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달콤한 디저트도 가끔 먹어야 맛있다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달콤한 디저트도 가끔 먹어야 맛있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달콤한 디저트도 가끔 먹어야 맛있다

오픈AI 제공
늘 자신에 대해 불만이 많고 자신은 부족함 투성이라고 하는 지인이 있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부족함은 당연히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에 못지 않게 멋진 점도 엄청 많은데 그것들을 다 제쳐두고 자신에게 없는 부족한 것들만 바라보며 우울감에 빠져드는 편이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개인 내적인 문제들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소위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고 그 중에서도 한참 성취도가 높은 사람들 사이에만 둘러싸여 있는 것이 한 몫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부터 자신의 불만과 불안을 이야기할 때 항상 ‘다른 사람들은’, ‘직장 동료 누구는’ 무엇 무엇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는 식이었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기본적으로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서 자신이 어느 정도 성취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이 볼 때 쓸모 있는 사람인지를 가늠한다. 예를 들어 모두가 10 정도를 하고 있는 사회에서 나 혼자 6을 하고 있다면 좀 더 분발해야겠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15를 하고 있다면 이미 잘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문제는 비교가 ‘의미 없는’ 문제에 대해서 ‘지나칠’ 정도로 비교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의 수학 능력에 대해 파악하고 싶다면 주변 사람들에 비해 나의 수학 점수가 어느 정도인지 아는 것이 조금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내 내면세계의 풍부함, 생각의 깊이, 오늘 나는 행복했는지 같이 객관적인 기준보다 주관적인 판단의 영역에 있는 문제들은 비교가 유용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 못한다.
또 도움이 되는 비교라고 해도 정도껏, 딱 1절까지만 해야 하는데(성취도가 좀 부족한 것 같으니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기), 계속해서 온갖 것에 대해 비교하며 나는 왜 이렇게 남들에 비해 부족한지 나는 쓸모 없는 인간인 게 아닐지 등등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으로 빠져들고 우울감과 무력감에 허우적 거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숨쉬듯이 비교를(불필요한 영역에서+지나치게) 하다 보니 웬만하면 비교하지 말라는 조언들을 듣게 된다.
하지만 주변에 성취도가 너무 높은 사람들만 잔뜩 알고 있거나 이런 사람들에게만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비교의 늪에 빠지지 않는 것이 보다 어려운 일이 된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알아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타인에게서 무언가를 부러워할 때면 보통 겉으로 보이는 한 두 가지 반짝이는 면에만 꽂혀 있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 삶의 이면에 어떤 모습이 있는지는 보통 신경 쓰지 않을 때가 많다.
타인의 삶을 바라볼 때에는 피상적인 정보를 전체로 일반화 해서 부러워하면서 자신의 삶을 불만족스러워 할 때에는 좋은 부분도 많지만 싫은 부분도 많기 때문에 나쁘다고 결론짓는다. 하지만 내가 그러하듯 내가 부러워 하는 삶을 살아가는 당사자들도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할 때에는 머리가 복잡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누구한테 어떤 좋은 일이 있었다더라” 하는 소문들도 쉽게 부럽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곤 하지만 살아가면서 겪는 특별히 좋은 일이란 보통 아주 가끔 나타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삶은 긴 일상들이 연속되는 ‘시간’이고 매일 특별함으로 가득한 날을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설령 늘 좋은 일이 생긴다 해도 인간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금방 적응하는 ‘적응’의 동물이다. 처음에는 아주 좋아 보였던 것도 막상 가지고 나면 처음의 기쁨은 금새 없어지고 다시 평범하고 당연한 무엇이 되기 마련이다. 감정은 어떤 종류이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그라드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생존에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 처해있지 않다는 전제 하에) 어떤 몇 가지 거대한 이벤트로 ‘그 후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같은 행복을 얻는 것은 쉽지 않다. 너무 좋을 것 같은 일도 대략 두 달을 넘기지 못하고 우리의 감정 상태는 ‘일상’으로 돌아오고 만다.
이러한 점 때문에 행복으로 가는 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즐거움의 크기를 계속해서 늘리기보다 기준점을 낮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매일매일 달콤한 디저트를 먹기보다 가끔씩 먹는 것이 더 먹는 즐거움을 오래도록 느끼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는 매일매일 생일파티를 하는 것보다 일년에 한 번 하는 것이 더 생일파티의 즐거움을 오래도록 즐길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누군가는 생일 파티를 매일 하는 것처럼 보여도 적어도 행복에 있어서는 크게 부러워할 필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보자.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