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충동구매가 자존감을 높여주진 않는다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충동구매가 자존감을 높여주진 않는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충동구매가 자존감을 높여주진 않는다

충동구매를 나타내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간단하게 말해서 ‘자신이 그럭저럭 가치 있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자존감이나 자기가치감이라고 부른다.
어디까지나 ‘내가’ 나에 대해서 느끼는 주관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조건이 훌륭하다고 해서 반드시 자기가치감이 더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별로 내세울 만한 것도 없지만 자신을 사랑해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고 저녁 노을의 아름다움이나 한 여름 수박의 달달함을 알기 때문에 나름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객관적으로 과시할 만한 것이 있어야 하거나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시선이 있어야만 자신에 만족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이처럼 사람마다 자존감을 채우는 재료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고 부작용이 적은(양질의 인간관계, 소소한 행복 등) 자재로 자존감을 느끼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좋은 차나 비싼 물건으로 자신을 꾸미고 어느 정도 과시할 수 있어야 불안하지 않고 만족감을 느낀다.
물론 ‘늘 새롭고 특별한 무언가를 소유해야만 뒤처지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는 광고들을 통해 만들어진 불안과 부족하다는 느낌이 강제로 주입되는 세상에서 소비를 통해 자기가치감을 채우려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때로는 불안을 잠시 해소해주긴 해도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키고 자기혐오를 깊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로라 박(Lora Park) 버팔로대 심리학자 등의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자신의 재정 상태를 통해 자기가치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과소비나 충동구매를 많이 하면서도 동시에 돈을 아끼거나 저축하려는 마음도 크기 때문에 매번 돈을 쓸 때마다 불안감과 죄책감, 후회도 함께 쌓인다고 한다.
마음이 불안하고 자신을 작게 느낄수록 ‘지르고’ 싶은 욕구가 커지고 충동구매를 하게 되지만 그 만족감은 짧고 이후에는 더 큰 불안과 후회, 자기혐오가 뒤따를 수 있다.
특히 요즘에는 ‘소비가 곧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들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크고 작은 소비 외에 ‘셀프 케어’를 하는 법을 모르는 경우도 많아 더욱 과소비와 자기혐오의 굴레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꽤 자주 아무 생각 없이 특히 SNS 등을 통해 손끝까지 파고드는 광고들을 보면 갑자기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고, 이것저것을 사서 그 부족함을 메우려 하는 마음에 사로잡히곤 한다. 물론 그때는 정말 필요해서 사는 거라는 믿음이 잠시 들지만, 결제 버튼을 누른 순간부터 후회가 밀려온다. 그런데도 이런 행동을 끊지 못하고 있다.
요즘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는 아주 간편한 행위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전달되고 있다. 그 손쉬움 때문에 더 중독성이 강한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여러 가지 노력을 하지 않고(예: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것), 손가락만 까딱하면 (잠깐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 충분히 빠져들 만도 하다.
하지만 이후에는 더 깊은 후회와 비참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은 더욱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