행복'으로 가는 유일한 길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마음의 독립은 '행복'으로 가는 유일한 길
입력2025.07.26. 오전 8:01

예컨대 라틴계 이민자들의 경우 동아시아계 이민자들과 비슷하게 ‘가족’, 특히 부모를 어느 정도 공경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서 내담자가 그런 데서 오는 압박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백인 상담사는 스스로를 존중하고 너의 마음이 원하는 바를 따르라고 하는 원론적이지만 해당 사회의 규범상 상당히 불가능한 처방을 내리는 식이다.
‘효’라고 하는 문화를 미국에서 나고 자란 백인들에게 설명하는 게 쉽지 않은 부분이 있고, 또 반대로 양육자가 자식에게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자식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심지어 자아실현마저 자식을 통해서 대리로 하는 문화를 설명하는 것도 좀 어려울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서양 문화권에 비해 동양 문화권에서는 가족 간 선을 긋는 것을 어려워해서 가족 구성원 중에 누가 어려우면 이 구성원을 위해 나머지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십시일반 하거나 큰 빚을 나눠 져서 결국 다 같이 망하는 사례가 더 많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물론 여기라고 그런 가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게 일반적인 기대치는 아니라는 얘기다.
또 아시아계 이민자 가정의 2세들은 ‘양육자의 기대(예를 들어 너희를 위해 힘들게 여기까지 왔으니 너희가 집안을 일으켜라)’에 부응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데 대한 죄책감 또한 커서 이것이 이들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들도 있었다.
어렵게 부모의 기대에 부응한다고 해도 문제는 존재하는데 계속해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원치 않는 직업, 원치 않는 결혼 등에 머무르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린 나이에서부터 삶의 회의를 느낀다든지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진단이다.
그런 반면 이런 가정들에서 의식주에 관한 문제 외에 서로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고 소통하는 일은 적으면서 정신 건강에 있어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더 많아서 많은 아시아인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한다.
물론 가정에서 핵심적으로 여기는 가치관과 주류 사회에서 여기는 가치관 사이의 대립으로 인해 갈팡질팡하는 것도 덤이다. 예를 들어 문화는 마치 보이지 않는 결박과도 같아서 미국에서 나고 자란 성정체성이 뚜렷하지 않고 연애나 결혼관에 있어서도 매우 자유로운 편이지만 부모님이 원하는 손주를 안겨드리지 못할 것 같아서 고민한다든지 하는 일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머나먼 타지에서 겪는 어려움이 추가되어 있지만 한국에서도 많은 아이들이 양육자의 기대에 부합해야 한다는 고민에 힘겨워하고 있을 것이다.
한편, 비교적 최근 직접 양육자가 된 입장에서는 자녀는 나에게 낳아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되려 이런 험한 세상에 멋대로 나오게 해서 좀 미안하다는 마음이 있다.
또한 양육자가 자녀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키우는 것은 양육자는 이미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어른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의무이지만 거꾸로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외로움 해소나 노후 보장에 대한 기대를 거는 것은 다소 윤리적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누구와 함께 있어도, 결혼을 해도, 가족과 24시간을 붙어 있어도 언제나 외로울 수 있는 존재들이다. 때로는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게 더 외로울 수도 있다. 외로움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인간의 숙명인 셈이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자신을 채워달라고 매달리는 것 못지않게 (애초에 그렇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로움과 함께 잘 지내보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타인들의 칭찬이나 부러움을 통해 자신의 멋짐을 확인하는 것에 집착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자극적인 즐거움이나 물질 등을 통해 텅 빈 마음을 채우려 한다. 하지만 결국 마음이 밑 빠진 독이면 무엇을 들이부어도 그 결과는 보나마나다.
그런 점에서 결국 양육자가 자기 자신을 잘 알고 나름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서 마음을 넉넉히 채워 두는 것이 자녀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거나 외로움을 메꾸려는 시도를 막아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양육자와 자녀 간의 관계도 큰 틀에서 보면 역시 ‘인간관계’이므로 여느 인간관계에서처럼 서로의 의사를 존중하고 건강한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함께 있어서 불행해지기보다 행복해질 수 있는 건강한 관계를 목표로 삼아본다.
Ng, F. F., and Wang, Q. (2019). “Asian and Asian American parenting,” in Handbook of Parenting. ed. M. H. Bornstein 3rd Edn. Vol. 4: Social conditions and applied parenting (Mahwah, NJ: Routledge), 108–169.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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