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레디!퓨전] 최대 ‘인공태양’ 토대 제공한 ‘이곳’…핵융합 안정화 꿈꾼다
[물리] [레디!퓨전] 최대 ‘인공태양’ 토대 제공한 ‘이곳’…핵융합 안정화 꿈꾼다
[레디!퓨전] 최대 ‘인공태양’ 토대 제공한 ‘이곳’…핵융합 안정화 꿈꾼다

독일 바이에른주 가르힝에 위치한 막스플랑크 플라스마물리연구소(IPP)의 전경. 가르힝=박건희 기자
독일의 지성’이라고도 불리는 막스플랑크연구소는 독일 전역에 총 85개 주제별 연구소를 두고 있다. 그중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뮌헨 근처에 위치한 막스플랑크 플라즈마물리연구소(MPIPP)는 유럽 핵융합의 미래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최대 스텔라레이터 핵융합기 ‘벤델슈타인-7X(W-7x)’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플라즈마물리연구소(IPP)가 개발한 ‘아스덱스-업그레이드(ASDEX-Upgrade)’는 프랑스 남부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ITER의 뒤를 이을 차세대 유럽 핵융합기 DEMO의 이론적 바탕이 됐다.

IPP 입구(왼쪽)와 초대 소장을 지낸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흉상. 가르힝=박건희 기자
MPIPP는 1960년에 문을 열었다.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 중 하나인 ‘불확정성원리’를 세운 이론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이곳 바이에른주 가르힝에 막스플랑크 물리연구소를 세우는 데 주축이 됐고 초대 소장을 지냈다. 이후 MPIPP에서는 1991년 토카막 형식의 핵융합 ‘ASDEX 업그레이드’가 첫 가동됐다. ASDEX 업그레이드의 목표는 토카막 내부에 가둬둔 플라즈마의 온도·압력 등 성질을 정확히 측정하고 이해하는 것이었다. 실험을 통해 얻은 수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 ITER를 건설하는 발판이 됐다.

W-7X 건설 현장 당시. MPIPP 제공
● 토로이드 구조 단점 보완해 플라즈마 안정성 높인 ‘스텔라레이터’
1994년엔 스텔라레이터 형식의 핵융합기 ‘W-7X’를 실험하기 위한 MPIPP 두 번째 지부가 독일 북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도시 그라이프스발트에 세워졌다. W-7X는 높이 3.5m로, 2023년 기준 세계 최대 스텔라레이터(stellarator)다.
스텔라레이터는 핵융합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자기장 방식의 하나다. 1951년 라이만 스피처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처음 고안했다. 핵융합로 개발 초기 플라즈마 입자가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이 제시됐는데, 그중 하나가 플라즈마를 원통 용기 안에 가두고 원통 용기의 시작과 끝을 연결한 도넛 모양의 ‘토로이드(toroid)’ 구조였다.
토로이드 구조 주변에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해 플라즈마가 도넛 모양 용기 내부에서 흐르도록 한 것이 토카막이다. 플라즈마를 가장 효과적으로 내부에 가둬둘 수 있기 때문에 ITER, 한국형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스파크(SPARC) 등이 채택한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토카막 방식엔 도넛 모양의 안쪽에 비해 바깥쪽 부분에 미치는 자기장의 영향력이 약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자기장이 약한 바깥쪽 부분으로 플라즈마 입자가 빠져나가면 플라즈마의 흐름이 불안정해진다.
스텔라레이터는 이와 같은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제안된 형태다. 자기장을 꽈배기처럼 살짝 꼬아주면 플라즈마 입자가 토로이드 구조의 바깥쪽과 안쪽을 오가면서 움직이기 때문에 도넛 모양에서의 비대칭적인 움직임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W-7X는 모듈식으로 구성된 자기 코일 50개가 자기장과 플라즈마를 감싸는 ‘헬리아스’식 스텔라레이터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모듈식으로 하나 하나 제작한 자기코일은 고장나거나 수명이 다한 코일만 단독으로 떼어내 수리할 수 있어 효율성을 높였다.

연구소 내에 전시돼 있는 개발 초기 스텔라레이터. 자기 코일이 통째로 이어져 있어 고장 시 수리가 어렵다(왼쪽).각각의 모듈화된 자기코일이 적용된 W-7X의 새로운 설계 방식(오른쪽). 가르힝=박건희 기자

연구소 내에 전시된 벤델슈타인 7-X의 축소 모형(왼쪽)과 자기 코일 모형(오른쪽). 가르힝=박건희 기자
●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필수 조건은 ‘내벽 재료’ 연구…한국 연구원 핵심 역할
스텔라레이터와 토카막 중 어떤 형식의 핵융합로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의 핵심은 결국 플라즈마를 얼마나 오래, 효과적으로 가둬둘 수 있느냐다. 1억도의 플라즈마를 최대한 오래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야만 기기의 생산력과 수명을 담보하고, 실질적인 핵융합 발전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험실에 비치된 다이버터 모형을 보여주며 연구 내용을 설명하는 볼프강 야콥 박사. 가르힝=박건희 기자
플라즈마 물리학자들은 핵융합로에서도 ‘다이버터(Divertor)’를 핵심 내부 구조물로 꼽는다. 다이버터는 연료에 섞인 반응생성물(헬륨)과 불순물을 운전 중에 연속적으로 제거해 핵융합 반응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역할이다. 중성자에 직접 노출돼 있어 초내열 성능이 필수적이다.
MPIPP에서 핵융합로의 내벽재료 표면과 플라즈마 경계면 사이의 물리적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볼프강 야콥 박사는 “당구공을 떠올려 보라”고 말했다. 핵융합 반응에서 나온 중성입자가 토카막 내에서 이리저리 튀는 모습이 마치 당구대로 당구공을 탁 쳤을 때 사방팔방으로 튀듯이 흩어지는 공과 비슷하다는 의미다. 중성자가 내벽에 부딪히다가 내벽 사이에 생긴 아주 좁은 틈으로 스며들어가기라도 한다면 핵융합로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다. 야콥 박사는 “핵융합기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내벽 재료에 대한 보완 연구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유정하 MPIPP 책임연구원도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MPIPP에서 연구를 해 온 플라즈마 물리 분야에서 손에 꼽는 전문가다. 유럽 내 협력 기구인 유로퓨전(Eurofusion) 컨소시엄에서 다이버터의 설계와 개발 책임을 맡고 있는 그는 올해 국내·외 한인 석학으로 구성된 글로벌 R&D 혁신자문위의 민간위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유 책임연구원은 연구소에서의 대부분의 시간을 ‘GLADIS’와 함께 보낸다. 가르힝=박건희 기자
유 책임연구원는 ‘글라디스(GLADIS)’라는 2메가와트(MW)의 고출력 중성자빔 장치가 설치된 실험실로 안내했다. 그가 “가장 고마운 장비”라고 부르는 GLADIS는 평방미터당 40MW에 이르는 높은 에너지 밀도의 수소원자를 다이버터 구조물 모형의 표면에 입사시키는 장치다. 이를 통해 실제 핵융합로와 가까운 열부하 조건에서 다이버터의 열적·기계적 성능을 시험하고 주재료인 텅스텐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와 안정성을 관찰한다.
전자현미경을 통해 수소원자를 맞은 다이버터 모델의 단면을 관찰하면, 마치 골다공증에 걸린 뼈처럼 내부가 부식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유 책임연구원은 “GLADIS가 지난 20년간 유럽에서 진행된 다이버터 또는 핵융합로 1차 내벽의 시험 및 개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으며 해외 연구기관들이 의뢰한 수탁 과제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책임연구원은 “현재 기술 수준은 플라즈마의 불안정성 문제와 상용화에 필요한 경제성을 충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험실 곳곳 글라디스를 활용한 연구 결과가 게시돼 있다.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 텅스텐의 단면(왼쪽)과 그 내부 형태(오른쪽). 가르힝=박건희 기자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584/0000024411?ntype=RA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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