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8월 2024

[알아봅시다] “지구 최후의 날 대비, 달에 ‘생물 저장고’ 설치해야”

[알아봅시다] “지구 최후의 날 대비, 달에 ‘생물 저장고’ 설치해야”

“지구 최후의 날 대비, 달에 ‘생물 저장고’ 설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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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키미디어/그레고리 H. 레베라 제공

달. 위키미디어/그레고리 H. 레베라 제공

북극점에 가까운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에는 ‘최후의 날 저장고’라는 장소가 있다. 바로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다. 핵전쟁이나 기상이변, 예측할 수 없는 재난으로 식물 자원이 고갈될 경우를 대비해 식물 종자를 차곡차곡 모으는 곳이다. 이같은 저장고를 달에도 만들자는 과학자들의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미국 스미소니언 국립 동물원 및 보존 생물학 연구소 연구팀은 지구에서 중요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의 종자, 동물의 세포를 보존하는 저장고를 달에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바이오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최근 기후변화로 북극 지역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며 학계에서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도 안전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끄는 메리 하게돈 스미소니언 국립 동물원 및 보존 생물학 연구소 연구원은 “전쟁으로 인해 2022년 우크라이나의 종자 은행이 파괴됐다”면서 “전쟁도 지구 최후의 생물 저장고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곳에 저장고를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달의 추운 환경이 인간의 개입이나 추가적인 에너지원 필요 없이 생물을 낮은 온도에서 안전하게 보존해줄 것이라고 했다. 달 표면은 낮에 섭씨 127도까지 올라갔다가 밤에는 영하 173도까지 떨어진다. 특히 태양에 거의 노출되지 않는 달의 극지방 근처 분화구는 초저온이 유지된다.

하게돈 연구원은 현재 청별망둑 지느러미에서 채취한 세포를 대상으로 초저온에서 살아 있는 상태로 보존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거나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물을 먼저 달에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달 생물 저장고는 멸종된 주요 생물을 복원하거나 인류가 ‘테라포밍’을 할 때 활용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테라포밍은 지구 외 다른 천체에 지구의 환경과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조성해 지구 생물이 원활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연구팀은 “달 생물 저장고 계획이 마련되면 우주 환경을 견디고 생물을 보존할 수 있는 포장재를 개발하고 생물을 달까지 운반하는 데 필요한 물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참고자료>
doi.org/10.1093/biosci/biae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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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7월 2024

[인공지능 기술] ‘집컴’으로 실행한 일기예보 AI, 슈퍼컴 이겼다

[인공지능 기술] ‘집컴’으로 실행한 일기예보 AI, 슈퍼컴 이겼다

‘집컴’으로 실행한 일기예보 AI, 슈퍼컴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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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경로 정확히 예측”

8일(현지시간) 허리케인 베릴이 휩쓸고 간 미국 텍사스 베이시티의 한 집 앞에 나무가 뿌리채 뽑혀 쓰러져 있다. AP/연합뉴스 제공

8일(현지시간) 허리케인 베릴이 휩쓸고 간 미국 텍사스 베이시티의 한 집 앞에 나무가 뿌리채 뽑혀 쓰러져 있다. AP/연합뉴스 제공

일반 가정용 컴퓨터나 노트북 수준의 사양으로 실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슈퍼컴퓨터보다 허리케인 경로를 정확히 예측해 화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7월 초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베릴’의 경로를 예측한 AI와 슈퍼컴퓨터를 비교하며 미래 기상예보에서 AI의 역할에 대해 조명했다.

7월 초 유럽 중기기상예보센터(ECMWF)와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는 허리케인 베릴의 최종 상륙 위치가 멕시코 부근일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행기, 부표, 우주선 등을 통해 모은 전 세계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거대 슈퍼컴퓨터의 계산을 통해 만든 예보였다.

같은 시기 구글 딥마인드가 만든 일기예보 AI인 그래프캐스트(GraphCast)는 베릴이 텍사스에 상륙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상기관의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작은 컴퓨터에서 구동된 AI 프로그램은 지구 대기에 대해 학습한 내용만을 바탕으로 예보했다.

7월 8일 베릴은 텍사스를 강타해 최소 36명이 사망하고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 AI 프로그램이 거대 슈퍼컴퓨터보다 더 정확하게 허리케인의 경로를 예측한 것이다.

지구의 날씨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예측이 매우 어렵다. 지구 기울기, 흔들림, 바람, 비, 구름, 기온과 기압 등 변수가 많아 앞으로의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거대한 크기의 슈퍼컴퓨터의 계산 능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일기예보는 며칠 후나 몇 시간 뒤 날씨 예측에 실패할 정도로 쉽지 않은 영역이다.

인간의 학습 방식을 모방하는 AI는 특히 ‘패턴 인식’에 강점을 보인다. 측정값과 예측값의 수많은 계산을 수행하는 대신 복잡한 데이터 속에서 인간이 식별하기 어려운 패턴을 찾아내 빠르게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다.

그래프캐스트 연구팀의 수석 과학자인 레미 램은 뉴욕타임스에 “유럽 예보 센터에서 수집한 40년간의 전 세계 기상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AI를 훈련시켰다”며 “슈퍼컴퓨터에서 한 시간 이상 걸리는 10일 예보를 단 몇 초 만에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프캐스트는 AI용으로 설계된 컴퓨터에서 가장 잘 작동하지만 일반 데스크톱 컴퓨터나 노트북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보를 생성하는 데 더 이상 거대 슈퍼컴퓨터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AI는 허리케인 진로를 성공적으로 예측했지만 해일이나 바람 등 다른 기상 요소도 정확히 예측하려면 아직 발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각국 기상 전문가들은 AI 시스템이 슈퍼컴퓨터의 접근방식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 ECMWF는 그래프캐스트뿐 아니라 미국 엔비디아, 중국 화웨이 등 IT 기업에서 만든 AI 예측 프로그램도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도 새로운 AI 프로그램을 평가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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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7월 2024

[인공지능 기술] [표지로 읽는 과학] AI가 생성한 데이터 학습한 AI, 오염된 정보 낳는다

[인공지능 기술] [표지로 읽는 과학] AI가 생성한 데이터 학습한 AI, 오염된 정보 낳는다

[표지로 읽는 과학] AI가 생성한 데이터 학습한 AI, 오염된 정보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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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제공

네이처 제공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이번주 표지로 입에서 오물을 토해내는 로봇의 이미지를 실었다. 로봇이 흘린 오물에는 작은 로봇들이 달라붙어 있다. 큰 로봇이 생산한 오물이 다시 다른 로봇에게 전해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대형언어모델(ILL)과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도구의 비약적인 발전은 이 같은 도구가 인간이 오랜 세월 생성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AI가 만들어낸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AI가 학습하는 데이터가 인간이 아닌 AI가 생성한 정보로 대체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라일 슈마일로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AI가 인간이 생산한 정보가 아닌 정보로 학습하기 시작하면서 생성하는 정보의 질이 급격히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를 24일(현지시간)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선 AI가 생산하는 정보의 질이 급격하게 저하된 사례가 소개됐다. 중세 건축물에 대한 글을 학습한 대형언어모델이 9번에 걸쳐 AI가 생성한 새로운 정보를 학습한 뒤 생성한 텍스트에는 엉뚱하게도 북미산 토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TV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소음이 심한 헤드셋을 낀 여러 명의 참가자가 차례대로 단어를 전하는 게임을 할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게임에서 마지막 참가자는 종종 처음 제시어와 전혀 다른 단어를 정답으로 제시하곤 한다.

연구팀은 이같은 현상을 ‘모델 붕괴(models collapse)’라 명명했다. AI가 생성한 질이 저하된 정보가 다음 세대의 AI를 퇴행시키는 현상을 가리킨다. 연구팀은 “오염된 데이터로 학습한 AI는 현실 자체를 잘못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모델 붕괴는 초기 붕괴와 후기 붕괴로 나뉜다. 초기 붕괴는 전체 데이터 중 말단 정보가 손상된다. 후기 붕괴는 전체 데이터 분포가 전반적으로 초기 데이터와 유사하지 않은 분포를 보이게 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데이터 손상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근사치의 오류’를 지목했다. 정보가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AI 모델은 근사치로 추정을 하게 되는데 이렇게 누적된 오차가 결국 데이터를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AI가 생성한 데이터를 사용해 대형언어모델을 훈련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데이터를 정제하는 데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데이터의 질 측면에선 인간이 생성한 데이터가 여전히 우위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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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7월 2024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데이트폭력’으로 이어지는 ‘가스라이팅’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데이트폭력’으로 이어지는 ‘가스라이팅’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데이트폭력’으로 이어지는 ‘가스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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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인 관계에서 결별을 말했다고 해서 폭력을 행사하거나 심지어는 살인까지 벌어지고 있다. 요즘은 십대에서도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피해자에게 조심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에게 가해하지 말라고 해야 하지만 그래도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또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는 만큼 위험 신호들을 아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이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하는 신호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너는 어떻게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냐”는 식으로 자존감을 낮추고 “내가 아니라면 너 따위는 아무도 만나주지 않을 거야”라고 ‘가스라이팅’하는 것이 한 가지 신호다.

많은 가해자들이 자신이 정서적,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다 상대방 탓인 것처럼 정당화 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학대당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것처럼 생각하도록 만든다. 상대방을 모욕하고 수치스럽게 만드는 일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질투와 집착을 보이고 친구와 만나는 것도 싫어하는 등 사회적 관계를 통제하려고 하는 것도 대표적인 위험 신호 중 하나다.

주변 사람들 모두, 또 가족과도 거리를 두게 하는 등 피해자를 고립시켜 도움을 구하기 어렵게 만들고 온전히 가해자의 통제 하에 두려고 하는 행동들이 나타난다. 피해자가 자신의 사회적 반경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일을 하러 가거나 학교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등 심리적, 물리적으로 활동 반경을 축소시키기도 한다.

돈을 갈취하거나 빚을 지게 만드는 등 피해자를 금전적으로 갈취하는 행동들 또한 나타날 수 있다. 피해자의 재산을 자신의 재산인 양 통제권을 휘두르는 것이나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행동들도 여기에 해당된다.

이 외에도 상대가 원치 않는 성적 행동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 술이나 마약을 권하는 것, 위협적인 행동이나 협박, 다른 가족 구성원이나 애완 동물을 해치겠다고 협박하는 행동들 또한 대표적인 위험신호다.

물론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가해자가 절대적인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피해자가 혼자 가해자의 덫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일은 쉽지 않다. 연예인 또는 유명 인플루언서 같은 사람들조차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 또한 이를 잘 보여준다.

가장 좋은 것은 위험 신호가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십대들의 경우 보호자 또는 믿을만한 선생님 등 주변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

한국 여성의 전화 같이 여성을 향한 폭력을 전문적으로 상담해 주는 기관에 연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양육자들의 경우 주기적으로 자녀와 함께 위험 신호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다.

안타까운 사실은 많은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오랜 가스라이팅을 통해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사회적으로 고립시켜서 피해자가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폭력이 상당히 진행중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실 피해자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함께 위에서 언급한 위험 신호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들어 나의 경우 원래 덤벙거리기도 하고 체질적으로 몸에 멍이 잘 생겨서 다리에 자주 멍이 들어 있다. 이 때문에 특히 병원에서 집이나 연인과의 사이에서 안전함을 느끼는지에 관한 질문들을 주기적으로 받는다. 특히 임신을 했을 때는 나의 안전에 대한 질문을 거의 매번 받았다.

적어도 내가 있는 미국의 경우 멍이 있는 여성 뿐 아니라 모든 여성들에 대해 의료진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질문이라고 했다. 이 덕분에 폭력으로부터 구제받는 여성들이 적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안전함을 느끼는지 안타깝지만 여성을 향한 폭력이 결코 적지 않은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주변 여성들에게 자주 물어야 하는 중요한 질문일 것이다.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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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7월 2024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는 ‘우주 먼지’인 동시에 하나의 ‘우주’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는 ‘우주 먼지’인 동시에 하나의 ‘우주’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는 ‘우주 먼지’인 동시에 하나의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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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간은 다 하나하나가 고유한 존재이지만 알고 보면 아무도 ‘특별’하지는 않다는 사실, 누가 더 잘났고 못났다는 둥 지금은 모두가 우러러 보는 기준들도 절대적이지 않고 시간과 장소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하기 때문이라는 것, 우리가 지금은 절대적으로 아름답다고 여기는 모든 것들 또한 다 언젠가는 빛을 바랄 것이라는 사실들이 두렵게 느껴졌던 때가 있다.

절대적으로 좋은 것이 정해져 있고 영원하다면 그것을 추구하는 한 손 쉽게 ‘정답’인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누구도 완벽하지 않고 어떤 인생도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다는 것, 왕년에 잘 나갔던 사람도 결국은 탑골 공원에 앉에 아무도 듣지 않는 “라떼는~”을 노래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싶지 않았다. 현실을 직면하는 순간 더 이상 ‘잘 살 방법’ 같은 건 없게 되어서 깊은 우울에 빠져버릴 거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 때는 의외로 이런 사실들을 깨달을 때 얻는 해방감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모두가 비슷한 겁을 집어 먹고 자기 자신에게도 또 남에게도 사회에서 정한 기준에 완벽히 부합하는 삶을 살아야 하고 조금만 벗어나거나 조금만 늦게 도달하면 큰일 날 것처럼 가스라이팅을 했기 때문인 것도 같다. 나 역시 눈을 뜨고 있었지만 감고 있었다.

그래서 말이 안 되는 정답 인생을 살기 위해 모두에게 내 삶은 정답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그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오래도록 노력했다. 정답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고 인정에 대한 갈망이 줄어들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정확히 그 반대였다.

정답에 집착할수록 오답이 수두룩한 내 인생, 이미 고치기에는 늦어버린 내가 더 뚜렷하게 다가왔고 결국 나를 가급적 숨기고 (가짜로) 완벽한 내 모습을 꾸며내기에 바빴다. 하지만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죄책감과 불편함이 마음 속 한 가득이었다. 노력해서 많은 조건들을 갖춰 갈수록 불안과 인정 욕구는 심해지기만 했다.

이 때의 나는 내가 마치 어떤 물체, 예를 들어 상자처럼 뚜렷한 형태가 있어서 여기에 꽃도 달고 예쁜 색의 포장지를 붙이면 더 나은 내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일적으로 성취를 해도 문화 생활을 하거나 취미 생활을 해도 이것들이 훈장처럼 나의 외벽에 덕지덕지 붙어서 나를 괜찮은 상자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내가 고체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냥 내가 내 머리 속에서 만든 ‘나의 이미지’일 뿐 진짜 내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나는 정해진 생김새가 있고 겉으로 보여지는 객체가 아니라 내 눈 앞에서 일어난는 일들을 경험할 수 있는 내 경험의 주체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닌 동시에 모든 것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잔뜩 꾸밀 수 있는 외벽 같은 존재가 아니라 실체가 없는 것, 경험과 의식의 흐름임을, 그래서 굳이 따지자면 우주 먼지 같은 존재이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내가 하는 모든 것, 모든 경험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정해진 무엇이기보다는 흘러가는 물이고 물 자체이기 보다 물의 ‘여정’, ‘물의 경험, ‘지금까지 만나왔던 땅과 이루어 왔던 물줄기, 또 앞으로 이룰 물줄기와 흘러감’임을 알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우주 먼지인 동시에 하나의 우주인 것이다. 이를 알고 나니 사람들에게 잘 보이는 것, 증명해 내는 것 등이 이전처럼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자아’에 대한 현대 심리학적 탐구를 처음으로 시작한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자아의 구성 요소에 있어 객체로서의 나(me)와 주체로서의 나(I)를 구분했다. 예전에는 이러한 개념이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아하’를 외치는 나를 보곤 한다. 내가 나를 객체로 취급하기보다 주체로 알고 그렇게 살아야 진짜 내가 될 수 있다는 게 아닐까.

비대한 자아에 대비해서 ‘작은 자아’에 대한 연구들도 있고 자기 자신을 1인칭으로 바라보느냐 또는 3인칭으로 바라보느냐에 관한 연구들도 있지만 고체이기보다 액체 같고 정해져 있기보다 흘러가는 자아에 대한 연구들도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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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7월 2024

[사회과학] 사춘기 청소년들 불만과 화가 가득한 이유, 알고 보니…[달콤한 사이언스]

[사회과학] 사춘기 청소년들 불만과 화가 가득한 이유, 알고 보니…[달콤한 사이언스]

사춘기 청소년들 불만과 화가 가득한 이유, 알고 보니…[달콤한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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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성을 위협받는다고 생각되는 경우 사춘기 소년들은 공격성이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제공

남성성을 위협받는다고 생각되는 경우 사춘기 소년들은 공격성이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제공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성격도 변하면서 예민해지거나 민감해지는 경우가 많다. 난폭해지거나 까탈스러워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분노와 불만으로 가득 찬 성격으로 변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부모들은 사춘기에 아이들의 성격이 변화하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그런 변화를 지켜보고 있자니 속이 터질 지경이다. 사실 과학계에서도 사춘기 청소년들의 성격 변화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 듀크대, 뉴욕대 공동 연구팀은 사춘기 소년들은 남성성을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고 17일 밝혔다. 특히, 평소 고정된 성별 규범이 강한 환경에서 자란 소년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뇌과학 및 심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발달 과학’ 7월 16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남자 청소년의 성별 전형성에 대한 위협이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했다. 연구팀은 미국 내 거주하는 남자 청소년 200명 이상과 그 부모들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조사에서 남자아이들이 남자다움에 대한 동기가 내적으로 유발됐는지, 다른 사람들의 인정이나 비난을 피하려는 욕구로 유발됐는지 살폈다. 남성성, 여성성 특성을 보이는 질문을 던져 어떤 답을 보이는지 점수를 매겼다. 또, 단어 채우기를 통해 얼마나 공격성을 보이는지 측정했다. 부모들에게는 성별 전형성에 대한 압박과 같은 환경적 요인과 성별에 관련된 신념을 질문했다.

그 결과, 청소년 후반에 접어든 남자 아이들은 자기가 생각하는 성별 전형성에 대한 위협을 인지했을 때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관찰됐다. 그러나, 이런 특성은 사춘기 이전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공격성은 사회적 기대 같은 외부 압박으로 인해 ‘남자는 이래야 해’와 같은 성별 전형성을 유지하려는 동기가 강한 소년들 사이에서 더 높았다. 여기에 부모가 남성의 지위와 권력에 관한 고정관념이 강한 경우, 사춘기 남자아이들의 공격성은 더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애덤 스태날랜드 뉴욕대 박사(사회·발달 심리학)는 “이번 연구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남성성에 압박받는 경우 남성들이 가장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며, 특히 남자 청소년들은 더 강한 반응을 보인다”라고 말했다. 스태날랜드 박사는 “부모나 또래로부터 전형적인 남성성을 강조 받는 경우 공격성이나 폭력성이 강해질 수 있는 만큼 청소년 지도에 이 부분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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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7월 2024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라고 믿었던 모든 것, ‘착각’일 수도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라고 믿었던 모든 것, ‘착각’일 수도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라고 믿었던 모든 것, ‘착각’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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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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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데에는 자신이 가지지 않은 특성을 ‘나쁘다’고 보는 것이 한 몫 할지도 모르겠다.

앤디 바네쉬 뉴질랜드 캔터베리대의 연구자는 사람들에게 성격 테스트를 하게 하고 그 결과 당신은 ‘이상주의자’ 또는 이상주의자이기보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는 피드백을 주었다. 그러자 이상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은 사람은 이상주의자인 것이 더 중요하다고 평가한 반면 자신이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는 피드백을 들은 사람은 이상주의보다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어 있었는데 바로 이 성격 테스트는 가짜였다는 것이다. 실제 성격과 상관 없이 랜덤하게 이상주의자라거나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주었을 때 사람들은 이게 실제 자신의 특성인지 아닌지와 상관 없이 자신의 것이라고 들은 특징이 더 중요하고 귀하다고 반응한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포인트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신의 성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바넘이펙트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어떤 성격특성들에 대해 설명해 주었을 때 마치 다 자신의 특성인 것처럼 “맞아 맞아. 정말 그래” 라고 반응하는 현상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외향적이라고 해서 365일 내내 사람과 같이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고 내향적이라고 해서 매일 혼자이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들 외향적이면서 혼자 있고 싶은 시간도 있고 반대로 혼자 있고 싶으면서 타인과 부대끼고 싶은 순간이 오는 법이다. 따라서 어떤 특징이든 대충 그 반대 되는 것과 섞으면 모든 사람들에게 “그거 완전 나야”라는 반응을 듣게 된다.

이런 점에서 사람들에게 어떤 일반적인 특성을 자신의 고유한 특성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렇게 어떤 특성을 자신의 특성이라고 받아들이게 하면 그것이 더 좋고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러한 편향을 발생시키기 위해 당신은 어떠한 사람이라고 하는 메시지를 우리는 쉴 새 없이 받는다.

미디어에서, 다양한 상품 광고에서, 정치적인 메시지에서 당신은 우리와 같이 ○○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진다. 이런 메시지들이 때로는 내가 진짜로 원한 적 없는 삶을 내가 원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들 어떤 삶의 모습이 좋다고 해서 그렇게 살았는데 실은 하나도 좋지 않다든가, 열심히 살았지만 어딘가 비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나 자신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다양한 영향력이 넘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에 더욱더 내가 생각하는 내가 진짜 나인지 혹은 그렇게 착각하고 그게 옳은 거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아닌지 따져 봐야 할 것 같다. 내가 나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다 착각일지도 모른다.

Vonasch, A. J., & Tookey, B. A. (2024). Self-serving bias in moral character evaluation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112, 104580. https://doi.org/10.1016/j.jesp.2023.104580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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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월 2024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타인의 ‘다름’을 포용해야 행복하다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타인의 ‘다름’을 포용해야 행복하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타인의 ‘다름’을 포용해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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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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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주변에는 대부분이 성인이 되면 집과 차를 부모로부터 받기 때문에 사정이 어려운 사람을 거의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 한 사람을 본 적이 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생활고를 겪는 청년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진짜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또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학력의 소유자이지만 자신과 비슷하게 학력이 높은 사람들과 주로 어울리다 보니 자신의 이력이 한참 초라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었다. “세상에 빈곤은 없다. 왜냐하면 내가 점심을 먹었으니까”라고 보는 오류, 또 자기 주변 사람들이 (실제로는 매우 편중되어 있지만) 곧 세상의 평균이라고 보는 오류들이다.

나는 안 그렇다고 이야기하지만 어차피 우리는 자기 자신의 경험만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고 한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의 크기는 한정적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손바닥 크기 만한 작은 세상을 경험하고 이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오류를 보인다. 그래서 적어도 이러한 오류를 인식하거나 좀 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어울리려 애쓰지 않으면 편협한 사고방식을 갖기 쉽다.

세상을 좀 더 정확히 이해하고 내 경험의 반경을 넓히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미구엘 라모스 영국 버밍엄대의 연구자 등에 의하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교류는 정신적인 풍요와 행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들에 의하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주는 행복에는 한계가 있어서 친구들 중 50% 정도만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로 채우고 나머지 50%는 자신과 다른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로 채우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 연구자들은 모두가 비슷비슷한 사람들로만 구성된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필연적으로 배척당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로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서 살 때 비로소 그 사회는 살기 좋은, 포용력이 높은 사회가 되고 이는 구성원들의 행복 또한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장애인의 이동권이라는 사회 구성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이들의 당연한 권리를 무시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나중에 본인이 또는 본인의 가족이 나이들거나 다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때 이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나올 것인지 궁금해지곤 한다. 자신과 다른 남을 배척하는 사회는 언젠가 나를 소외시키는 사회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나와 타인의 다름을 포용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언젠가 발견될 나의 다름 또한 배척의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타인을 포용하지 않았으면서 타인에게 나를 포용해 달라고 아무리 외쳐봤자 포용력을 기른 적이 없는 사회에서 이러한 요구는 또 다시 묵살되고 만다.

다름에 대한 포용력이 없는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은 자신은 ‘정상’임을 증명하기 위해 언제나 고군분투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봤자 사회는 내가 따라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결국 다들 조금씩 그 좁은 바운더리 안에서 밀려나게 되고 힘 없이 자신이 배척당할 순서를 기다리게 된다.

이런 점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다름을 자연스럽게 포용하는지의 여부는 곧 사람들이 안정성과 행복을 느끼는 기반이 되고 그 사회와 모두의 자산이 된다. 다름을 포용하자는 주장을 놓고 뜬구름 잡는다고 보는 시각이 되려 이상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포용력이 높은 사회는 언젠가 사회의 중심에서 밀려날 나와 내 주변인들의 행복을 위해서도 중요함을 기억하자.

Ramos, M. R., Li, D., Bennett, M. R., Mogra, U., Massey, D. S., & Hewstone, M. (2024). Variety is the spice of life: Diverse social networks are associated with social cohesion and well-being. Psychological Science,35(6), 665-680. https://doi.org/10.1177/09567976241243370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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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6월 2024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혈압 높으면 외로움 등 ‘사회적 고통’ 덜 느낀다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혈압 높으면 외로움 등 ‘사회적 고통’ 덜 느낀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혈압 높으면 외로움 등 ‘사회적 고통’ 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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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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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고통(social pain), 사람들로부터 거절 당하고 소외되는 아픔이 신체적 고통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신체적 고통에 예민한 사람이 사회적 고통에도 예민한 현상이 관찰되는가 하면 신체적 고통을 줄여주는 진통제가 외로움 같은 사회적 고통도 줄여준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또한 신체적 고통에 관여하는 뇌 부위와 사회적 고통에 관여하는 뇌 부위가 상당부분 겹쳐져 있음이 밝혀졌다(Eisenberger, 2015).

최근에는 ‘혈압’이 통증을 느끼는 정도와 관련되어 있고 나아가 사회적 고통과도 관련을 보인다는 발견들이 보고되고 있다. 혈압이 다소 높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통증에 둔감한 경향을 보이고 사회적 고통에도 둔한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의 심리학자 이나가키 연구팀은 사람들로 하여금 온라인 공 던지기 놀이를 하게 했다. 처음에는 여럿이 함께 골고루 공을 주고받지만 점점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실제 실험 참가자를 제외하고 공을 주고받으며 참가자를 따돌리는 상황이다.

이 때 따돌림을 당한 참가자들에게 따돌림 당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또 그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에 대해 물으면 따돌림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에서는 혈압에 따른 차이가 없었지만 어떻게 느끼는지에 있어 차이가 나타났다. 혈압이 높은 편인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에 비해 기분이 덜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들의 나이와 체질량지수, 스트레스, 공격성, 부정적 정서성과 상관없이 유효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혈압을 일정하게 조율하는 데 관여하는 압력반사(baroreflex)가 통각과도 관련을 보인다는 점에서 혈압이 사회적 고통과도 관련을 보이는 것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아직 추측일 뿐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미지수다. 물론 혈압과 사회적 통증 사이에 관련성이 나타난다는 것이 곧 그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함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다만 사회적 고통, 특히 ‘외로움’ 같이 고질적인 사회적 고통은 각종 건강 지표를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있어 ‘받아들여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다시금 상기시키는 발견이다. 식욕 못지 않게 사회적 욕구가 강한 인간에게 사회적 고통과 관련된 지표가 몸에 새겨져 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닌 것 같다.

Eisenberger, N. I. (2015). Social pain and the brain: Controversies, questions, and where to go from here. Annual Review of Psychology, 66(1), 601-629.
Inagaki, T. K., & Gianaros, P. J. (2024). Blood pressure and social algesia: The unexpected relationship between the cardiovascular system and sensitivity to social pain.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33(3), 166-172. https://doi.org/10.1177/09637214241242463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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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6월 2024

[인공지능 기술] “대학에서 고득점 받은 AI가 쓴 답안, 걸러지지 않았다”

[인공지능 기술] “대학에서 고득점 받은 AI가 쓴 답안, 걸러지지 않았다”

“대학에서 고득점 받은 AI가 쓴 답안, 걸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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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4가 작성한 답안이 영국 대학 시험 시스템에서 거의 탐지되지 않고 실제 학생들이 낸 답안보다 고득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챗GPT-4가 작성한 답안이 영국 대학 시험 시스템에서 거의 탐지되지 않고 실제 학생들이 낸 답안보다 고득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영국 연구팀이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답안이 실제 대학교 시험에서 탐지망을 뚫고 학생들이 직접 작성해 제출한 답안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과학자들은 챗GPT 등 AI 도구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교육과 평가 시스템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피터 스카프 영국 레딩대 심리학 및 임상언어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대학교 시험 시스템에서 AI로 생성한 답안이 걸러지지 않고 학생들이 제출한 것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밝혀내고 연구결과를 2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공개했다.

챗GPT와 같은 AI 도구가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보급되면서 학생들이 AI로 생성한 내용을 자기 이름으로 제출하는 부정행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다수 대학이 재택 시험으로 전환하고 이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연구팀은 챗GPT-4가 100% 작성한 답안을 생성한 뒤 가짜 학생 33명으로 위장하고 레딩대 심리학 및 임상언어과학부 시험 시스템에 제출했다. 채점자들은 연구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 결과 AI가 제출한 답안 중 94%가 탐지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생성한 답안이 실제 학생이 작성해 제출한 답안보다 평균적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학생들이 AI를 이용해 시험 부정행위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정행위를 하지 않은 학생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제 학생 중 상당수가 이미 AI가 생성한 답안으로 부정행위를 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유네스코가 450개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 사용에 대한 정책·지침이 있는 학교는 1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전 세계 교육계가 새로운 정책과 지침을 마련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구팀은 “대면 시험으로 돌아가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AI 도구는 계속 발전하고 직장에서도 쓰이는 중”이라며 “전 세계 교육계가 AI에 맞서 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1371/journal.pone.030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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