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는 우주에서 하찮은 존재”…너그러운 사회 만든다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는 우주에서 하찮은 존재”…너그러운 사회 만든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는 우주에서 하찮은 존재”…너그러운 사회 만든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우주에 관한 강의를 듣다가 이렇게나 거대한 우주에서 이렇게나 작은 지구에,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우리가 모여있다는 것은 기적(매우 작은 확률이라는 의미에서)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강의실을 한 번 둘러보고 또 옆에 앉아있는 친구를 바라보며 지나가는 그 찰나의 순간이 매우 소중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속해 있는 시공간에 비해 우리가 너무나 작은 존재라는 사실이 우울하기보다 그래서 더 인생이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편 너도 나도 다 결국에는 우주먼지에 불과한데 인간이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고 못났으면 또 얼마나 못났겠냐고 결국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한데 서로 비교하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다 늙고 병들어 죽게 될 텐데 마지막에 차가운 사람으로 기억되기보다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기억되면 좋지 않을까?
이렇게 우리 존재의 하찮음을 떠올리면 우울해지고 불안해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아서 되려 어깨가 가벼워지고 자신과 타인을 향해 더 너그러운 시선을 가지게 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거대한 자아보다 “작은 자아(small self)”을 갖는 것이 때로는 더 정신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웅장한 자연경관을 보여주거나 우주의 시작부터 인류의 출현과 현재까지를 달력으로 만들어서 우주가 1월에 태어났다면 인류는 12월 31일 마지막 몇 초에 불과한 짧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비교적 작게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해 나라는 존재와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는 현상을 보인다.
매튜 혼시 퀸즐랜드대 연구팀에 의하면 이렇게 존재의 무게를 조금 덜어내는 과정을 거치면 불안이 줄어들고 특히 자기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의향과 타인의 잘못 또한 용서할 의향이 커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예전에 한 다큐에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사형수들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과 태도를 보이지만 사형 집행일이 되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주거나 마지막은 가급적 편하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죽음’이라는 생명체라면 다 무섭게 느껴지는 절대적인 마지막, 끝, 소멸에 대한 공포와 그 공포 앞에서 초라한 우리들의 모습을 모두가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너보다 더 크거나 작다고 재기보다 때로는 우리 모두 하찮다는 사실을 지각하는 것이 보다 너그러운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될지도 모르겠다.
Hornsey, M. J., Tyson, C., Ferris, L. J., Crimston, C. R., Faulkner, C. & Barlow, F. K. (2025). The cosmic calendar: Being reminded of the vastness of time can improve well-being. The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 1-12. https://doi.org/ 10.1080/17439760.2025.2481039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