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의 직업을 다 하는 게 정말 가능한가요?

“핵심 직업은 성우예요. 댄스나 요가 강사는 가끔 수업이 잡히면 하고요. 오늘은 요가 수업과 녹음을 하고 왔고, 인터뷰가 끝나면 기업 행사 진행을 하러 가야 해요. 오늘은 요가 강사와 성우, 아나운서로 일하고, 지금은 작가로 인터뷰를 하는 거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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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등 직업만 6개인 ‘프로N잡러’ 이다슬씨. 서울 성수동 사델스 서울에서 이다슬씨와 만났다. 오전에 요가 강사로, 성우로 일하고 기자와 만나 작가로 인터뷰한 그는 아나운서로 행사 진행을 하기 위해 떠났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이것저것 조금씩 손만 대는 건 아닐까요?

“저도 처음엔 ‘이것저것 조금씩 할 뿐이에요’ ‘반푼이예요’라고 말했어요. 겸손이라고 생각했는데 겸손을 핑계로 나를 폄하하고 있었구나 싶더라고요. 그거 아세요? 훌륭한 사람 중에는 N잡러가 많아요(웃음). 레오나르드 다빈치도 미술가이자 과학자, 철학가, 기술자였습니다.”

-평생 직장의 시대가 끝나고 N잡러의 시대가 온 건가요?

“저는 지금도 평생 직장에 대한 동경이 있어요. 특정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전문가가 아닌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로 사는 삶이 가끔씩 불안한 게 사실이거든요. 평생 직장이 좋은지, N잡러가 좋은지는 각자 성향에 따라 다를 거예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삶의 낙은 어떻게든 찾아야 하죠. 나와의 대화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왜 좋아하는지, 내 안에서 꺼낼 수 있는 답을 많이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내 성향 파악도 가능하고요.”

-취미와 직업의 경계는 어디서 나뉩니까.

“취미로 ‘돈’을 벌 수 있으면 직업이 되지요. 어릴 때 ‘너 꿈이 뭐니’라고 묻는 게 무슨 직업을 갖겠냐는 뜻이잖아요. 취미나 꿈이 꼭 직업이 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현재 직업을 그만두고 꿈을 좇고 싶다며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무작정 꿈을 좇으라고 말하진 않아요. 취미나 꿈이 꼭 직업이 될 필요는 없죠. 다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 취미일 때는 남의 것을 빌려 쓰는 느낌인데, 직업이 되는 순간 완전히 내 것이 됩니다.”

그는 책에 “(본업이) 슬럼프에 빠진 사람들에게 N잡을 권유한다”며 이렇게 적었다. “때때로 직업은 시간적·심리적·체력적 여유를 전혀 허락하지 않은 채 사람의 숨통을 조이기도 한다. 그럴 때는 과감히 일을 버리는 게 어떨까… 그 직업을 버리면 나도 없을 것 같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내가 살면서 맡은 수십개의 역할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니 ‘이깟 직업’으로 여기고 몸과 맘이 잡아먹히지 않기를.”

◇작심삼일 열 번이면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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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슬씨는 "작심삼일이라도 열번이면 한달"이라며 꾸준히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강조했다. 사진은 서울 성수동 사델스 서울. /김종연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고 해서 매분 매초 행복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가 이뤄낸 직업들이 마냥 순탄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계속되는 실패에 위축되기도, 감당할 수 없는 갈등에 사람을 피해 숨기도 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6개의 직업을 갖게 된 비법을 묻자 이씨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작정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다 보니 이곳까지 왔다는 뜻이었다.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써야 N잡러가 될 수 있을까요.

“물리적으로 남는 시간에 뭔가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체력이 부족해 쉬면서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N잡러가 되면서라도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면 새벽 2시에 퇴근한 뒤에도 할 수 있잖아요?”

-시간도, 체력도 없지만 N잡러를 꿈꾸는 사람이 해야 할 게 있다면.

“큰 성공보다 작은 성공에 집중하세요.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한 번 실패했다고 ‘망했어’ ‘때려치워’ 하는 경우가 많아요. 작심삼일도 열 번 하면 한 달이고, 그걸 열 번 하면 1년이 지나가죠. 사흘의 성공을 왜 하루의 실패로 없애버리나요.”

이씨의 직업이 더 늘어날지 궁금했다. “드라마나 영화 스토리 작가도 해보고 싶고, 웹툰도 그려보고 싶어요. 공부를 계속하면 대학 강단에 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합니다. 7년에 하나씩만 이뤄도, 환갑까지 추가할 수 있는 직업이 3개 이상은 될 것 같아요.” 그를 만나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꼭 해야 하는 시기는 없구나. 절대 할 수 없는 시기도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