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3월 2025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자존감이 과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자존감이 과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자존감이 과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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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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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과 우울증 사이에는 대체로 높은 부적 상관(하나가 높으면 다른 하나는 낮은 관계)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곧 높은 자존감(낮은 우울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대체로 낮은 우울증상(높은 자존감)을 보이는 것인지, 안정적인 개인차가 나타나는 것인지, 아니면 한 사람 안에서 자존감을 ‘낮추는’ 사건이 발생하면 우울증상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인지(아니면 반대로 우울증상을 높이는 사건이 생기면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인지) 확실히 알려진 바는 없다.

최근 피터 헤이너 취리히대의 심리학자 등의 연구에 의하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서 자존감이 떨어져도 몇 일, 몇 주, 몇 달이 지나도 우울증상이 심해지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반대로 우울증상이 심해져도 몇 일, 몇 주, 몇 달의 다양한 시간 간격들 모두에서 자존감이 떨어지는 현상 또한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평소에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 다시 말해 평소 자신은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매우 많이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만 자존감이 우울증상과 큰 관련을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의외의 발견인 것 같기도 하지만 기존 연구들을 봤을 때 충분히 가능성 있는 발견이다. 자신을 그럭저럭 긍정할 수 있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신을 심하게, 매우 긍정하는 것이 정신 건강이나 성공과 연결된다는 증거는 없으며 무리해서 자존감을 올리려는 시도들은 되려 부작용이 크다는 발견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허기가 져서 일상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지 않게 적당히 배를 채우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곧 배가 터질 것 같이 많이 먹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는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배가 터질 것 같은 상태도 배가 고픈 상태와는 다른 많은 문제들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제니퍼 크로커 오하이오 주립대 심리학자 등의 연구에 의하면, 현실과의 괴리가 큰 상태에서 자아존중감만 높이게 되면 스스로를 멋지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마음과 실제 자신의 상태를 보여주는 근거들(내가 멋지고 사랑스럽지 않은 순간들) 사이의 충돌이 커져서 타인을 깎아내리거나 다양한 핑계를 대서 자신은 멋진 사람이라는 허상을 유지하려 들게 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따라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좋은 삶을 불러온다기보다는 실제로 더 나은 사람, 더 행복한 삶을 사는 내가 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건강한 자존감을 가지고 온다는 것이 대략의 결론이다. 되려 크게 부풀려진 자존감을 가지고 있으면 풍선이 펑 터지는 순간 더 큰 소리를 내며 더 낮은 곳으로 끝없이 추락할 수도 있다.

결국 ‘내가 나를 스스로 얼마나 좋게 또는 좋지 않게 평가하는지’와 ‘내 삶이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다. 내가 나에게 실망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내 삶에는 맛있는 음식과 좋은 친구들, 반려동물 등이 나를 절망으로부터 구해줄 수 있다.

반대로 내가 나를 평소 엄청 멋지고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잘난 척만 하느라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늘 외롭거나 이렇게 대단한 자신을 아무도 봐주지 않는 현실이 원망스럽다며 세상 사람 모두를 미워하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의 마음은 내가 나를 스스로 얼마나 대단하거나 대단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것과 별개로 얼마든지 천국이나 지옥을 오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평소 인간관계를 잘 쌓아온 사람들의 경우 ‘위기의 순간’이 가장 많은 사랑과 도움을 받는 감사할 일이 가득한 순간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괴로웠던 경험들 속에서 부적 감정만 느꼈다기보다 여러 종류의 찬란한 다양한 감정을 경험했다고 보고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 중에는 가족, 친구, 연대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도 포함된다. 위기가 꼭 우울이라는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진흙탕 같은 위기도 존재하지만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어떤 것의 소중함을 느끼고 싸워서 이겨내는 경험을 하고 한 단계 성장하는 순간들은 대체로 내가 나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 세상에 대해 가졌던 판단들이 흔들리는 순간이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허락되는 아름다움이 있어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삶을 애정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사실 자신을 긍정하는 정도가 강한 사람이라기보다 이러한 긍정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에게 따뜻하고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이런 태도가 높은 자존감보다 정신 건강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이런 점에서 내가 나에 대해 가지고 싶은 믿음에 집착하기보다 내가 초라할 때에도 나를 보듬는 태도가 더 우울증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기도 하다. 추락했다는 사실 때문에 절망이 찾아왔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이는 착각이고 부정적인 사건 자체보다 추락한 나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차갑고 잔인했던 것이 진짜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Haehner, P., Driver, C. C., Hopwood, C. J., Luhmann, M., Fliedner, K., & Bleidorn, W. (2025). The dynamics of self-esteem and depressive symptoms across days, months, and year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Advance online publication. https://doi.org/10.1037/pspp0000542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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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2025년 3월 29일 by comphy in category "사회포인트",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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