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2월 2021

피해자 또 가슴 치게 했다, 이다영 사과문의 6가지 잘못

피해자 또 가슴 치게 했다, 이다영 사과문의 6가지 잘못

학폭 사태로 본 ‘사과의 기술’

배구 선수 이재영·이다영의 학폭 사건 폭로가 나온 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자필 사과문은 역풍을 맞았다. “사과를 피해자에게 하지 않고 이렇게 플레이하는 게 더 꼴 보기 싫다” “직접 글씨를 썼다는 걸 과시하며 용서를 구하니 화가 난다”···. 피해자도 그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여론은 더 나빠졌다. 또 다른 폭로가 터져 나왔다. 두 선수는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국가대표 자격도 박탈당했다.

유명한 사람은 불미스러운 사건을 저질렀을 때 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리곤 한다. 개그맨 이휘재의 아내인 플로리스트 문정원씨는 지난달 층간 소음 문제로 비판받은 데 이어 ‘에버랜드 장난감 먹튀’ 사건이 들통나자 SNS에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100만 팔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문씨는 SNS와 유튜브 활동을 접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살다 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잘못을 할 수 있다. 사과는 그때 필요한 기술이다. 하지만 어떻게 사과해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음주 운전 등의 반성문을 대필해주는 업체가 성업할 정도다. 전문가들이 이다영 선수의 사과문에서 문제점을 짚고 올바른 사과법을 정리했다. <그래픽>

◇피해자에게 구체적으로 사과하라

SNS는 사과 창구로 부적절하다. 사과는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게 원칙이다. 이다영 선수가 쓴 사과문은 피해자에게 한 사과라기보다 자기를 아껴준 팬들에게 한 사과로 읽힌다. 사과 대상자가 피해자인지 대중인지 명확히 구별해 써야 한다.

이다영은 사과문에 “학창 시절 같이 땀 흘려 운동한 동료들에게 어린 마음으로 힘든 기억과 상처를 갖도록 언행을 했다는 점 깊이 사죄드립니다”라고 썼다. 구체적으로 뭘 잘못했는지 밝혀야 하는데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이 사과문이 욕먹기 싫어서 쓴 글처럼 보이는 이유는 진정성이 실려 있지 않다는 점이다. 거만한 사과는 모욕이나 다름없다.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한 후 사과하라

피해자는 가해자가 모르는 사이에 당하는 경우가 많다. 말로 때리든 몸으로 때리든 돈으로 때리든 부모 뒷배로 때리든 매한가지다. 철없던 시절에 어떤 권력을 휘두른 가해자는 나중에 “사과한다”고 보통 말하지만,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미안함이 그 안에 담겨 있어야 전달된다. 역지사지(易地思之)로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한다면 이런 사과문이 나올 수 없다.

어렵게 말을 꺼낸 피해자 말고도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 피해 사실을 알지만 막지 못한 가족·친구도 고통을 받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사과는 암 세포 도려내듯이 하지 말고 광범위하게, 더 깊고 넓게 해야 한다. 이 사과문은 피해자는 물론이고 국민 눈높이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마음을 얻지 못하고 분노를 부른 것이다.

◇이렇게 사과하면 ‘2차 가해’다

“피해자분들께서 양해해주신다면 직접 찾아뵈어 사과드리겠다”는 표현도 잘못됐다. 어떤 전제나 조건을 달면 안 된다. 흔히 쓰는 “용서를 구한다”는 문구도 피해야 한다. 용서할지 말지는 피해자가 판단할 일이다. 또 “미안해.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사과할게” “실수가 있었습니다”도 사과할 때 쓰지 말아야 할 표현으로 꼽힌다.

대중도 문제다. 제3자가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하면 안 되듯이 가해자에게 사과를 강요해도 안 된다. 사회적 압력 때문에 마지못해 사과한다면 진정성이 담길 리 없고 제대로 사과할 기회를 잃고 만다. 피해자는 자기 고통과 마음을 가해자가 알아주길 원한다. 그런 미안함을 담지 않은 채 함부로 하는 사과는 ‘2차 가해’다.

상대방이 사과를 받아들일지 말지는 통제할 수 없지만 사과의 질(質)은 통제할 수 있다. 평생 머리 안 숙이고 산 사람은 사과하기가 몹시 자존심 구기는 일이다. 두 선수는 머리를 숙였지만 피해자나 국민이 보기엔 여전히 뻣뻣해 보인다. 이번 사건은 금력이든 권력이든 주먹이든 어떤 힘을 가졌다면 조심해 써야 하는데 그러질 않아 터졌다. /박돈규 기자

※도움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채정호 교수, 이대영 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 정재승·김호 책 ‘쿨하게 사과하라’

[출처] https://www.chosun.com/culture-life/2021/02/17/3GPZFKY6WFGG5H534S6IYXSG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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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월 2021

“나 빼고 다 봤나” 어디가서 알고리즘 얘기하려면 봐야한다는 다큐 [왓칭]

“나 빼고 다 봤나” 어디가서 알고리즘 얘기하려면 봐야한다는 다큐 [왓칭]

나를 얽어매는 알고리즘의 진실, 다큐 ‘소셜딜레마’
테크기업에 머리 속 다 털린 우리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끌려가는 당신을 위한 작품

넷플릭스 '소셜딜레마'
 
넷플릭스 ‘소셜딜레마’

“소셜미디어에 내재된 AI(인공지능)가 이끄는대로 손가락을 움직이고 시선을 고정시키는 순간, 우리는 거대 IT 기업에 돈을 벌어다 주기 위해 존재하는 ‘꼭두각시’가 된다.”

작년 9월 공개된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The Social Dilemma)’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 빠져 하루에도 몇 번씩 넋 놓고 스마트폰 화면을 스크롤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충격적인 작품이다.

 

“소셜딜레마를 보고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와서 소셜미디어를 끊었다”는 리뷰가 종종 눈에 띈다. 하지만 현타는 오래가지 못한다. 우리는 부지불식 간에 출퇴근 전철·버스 안에서, 소파에 앉아서, 침대에 누워서, 길을 걸으며 습관처럼 유튜브 추천 영상을 보고,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좋아요????나 댓글이 달렸는지 확인하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남들이 공유한 게시물을 찾아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소셜미디어는 그만큼 중독적이다.

넷플릭스 '소셜딜레마'에 등장하는 트리스탄 해리스.
 
넷플릭스 ‘소셜딜레마’에 등장하는 트리스탄 해리스.

◇’슬롯머신’만큼 중독적인 소셜미디어

구글에서 디자인 윤리를 담당했던 트리스탄 해리스(Tristan Harris)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라스베이거스의 ‘슬롯머신’에 비유한다. “언제 어떤 콘텐츠가 뜰지 모른다”는 점에서 똑같다는 것이다. 트리스탄은 이렇게 설명한다.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뇌간(腦幹)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사용자에게 무의식적인 습관을 심어요. 인간의 심층부에서부터 프로그래밍을 하는 거죠. 책상 위 스마트폰을 볼 때마다 계속 눈이 가고, 손을 뻗기 마련입니다. 재밌는 게 있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슬롯머신’을 당겨보는 거죠. 그건 우연이 아니라 그렇게 디자인된 것입니다.”

그는 구글에서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을 대대적으로 ‘조종’하는 작업에 동참했던 사람이다. 그는 회사 안에서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문제제기를 했었다. 일부 직원이 이에 공감했고, 경영진에도 의견이 전달됐으나 묵살됐다. 그는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인도적 기술센터(Center for Humane Technology)’를 설립했다.

빅테크의 알고리즘 자정 노력? /조선일보DB
 
빅테크의 알고리즘 자정 노력? /조선일보DB

트리스탄은 소셜미디어는 인간의 삶을 돕는 ‘도구’일 수 없다고 말한다.

“무언가를 당신에게 요구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도구’가 아닙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당신을 유혹하고 조종하며 무언가를 요구합니다. 소셜미디어는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달성하려고 합니다. 당신의 심리를 역이용해서 말이죠. AI라고 하면 사람들은 터미네이터나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떠올립니다. 먼 훗날 AI가 사람을 해칠 수도 있다고 상상하기도 하죠. 그런데 사람들은 모르고 있어요. AI가 이미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요.”

넷플릭스 '소셜딜레마'
 
넷플릭스 ‘소셜딜레마’

◇알고리즘이 만드는 ‘확증편향’, 사회갈등 심화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우리를 중독시키고 조종할 수 있는 것은 사용자 개개인의 막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은 각종 개인 정보와 검색어 기록, 방문 사이트 이력은 기본이고 영상을 어디까지 보고 넘겼는지, 특정 이미지를 보며 얼마나 멈춰있었는지 등을 모조리 수집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심지어 이용자가 전 연인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외로운 상태’라는 판단을 내리고 그에 맞는 콘텐츠를 보여준다. 알고리즘은 우리를 우리 자신보다 더 잘 파악하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의 폐해는 우리의 일상이 허비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의 성향이 조금이라도 드러나면 알고리즘은 우리를 계속해서 한 쪽 방향으로 몰아가도록 설계돼 있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가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않을 테니까. 알고리즘에 의해 강화된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사회를 두 동강 내고 있다.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사라지고, 양 극단의 목소리만 남았다.

2020년 12월 16일 오후 서울 중구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본지 산업부 기자들이 스마트폰 12대를 이용해 유튜브의 정치 콘텐츠 알고리즘을 조사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2020년 12월 16일 오후 서울 중구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본지 산업부 기자들이 스마트폰 12대를 이용해 유튜브의 정치 콘텐츠 알고리즘을 조사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소셜딜레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있다. 마르코 루비오 미 상원의원(공화당)의 대중 연설이다.

조국, 윤석열, 추미애를 놓고 갈라진 우리 사회를 떠올리면 루비오 의원의 호소가 더 절절하게 들린다.

◇구글·페이스북·트위터 핵심 인력 출신들의 생생한 고발

소셜딜레마에는 트리스탄 외에도 10여명의 ‘안티 소셜미디어’ 전사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의 영악함과 해악을 낱낱이 고발한다. 이 다큐멘터리가 큰 흡인력을 발휘하는 것은 고발자 대부분이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 기업의 핵심 인력이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전 고위 임원이자 핀터레스트 회장 출신인 팀 켄들(Tim Kendall), 페이스북 부사장 출신인 차마스 팔리하피티야(Chamath Palihapitiya),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 개발자 기욤 체이슬럿(Guillaume Chaslot), 구글·페이스북 개발자 출신인 저스틴 로젠스텐(Justin Rosensten), 구글에서 경험 디자인 컨설팅을 맡았던 조 토스카노(Joe Toscano), 트위터 핵심 개발자 출신인 제프 지버트(Jeff Seibert), 페이스북에서 개인정보보호 업무를 했던 샌디 파라킬라스(Sandy Parakilas), 인스타그램 설립 초기 함께 일한 베일리 리차드슨(Bailey Richadson) 등이 그들이다.

넷플릭스 '소셜딜레마'
 
넷플릭스 ‘소셜딜레마’

한 때 ‘나쁜 짓’에 가담했던 이들의 양심 고백과도 같은 폭로가 쉴새없이 이어지면서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긴장감이 팽팽하게 유지된다. 인터뷰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소셜미디어에 중독된 10대 청소년의 일상과 그가 속한 커뮤니티, 사회가 어떻게 파괴돼 가는지를 극화해 보여주면서 중간 중간에 인터뷰를 넣었다. 소셜미디어 뒤에 숨은 AI 기반의 수퍼 컴퓨터들을 의인화시켜 IT 기업이 우리를 어떻게 중독의 덫에 빠지게 하는지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제프 올롭스키(Jeff Orlowski) 감독의 놀라운 섭외력과 연출력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올롭스키 감독은 ‘빙하를 따라서(Chasing Ice, 2012)’와 ‘산호초를 따라서(Chasing Coral, 2017)’라는 자연·환경 다큐멘터리로 미국 방송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을 받은 바 있다.

소셜딜레마에는 내부 고발자들 외에 재런 래니어(Jaron Lanier)와 캐시 오닐(Cathy O’neal)과 같은 데이터 과학자와 <감시 자본주의>의 저자로 유명한 쇼샤나 주보프(Shoshana Zuboff)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 등도 나온다.

알고리즘으로 두 동강 난 스마트폰 속 세계. /그래픽=김하경
 
알고리즘으로 두 동강 난 스마트폰 속 세계. /그래픽=김하경

◇‘광고 보는 좀비’가 된 사람들

IT기업들이 소셜미디어 이용 시간을 최대한 늘리려는 목적이 ‘광고 노출을 통한 수익 증대’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매출 대부분이 광고에서 나오기 때문에 IT 기업들은 우리를 스마트폰에 중독시키는 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소셜딜레마의 인터뷰이들은 입을 모아 강조한다. 우리는 ‘광고를 보는 좀비’일 뿐이라고. IT기업의 고객은 광고주이며, 우리는 그들에게 판매되는 상품일 뿐이라고.

주보프 박사는 이에 대해 “IT기업들이 ‘확실성(certainty)’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한다. IT기업은 소셜미디어 사용자 개개인에 대한 정보를 속속들이 갖고 있기 때문에 구매 확률이 매우 높은 ‘타깃형 광고’들을 보여줄 수 있다는 뜻이다.

내 유튜브 화면 속 추천 영상은 왜 그렇게 떴을까. /그래픽=김하경
 
내 유튜브 화면 속 추천 영상은 왜 그렇게 떴을까. /그래픽=김하경

“IT기업들은 우리에 대한 정보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갖고 있습니다.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죠. 소셜미디어 광고는 새로운 시장이에요. 예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시장이죠. 인간이 ‘선물(futures)’로 거래되는 시장인 셈이죠. 원유 선물시장이나 돼지고기 선물시장처럼 지금 우리에겐 인간이 선물로 거래되는 대규모 시장이 있는 거에요. IT 회사들은 그 시장에서 수조 달러를 벌어들여 인류 역사상 가장 부유한 회사들이 된 것입니다.”

 

알고리즘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아마도 우리 자신을 선택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만드는 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 선택을 온전히 내가 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면 알고리즘이 두 동강 낸 사회도, 무언가에 홀린 듯 충동 구매해버린 물건들도 실제 우리 모습이 아닐 수 있다.

알고리즘이 우리의 삶을 만들어가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 소셜 ‘딜레마’를 푸는 열쇠를 찾기 위해 우리는 “알고리즘에 저항해야 한다”는 것이 이 다큐멘터리에 담긴 메시지다.

 
 
조선일보 기자들이 2주동안 유튜브에서 정치 성향 채널을 시청하는 실험을 했다. /조선일보 기획취재팀

개요 다큐멘터리 l 미국 l 94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특징 알고리즘에 대해 알고 싶다면 꼭 봐야 할 다큐

[출처] https://www.chosun.com/culture-life/watching/2021/02/13/PA424RE5INABRNH7IUYRVFZSP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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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월 2021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기싫다” 넷플릭스 킬링타임 콘텐츠5 [왓칭]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기싫다” 넷플릭스 킬링타임 콘텐츠5 [왓칭]

정주행·몰입 부담 제로
설 연휴 시간 사냥을 시작한다
오늘은 여기서 누워볼까

명절 연휴를 맞아, 지정생존자나 홈랜드·브레이킹 배드·나르코스·슈츠·기묘한 이야기 같은 대작(大作)이나 승리호·킹덤·스위트홈·경이로운 소문같은 화제의 K-스트리밍 콘텐츠를 죽 적어 놓으려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모두가 긴 줄거리를 따라잡기 위해 내달리는 마라토너가 될 필요는 없다. ‘나 그거 봤어’하고 어디 가서 뽐내기 좋은 콘텐츠들은 아니지만, 아무 생각없이 틀어놓고 편하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추렸다. 몰입할 필요? 전혀 없다. 작품성? 잠시 넣어두길.

◇부동산에 속 터진 분을 위한 판타지, 셀링선셋(Selling Sunset)

넷플릭스 '셀링선셋'
 
넷플릭스 ‘셀링선셋’

미국 LA(로스앤젤레스) 초호화 부촌(富村) 할리우드 힐스, 선셋 스트립 지역의 1위 공인중개사 ‘오펜하임 그룹’의 얘기를 다룬 리얼리티 쇼. 집값 때문에 속 터지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보기엔 ‘부동산 판타지’ 프로그램으로 보이겠지만, 실제 상황이라고 한다. 고급 주택을 ‘랜선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넷플릭스 '셀링선셋'
 
넷플릭스 ‘셀링선셋’

입이 떡 벌어지는 수십억~수백억원대 저택 매매에 뛰어든 여성 공인중개사들은 모두 실존 인물. 이 회사 직원들은 아찔한 스틸레토힐, 몸매가 드러나는 숨 막히는 원피스 차림으로 현장을 누비며, ‘매력 자본’을 비즈니스에 십분 활용한다. 여기에 페미니스트들의 탈코르셋(꾸밈의 자유) 운동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조금도 없어 보인다.

기 센 언니들이 직장에서 시시각각 합종연횡(合從連衡)하며 이 말 저 말 옮겨대고, 온갖 갈등을 만들어내는 장면이 흥미진진하다. 보다가 괜한 여초(女超)집단 공포증을 갖진 말자. 리얼리티 쇼 역시 어디까지나 ‘연출과 각본’이 존재한다.

 
 
 
  • 출연???? : LA 오펜하임 그룹 직원들
  • 장르???? : 리얼리티 쇼
  • 길이⏰ : [시즌 3] 각 8회 (회당 30~40분)
  • 로튼토마토???? : 58%
  • IMDB⭐ : 6.3/10

 

◇밀덕, IT덕, 안보의식 투철하면, 스파이 크래프트(Spycraft)

영화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서 빠지면 섭섭한 것은? 본드걸, 본드카, 젓지 말고 흔든 마티니(Vodka martini, shaken, not stirred) 등이 있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소재가 바로 ‘무기 개발 담당자 Q’다.

스파이 크래프트는 첩보 작전에 동원되는 전통·최신 기술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 이제 스파이 활동의 성패는 ‘맨주먹 붉은피’ 보다 ‘장비’가 결정 짓는 세상이란 걸 보여준다.

넷플릭스 '스파이크래프트'
 
넷플릭스 ‘스파이크래프트’

도청기, 독(毒), 미인계, 드론과 위성, 양자 컴퓨터, 전투 로봇, 암호 해독기기 등 첩보 기술을 총망라했다. 이 프로그램의 특이한 점은 미국 CIA(중앙정보국)의 전직 고위 관계자들이 여럿 등장한다는 것이다. 피아(彼我)구분 확실한 전직 요원들은 첩보 기술 남용 우려에 대해 “제정신이 아닌 북한인이나 이란정부가 더 두렵다”고 딱 잘라 말한다.

넷플릭스 '스파이크래프트'
 
넷플릭스 ‘스파이크래프트’

“문을 걸어 잠그고 창문에 널빤지를 댄다 한들, 스파이는 어떻게든 보안을 뚫고 정보를 가져갈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전쟁 직전을 상정하고 움직인다. 첩보 기술이 남용될까 걱정하며 밤잠을 설치진 않는다. 반면 가능한 수단을 모조리 동원해 우리의 적을 막지 않는다면 잠을 설칠 것이다.”

밀덕(밀리터리 애호가)이나 IT 마니아, 안보의식이 투철한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볼 만한 콘텐츠다.

  • 출연???? : 역사학자, 전직 CIA·FBI 요원들
  • 장르???? : 다큐멘터리 시리즈
  • 길이⏰ : [시즌 1] 8회 (회당 30분대)
  • 로튼토마토???? : 58%
  • IMDB⭐ : 6.7/10

 

◇이것이 아시아 갑부 클라쓰, 블링블링 엠파이어(Bling Empire)

넷플릭스 '블링블링 엠파이어'
 
넷플릭스 ‘블링블링 엠파이어’

미국 LA에 사는 아시아계 부호들의 삶을 다룬 리얼리티 쇼. 2000년대를 휩쓴 인기 리얼리티 쇼의 프로듀서인 제프 젠킨스가 제작했다. 젠킨스는 글로벌 호텔 재벌 힐튼가(家)의 상속녀인 패리스 힐튼의 리얼리티 쇼 ‘심플라이프(The Simple Life·2003)’와 할리우드 톱스타 킴 카디시안이 출연한 리얼리티 쇼 ‘4차원 가족 카다시안 따라잡기(Keeping Up with the Kardashians·2007)’를 만든 프로듀서다.

블링블링 엠파이어는 할리우드 상위 0.1%의 초호화 일상을 다룬 뻔한 관찰 예능이지만, 아시안 부유층 문화를 조명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싱가포르 부동산 재벌의 아들 케인 림, 중국 송나라 황족의 24대 직계 자손 가브리엘 치우, 일본 무기업체 딸 애나 셰이, 베트남계 유명 여성DJ 킴 리, 중국 억만장자 딸이자 패션 인플루언서인 제이미 시에 등 실존 인물들이 등장해 상상 초월 씀씀이를 과시한다.

 
 
 

명품 사랑, 성형 시술, 영적 존재에 대한 믿음, 금기와 향락 사이를 줄타기하는 성(性) 문화…. 서구인이 가질 법한 동양에 대한 고정관념이 종합 선물 세트처럼 쏟아진다. 어릴 적 입양돼 아시아 문화를 잘 모르는 한국계 미국인 모델 케빈 크라이더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들을 지켜본다. 자신감에 찬 주인공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넷플릭스 '블링블링 엠파이어'
 
넷플릭스 ‘블링블링 엠파이어’

미국 베버리힐즈 로데오거리와 근교 놀이 공원을 통째로 빌려 파티를 열고, 제트기를 타고 프랑스 파리로 원정 쇼핑을 떠나거나, 명품 매장 직원을 집으로 불러 ‘일대일 맞춤 쇼핑’을 하는 일상이 요란하다. 조각 같은 백인 남성이 중국 갑부 여성에게 집착하며 매달리는 장면은 서구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미러링’(뒤집어 보여주기)으로도 보인다.

  • 연출???? : 제프리 젠킨스
  • 장르???? : 리얼리티 쇼
  • 길이⏰ : [시즌 1] 8회 (회당 30~40분대)
  • 로튼토마토???? : 60%
  • IMDB⭐ : 5.7/10

 

◇검증된 웃음지뢰, 브루클린 나인나인(Brooklyn Nine-Nine)

NBC '브루클린 나인나인'
 
NBC ‘브루클린 나인나인’

미국 코미디쇼 SNL(Saturday Night Live)의 출연자 앤디 샘버그가 출연하는 ‘병맛 코미디 시트콤’이다. 사건보단 ‘개그’ 욕심 가득한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 망나니 형사들이 주인공. 넷플릭스에서 현재 시즌 6까지 감상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웃음이 목적인 시리즈로, 평가 사이트 점수가 매우 높다. 2014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코미디 작품상을 탔고, 앤디 샘버그는 코미디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매회 다른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어 줄거리를 쫓으려고 정주행할 필요도 없다. ‘세상 하찮은’ 형사들이 좌충우돌하며 유쾌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그저 마음 편히 감상하면 된다.

  • 출연???? : 앤디 샘버그 외
  • 장르???? : 코미디 시트콤
  • 길이⏰ : [시즌 6] 각 20여회 (회당 20분)
  • 로튼토마토???? : 94%
  • IMDB⭐ : 8.4/10

 

◇B급 웃음폭탄, 언브레이커블 키미슈미트(Unbreakable Kimmy Schmidt)

넷플릭스 '언브레이커블 키미슈미트'
 
넷플릭스 ‘언브레이커블 키미슈미트’

사이비 교주에게 납치돼 15년 간 벙커에 갇혀있다 구출된 괴짜 소녀 키미가 뉴욕 빈민가에서 좌충우돌 적응하는 모습을 그린 시트콤. 브루클린 나인나인처럼 ‘병맛 코미디 시트콤’을 지향하는데, 여기에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 힙(hip), 뉴트로(new+retro) 트렌드를 더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못마땅해 하는 욕쟁이 힙스터 할머니, 오디션에서 매번 떨어지는 못생긴 흑인 게이 스타 지망생, 인디언 출신을 감추고 백인 행세를 하며 호화 생활을 꿈꾸는 꽃뱀 여성 등이 등장해 속사포처럼 농담과 세태 풍자를 쏟아낸다. 미국 유명 코미디 작가이자 페미니스트인 티나 페이가 제작했다.

 
 
 
  • 제작???? : 티나 페이
  • 장르???? : 코미디 시트콤
  • 길이⏰ : [시즌 4] 각 12~13회 (회당 20분대)
  • 로튼토마토???? : 83%
  • IMDB⭐ : 7.6/10

[출처] https://www.chosun.com/culture-life/watching/2021/02/11/PDQQE4W7QZE37AR2XEOULLVB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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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월 2021

스티브 잡스가 전하는 3가지 이야기

스티브 잡스가 전하는 3가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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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을, 도전을, 취업을 앞둔 당신에게 스티브 잡스가 전하는 3가지 이야기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축하 연설문 中-

1.인생의 전환점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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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한 현재를 살며 미래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미래는 반드시 나에게 찾아와 어느 순간 현재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죠.

현재를 살며 미래를 손에서 놓지 않기 위해선 현실과 미래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운명, 용기, 업… 뭐든지 괜찮습니다. 지금 나의 행동이 미래에 싹을 틔울 씨앗이라는 걸 명심하세요. 그렇다면 당신 인생의 전환점은 바로 지금, 현재가 될 수 있을거예요.

2.사랑과 상실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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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세요. 당신의 연인을, 친구를, 그리고 일을 사랑하세요.

당신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후회를 남기지 않아요. 연인은 당신을 따듯하게 안아줄 거고, 친구는 당신을 웃게 해줄 것이며, 일은 당신에게 성취감을 선물할 겁니다. 이러한 것들은 내 곁에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해요. 하지만 그들을 잃게 된 후의 빈자리는 너무나도 크답니다.

상실의 고통은 큽니다. 떠난 자리에 흘리는 눈물 보단 옆에 있을 때 건네는 사랑이 더 중요한법이죠. 사랑하세요, 당신 옆의 모든 것을.

3.죽음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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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지세요. 내 삶은 오롯이 나의 것, 누구에게도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것입니다. 외부의 목소리가 아닌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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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sharehows.com/steve-jobs-three-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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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1월 2021

일본 불매운동 여전한데, 대일 무역적자 커진 진짜 이유는

일본 불매운동 여전한데, 대일 무역적자 커진 진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2021.01.09 12:00   수정 2021.01.09 12:47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가 지난해 다시 2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사진은 지난해 부산 동구 유니클로 범일점 앞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정부의 사죄·배상 등을 촉구하는 1인 시위 모습. 뉴스1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가 지난해 다시 2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사진은 지난해 부산 동구 유니클로 범일점 앞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정부의 사죄·배상 등을 촉구하는 1인 시위 모습. 뉴스1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가 지난해 다시 커졌다. 

 

경제통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일본과 무역에서 208억4000만 달러(약 30조6000억원) 적자를 찍었다. 일본 수출 규제 영향으로 2019년 16년 만에 가장 적은 191억61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 1년 만에 다시 불었다.
 
무역적자 200억 달러를 다시 돌파하며 수출 규제와 불매운동이 있기 전인 2018년(240억7500만 달러) 수준에 다가서고 있다. 지난해 일본으로의 수출(전년 대비 -11.8%)은 급감했는데 수입(-3.5%)은 그만큼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일본 제품 불매운동 포스터가 붙은 가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 매장은 줄줄이 문을 닫는 중이다. 그런데 왜 한국은 1년 전보다 더 큰 적자를 봤을까. 

불매운동 시들하다고? ‘노노재팬’ 여전하다

여전한 일본 불매운동.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여전한 일본 불매운동.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대표적 품목인 일본 맥주는 이제 사실상 한국 시장에서의 설 자리를 잃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를 보면 2019년 한국은 일본 맥주 3975만6000달러어치를 수입했다. 2020년 수입액은 492만2000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약 10분의 1 수준이다.
 
일본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1만대 이상 판매한 일본 차 브랜드는 없었다. 판매량과 점유율 모두 반 토막이 났다. 이를 버티지 못한 닛산과 인피니티는 지난해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코로나19에 한국 주력제품 수출길 막혀

코로나19에 막힌 주력품목 일본 수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로나19에 막힌 주력품목 일본 수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가 늘어난 이유는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지난해 일본으로부터 사오는 제품보다, 일본으로 파는 제품의 규모가 훨씬 작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일본 경제가 한국 제품을 살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8%(1월 1일~12월 25일 기준) 감소했다. 주력제품 수출이 부진했던 영향이 컸다. 석유화학 제품의 일본 수출액은 전년 대비 –25.1%를 기록했고, 철강(-23.3%), 차 부품(-34.9%), 석유제품(-32.5%)도 마이너스를 찍었다. 일본 내 자동차·건설 등 수요가 일부 살아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한 탓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소부장’

대일 무역적자 상위 품목은 ‘소부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일 무역적자 상위 품목은 ‘소부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더 큰 문제는 한국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에서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불매운동이 촉발한 이유도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 3종에 적용했던 수출 규제였다.
 
규제 이후 정부는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대일 무역적자가 가장 큰 품목을 살펴봐도 대부분이 소부장에 해당한다. 일본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가장 많이 보고 있는 품목인 ‘원자로·보일러·기계류와 이들의 부분품’은 지난해 57억6897만 달러 적자로, 1년 사이 적자액이 7억9166만 달러 늘었다.
 
무역적자가 두 번째로 큰 ‘전기기기와 그 부분품, 녹음기·음성 재생기·텔레비전의 영상과 음성의 기록기·재생기와 이들의 부분·부속품’도 적자를 키워 40억5368만 달러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밖에 ‘플라스틱과 플라스틱 제품’의 적자도 커졌다.

“일본군 위안부 판결에 경제 보복 다시 할 수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1심 재판에서 8일 승소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1심 재판에서 8일 승소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연합뉴스

대일 무역적자의 악화는 한국이 소부장 자립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단계에 아직 진입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는 앞으로 일본 정부가 한국 법원의 일본군 위안부 손해배상 판결 등에 반발해 소부장 수출 규제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을 때, 한국이 이를 기회로 삼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수출 규제 이전부터 한국은 핵심 소부장에 대해 국내 생산이나 대체품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일본 기업의 경쟁력에 밀려 계속 의존도를 키워올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일본군 위안부 판결 등으로 일본이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한다면 한국은 이를 명분으로 소부장 육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이어 “수출 규제를 한 번 겪어봤으니 앞으로는 어떤 품목이 취약한지를 사전에 파악해 국내 기업과 함께 대비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3965129?cloc=joongang-home-newslistleft#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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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월 2021

[view] 윤석열이 이번 복귀 때 말한 ‘상식’…권력 주체, 특권층 아닌 국민 강조

[view] 윤석열이 이번 복귀 때 말한 ‘상식’…권력 주체, 특권층 아닌 국민 강조

[중앙일보] 입력 2020.12.28 00:02

윤석열 검찰총장은 왜 ‘상식’을 택했을까. 지난 24일 법원의 업무 복귀 결정 직후 그의 일성은 헌법과 법치, 상식이었다. 헌법·법치는 늘 하던 말인데, 상식은 새로 추가됐다. 3선인 장제원(국민의힘) 의원은 27일 “대통령의 사과까지 이끌어낸 사건인데 메시지를 허투루 내놓을 리 없다”며 “단어 하나하나 민주주의에 대한 소신이 배어 있다”고 말했다.

 

헌법·법치 이어 ‘상식’ 새롭게 언급
측근, 토머스 페인의 『상식』 지목
야당 “여권, 법 앞에 평등 상식 깨”

토머스 페인

토머스 페인

실제로 윤 총장의 측근인 한 검찰 간부는 “너무 당연한 가치들이 무너지고 있다”며 “이제는 민주주의의 상식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런 발언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독립혁명 사상가인 토머스 페인의 저서 『상식(Common Sense)』을 지목했다.
 
이 책은 1776년 출간 3개월 만에 10만 권이 넘게 팔리며 독립선언문의 기초가 됐다. 페인은 특권(왕·귀족)이 지배하는 전제정치와 식민지배가 “인간은 평등하다”는 상식에 어긋난다며 독립운동을 역설했다. 사회계약론을 바탕으로 민주공화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상식』은 대의민주주의의 기틀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페인과 윤 총장의 공통된 문제의식은 권력의 주체가 특권층이 아닌 국민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난 8월 여당에서 그를 공격하는 빌미가 됐던 ‘법의 지배(rule of law)’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사회계약론자 존 로크에 따르면 개인이 국가에 양도한 권력은 오직 국민이 합의한 ‘법의 지배’에 따라서만 행사돼야 한다(『통치론』).
 
반면에 수단적 성격이 강한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는 권력자가 임의로 법을 해석·집행하거나 시민을 통제할 때 쓰인다. 그러므로 진정한 국민주권은 ‘법치’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법치주의는 시민이 법을 잘 지키라는 준법과 달리 ‘통치자가 오직 법에 의해서만 권력을 행사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과 여권의 갈등이 시작된 곳도 정확히 이 지점이다. 지난해 조국 사건에 이어 월성 원전 폐기,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수사가 모두 ‘살아있는 권력’을 향했기 때문이다. 장제원 의원은 “법 앞에선 모두 평등하다는 상식과 달리 청와대·여당은 특권을 누리려 했고, 그 결과 법치주의자 윤석열을 내쫓기로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총장의 철학은 과거 발언에서도 묻어난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의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는 말은 검찰의 독립성을 강조한다. 권력은 늘 호시탐탐 법치를 무너뜨리고 제멋대로 하려고 하지만, 이런 폭주를 막기 위해 입법·행정·사법권을 나누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서로를 감시토록 했다(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특히 한국은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해 청와대를 견제하는 사법의 독립이 중요하다. 하지만 여권에선 윤 총장의 복귀 직후 그를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과 해당 판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야스차 뭉크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민주주의 위기 현상의 대표적 징후 중 하나로 선출 권력의 횡포를 꼽는다. 이들은 종종 “국민의 뜻을 만능”으로 내세우며 “독립 기구들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야당에 재갈을 물리려 하기” 때문이다(『위험한 민주주의』). 그러면서 “짝패들과 함께 법원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만 사회에디터 sam@joongang.co.kr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3955581#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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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2월 2020

교수들도 내로남불 꼬집었다, 올해의 사자성어 ‘아시타비’

교수들도 내로남불 꼬집었다, 올해의 사자성어 ‘아시타비’

2위도 ‘후안무치’로 내로남불과 일맥상통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아시타비'(我是他非) /교수신문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아시타비'(我是他非) /교수신문

교수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뜻의 ‘아시타비’(我是他非)였다.

교수신문은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아시타비가 588표(32.4%·2개씩 선정)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아시타비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한문으로 옮긴 신조어로, 올 한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생한 이중 잣대가 이번 설문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시타비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고 서로를 상스럽게 비난하고 헐뜯는 소모적 싸움만 무성할 뿐 협업해서 건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도 “여야, 진보와 보수,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사이는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을 두고서도 사회 도처에서 ‘내로남불 사태’가 불거졌다”고 했다.

설문에 응한 교수들은 “조국에 이어 추미애, 윤석열 기사로 한 해를 도배했는데 골자는 ‘나는 깨끗하고 정당하다’는 것” 등의 평을 했다고 교수신문은 전했다.

아시타비에 이어 ‘후안무치’(厚顔無恥)가 396표(21.8%)로 2위에 올랐다. ‘낯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으로, 아시타비와도 뜻이 통한다.

올해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상황을 반영한 ‘첩첩산중’(疊疊山中·여러 산이 겹치고 겹친 산속)이 231표(12.7%)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출처] https://www.chosun.com/national/2020/12/20/LZ5SPTKQ3BCQ5AZDC7ASKD42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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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2월 2020

[윤석만의 인간혁명2] 톨레랑스의 나라는 어쩌다 테러의 온상이 됐을까

[윤석만의 인간혁명2]

톨레랑스의 나라는 어쩌다 테러의 온상이 됐을까

톨레랑스의 나라는 어쩌다 테러의 온상이 됐을까

[중앙일보] 입력 2020.12.04 00:21   수정 2020.12.04 10:30

[윤석만의 인간혁명]불평등이 부른 정치위기

2018년 2월 미국 보수 주의연맹 총회의 연사로 나선 마리옹 마레 샬 르펜. 이날 총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차용해 ‘프랑스 퍼스트’를 외쳤다. 특히 자국의 무슬림을 비판하며 반이민자 정서를 자극했다. [AP=연합뉴스]

2018년 2월 미국 보수 주의연맹 총회의 연사로 나선 마리옹 마레 샬 르펜. 이날 총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차용해 ‘프랑스 퍼스트’를 외쳤다. 특히 자국의 무슬림을 비판하며 반이민자 정서를 자극했다. [AP=연합뉴스]

인물·개념
장 마리 르펜

장 마리 르펜

장 마리 르펜
(1928~). 극우정당인 국민전선(현 국민연합)의 창립자. 이민자에 적대적이며 홀로코스트 부정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5차례 대선에 출마한 그는 2002년 선거에서 2위를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켰지만 결선 투표에서 자크 시라크에 패배했다.  

 

프랑스 양극화로 극우 정서 확산
한국도 중산층 옅어지며 편가르기
대중의 분노 자극해 소수자 공격
자유·법치·다양성 등 가치 무너져

  

je suis charlie

je suis charlie

 내가 샤를리다
Je suis Charlie. 2015년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의 추모 구호.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사무실에 난입, 총기를 난사해 12명을 죽였다. 지난 10월 학교 수업에 이 신문의 만평을 사용한 교사 사뮈엘 파티는 무슬림 학생에 의해 참수됐다.

그래픽=최종윤

그래픽=최종윤

프랑스 무슬림
식민지였던 알제리·모로코에서 부족한 노동력을 확보해왔으나 아랍의 봄과 시리아 내전 이후 무슬림이 급증했다. 성장이 정체되고 실업률 치솟으며 반감이 커졌다. 현재 8.7%인 무슬림 인구는 30년 후 20%로 전망된다(퓨리서치센터).

“2022년 30대의 마레샬이 도전장을 내밀고 마크롱을 격파할지도 모른다.”
 
『세계화의 덫』으로 유명한 독일 지식인 한스 페터 마르틴은 최신작 『게임오버』에서 마리옹 마레샬 르펜(30)이 “(다음 대선에서) 잔 다르크가 돼 전장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그러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전진(En Marche)’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죠. ‘전진’은 마크롱이 만든 정당 ‘전진하는 공화국(La République En Marche)’의 준말입니다.
 
도대체 마레샬이 누구기에 잔 다르크라고 불릴까요. 그의 할아버지는 극우정당인 국민전선(현 국민연합)의 창립자 장 마리 르펜입니다. 이모는 국민연합의 당수인 마린 르펜이고요. 2017년 대선에서 마린(21.3%)은 마크롱(24%)을 2.7% 차이로 추격하며 극우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프랑스의 유명 작가 미셸 우엘벡은 일찌감치 국민연합의 2022년 대선 승리를 예측했죠.
 
가문의 후광으로 22세에 국회의원이 된 마레샬은 뛰어난 언변과 수려한 외모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젊고 치명적인 매력”(마르틴)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그는 2017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권 직행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모 마린을 뛰어넘기 위해 자신의 성 ‘르펜’을 공식 사용하지 않고 ‘마린보다 더 보수적이고 전투적인’ 행보를 보입니다. 보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정치경제연구소(ISSEP)를 설립해 지식인의 망토까지 걸쳤고요.
 
2018년 2월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보수주의연맹 총회의 연사로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차용한 ‘France First’를 선언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 후견인으로 영입하는 등 극우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죠. 당시 마레샬은 “프랑스는 지금 가톨릭의 큰딸에서 이슬람의 어린 조카로 바뀌고 있다”며 대놓고 반무슬림을 표방했습니다.
 
톨레랑스(tolérance·관용)의 나라가 어쩌다 르펜 가문과 같은 극우 포퓰리스트들을 유력 정치인으로 키웠을까요. 이민자가 급증한 프랑스에선 최악의 실업률로 경제난이 가속됐고, 르펜 같은 극우 정치인들이 무슬림에게 그 원인을 돌렸습니다. 2015년 샤를리 에브도 테러사건까지 벌어지면서 반이민자 정서는 더욱 커졌죠.
  
불평등이 부른 민주주의 위기

개츠비 함수

개츠비 함수

이런 갈등의 핵심 원인은 불평등입니다. 마르틴은 “구조화된 불평등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프랑스는 상위 10%가 전체 자산의 60%가량을 소유하고 있고 최상위 1%가 25%를 갖고 있습니다. 소득의 경우 최상위 1%의 점유율이 1980년 7%에서 2019년 10%로 높아졌고요. 토마 피케티는 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정치에서도 좌우 극단의 논리가 독버섯처럼 커지고 있다고 진단합니다(『자본과 이데올로기』).
 
앨런 크루거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위대한 개츠비 함수’로 이를 설명합니다. 현재의 소득 불평등을 X축으로, 경제적 지위가 세습되는 정도인 소득 탄력성을 Y축으로 놓고 주요 국가들을 따져봤습니다. 두 값이 모두 큰 나라는 프랑스와 미국·영국·이탈리아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었죠.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2000년대 이후 극우 정치인이 판치며 민주주의를 위기로 빠트리고 있습니다.
 
미 존스 홉킨스대 교수인 야스차 뭉크는 “프랑스와 비슷한 일들이 미국과 오스트리아·그리스에서도 일어난다”며 “수십년간 좌우 포퓰리즘 정당의 득표율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지적합니다(『위험한 민주주의』). “세계화 이후의 성장은 개발도상국에만 집중됐고, 선진국에선 성장의 과실이 소수 엘리트에만 돌아갔기 때문”이죠.
 
마르틴도 “모두가 가난한 건 참을 수 있어도 소수만 계속 부유해지는 건 견디기 어렵다”며 “성장이 정체된 대부분의 선진국이 비슷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합니다. 그러면서 “불평등이 커질수록 관대함이 줄고 비윤리적이 된다”고 말하죠. 양극화의 심화로 중산층이 옅어지며 민주적 가치들까지 무너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을 좌우 극단의 정치인들이 파고드는 것입니다.
 
이는 GDP가 일정 수준에 이르러야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애덤 셰보르스키의 이론과도 맥락이 비슷합니다. 그는 1950~1990년 세계 여러 나라를 조사해 1985년 기준 1인당 GDP가 6000달러(534만원, 1985년 12월 환율 890원 기준) 이상이어야 “민주 정권이 붕괴(500분의 1)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1500달러 미만인 나라는 평균 8년 후 무너졌고요.
 
물질적 기초가 탄탄해져야 ‘먹고사니즘’을 넘어 자유와 인권·법치 같은 민주주의적 가치를 중시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1인당 GDP가 높아도 양극단의 값이 크고 평균만 높으면 민주주의엔 빨간불이 들어오죠. 박희제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합리적 사고와 숙의가 가능한 중산층이 두텁지 않으면 부자와 빈자로 분열된 극단의 정치가 고개를 든다”고 말합니다.
 
1987년 6월 항쟁이 민주화로 귀결될 수 있던 것도 운동의 주체가 중산층이었기 때문입니다. 주도세력은 학생이었을지 몰라도 넥타이 부대 같은 중산층이 없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란 이야기죠. 반대로 기층민이 중심이 되면 “볼셰비키 같은 사회주의 혁명이나 베네수엘라처럼 사회주의 외양을 한 좌파 포퓰리즘이 될”(박희제 교수) 가능성이 큽니다.
  
87년 민주화는 중산층의 업적
 
결국 한국의 민주화는 586 정치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열망했던 중산층의 업적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집권세력은 민주화를 자신만의 전유물처럼 내세우며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릅니다. 특히 심해지는 불평등을 악용해 부자와 빈자를 나눠 갈등을 조장하고, 임대인과 임차인을 갈라 싸우게 만들고 있죠.
 
소수인 부자들만 콕 집어 세금을 대폭 늘리는 ‘부자 증세’가 대표적입니다. 내년부터 최고 45%의 소득세를 적용하고, 종합부동산세(최고세율)을 3.2%에서 6%로 올릴 예정입니다. 급격한 핀셋 증세가 불합리하다는 비판에는 대상이 1만 1000명(전체 소득자의 0.05%)에 불과해 별문제가 없다는 논리로 항변합니다.
 
전체 근로자 10명 중 4명(38.9%)이 실질 세금을 내지 않은 상황에서 증세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정부들이 손쉬운 ‘부자 증세’를 택하지 않은 것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의 국민개세주의(헌법 38조)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함이었죠. 특정계층에 집중된 조세는 근로의욕을 꺾고 포퓰리즘을 부릅니다. 지금도 이미 소득 상위 10%가 전체 세금의 78.3%를 부담하는 상황입니다.
 
패를 갈라 다수의 적대감을 자극해 소수를 적으로 모는 행태는 다른 정책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여권은 윤미향 의원을 비판한 이용수 할머니까지 ‘토착왜구’로 몰고, ‘조국 사태’로 부모 찬스가 논란되자 문제를 제도 탓으로 돌리며 자사고 일괄 폐지를 밀어붙였습니다. 전국 2000여개 고교 중 자사고는 28곳뿐이어서 다수의 논리로 결정하면 자사고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빈부격차가 커지고 좌우 극단으로 쏠린 사회에선 합리적인 중간계층이 설 자리가 부족합니다. 포퓰리스트는 서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부자를 공격하고, 다시 다수의 횡포를 통해 의견이 다른 집단과 소수자를 압박합니다. 그러면서 법치와 자유·다양성 같은 민주주의 원칙들이 무너지기 시작하죠. 베네수엘라와 그리스가 그렇게 쇠락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치적 중산층입니다. 편 가르기가 고착된 사회에서 이성과 합리로 사고할 수 있는 공중이 있어야 하죠. 자유로운 개인이 자신의 노력으로 더 나은 성취를 이루고, 노력에 따른 보상의 과정이 공정한지 따져야 합니다. 국가는 소외된 자에게 직접 빵을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야 하고요. 그렇게 중산층이 두터워져야만 민주주의도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윤석만 논설위원 겸 사회에디터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3937038#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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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12월 2020

“계층 사다리 부서진 美… 한국 불평등도 못지않아”

“계층 사다리 부서진 美… 한국 불평등도 못지않아”

마이클 샌델, ALC 웨비나 대담

백수진 기자

“미국은 아직도 ‘아메리칸 드림’을 믿지만 세대를 거듭할수록 계층 상승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다. 한국도 미국 못지않게 불평등이 뚜렷한 능력주의 사회처럼 보인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8일 조선일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웨비나에서 ‘정의와 공정’을 주제로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대담했다. 최근 국내 출간된 샌델의 신작 ‘공정하다는 착각’은 개인의 능력만으로 성공이 결정된다는 믿음을 부순다. 그는 “능력주의는 패자에겐 ‘전부 내 탓’이라는 좌절감을, 승자에겐 ‘내가 잘나서 성공했다’는 오만을 안겨준다”면서 “승자와 패자의 간극을 극복하려면 능력주의 사고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샌델은 한국의 대학 입시 제도인 ‘수능’을 한국어로 정확히 발음했다. “대개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성공한다고 믿지만, 미국에선 부모의 소득과 자녀의 성적 간에 높은 상관관계가 드러났다. 한국의 부유층도 자녀의 수능 성적을 위해 교육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자라는 내내 성공에 대한 스트레스와 압박에 시달리며 결국 ‘상처받은 승자’가 된다.”

“코로나가 일깨운 저소득 육체 노동자의 가치… 엘리트, 더 겸손해져야”

“한국인은 정의와 공정이 무엇인지, 좋은 사회란 무엇인지 함께 얘기하고 싶어한다. 연세대 노천극장에 모인 1만4000여 명 앞에서 강연한 적 있다. 사회적 가치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하는 한국 젊은이들의 열정과 갈망을 느꼈다. “

마이클 샌델 미 하버드대 교수는 2010년 국내 출간 후 밀리언셀러가 된 책 ‘정의란 무엇인가’의 인기 비결에 대해 “더 큰 질문, 더 큰 담론을 추구하는 한국인의 성향 때문에 내 책에 뜨겁게 반응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작 ‘공정하다는 착각’에서는 하버드대생들 사이에서 점차 짙어지는 능력주의 정서와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사이의 연결고리에 대해 말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같은 포퓰리스트의 성공은 엘리트의 오만에 노동자층이 분노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세계화의 이익을 독점해온 엘리트층에 대한 반발이었다”고 했다.

샌델과 대담한 서울대 이재민 교수가 “능력주의의 결과로 엘리트들은 성공에 있어서 운의 역할을 잊고 겸손함이나 인간애를 잃는다”고 하자 샌델 교수는 “겸손하지 못한 엘리트의 태도가 대중의 분노를 샀고, 포퓰리즘의 반란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내가 노력했기에 성공했다'는 승자의 믿음과 뒤처진 패자의 자기 비난은 우리 사회의 분열을 일으켰다”고 했다. /미래엔
 
마이클 샌델 교수는 “‘내가 노력했기에 성공했다’는 승자의 믿음과 뒤처진 패자의 자기 비난은 우리 사회의 분열을 일으켰다”고 했다. /미래엔

-그렇다면 엘리트층의 오만한 태도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우리가 잊고 있던 노동의 존엄성을 되돌아봐야 한다. 임금 수준이 높든 낮든, 대학 학위가 있든 없든 노동자층의 일을 존중하고 사회적 명예를 인정해줘야 한다. 또한 성공한 자들에겐 ‘운이 따랐기 때문’이라고 설득해야 한다. 운의 역할을 인정하면 겸손해질 수 있고, 불운한 이들에 대한 존중과 연대 의식을 배울 것이다. 지금 목도하는 극심한 사회적 양극화는 우리의 결속과 유대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 속에서 능력주의는 강화될까, 아니면 ‘함께’라는 연대 의식을 되찾을 수 있을까.

“흥미로운 질문이다.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우리는 배달원이나 물류 창고 직원, 트럭 운전사에게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운이 좋은 사람은 안전하게 집에서 근무하겠지만,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을 안고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에 대한 보상과 사회적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

-지금 온라인으로 대담하는 것처럼 디지털 경제도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하버드대에서도 이번 학기는 ‘정의’ 강좌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의 대면 활동을 대체할 순 없다. 로봇이나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 예측하기도 하지만,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기보단 보완할 것이라 본다. 인간에게는 생계뿐 아니라 일터에서의 사회적 관계, 공공선에 이바지한다는 인정이 중요하다.”

이재민 서울대 교수
이재민 서울대 교수

-능력주의에 대한 분노가 정치적 담론을 형성하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정치 양극화를 발견할 수 있다. 논리적 사고에 기반을 둔 토론을 하지 않고 남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자기 목소리만 높인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이들은 선거 부정의 증거가 없는데도 믿질 않는다. 대학 학위가 없는 이들이나 노동자층은 엘리트들이 자신을 모욕했다고 믿고 더는 미디어의 말을 듣지 않으려 한다.”

-당신은 지난 40년간 세계화가 능력주의를 강화해왔다고 비판했다. 세계화와 평등이 공존할 수는 없을까.

“세계화와 평등이 반드시 대립하진 않는다. 어떤 정책, 어떤 세계화인지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세계화를 이끈 이들은 세계화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공중 보건 제도를 개선하거나, 교육·직업 훈련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그 혜택을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과 나눌 수만 있었다면 세계화와 평등은 양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책에서 대학 입시를 추첨제로 바꿔 제비뽑기로 학생을 선발하자는 도발적 제안을 하기도 했다.

“지금의 대학 입시에서도 운이 작용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었다. 보통 하버드대에 4만명이 지원해 2000명 정도가 합격한다. 입학 사정관들은 지원자 중 대부분이 하버드대에서 공부할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말한다. 그러니 최소한의 능력을 갖춘 학생들끼리 제비뽑기를 해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승자가 좀 더 겸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내 도발적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 같나?”

[출처]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0/12/09/KVHAGT54NFEXJIZK2SZLLO54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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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1월 2020

[SF, 현실이 되다①]할리우드 SF 영화들이 그려온 미래

[SF, 현실이 되다①]할리우드 SF 영화들이 그려온 미래

[뉴시스] 입력 2016.03.23 14:51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SF(Science Fiction·공상과학) 영화의 선구자인 미국의 스탠리 큐브릭(1928~1999) 감독은 1968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와 인간의 대립을 처음으로 그려냈다.

극 중 목성 탐사선 ‘디스커버리호’의 운행과 시스템 통제를 맡은 컴퓨터 ‘할(HAL) 9000’은 요즘 식으로 얘기하면 특정 분야에서 인간을 돕도록 설계된 ‘약(弱) AI’다. 그러나 자각을 통해 인간을 능가하는 지적 능력과 인간에 버금가는 감정을 가진 ‘강(强) AI’로 스스로 변모한다.

선장 ‘데이브 보우만’(케어 둘리) 등 승무원들은 뒤늦게 위기를 깨닫고 할을 리부트하려 하지만, 할은 그보다 한발 앞서 반란을 일으켜 디스커버리호를 장악한다.

인류가 우주 개발에 나서고, 안방 크기의 컴퓨터에 군사적인 목적으로 인터넷이 처음 등장한 시절에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온 듯 한참 앞서 나갔던 큐브릭 감독의 상상력은 당시 대부분 사람에게 흥미로운 이야기 수준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는 사이 과학 기술 개발과 함께 조금씩 현실화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1984년 개봉한 ‘터미네이터’(감독 제임스 캐머런)가 1997년 강 AI ‘스카이넷’이 강대국 간 핵전쟁을 일으켜 인류 중 30억 명을 순식간에 증발시켜 버리고, 간신히 생존한 인류마저 노예로 삼는다는 이야기를 공개하자 전 세계인은 재미를 느끼는 동시에 충격에 휩싸이고 만다.

이어 2016년 3월 한국의 천재기사 이세돌(33) 9단과 구글의 약 AI ‘알파고’의 다섯 차례 바둑 대결에서 AI의 가공할 위력을 맛보며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 인류는 흘러간 SF 명화들을 떠올리며 간신히 ‘희망’을 찾고 안도한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보우만 선장이 할을 파괴하는 데 마침내 성공하고,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2029년 ‘존 코너’(크리스천 베일, 2009년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를 중심으로 한 인류 저항군이 스카이넷과 맞서 끝내 승기를 잡아서가 아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터미네이터’ 속 이야기는 앞서 1997년에도, 2001년에도, 현재인 2016년 3월에도 아직 현실화하지 않아 SF 영화들이 인류에게 닥친다고 설정한 갖가지 비극적 상황들이 아직 영화적 상상력에 불과하다는 안도감 덕이다.

그런 편안한 마음으로 그간 SF영화에서 그린 인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었고, 얼마나 현실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인류에게 닥칠 예고된 비극을 막을 비책은 없는지 짚어보자.

◇ 할리우드 SF 영화들이 그린 미래, 현실은?

SF 영화에서 그리는 미래는 대체로 ‘유토피아(Uutopia)’보다 ‘디스토피아(Dystopia)’에 가깝다.

영화 속 과학 문명 발전은 인간을 번영과 행복으로 이끌기보다 오히려 파멸과 쇠락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매체 특성상 사회 비판적이어서 그럴 수도 있으나 유토피아보다 디스토피아가 훨씬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 앞선 대중매체인 소설 중 SF 물에서 미래세계를 역시 디스토피아로 그린 것도 같은 이유라 볼 수 있다.

허구의 세계인 영화를 굳이 미래 세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꼽는 것은 그 무한한 상상력이 인류 과학문명 발전을 선행해왔기 때문이다.

1. 인공지능(AI)

SF 영화의 선구자인 큐브릭 감독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AI를 인간을 공격하는 악역으로 설정했다.

극 중 목성 탐사선 ‘디스커버리호’의 운행과 시스템 통제를 맡은 할 9000은 자각을 통해 인간을 능가하는 지적 능력과 인간에 버금가는 감정을 갖게 된다. 이어 자신을 통제하려는 선장 ‘데이브 보우만’(케어 둘리) 등 승무원들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켜 디스커버리호를 장악한다.

AI라는 개념은 컴퓨터가 개발되던 20세기 초부터 존재했으나 극히 일부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다. 개인용 컴퓨터(PC)가 나오기 훨씬 전이자 인터넷이 태동하던 때에 AI의 반란을 그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1984년 미국의 제임스 캐머런(62) 감독은 ‘터미네이터’에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속 AI 악역 캐릭터를 더욱 발전시켜 2029년 인류를 지배하는 절대 악 ‘스카이넷’을 탄생시켰다. 여기에 인류가 제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갖게 된 ‘기계’에 대한 트라우마를 접목해 ‘사이보그(기계 인간)’를 그 하수인으로 내세웠다.

1997년 군사 컴퓨터 스카이넷은 강대국 간 핵전쟁을 일으켜 인류를 파멸 직전으로 몰고 간 뒤, 생존자들을 노예로 삼는다. 2029년 ‘존 코너’(크리스천 베일, 2009년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를 중심으로 봉기한 인류 저항군이 자신에게 맞서자 스카이넷은 존의 존재 자체를 없애기 위해 그의 어머니인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를 제거하기로 하고 ‘T-800’(아널드 슈워제네거)를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보낸다. 존 역시 사라를 지키기 위해 전사 ‘카일 리스’(마이클 빈)를 역시 같은 곳으로 급파한다.

당시는 PC가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했으나 인터넷은 민간에는 존재하지 않던 때로 대중은 AI라는 개념조차 정립하지 못했다. 로봇 또한 소설, 만화, 만화영화, 영화 등 SF 물에나 등장하던 때였다.

T-800을 미래에서 과거로 보낸 ‘타임머신’은 영화가 개봉하고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꿈도 꾸지 못하는 아이템이다. 결국 타임머신은 AI가 활성화한 뒤에야 비로소 넘볼 수 있는 신의 영역인지도 모른다.

1999년 미국의 라나(51)·앤디(49) 워쇼스키 감독 형제(현재는 두 사람 다 성전환 수술을 받아 자매가 됨)는 ‘매트릭스’에서 앞선 두 작품의 AI 악역 캐릭터를 이어받되 2199년 AI가 인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설정해 AI에 대한 공포감과 혐오감을 고조시켰다. 여기에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개념을 가미했다.

2199년 세상은 이미 AI의 지배 아래 있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인공 자궁 안에 갇혀 AI의 생명 연장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AI는 인간의 뇌에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을 입력한다. 이 때문에 인간은 1999년 가상 세계를 현실인 것처럼 착각한 채 에너지를 빼앗기며 죽어간다. 가상현실의 실체를 깨닫고 간신히 탈출한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 등 극소수 인간은 AI에 맞서기로 하고 매트릭스 속에서 인류를 구원할 영웅을 찾아 나선다. 그들이 찾아낸 구원자는 해커인 ‘네오’(키아누 리브스)다.

이 작품이 제작된 당시는 PC가 개발도상국에서도 보편화하던 때이자 인터넷이 서서히 보급되던 시절이었으나 AI에 관한 개념은 당시 일반인 사이에 역시 자리 잡지 못했다. VR도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미국에서 부침을 거듭하며 단지 오락적인 요소에 머물고 있었다.

◇사이보그

SF에서 외계인(‘슈퍼맨’)이나 초능력자(‘스파이더맨’, ‘원더우먼’) 등에 국한했던 ‘슈퍼 히어로’를 과학 문명을 바탕으로 인공적으로 만드는 작품도 나왔다. 1987년 폴 버호벤(78) 감독이 선보인 ‘로보캅’이다.

머지 않은 미래, 미국 디트로이트의 경찰관 ‘머피’(피터 웰러)는 순찰 중 악명 높은 범죄자 ‘클라렌스’(커트우드 스미스) 일당에게 무참히 살해당한다. 방위산업체 OCP 과학자들은 죽어가던 머피를 극비리에 최첨단 사이보그 ‘로보캅’으로 재탄생시킨다. 과학자들은 머피의 뇌에 프로그램을 입력해 기억을 지웠으나 머피로서의 기억이 극소량 남아있던 로보캅은 우연히 자신의 정체와 사연을 깨닫게 되고, 클라렌스와 배후의 거악 ‘딕 존스’(로니 콕스) 응징에 나선다.

죽어가는 사람을 되살려 사이보그로 만드는 것, 뇌에 프로그램을 입력해 기억을 지우는 것 등 논란의 소지가 있긴 했으나 장애인에게 최첨단 과학기술로 만든 의수족을 장착하는 것부터 군인에게 웨어러블 로봇을 입혀 로보캅 병사를 만드는 시도가 근래 시작된 것으로 볼 때 시대를 앞서간 셈이다.

◇기억 조작

‘로보캅’에서 인간의 뇌에 프로그램한 기억을 주입하는 이야기를 전개했던 버호벤 감독은 1990년 ‘토탈 리콜’에서 이 부분을 더욱 강화한다.

서기 2084년 신도시에서 공사장 인부로 일하는 ‘퀘이드’는 미모의 아내 ‘로리’와 행복하게 살지만, 밤마다 화성과 관련한 이상한 꿈을 꾼다. 그러던 중 그는 인위적으로 기억을 주입해 마치 실제 경험한 것 같은 효과를 내는 회사 리콜을 찾아 화성에 관한 기억을 주입받는다. 그런데 퀘이드에게 부작용을 일어난다. 바로 이미 기억이 조작된 사람이 이 서비스를 받았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퀘이드는 이를 통해 자신이 실은 지구의 식민지 화성의 독재자 ‘코하겐’(로니 콕스)의 부하였으나 반란을 일으켰다 실패한 뒤, 기억을 조작당한 채 로리 등의 감시 속에서 지구에서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로리 등의 추적을 피해 화성으로 가 코하겐에게 복수하려 한다.

기억 조작은 크리스토퍼 놀런(46) 감독이 2010년 연출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인셉션’을 통해 더욱 확장했을 정도로 SF영화에서 사랑받는 소재다.

하지만 현실에서 넘어야 할 산이 수두룩하다. 필연적으로 갖기 마련인 윤리적인 문제는 그 다음 문제다.

2013년 매사추세츠 공대(MIT) 신경과학 연구팀이 광유전학 기술로 쥐의 개별적인 뉴런을 조작해 ‘거짓 기억’을 입히는 실험에 성공한 것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아직도 갈 길이 먼 분야이기 때문이다.

ace@newsis.com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19771072#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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