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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속 시끄러운' 자아 비워야 진정한 나를 찾는다
2025.09.27 15:40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속 시끄러운' 자아 비워야 진정한 나를 찾는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속 시끄러운' 자아 비워야 진정한 나를 찾는다
입력2025.09.27. 오전 8:01

물론 춥고 축축한 게 싫겠지만 새는 "아 정말 오늘 날씨 왜 이래. 춥고 축축해서 짜증나.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살기 싫다!" 같은 피곤하고 파괴적인 자기 대화(self-talk)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인간이 더 괴로운 것 같다는 얘기였다.
‘자아의 저주(The curse of the self)'라는 말처럼 인간은 (어쩌면 필요 이상으로) 시시각각 평가적이고 말이 많은 자아를 가진 탓에 이미 존재하는 삶의 괴로움에 더해 자아가 만들어낸 괴로움까지 추가로 지고 살아간다.
개미들도 부지런히 일하느라 힘들겠지만 자신이 다른 개미들보다 뒤쳐지고 있는 것 같다는 불안함, 인플루언서 개미가 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오는 자괴감, 자신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는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 등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 때문에 가만히 잘 있다가도 불안감이 엄습하고 눈물이 날 것 같은 일은 잘 겪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남들과 다른 ‘나’에 대해 생각하고 머리부터 발 끝까지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하나 하나 세세히 평가하고 시공간을 넘나드며 과거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정신적 기능을 ‘자아'라고 부른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모니터링하고 자아 성찰, 미래에 대한 계획 세우기 등이 가능해진 덕분에 장기적 목표 달성 같은 것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기에는 많은 부작용이 따른다.
물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해로울 수 있는 것처럼 뭐든지 지나치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자아도 마찬가지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러지 않아도 될 때에도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과 평가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에 대한 생각' 외에 더 중요할 수 있는 것들, 예를 들어 눈 앞에 있는 상대가 하는 이야기를 귀 담아 듣기, 다른 사람들의 삶과 사회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관심 갖기 같은 것이 잘 되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하는 현상(self-preoccupation)이 나타난다.
또 세상 모든 일을 내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해석하는 자기중심성(egocentrism), 다른 사람들보다 나의 안녕을 중시하는 이기심(egoism),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쓰다가 자신이 원하는 삶보다 남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타율성(heteronomy) 등이 흔히 나타난다.
이렇게 자기 자신에게 과한 주의를 기울이고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에 불과한 것에 심하게 집착하는 상태를 ‘과도한 자기 몰입(hyper-egoic states)'이라고 부른다.
이미 많은 종교와 철학적 가르침들이 자아에 과도하게 집착하지 말고 한 발짝 떨어져 있을 것을 강조해왔다. 대표적으로 불교에서는 이상적인 자아상에 대한 집착이 갈망, 분노, 질투의 근원이라고 보고 명상 등을 통해 자기 대화를 잠재우는 법을 가르쳐왔다.
신기하게도 과학적 발견들도 이와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인간으로서 갖는 본질적인 부족함들을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과 타인에게 너그러운 마음을 품어보는 자기자비(self-compassion), 자신의 지식과 자아를 분리해서 자신이 틀릴 가능성이 있음을 받아들이고 그래도 괜찮다고 할 줄 아는 지적 겸손(intellectual humility), 힘들 때 ‘나만’, ‘내가 제일' 고통받고 있는 것 같다는 좁은 생각에서 벗어나 인생은 원래 어느 정도 고통을 내포하고 있고 사람들은 다 각자의 짐을 지고 살아간다는 점을 생각할 줄 아는, 고통의 보편성에 대한 믿음 등이 행복과 정신 건강, 평정심, 회복탄력성, 이타심과 자비로운 마음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들을 알더라도 우리의 자아는 여전히 말이 많고 대체로 안 좋거나 편향되어 있는 말을 쏟아낸다. 그래봤자 내 머리 속에 떠다니는 말들일 뿐이지만 깨어 있는 동안 계속해서 듣게 되기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이를 ‘진실'로 여기고 우울이나 불안에 빠져든다.
자아만큼 나의 약점을 속속들이 알고 전문적으로 가스라이팅을 하는 게 또 있을까. 안타깝게도 자아는 우리의 가장 친한 친구인 동시에 가장 무서운 적인 셈이다.
그래서 더더욱 자아가 하는 말을 적당히 걸러 듣고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는 시도가 필요하다. 명상이든 운동이든 맛있는 거 먹기, 영화 보기, 또는 친구와의 진솔한 대화가 되었건 내 자아로부터 한 발짝 떨어지게끔 도와주는 활동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해보도록 하자.
바로 어제만 해도 내 자신이 한 없이 초라해 보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이 느껴졌지만 꿀잠을 자고 나니 왜 그렇게까지 자신을 나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없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자아로부터 해방되는 시간들을 가져보도록 하자.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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