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12월 2025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고통을 설명하려 할 때 공감은 사라진다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고통을 설명하려 할 때 공감은 사라진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고통을 설명하려 할 때 공감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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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고통’이라는 점을 받아들이고 나면 편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생은 오직 고통으로만 가득 차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삶에는 물론 좋은 일도 가득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일들도 존재하기에 그런 다양한 가능성을 어느 정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누구나 생로병사의 고통을 겪는 것은 당연하고 그 외에도 아마 생기지도 않을 일들로 인해 과하게 걱정하고 불안해하며(예를 들어 만약 XX하면 어떡하지?), 진실과 거짓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허상을 좇는(예를 들어 XX만 있으면 행복해질 거야) 우리 마음의 경향 때문에 생기는 고통도 적지 않다.

또 자신의 잘못은 쉽게 합리화하면서 타인의 흠은 쉽게 판단하는 경향 역시 많은 고통을 만들어 낸다. 내 집단을 편애하고 외집단은 배척하는 편향, 또 내가(우리 집단이) 무조건 옳다고 우기는 편향으로 인해 많은 집단 간 갈등과 차별, 소외, 폭력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결국 세상사 대부분의 문제는 내적·외적 과정을 아울러 ‘사람’의 문제라고 이야기되기도 한다. 우리가 ‘인간’인 한, 우리의 삶과 세상에는 많은 문제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삶의 즐거운 일들은 고통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사실은 많은 즐거움이 그 자체로 고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소중하기 때문에 집착하고 걱정한다(예를 들어 자식 걱정).

사람이든 목표이든 소중한 만큼 잃었을 때의 상실감 또한 크고 심한 경우 삶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명절날 가족 모임을 괴로워하는 정도가 지구에서 가장 심하다는 한국인들은 특히 공감할 수 있겠지만 포기할 수도 쉽게 연을 끊을 수도 없는 대상들로 인해 평생 짊어지게 되는 고통 또한 적지 않다.

사랑하는 만큼 증오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받고 싶어 하는 복잡한 마음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다. 결국 인생은 고통이라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인생에 이런저런 고통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이 생각에는 크게 두 부류가 있는데 하나는 불행은 ‘그럴 만한 사람들’, 열심히 살지 않았거나 착하게 살지 않은 사람들에게만 찾아오고 열심히·착하게 산 자신에게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경우다. 세상이 공정하다는 믿음(공정한 세상 신념)처럼, 삶의 다양한 고통을 어떤 잘못에 대한 ‘벌’로 여기는 인식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대로 인생은 고생의 연속이지만 결국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식으로 고통을 반드시 극복해야 할 통과의례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이런 경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그럴 만한 사람’으로 쉽게 판단하지는 않지만 그 어려움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경멸적인 시선을 보내는 경향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아메리칸 드림이나 자수성가 신화에 깊이 빠진 사람들의 경우 그렇게 성공하지 못한 이들을 능력·성실성·도덕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고 연민 또한 덜 느끼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들도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인간의 삶과 고통은 다양한 방식으로 얽혀 있다. 과하게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집착하고 허상을 좇는 우리의 마음 자체가 이미 큰 고통을 만들어 내지만 지긋지긋한 인연들처럼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요소들에서 비롯되는 고통 또한 적지 않다.

여기에 언제든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천재지변, 질병, 경제난 같은 문제들, 더 나아가 역사적·사회문화적 요인까지 고려하면 삶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다양한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내가 점심을 먹었다고 해서 세상에서 기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겪지 않는다고 해서 그러한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적어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기만큼은 다양한 고통을 판단하거나 재단하기보다 조금 더 너그러운 시선과 자비로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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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월 2025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행복 빼앗는 ‘피해의식’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행복 빼앗는 ‘피해의식’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행복 빼앗는 ‘피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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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들은 다 비슷하게 행복하지만 불행한 사람들은 다 서로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는 말처럼 사람이 불행해지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누군가는 필요한 무엇을 가지지 못해서, 가족이나 친구의 사랑이 부족해서, 소중한 사람을 잃어서, 중요한 일에서 실패를 맛보아서, 일이 너무 힘들어서, 건강이 악화되어서, 잦은 이직과 이사 때문 등등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살면서 마음이 무너지는 상황을 겪게 된다.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불행도 다양하게 밀려올 수 있지만 때로는 주변 사람들의 불행 때문에 불행해지기도 한다. 믿음직한 테두리가 되어주는 가족·친구가 없거나, 가족·친구 중 누군가가 커다란 빚을 지고 있거나, 크게 상심해 있을 때에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는 별다른 일이 없어도 주변 사람들의 문제로 덩달아 골치 아파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또 비가 내리면 엄청나게 쏟아진다는 말처럼 불행은 한 번에 하나만 찾아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일이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받은 탓에 건강이 악화되고, 늘 신경이 곤두서서 주변 사람들에게 차갑게 대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친한 친구에게 상처를 입히고 말았는데 어느새 관계를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흔하다.

사람은 아주 다양한 방식과 경로로 불행해질 수 있다. 사실 삶의 모든 영역에 아무 문제가 없는 상태가 더 희귀하기 때문에 우리의 삶에는 항상 크고 작은 슬픔과 불행의 요소가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여기에 작은 문제도 크게 부풀려 걱정하고, 없는 문제도 만들어 두려워하고, 타인의 시선을 과하게 신경 쓰고, 행복(해 보이는 것)에 집착하며 문제들을 회피하는 우리의 성향을 고려하면 불행의 요소들은 내용과 정도가 다를 뿐 언제든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단면만 보고 행복한 사람이다, 불행한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시도는 쓸모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들고, 내 경험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고, 나만 손해를 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누구에게도 친절할 필요가 없으며, 큰 배려와 보상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고를 하기도 한다.

에밀리 지텍 코넬대 심리학자 등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사고방식은 오히려 힘든 일을 겪었음에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타인에게 더 차가운 태도를 보이게 만든다. 공감하기는커녕 경멸적인 태도를 보이며 남을 돕기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게 된다.

지텍은 이를 “이기적일 권리를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문제는 정작 화를 낼 대상이 아닌 만만한 사람에게 분노를 표출한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서로 자신이 겪은 어려움이 가장 심각하고 가장 힘들었다고 주장하며 누가 더 억울한지를 놓고 경쟁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는 ‘경쟁적 피해의식(competitive victimhood)’이라 불린다. 많은 사회적 갈등에서 이미 소외된 계층끼리 누가 더 피해자인지 다투는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문제(애초에 아무도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됐다는 사실이나 해결 방법에 대한 논의)가 사라진다.

이런 점에서 누가 ‘왜’ 힘들었는지에 대한 논의는 도움이 되더라도 누가 ‘얼마나,제일’ 힘들었는지는 생산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든 억울함을 털어놓을 준비가 되어 있다. 물론 삶은 원래 힘들다. 나뿐만 아니라 타인도 그렇다. 그래서 서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가족·친구의 존재가 중요하며, 나 또한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하루 24시간을 나와 관련된 문제에만 집중하며 살다 보면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다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연말에라도 나에 대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타인을 떠올려 보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Zitek, E. M., Jordan, A. H., Monin, B., & Leach, F. R. (2010). Victim entitlement to behave selfishly.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8(2), 245–255. https://doi.org/10.1037/a0017168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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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11월 2025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외로움을 줄이는 작은 용기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외로움을 줄이는 작은 용기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외로움을 줄이는 작은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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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하루에 담배를 15개비 피는 것만큼 해롭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외로움이 행복과 건강(심혈관 질환, 뇌졸중, 치매, 수명 등)에 미치는 악영향은 널리 알려져 있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외로움을 줄일 수 있느냐다.

데이지 브랜드 조지아대 연구자 등은 콘서트, 피트니스 클래스, 워크숍 등 다양한 모임과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모임의 어떤 특성들이 모임 전에 비해 모임 이후 사람들의 외로움을 줄여주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주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 결과 우선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이, 또 수동적이기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가만히 있기보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더 많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임에서 주변 사람들과 능동적으로 교류하려고 애쓰는지 여부가 외향성보다도 더 사회적 연결감을 잘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이벤트에 혼자 참여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참여하는 것, 일회성보다는 다회성 이벤트에 반복해서 참여하는 것이 외로움 감소와 관련을 보였다.

무엇보다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공통점을 발견하는 능동적인 과정들이 사회적 연결감은 높이고 외로움을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는 데에서 결국 외로움을 줄이는 데에 간편한 방법은 없고 ‘시간’과 서로를 알아가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함을 재차 확인한 듯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외로움은 심심함이나 쓸쓸함과는 달리 간단한 자극으로 쉽게 해소되지 않는 ‘깊은 유대감’에 대한 배고픔이다. 예를 들어 외로움과 큰 관련을 보이는 지표들은 인간관계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친구가 백 명, 천 명 있어도 그중에 단 한 명이라도 마음을 나누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외로움을 느끼는 반면 친구가 많지 않더라도 진짜 마음을 터놓고 의지할 사람이 한두 명 있으면 외롭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외로움을 해소하는 데 피상적인 교류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능동적인 교류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것은 당연한 발견인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를 알아가고 마음 깊이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수동적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고 해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되는 것도 아니다. 평생을 부대껴온 가족이라고 해서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속속들이 아는 ‘가까운 사이’인 것은 아닌 것처럼 옆에 있어도 능동적으로 대화하고 다가가는 시도들을 하지 않으면 가깝고도 먼 사이로 남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더 마음을 나누려고 하는 시도일 것이다.

물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깊은 관계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고 만약 가능하다고 해도 꼭 가까워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외롭다면 적어도 깊은 관계에 대한 허기를 느끼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은 좋을 것 같다. 내 마음이 깊은 관계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적어도 놓치면 후회할 것 같은 사람들이 있을 때 조금 더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Brand, D. R., Proctor, A. S., Harvey, M. W., Abney, D. H., Slatcher, R. B., & Holt-Lunstad, J. (2025). Actively participating in live events as an avenue for social connection.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Advance online publication. https://doi.org/10.1177/19485506251360041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584/0000035522?sid=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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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11월 2025

[인공지능 기술] “LLM 버블 내년 붕괴…범용거대모델 아닌 버티컬 AI 뜰 것”

[인공지능 기술] “LLM 버블 내년 붕괴…범용거대모델 아닌 버티컬 AI 뜰 것”

“LLM 버블 내년 붕괴…범용거대모델 아닌 버티컬 AI 뜰 것”

김민석 기자2025. 11. 25. 15:59
 
오픈소스 AI 1위 플랫폼 CEO “거대범용 AI 집착 비효율적”
최상위 모델 독식 우려도…”오픈AI·앤트로픽 최대주주 MS·구글”

제미나이 모델 이미지 생성 요청 이미지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인공지능(AI) 버블이 아닌 LLM 버블이 내년 붕괴할 수 있습니다.”

26일 IT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AI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클렘 델랑그 CEO가 “범용 거대 모델에 자금과 관심이 지나치게 집중돼 비효율적인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델랑그는 18일(현지시간) Axios BFD 서밋에서 “범용 거대 모델로 모든 기업·사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관심과 자금이 모두 집중돼 있다”며 “현실에선 막대한 연산 자원을 투입한 하나의 모델이 아닌 분야별 특화 모델이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많은 사람들이 서둘러(또는 심지어 패닉에 빠져) 아주 단기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AI 업계에 15년 종사하면서 이런 사이클들을 봐왔다”고 했다.

델랑그가 강조한 버티컬 AI(의료·법률·금융 등 특정 산업에 특화한 AI) 성장 추세는 시장조시기관의 분석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글로벌마켓인사이츠에 따르면 버티컬 AI(의료·법률·금융 등 특정 산업에 특화한 AI) 시장 규모는 2024년부터 2034년까지 연평균 21.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세머벤처파트너스는 버티컬 AI 시장 규모가 기존 버티컬 SaaS의 최소 10배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버티컬 AI 스타트업 경우 기존 SaaS 시스템 연간계약가치(ACV)의 약 80%에 달하는 금액을 받으며 연 400%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델랑그는 이를 토대로 LLM 버블이 붕괴하더라도 허깅페이스는 건재할 것으로 자신했다.

그는 “AI 산업은 충분히 다각화돼 있어 LLM 같은 일부 영역이 과대평가됐더라도 전체 AI 분야나 우리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퍼플렉시티 AI 이미지 생성 요청 이미지

반면 미래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는 독립 앱·플랫폼이 아닌 AI 에이전트에 탑재되는 형태의 버티컬 AI 구조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사티아 나델라 MS CEO 등을 비롯한 IT 기술 리더들은 AI 에이전트 기술아 고도화할수록 기존 독립 플랫폼·앱 체제는 점차 붕괴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AI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버티컬 AI와 기존 SaaS 체제가 공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논쟁이 현재 진행형이다.

이와 관련 베인앤컴퍼니는 “파괴는 필수지만 파괴 대상일지 아닐지는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AI 에이전트가 기존 시장의 영역을 통합하는 측면이 있지만, 일부는 별도 상품화가 지속되고 기존 빅테크에게 유리한 때도, 스타트업에 유리할 때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픈AI는 AI 에이전트 서비스에 적합한 단말기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 올해 3월엔 AI 에이전트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리스폰스 API’를 출시했다. 리스폰스 API는 기존 ‘어시스턴트 API’를 내년 8월 26일까지 순차적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스타트업 CEO인 자인 재퍼는 “버티컬 AI 시장을 겨냥한 우리 모두 오픈AI·앤트로픽·MS·구글이 만들어 놓은 플랫폼 위에서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타임지는 “오픈AI 최대 투자자는 MS, 앤트로픽의 최대주주는 아마존과 구글”이라며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부터 앱까지 수직 통합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ideaed@news1.kr

<용어설명>

■ LLM
Large Language Model. 대규모 언어 모델. 자연어 처리(NLP)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머신 러닝 모델을 말한다. 자연어의 복잡성을 이해할 수 있어 기존 기계 학습 알고리즘보다 정확하다.

■ SaaS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는 소프트웨어를 인터넷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모델이다. 이용자는 별도 프로그램 설치 또는 서버 구축 없이 웹 브라우저로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다.

■ 리스폰스 API
리스폰스 API(Responses API)는 오픈AI가 2025년 3월 11일 출시한 AI 에이전트 구축을 위한 새로운 API 인터페이스입니다. Chat Completions API의 진화 버전으로 에이전트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특화됐다.

[출처] https://v.daum.net/v/2025112515591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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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1월 2025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마음을 다루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 다양하게 시도하기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마음을 다루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 다양하게 시도하기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마음을 다루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 다양하게 시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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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편한 날이 많았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와 불안이 가득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런 와중에서도 다 때려치고 떠나면 안 되고 여전히 해야 할 일들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감정 조절’이 중요한 일이 된다.

사람들이 감정 조절을 어떤식으로 하는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어져 왔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많이 쓰이는 전략들이 있다.

우선 힘든 상황과 마음에 대한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방법이 많이 사용된다. 부정적 정서를 꾹꾹 누르는 식의 외면, 회피, 억누르기가 대표적이다. 술을 마시거나 폭식하는 것,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방식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힘듦을 토로하거나 화풀이하는 행동들이 흔하게 나타난다.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거나 어려운 상황을 유머로 승화시키기,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사람에게 조언 구하기, 가족이나 종교에 몰두하기, 상황을 나쁘게만 보지 않고 관점을 전환해 보기도 자주 나타나는 행동들이다.

마음챙김, 현재 상황에 집중하기, 세세한 부분에만 사로잡히지 않고 큰 그림 보기, 마음을 표현하는 글 쓰기, 주변 사람들로부터 응원과 위로를 주고받는 경험하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생각하기, 여행가기, 운동하기가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널리 추천되는 방법들이다.

주로 앞부분에 있는 것들이 다소 건강하지 않은 방법이다. 뒤에 나와 있는 것들이 보다 건강한 감정 조절 방법으로 여겨진다. 체이스 볼드윈 미시간대 연구자에 의하면 많은 사람이 한두 가지 방법을 사용하기보다 여러 가지를 섞어서 사용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건강한 방법들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매일 운동만 하기보다 오늘은 운동, 내일은 바람 쐬기, 모레는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조언 구하기 등 여러 가지를 섞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자주 감정을 환기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운동만 하거나 사람을 만나는 활동만 하는 등 뭐 하나에만 몰두해 있는 경우 몰두 자체가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존재한다.

여러 가지 방법들을 시도해야 서로 다른 감정 조절 방법이 가져오는 유익이 잘 어우러져서 보다 다양한 감정을 잘 소화시켜 줄 것 같기도 하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정 해소에 있어서도 다양한 방법들이 합쳐져서 ‘종합 영양제’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독특한 감정 조절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의 경우 귀여운 동물 영상을 보거나 때로는 아예 슬픈 영화를 봐서 펑펑 우는 것들이 도움이 되는 편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감정 조절법에 대해 생각해 보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584/0000035427?sid=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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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1월 2025

[알아봅시다] 일 이후의 일: 구직 시장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는 실업자 신입 졸업생의 기록 

[알아봅시다] 일 이후의 일: 구직 시장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는 실업자 신입 졸업생의 기록 

18P by GN⁺ 8일전 | ★ favorite | 댓글 3개
  •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인턴십과 프로젝트를 거친 신입 졸업생이 정상적인 경로를 밟았음에도 취업에 실패하는 현실
  • 현재 구직 시장은 ‘화이트칼라 불황’과 ‘졸업생 취업 대란’ 으로 불리며, 특히 컴퓨터공학 전공자의 실업률이 높아진 상황
  • 자동화·로봇·원격 노동(teleoperation) 이 결합되며 기업이 인력 채용 자체를 최소화하는 구조로 이동
  • AI 모델과 로봇이 인간의 반복 업무를 대체하면서, ‘평범한’ 직무가 사라지고 ‘분포 밖 인간(out-of-distribution human)’ , 즉 데이터로 대체되지 않는 창의적·비정형 노동만이 남는 양상
  • 20세기 산업사회가 노동을 삶의 중심으로 삼았던 것과 달리, 21세기 경제는 인간 노동을 덜 필요로 하는 체계로 전환 중

신입 졸업생의 구직 현실

  • 필자는 대학 졸업 후 인턴십 3회, 컨설팅 경험, 우수한 성적 등 전형적인 성공 경로를 밟았음에도 실업 상태
    • 과거에는 같은 이력으로 안정된 직장을 얻을 수 있었으나, 현재는 ‘고장난 시장’ 으로 불릴 만큼 기회가 희박함
  • 공식 실업률은 여전히 낮게 유지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기회 밀도는 극적으로 감소
  • 채용 공고는 존재하지만 실제 채용 건수 대비 지원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더 많이 지원하라”는 조언이 무의미해짐
  • 금리 상승, 자본 위축 등 거시 요인 외에도 소프트웨어·로봇·해외 노동의 결합이 신규 채용을 줄이는 구조적 변화로 작용

자동화 예측과 현실의 괴리

  • 10년 전 연구는 미국 일자리의 절반이 자동화 고위험군이라 예측했으나, OECD의 작업 단위 재분석 결과 고위험 비율은 훨씬 작은 수준으로 축소됨
  • 자동화는 절벽이 아니라 완만한 압력으로 작용하며, 고위험 직종도 고용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더 느리게 성장
  • 미국 산업용 로봇 도입은 이미 상당한 일자리 감소와 임금 하락을 초래했으며, 일상적이고 규칙화 가능한 작업일수록 타격이 큼
  • 신규 졸업자 입장에서는 통계적 점진성이 아니라 진입 통로가 좁아지는 실감을 체험하며, 과거 데이터와 프로세스 기록 전체와 경쟁하는 느낌

Amazon 사례: 로봇과 인력 축소

  • Amazon 내부 문서와 분석가 보고서는 향후 10년간 창고 작업의 상당 부분을 로봇으로 대체하고 막대한 비용 절감을 계획
  • 회사는 로봇이 인간을 돕는다고 주장하지만, 로봇 대수는 급증하고 자동화된 센터의 전체 고용은 정체 또는 감소
  • 과거 창고 같은 물리적 운영은 일정 수의 인력을 필수 요소로 간주했으나, 현재는 “얼마나 적은 인력으로 운영 가능한가” 가 사업 모델의 출발점

원격 조작과 ‘보이지 않는 노동’

  • Teleoperation(원격 조작) 은 자동화의 또 다른 형태로, 실제로는 저임금 국가의 노동자가 원격으로 로봇을 조종하는 구조
    • 필리핀 마닐라 오피스의 노동자가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일본 편의점의 재고 로봇을 원격 조종
    • 한 나라의 노동자가 다른 나라의 지게차를 다중 화면과 핸들로 조작하며, 반자율 소프트웨어가 혼란스러울 때만 개입
  • 이는 이민 없는 이민 구조로, 부유한 국가는 주택·학교·문화 통합 없이 마닐라 수준 임금으로 도쿄 수준 노동 획득
  • 노동자는 여전히 인간이지만 지리적으로는 네트워크의 일부처럼 취급되며, 콜센터에서 마이크로태스크 플랫폼까지 이어지는 사다리의 한 단계

텔레오퍼레이션의 숨은 목적: 데이터 수집

  • 많은 원격 조작 일자리는 단순히 작업 완수가 아니라 향후 무인 자동화를 위한 데이터 수집이 목적
  • 가정용 로봇 Neo는 “전문가 모드”에서 원격 조작자가 문 열기, 물건 집기 등을 수행하고, 이를 제어 모델 훈련용 데이터로 활용
  • Tesla Optimus 역시 작업자가 리그를 착용해 컵 잡기, 테이블 닦기를 반복 수행하며 로봇이 모방할 샘플 생성
  • 자율주행차와 대형 언어 모델의 데이터 작업과 유사하며, 물리적 세계의 구현형 고스트 워크에 해당

화이트칼라 불황과 초급 직무 소멸

  • 지난 몇 년간 기술, 금융, 컨설팅 등 화이트칼라 초급 직무가 급격히 감소하며, 컴퓨터 과학 졸업생을 흡수하던 분야가 축소
  • 한때 가장 안전한 학위로 여겨진 컴퓨터 과학이 이제 최악의 고용 성과를 보이는 전공 중 하나로 등장
  • 초급 채용 게시판은 주니어 개발자 역할 대신 중급 및 시니어 역할로 편향되고, 기업은 신입 채용을 자제하며 경력직 + AI 도구 조합을 선호
  • 고용주들은 언론에 주니어 채용을 보류하고 자동화로 주니어가 맡던 업무를 대체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

인간과 소프트웨어의 확장성 차이

  • 인간은 제한적 수평 확장만 가능하지만, 소프트웨어는 강력한 모델 하나를 무한히 복제해 에이전트 군집 구성 가능
  • 최근 에이전트 논문과 데모는 동일 모델의 여러 복사본이 논쟁·협상·계획·실행하는 작은 사회를 구축
  • 관리자들은 이미 인력 증원 요청 시 AI 시스템으로 대체 불가능한 이유를 제시하도록 요구
  • Shopify CEO는 팀에게 인력 추가 전에 AI를 먼저 시도하라고 지시했으며, 일부 기업은 “AI 우선”을 표방하며 인력 풀 축소

‘분포 밖 인간(out-of-distribution human)’ 개념

  • 대부분의 업무는 데이터로 학습 가능한 반복적 과제로 구성되어 있음
    • 종 모양 곡선의 중앙부에 존재하며, 작업이 작은 변형과 함께 반복됨
    • 모델은 이 중앙부를 잘 학습하며, 과거 데이터(로그, 이메일, 기록, 코드 저장소) 로 쉽게 모방 가능
  • 모델이 학습할 수 없는 비정형·창의적 업무만이 자동화 곡선의 후방에 남음
  • 분포 밖 인간이란 업무가 곡선의 꼬리 부분에 위치해 현재 훈련 데이터로 압축되지 않는 사람을 의미
    • 진정으로 새로운 문제를 다루거나, 센서가 부족한 소규모·물리적 환경에서 작업하거나, 클릭 로그로 환원되지 않는 취향을 가진 경우
  • 필자는 ‘정상 분포의 중심’을 목표로 커리어를 쌓았으나, 그 중심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음
    • 대부분의 성실한 신규 졸업자는 중앙부에 진입하려 시도하며, 이는 역사적으로 합리적이고 존경받는 노동 시장의 중심
    • 3번의 인턴십과 소규모 컨설팅 경험은 정상적인 일자리를 겨냥한 표준 이력이었으나, 현재는 중심부가 공동화되는 중
  • 고용주는 여전히 기술과 노력을 언급하지만, 실제 질문은 “당신의 기여가 에이전트와 저임금 노동자로 조립 불가능할 만큼 독특한가”
    • 채용되더라도 일상 업무는 본질적으로 라벨링 작업이며, 미래 자신의 대체자를 훈련시키는 데이터 생성
  • 현재의 고용 구조는 ‘평범함’이 위험한 상태로, 인간이 수행하는 일조차 미래 모델 학습용 데이터 생산으로 전락

정치·사회적 대응의 지체

  • 20세기 산업국가는 노동을 삶의 중심 가치로 삼았으며, 정치·종교·경제 모두 이를 전제
  • 그러나 오늘날 노동 수요 자체가 감소했음에도 제도는 여전히 ‘모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목표를 유지
    • 예: 실효성 낮은 고용 보조 프로그램, 상징적 ‘좀비 직업’ 유지

노조의 역할과 딜레마

  • 노조는 일부 경우 자동화를 늦춰 임금과 협상력을 시장보다 오래 보존
  • 유럽 지하철 노선은 무인 노선이 같은 도시에 존재하고 기술적으로 검증되었음에도 운전자와 함께 운행
  • 항만 노동자들은 자동 크레인과 원격 제어를 제한하는 조항을 계약에 명시하는 데 성공
  • 기업은 일자리가 총량적으로 괜찮다고 반복하고, 노조와 정치인은 기술적으로 불필요한 일자리라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
  • 어느 진영도 노동 자체가 중심 서사로서 축소되는 의미를 명확히 표현하지 못하며, 남은 일자리의 위치와 담당자만 다툼

자동화 선진국의 현실: 한국, 중국, 일본

  • 국제로봇연맹(IFR) 통계에 따르면 한국, 싱가포르, 일본, 독일은 수년간 산업용 로봇을 공장에 집중 투입
  • 중국은 늦게 시작했지만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설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제조업 로봇 밀도에서 독일 추월
  • 동시에 중국의 1인당 GDP는 미국의 약 3분의 1 수준이며, 청년 실업률은 10% 중반에서 상위권을 기록(비공식 추정은 더 높음)
    • 중국 청년 실업률은 두 자릿수로, ‘누워버리기(lying flat)’ 문화 확산
  • 자동화에 막대한 자금과 정책을 쏟아부었지만 졸업생들은 저임금 서비스 일자리나 온라인 부업에 “썩어간다”고 소셜미디어에 불만

긱 이코노미(gig economy)와 로보택시의 선행 불안

  • 로보택시는 아직 전체 주행 마일의 미미한 비중이며, Waymo는 운영 도시에서 극히 일부 탑승만 처리
  •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와 피닉스의 차량 호출 기사들은 로보택시 운영 시장에서 이미 수입 감소 경험
  • 은행들은 도시 차량 호출 플랫폼이 “자율주행차 위험” 에 직면한다는 경고 발행
  • 실제 점유율은 낮지만, 기술적 일자리 소멸보다 일자리 소멸 서사가 먼저 도착하는 패턴을 보임

개인적 전망과 경고

  • 20년 후 몇 개의 일자리가 존재할지, 자신의 업무가 분포의 꼬리에 충분히 위치할지 알 수 없음
  • 다양한 일을 시도하고 중심부에만 머물지 않으며 분포 밖 인간이 되려 노력할 것
  • 전체 인생 계획이 표준 회사에서 표준 업무를 하는 존경받는 중심 사례 노동자에 의존한다면, 그 범주를 침식하는 노력이 얼마나 집중되는지 직시해야 함
  • 모두가 풀타임으로 일하고 거기서 존엄을 찾는다는 전제의 정치 역시 재검토 필요
  • 20세기는 경제가 사람들을 매일 필요로 했기에 노동을 찬양하는 데 지적·도덕적 노력을 쏟았지만, 21세기는 그만큼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 기계와 시스템을 구축 중

결론: 노동의 중심성 약화

  • 기술적 설명은 자동화가 점진적이고 상쇄적이라 하지만, 체감 현실은 중심 일자리의 소멸
  • 미래 노동시장의 핵심 질문은 “모델이 학습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 어디까지인가”
  • 21세기 경제는 더 적은 인간을 필요로 하는 시스템으로 이동 중이며,
    노동을 삶의 중심으로 두던 20세기의 가치 체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음

[출처] https://news.hada.io/topic?id=24284&utm_source=weekly&utm_medium=email&utm_campaign=20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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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1월 2025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감정 반격’ 멈추면 갈등 사라진다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감정 반격’ 멈추면 갈등 사라진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감정 반격’ 멈추면 갈등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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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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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나 연인, 친한 친구와의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친해서 자주 만나는 사람일수록 부딪힐 일이 많을 수밖에 없고 친밀할수록 서로 기대하는 것도 더 많기 때문에 기대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될 확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갈등의 유무보다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된다. 여기에서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부정적 정서의 상호 교환(negative-affect reciprocity)인데, 상대로부터 비판을 받았을 때 일종의 보복 행위로 더 큰 비난이나 부정적 정서를 돌려주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아내가 남편에게 “요즘 당신이 집안일을 거의 안 하니까 내가 너무 힘들어”라고 말했을 때 남편이 “내가 집안일을 안 한다고? 너야말로 요즘 가족들한테 신경 안 쓰잖아!”라고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경우나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요즘 약속에 왜 이렇게 자주 늦냐고 했을 때 “너는 약속 지킨 적이라도 있어? 항상 네 멋대로잖아!”라고 되받아치는 등, 서로 계속해서 공격을 주고받으며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이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이미 문제가 많은 관계일수록 불만이 제기되었을 때 “아 그래? 미안해. 앞으로는 안 그럴게”라고 하기보다 “내가 잘못했다고? 너는 잘했어?” 같은 식으로 맞받아치는 모습이 더 흔히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라이 핑켈 노스웨스턴대의 심리학자에 의하면, 다행히도 생각보다 쉬운 방법으로 이런 부적응적인 패턴을 바꿀 수 있다. 연구자들은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 하는 부부들을 대상으로 네 달에 한 번씩 총 세 번(7분씩 총 21분)에 다음과 같은 생각 연습을 하도록 했다.

우선 서로 갈등을 빚었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떠올려 보고 두 사람을 모두 잘 알고 있고 진심으로 둘을 응원하는 제3자 입장이 되어 그 사람이라면 이 갈등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그 사람이라면 이 갈등에서 어떤 긍정적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지 떠올리도록 했다.

그리고파트너와 대화할 때 ‘중립적인 제3자’의 시선을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알려주면서 특히 갈등 상황에서 이런 시선을 취하지 못하게 만드는 방해 요인이 있다면 무엇인지 생각해보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4개월 동안 갈등 상황에서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려고 노력하는 데 도움이 될 구체적인 전략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생각해보도록 했다.

그 결과 이런 짧은 생각 연습만으로도 이후 약 1년간 관계 만족도나 사랑, 친밀감, 신뢰 등이 이전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많은 갈등들이 화가 몰아치는 상황에서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심한 말을 내뱉는 일 때문에 돌이킬 수 없게 나빠지곤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말하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하는 정도의 작은 노력으로도 금방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역시 말은 쉽게 하기보다 어렵게 하는 편이 좋은 것 같다.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584/0000035336?sid=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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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1월 2025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마음챙김 명상 열풍…”덜 너그러워질 수도”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마음챙김 명상 열풍…”덜 너그러워질 수도”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마음챙김 명상 열풍…”덜 너그러워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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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마음챙김이란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들에 대해 최대한 판단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지금, 여기’에 주의를 집중하는 상태에 관해 그간 다양한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마음챙김이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고 최근 연구들에 의하면 노화 진행을 줄여주고 심혈관 질환 위험성과 부적 상관을 보이는 등 마음챙김이 행복과 건강에 이롭다는 결과들이 다방면에서 보고되고 있다.

최근 이런 마음챙김이 주제인 학회에 다녀왔고 덕분에 흥미로운 사실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그중 하나는 그간 마음챙김이 친사회적 행동과 관련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소개되었지만 반대로 도움이 되지 않거나 심지어 해를 끼치는 듯 보이는 결과들 또한 많다는 것이다.

래드퍼드대 연구자 대니얼 베리에 의하면 예를 들어 나르시시스트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짧게나마 마음챙김 명상을 하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을 도우려는 모습을 ‘덜’ 보이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한다.

반대로 또 다른 세션에서는 평소 마음챙김 명상을 자주 하는 사람들의 경우 ‘화’를 덜 내고 자신을 화나게 한 사람을 더 잘 용서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보고도 있었다.

하지만 평소 이러한 마음 수련에 관심이 많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타인에게 더 너그러운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마음챙김 수련 하나의 효과라기보다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어떠한 특성이 마음챙김과 합쳐져 친사회적인 행동을 증가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나르시시스트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마음챙김 명상이 되레 친절하고 너그러운 행동을 ‘덜’ 보였다는 연구 결과와 비슷하게 마이클 풀린 뉴욕주립대 버펄로캠퍼스 심리학자의 연구에서도 평소 ‘독립적’인 자아관(자신을 규정할 때 본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들: 나는 아름답다, 나는 독창적이다 등으로 규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관계적 자아관(사회적 관계와 역할: 누구의 딸, 어느 학교 학생, 어느 회사 직원 등으로 규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달리 마음챙김 명상이 도움 행동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에게 독립적인 자아관 또는 관계적인 자아관을 가지게 유도했을 때에도(각각 ‘나’ 또는 ‘우리’로 지칭되는 글을 읽게 함) 독립적인 자아관으로 사고하게 된 사람들이 마음챙김 명상을 했을 때 명상 말고 다른 활동을 한 통제 집단에 비해 봉사활동 의향을 ‘덜’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관계적 자아관을 가지게 된 사람들은 통제 집단에 비해 봉사활동 의향을 더 많이 하려는 의향을 보였다.

생각해보면 원래의 마음챙김 수행이 가지고 있던 맥락(마음속 번민을 줄이고 자비를 실천할 것)을 떠나 그냥 기술적인 부분만 실시한다고 더 도덕적이고 자비로운 사람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앞선 발견들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런 맥락 없이 무턱대고 자신을 판단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면 그냥 원래 가지고 있던 좋은 모습과 나쁜 모습들이 여과 없이 쏟아져 나올 것 같기도 하다.

미국에서 마음챙김은 벌써 3조 원 규모의 어마어마한 사업이 되었다고 한다. 본질을 떠나 빠르게 위로받기에만 급급해진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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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1월 2025

[알아봅시다][ETC] 왜 똑똑한 사람들은 더 행복하지 않을까? 

[알아봅시다][ETC] 왜 똑똑한 사람들은 더 행복하지 않을까? 

15P by GN⁺ 4일전 | ★ favorite | 댓글 7개
  • 지능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다룬 연구들에 따르면, 높은 지능이 더 큰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약간의 부정적 상관(r = -0.06) 이 존재함
  • 심리학의 전통적 지능 개념은 명확히 정의된 문제(well-defined problems) 해결 능력에 초점을 맞추며, 이는 시험으로 측정 가능한 영역임
  • 그러나 인생의 대부분은 “좋은 삶을 사는 법”처럼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문제(poorly defined problems) 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다른 종류의 사고와 지혜(wisdom) 를 요구함
  • AI의 발전 또한 명확히 정의된 문제 영역에 국한되어 있으며, 인간만이 불명확한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음
  •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지능보다 방향성(directionness) 과 지혜가 중요하며, 이는 기술적 문제 해결 능력과는 다른 인간적 역량임

지능의 정의와 측정

  • 심리학자들이 합의하는 지능 정의는 추론, 계획, 문제 해결, 추상적 사고, 복잡한 개념 이해, 빠른 학습 등을 포함하는 매우 일반적인 정신 능력
  • 이는 단순한 책 지식이나 시험 기술이 아니라,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파악하며 무엇을 할지 판단하는 더 광범위하고 깊은 능력
  • 이렇게 정의된 지능은 측정 가능하며, 지능 검사가 이를 잘 측정함

지능과 행복의 관계 연

  • 여러 메타분석과 대규모 조사에서 지능과 행복의 관계는 거의 없거나 매우 미약한 것으로 나타남
    • 영국의 전국 대표 표본 연구에서는 지능이 낮은 집단이 약간 덜 행복했을 뿐, 전반적으로 큰 차이 없음
    • 미국의 General Social Survey 자료(50년간, 30,346명)에서도 어휘 테스트 점수가 높을수록 약간 덜 행복한 경향(r = -0.06, p < .001)
  • 지능이 문제 해결, 계획, 학습 능력 등에서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삶의 만족도에는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음

스피어만의 일반 지능 이론과 그 한계

  • 1904년 Charles Spearman은 다양한 과목 성적 간의 높은 상관을 발견하고, 이를 일반 지능(g factor) 으로 설명
  • 이후 연구에서도 인지 과제 간의 positive manifold(모든 과제 간 양의 상관)가 반복적으로 확인됨
  • 그러나 이는 지능이 모든 형태의 문제 해결 능력을 대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험 가능한 문제 유형의 유사성을 반영함
  • 수학, 어휘, 음악 등은 모두 명확한 정답과 경계가 있는 문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문제만이 표준화된 테스트로 측정 가능

명확히 정의된 문제 vs 불명확한 문제

  • 명확히 정의된 문제(well-defined problems) 는 절차와 정답이 존재하며, IQ 테스트나 학문적 과제에서 다룸
  • 반면 불명확한 문제(poorly defined problems) 는 경계가 모호하고, 정답이 없으며, 반복 불가능한 문제임
    • 예: “좋은 배우자를 찾는 법”, “아이를 잘 키우는 법”, “행복하게 사는 법”
  • 지능은 전자에 강하지만, 후자에는 지혜, 자기이해, 통찰 등의 다른 능력이 필요함
  • 따라서 높은 IQ가 삶의 만족도나 행복을 보장하지 않음

“가장 똑똑한 사람들”의 역설

  •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검색하면 대부분 물리학자, 수학자, 컴퓨터 과학자, 체스 마스터가 나옴
  • 이들은 모두 어렵지만 명확히 정의된 문제 해결자이며, 순위 매기기가 쉬워서 “가장 똑똑함”으로 보임
  • 그러나 최고 체스 선수와 수학자가 전체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것은 아님 – 단지 그들의 분야에서만 최고

그렇게 똑똑한데, 왜 그렇게 멍청한거야?

  • IQ 검사에서 놀라운 점수를 받은 Christopher Langan은 9/11이 자신의 이론에서 대중의 관심을 돌리려는 내부 공작이라 믿으며, 백인이라서 은행 대출을 거부당한다고 주장
  • IQ 176으로 알려진 John Sununu는 치과 예약에 군용기를 사용하다 조지 H.W. 부시 비서실장직 사임
  • 위대한 체스 선수 Bobby Fischer는 히틀러는 좋은 사람, 홀로코스트는 없었음, 유대인이 기독교 어린이를 죽여 피를 쓴다고 주장
  • 명문 대학 교수들이 성희롱, 데이터 조작, 소아성애자와 교류 등으로 징계받거나 해고됨
  •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로 여겨지지만 “현실 기본 인식 유지”, “좋은 사람 되기”, “인생 중대 실수 피하기” 같은 기본적이지만 불명확한 문제 해결에 실패

기술 진보와 행복의 괴리

  • 지난 세대는 천연두와 소아마비 박멸, 달 착륙, 더 나은 자동차·냉장고·텔레비전 제작, IQ 15점 상승 등 명확히 정의된 문제들을 해결함
  • 그러나 이 모든 진보에도 불구하고 행복도는 전혀 증가하지 않음
  • 중요한 교훈: 명확히 정의된 문제를 여러 개 해결하는 것이 선조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지 못했다면, 우리도 그렇지 않을 것
  • 당신과 영원한 행복 사이의 장벽은 텔레비전 크기나 레이븐 지능검사의 문제 해결 능력이 아님
  • 굶주림, 외로움, 고통이 있으면 음식, 친구, 안도를 얻어 더 행복해지지만 그 이후엔 보상이 매우 빠르게 감소함
  • 긍정 심리학 학습, 예일대 인기 강좌 수강, 명상, 운동, 감사 일기 등을 모두 해도 아마도 조금만 더 행복해질 것
  • 행복에 큰 영구적 변화를 원한다면 고대 사상가들의 글을 읽는 것이 나을 수 있음
    •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에피쿠로스, 부처, 공자, 예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성 아우구스티누스, 소로, 비베카난다 등은 좋은 삶 살기에 집착
    • 어느 시점에서 이런 주제가 유행에서 벗어난 듯함

AI와 인간의 문제 해결 능력

  • AI는 명확히 정의된 문제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임
    • 예: 체스, 단백질 구조 예측, 자율주행 등
  • 그러나 AI가 다루는 문제는 모두 명확한 데이터와 규칙을 전제로 하며, 불명확한 문제는 해결 불가능
    • GPT-3나 DALL·E 2도 실제 창작이 아니라 패턴 예측에 불과
  • 인간은 여전히 정의되지 않은 문제를 재구성하고 의미를 찾는 능력에서 우위

지혜와 방향성의 가치

  • 명확히 정의된 문제 해결을 잘하는 사람들은 “교수”, “박사” 칭호를 받고, 많은 돈을 받으며, Mensa와 Prometheus Society 같은 배타적 클럽 가입 가능
    • 하지만 Mensa의 IQ 설명 페이지는 지능 검사로 사람들을 해친 어두운 역사를 전혀 언급하지 않음
  • 이렇게 사회는 시험으로 측정 가능한 지능을 높이 평가하지만,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는 과소평가됨
    • 예: 가족을 돌보고, 공동체를 유지하며, 역경을 극복하는 능력
    • 이런 지혜를 “소박한(folksy)” 또는 “단순한 것(homespun)”이라 부르며 다지선다형 문제가 진짜 지능이고, 좋고 충만한 삶은 노부인들이 하는 귀여운 일처럼 취급함
  • 이러한 능력은 수치화할 수 없지만, 행복과 인간관계 유지에 핵심적 역할
  • 이런 종류의 지능을 정의에서 제외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해로움.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것임

    매끈하고 잘 정의된 문제 해결 능력으로 제대로 정의되지 않은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다면, 이런 불명확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 볼 것

  • 결론적으로, 지능은 문제 해결의 도구일 뿐, 좋은 삶을 설계하는 능력은 별개의 인간적 역량임

[출처] https://news.hada.io/topic?id=24183&utm_source=weekly&utm_medium=email&utm_campaign=20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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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1월 2025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내 마음 속 ‘지옥’을 비우려면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내 마음 속 ‘지옥’을 비우려면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내 마음 속 ‘지옥’을 비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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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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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비교’와 ‘불안’이 항상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학교를 가지 못하면 인생이 망할 것처럼 이야기하는 어른들 때문이었는지, 언제부턴가 조금만 미끄러지면 삶이 끝장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늘 두려움 속에서 살았던 것 같다.

친구들이 좋은 결과를 얻으면 함께 기뻐하는 마음과 함께 나는 왜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거냐는 자기비난과 열등감이 자라났다. 그러면서 친구의 기쁨을 온전히 함께 기뻐하지 못하는 나의 속물스러움에 질리고 자신을 더더욱 혐오하는 파괴적인 굴레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내가 최악일 때나 가장 좋은 모습일 때나 한결같이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과 나의 성취를 자신의 일인 것처럼 함께 기뻐해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누군가에게 생긴 기쁜 일을 함께 기뻐하면 그만큼 내 행복도 배가 된다는 사실을 조금씩 경험하게 되었던 것 같다.

덕분에 쓸데없는 자기비난과 열등감, 자기혐오가 많이 줄어들었다. 생각해보면 쓸데없이 마음속에 지옥을 담아두고 살았던 것 같다. 내 마음이 지옥이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결국 나다.

한편 누군가의 좋은 일을 굳이 나에 관한 일로 해석해버리는 습관 또한 자기 과몰입(hyper-egoic) 상태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삶의 대부분을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에 빠져 보내는 자아중독 상태에 빠져 있다.

마크 리어리 듀크대 심리학자에 의하면 이런 자기 과몰입 상태에는 고질적으로 많은 양의 주의를 바깥세상보다 자기 자신에게 쓰는 것, 세상 모든 일을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자기중심성,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살아가는 타율성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친구에게 생긴 좋은 일에 대해 들으면 친구에게 포커스를 둬야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굳이 자기 자신에게로 주의를 돌려 결국 뭐든지 자기 자신에 대한 일로 만들어버리는 것 역시 고질적인 자기 과몰입에 해당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도 자기 과몰입은 정신 건강과 나아가 인간관계에도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신에게 이런 면이 있다면 빨리 인정하고 최소한 누군가 잘된다고 해서 내가 잘못되는 것이 아님을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안타깝지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또 의외로 연인이나 부부 관계에서도 특히 이성애자 남성의 경우 자신의 파트너가 자신보다 더 잘 나가면 위축되는 현상이 많은 걸 보면 흔히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다. 아마도 이런 사고방식이 한 사회가 좀 더 불행해지는 데 한몫할지도 모르겠다.

연구들에 의하면 ‘파이가 정해져 있다는 믿음(fixed-pie perception)’, 함께 나눠 먹는 파이의 양은 정해져 있어서 타인이 조금 더 많이 먹으면 내 몫이 줄어든다는 생각이 자기파괴적인 질투나 근시안적이고 지나치게 경쟁적인 태도와 관련을 보인다.

물론 그런 상황도 존재하겠지만 내 친구에게 생긴 좋은 일이 직접적으로 나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예를 들어 ‘내가 잘된다고 해서 네가 잘 안 되는 게 아니야’라는 말처럼). 그나마 나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을 경쟁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적어도 이 사람들과는 ‘함께’ 잘되기를 바라는 것이 장기적으로 모두의 행복에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삶은 원래 별거 없고 우리에게 찾아온 좋은 인연들을 쫓아버릴 만큼 중요한 일도 잘 없다. 뭐라도 잡아보려고 주먹을 꼭 쥐고 살아가기보다,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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