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12월 2023

[천체물리 – 우주(과학)] 저 멀리 외계 행성에도 달이 뜰까? [아하! 우주]

[천체물리 – 우주(과학)] 저 멀리 외계 행성에도 달이 뜰까? [아하! 우주]

저 멀리 외계 행성에도 달이 뜰까? [아하! 우주]

입력
[서울신문 나우뉴스]

사진=MPS/hormesdesign.de은하계에는 태양 같은 별이 무수히 많다. 그리고 별 주변을 공전하는 행성은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발견한 외계 행성의 숫자는 5000개 정도에 불과하지만, 하나의 별이 태양계처럼 여러 개의 행성을 거느린 경우가 많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현재 관측 기술로 포착이 어려울 뿐이지 지구 같은 외계 행성 역시 수없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행성이 이렇게 많다면 위성은 그보다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외계 위성 혹은 외계 달(exomoon)을 관측하는 일은 현재 기술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별 앞으로 지나는 행성이 별빛을 약간 가리는 정도를 측정해 행성의 존재까지는 증명할 수 있는데, 이보다 훨씬 작은 위성이 행성 주변을 공전하면서 밝기가 복잡하게 변하는 것을 측정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이런 신호를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2018년 허블우주망원경은 외계 행성 케플러 1625b 주변에서 복잡한 밝기 변화를 포착했다. 이를 분석한 과학자들은 매우 큰 크기의 외계 달이 있을 가능성을 주장했다. 이후 케플러 1708b에서도 비슷한 밝기 변화가 관측되어 두 번째 외계 달의 신호로 추정됐다.

그러나 과학은 본래 믿음보다는 의심의 학문이다. 과학자들은 동료 과학자가 이미 연구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반복해서 관측과 실험을 계속한다. 독일 막스플랑크 태양계 연구소와 조넨베르크 천문대는 외계 달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밝기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모델을 만들었다. 이 연구 모델은 오픈 소스 형태로 공개되어 다른 과학자들도 쉽게 재현하거나 참조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 결과 두 외계 행성에서 포착된 복잡한 밝기 변화는 외계 달 없이도 설명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별 자체의 흑점 등에 의한 밝기 변화, 망원경 이미지 센서의 잡음, 기타 자연적인 요인이 마치 외계 외성이 있는 것 같은 밝기 변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진 참조)

물론 이것이 외계 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다수 과학자가 별보다 행성이 많고 행성보다 위성이 많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의심의 여지없는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2026년 발사를 목표로 제작에 들어간 차세대 외계 행성 망원경인 플라토(PLATO, PLAnetary Transits and Oscillations of stars)가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외계 달의 진짜 신호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본래 천문학의 발전은 망원경의 발전과 함께 이뤄졌다. 차세대 망원경으로 더 미세한 밝기 변화를 구분할 수 있다면 잡음인지 진짜 신호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Loading

19 12월 2023

[알아봅시다] 인텔 “AI PC 시대 연다”…노트북·데이터센터용 AI 프로세서 출시

[알아봅시다] 인텔 “AI PC 시대 연다”…노트북·데이터센터용 AI 프로세서 출시

인텔 “AI PC 시대 연다”…노트북·데이터센터용 AI 프로세서 출시

입력

인텔이 데이터센터와 PC용 AI 반도체 칩을 신규 공개하며 엔비디아와 AMD와 본격 경쟁에 돌입했다. 인텔은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데이터센터용 가우디 3 세부사항과 출시 계획, PC용 온디바이스 AI 제품 사업 전략까지 공개했다. 나승주 인텔코리아 상무(오른쪽)와 최원혁 상무가 인텔4 공정 웨이퍼와 5세대 인텔 제온 프로세서,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를 소개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인텔이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노트북PC 및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 칩을 출시했다. 사용자 기기부터 네트워크, 고성능컴퓨팅(HPC)까지 모든 곳에 AI를 적용한다는 인텔 목표의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AI 칩을 앞세워 2년 내 1억대 이상 AI PC 보급을 지원, AI 대중화에 기여한다는 포부도 밝혔다.

인텔은 18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AI 에브리웨어(Everywhere)’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트북PC용 CPU ‘인텔 코어 울트라(메테오 레이크)’와 데이터센터용 CPU ‘5세대 제온 프로세서(에메랄드 래피즈)’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인텔 코어 울트라는 40여년만에 처음으로 인텔 PC용 CPU 구조가 바뀐 제품이다. 기존 프로세서는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입출력(I/O) 인터페이스가 혼합된 형태로 설계됐다. 신제품은 이를 각 영역별로 분리, 타일 모양으로 배치했다. 노트북PC용 프로세서 가운데 처음으로 신경망처리장치(NPU)도 탑재했다.

인텔 코어 울트라 칩 구조.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입출력(I/O) 등 영역별로 ‘타일 구조’로 설계됐다.
최원혁 인텔코리아 상무는 “타일 구조는 특정 작업을 위해 필요한 코어만 가동하고 불필요한 나머지는 구동을 멈춰 전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텔 코어 울트라가 장착된 초경량 노트북으로 넷플릭스 시청이나 동영상 편집 작업 시 전력 소모가 40% 수준 개선됐다고 부연했다. 인텔은 타일 구조를 구현하기 위해 첨단 패키징 기술인 ‘포베로스’를 활용했다.

그래픽 성능도 대폭 향상됐다. 인텔 코어 울트라의 GPU 타일은 ‘인텔 아크’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인텔 아크는 인텔의 외장형 GPU 브랜드다. 외장형 만큼 뛰어난 그래픽 성능을 신규 프로세서에 적용했다고 인텔은 설명했다. 기존 세대 대비 2배 빠른 그래픽 성능을 구현했다.

인텔 코어 울트라는 ‘AI PC 시대’를 연다는 인텔 비전을 담았다. 인텔은 최근 2025년까지 AI PC 1억대 보급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PC 등 사용자 기기에서 AI를 구현한 ‘온 디바이스 AI’ 확산에 대응하려는 포석이다. 인텔 코어 울트라는 이같은 행보의 선봉장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감담회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참여, 인텔 코어 울트라를 탑재한 노트북 신제품을 공개했다. 인텔 코어 울트라는 삼성·LG·에이서·에이수스·델·HP 등 AI 노트북 230여종에 탑재될 예정이다.

함께 공개된 5세대 제온 프로세서 역시 AI 성능을 대폭 개선했다. 4세대(사파이어 래피즈) 대비 일반 컴퓨팅 성능은 21%, AI 추론 성능은 42% 향상됐다. 나승주 인텔코리아 상무는 “초고속 DDR5 메모리(5600MT/s)와 3배 확장된 캐시 메모리를 지원, 보다 빠른 AI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총소유비용(TCO) 경쟁력도 끌어올렸다. 5세대 제온 프로세서가 데이터센터용 CPU인 만큼 전력 소모 개선 등 비용 절감이 관건이다. 나 상무는 “서버 5년 교체 주기로 봤을 때 업계에서 1세대 제온 프로세서를 차세대 제품으로 바꿀 시기가 왔다”며 “1세대를 5세대 제온 프로세서로 전환할 경우 TCO를 최대 77%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서버 24대로 운영했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서버 1대로 운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인텔이 데이터센터와 PC용 AI 반도체 칩을 신규 공개하며 엔비디아와 AMD와 본격 경쟁에 돌입했다. 인텔은 1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데이터센터용 가우디 3 세부사항과 출시 계획, PC용 온디바이스 AI 제품 사업 전략까지 공개했다. 최원혁 상무가 발표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인텔은 내년 상반기 차세대 AI 가속기인 ‘가우디 3’도 출시한다. AI 전용 반도체로, 대규모언어모델(LLM) 등을 구현할 때 쓰이는 칩이다. 전 세대 대비 처리 속도는 4배, 고대역폭메모리(HBM) 메모리 용량도 1.5배 늘었다. 엔비디아와 AMD와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는 “클라이언트(단말기기)에서 엣지, 네트워크, 데이터센터까지 모든 워크로드에서 쉽게 AI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인텔 목표”라며 “이를 위해 하드웨어 뿐 아니라 개방형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고 활성화하는 노력도 끊임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Loading

17 12월 2023

[알아봅시다] CPU는 아쉽고, GPU, AI는 기대 이상? 인텔 메테오 레이크 공개[고든 정의 TECH+]

[알아봅시다] CPU는 아쉽고, GPU, AI는 기대 이상? 인텔 메테오 레이크 공개[고든 정의 TECH+]

CPU는 아쉽고, GPU, AI는 기대 이상? 인텔 메테오 레이크 공개[고든 정의 TECH+]

입력
[서울신문 나우뉴스]

출처: 인텔인텔이 오랜 세월 준비해 온 야심작인 메테오 레이크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삼성 갤럭시 북4 시리즈의 두뇌로 탑재된 메테오 레이크는 한 개나 혹은 2-3개 정도의 반도체 칩으로 프로세서를 만드는 과거의 제조 방식을 버리고 각자 기능과 제조 공정이 다른 여러 개의 타일을 묶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출시 전부터 주목을 끌었던 제품입니다. 인텔은 본래 14세대 코어 프로세서로 출시되었을 메테오 레이크에 인텔 코어 울트라(Core Ultra)라는 새로운 명칭을 도입하면서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현재 공개한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는 28/45W TDP를 지닌 고성능 모델인 H 모델과 9/15W TDP를 지닌 저전력 주력 모델인 U 모델입니다. H 모델은 최대 6개의 고성능 코어 (P 코어)와 8개의 고효율 코어 (E 코어), 그리고 2개의 저전력 고효율 코어 (LP E 코어)를 합쳐 16개의 코어를 지니고 있습니다.

스레드 숫자는 22개입니다. U 모델은 고성능 P 코어 숫자만 2개로 줄여 최대 12개의 코어를 지니고 있습니다. 최대 24MB L3 캐시 메모리와 CPU 코어는 인텔 4 공정으로 제조한 CPU 타일에 들어 있습니다.

내장 GPU인 그래픽 타일은 최대 8개의 Xe 코어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코어는 16개의 256비트 벡터 엔진, 레이 트레이싱 유닛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연산 유닛 숫자도 30% 정도 증가하고 클럭도 높아졌기 때문에 그래픽 성능은 13세대 랩터 레이크보다 훨씬 좋아졌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메모리도 DDR5 5600이나 LPDDR5x 7467처럼 더 빠른 메모리를 선택할 수 있어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 타일은 TSMC의 5nm 공정으로 제조했습니다.

메테오 레이크의 또 다른 특징은 여러 가지 기능을 탑재한 SoC 타일이라는 독립된 타일에 있습니다. 역시 TSMC에 의해 생산된 SoC 타일에는 GPU에서 독립된 미디어 관련 기능과 LP E 코어, 그리고 AI 연산을 빠르게 할 수 있는 NPU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메테오 레이크는 기존의 인텔 프로세서는 물론 경쟁자인 라이젠보다도 더 빠른 AI 연산이 가능하다는 게 인텔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CPU 성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이는 인텔이 공개한 벤치마크 결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경쟁자인 라이젠 모바일 7840U와 비교해서 코어 울트라 7 165H의 멀티스레드 성능은 11% 정도 높고 싱글스레드 성능은 12% 정도 높습니다.

그런데 스레드 숫자를 비교하면 라이젠 7840U는 16개, 코어 i7-1370P는 20개, 코어 울트라 7 165는 22개로 늘어난 코어 숫자를 생각하면 그다지 큰 변화는 없는 셈입니다. 심지어 싱글스레드 성능은 코어 i7-1370P보다 낮습니다. 일부 벤치마크 결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얻어지면서 CPU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이 없었다는 초기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메테오 레이크 CPU 벤치마크. 출처: 인텔

메테오 레이크 CPU 벤치마크. 출처: 인텔대신 GPU 성능은 연산 유닛을 대폭 추가하고 클럭까지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상당한 성능 향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텔이 공개한 슬라이드에서도 최대 2배까지 성능 향상을 주장하고 있는데, 3D 마크 타임 스파이 같은 일부 벤치마크 결과에서도 이런 주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와신상담 성능을 갈아온 인텔 아크 그래픽이 이제 빛을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앞으로 라데온 내장 그래픽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내장 그래픽 성능을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메테오 레이크 GPU 벤치마크. 출처: 인텔아직 사용처가 많지 않은 인텔 AI 부스트 NPU는 결국 얼마나 많은 어플리케이션이 이를 지원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지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인텔이 공개한 벤치마크를 보면 성능 면에서 경쟁자인 라이젠 AI를 쉽게 넘어서는 것 같지만, 진짜 적은 AMD 라이젠이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현재 AI 하드웨어 시장의 절대 강자는 엔비디아이기 때문에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하는 것이 인텔, AMD 두 회사의 큰 과제입니다.

메테오 레이크는 타일처럼 칩을 붙여 더 복잡한 프로세서를 만드는 새로운 제조 방식을 본격적으로 시험한 무대였습니다. 첫술부터 배부를 순 없겠지만, 앞으로 최적의 제조 공정과 아키텍처를 자유롭게 결합해 더 강력한 프로세서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내년에 등장할 애로우 레이크와 루나 레이크는 인텔 3 공정을 건너 뛰고 20A 공정으로 바로 진행합니다. 아키텍처도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노트북 시장뿐 아니라 데스크톱 시장에도 타일 구조를 도입합니다.

이미 인텔은 애로우 레이크의 웨이퍼를 공개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메테오 레이크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여기서 만회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Loading

12 12월 2023

[천체물리 – 우주(과학)] [박건형의 닥터 사이언스] 250조원짜리 우주정거장을 남태평양에 水葬하는 방법

[천체물리 – 우주(과학)] [박건형의 닥터 사이언스] 250조원짜리 우주정거장을 남태평양에 水葬하는 방법

[박건형의 닥터 사이언스] 250조원짜리 우주정거장을 남태평양에 水葬하는 방법

전 세계 함께 만든 국제우주정거장, 2030년 운영 중단 결정
NASA, 우주선 도킹한 뒤 지구로 데려와 폐기하는 계획 추진
우주 향한 인류의 꿈 성과 있지만, 세상에 영원한 건 없어

PL7GUDJEMZFX3M6DMQ32EW4BWU.png
그래픽=양진경

25년간 273명만 이용한 호텔이 있다. 이 호텔을 짓고 유지하는 데 1850억달러(약 244조원)가 들었는데 롯데월드타워 67동을 세울 수 있는 돈이다. 한 사람의 하루 숙박비를 따져보면 750만달러에 이른다.

돈이 많다고 아무나 갈 수 있지도 않다. 강인한 육체와 정신력이 필요하다. 지구 상공 400km 우주를 초속 7.5km로 나는 이곳을 오가는 일은 물론, 머무는 동안 먹고 마시고 자는 일도 극한 체험이다. 견뎌내면 창밖으로 푸른 지구를 조물주처럼 내려다볼 수 있고, 하루 16번씩 일출과 일몰을 즐길 특권을 준다. 하늘에서 태양, 달, 금성 다음 밝은 이 호텔이 국제우주정거장(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이다. ISS는 우리가 아는 한 우주에 떠 있는 가장 큰 구조물이다. 길이는 108.5m, 폭 72.8m로 축구장보다 크고 무게는 420t이 넘는다.

지금까지 실험을 3000건 이상 ISS에서 했다. 가장 유명한 것이 쌍둥이 실험이다. 일란성쌍둥이 우주인 스콧 켈리를 ISS에서 340일간 지내게 한 뒤 지구에 머무른 형 마크와 비교했다. 2019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스콧은 세포 내 유전자가 손상됐고, 염색체 텔로미어가 길어지는 등 신체 변화를 겪었지만 지구로 돌아오자 6개월 뒤 대부분 원상태가 됐다. “우리가 우주에서 살 수 있는가”에 대한 긍정적 답이었다. 고추·양배추·겨자 등 10종류가 넘는 채소를 ISS에서 수확했고 스테이크를 만들 수 있는 세포 배양육도 키웠다. 우주 자급자족 가능성을 연 것이다.

ISS 수명은 15년이었지만, 수리와 보완을 통해 조금씩 연장됐다. 하지만 노후화와 차세대 우주정거장 개발 계획 등으로 2030년 말 운영이 종료된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ISS 장례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검토됐다. 먼저 ISS를 지구에서 멀리 밀어내는 방안이다. ISS는 완전한 우주 공간이 아니라 지구 중력과 대기 영향을 받는 저궤도에 있기 때문에 계속 속도가 떨어지고 궤도도 낮아진다. 자체 동력이 없어 러시아 프로그레스 화물선이 도킹할 때마다 밀어서 속도를 높이는 식으로 유지했다. 만약 ISS를 지금보다 훨씬 높은 궤도로 밀어 올리면 지구의 영향에서 벗어나 영원히 우주를 떠돌게 할 수 있다. 다만 낡은 ISS가 부서지고 조각 나면 다른 위성과 우주선을 위협할 만큼 양이 엄청난 잔해가 생긴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ISS를 지구로 가져와 폐기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NASA 계획은 이렇다. 2031년 초 ISS에 더 이상 추진력을 공급하지 않고 몇 달에 걸쳐 궤도를 서서히 낮춘 뒤 특수 제작한 무인 우주선 3대를 연결한다. 이후 우주선 로켓 분사를 정밀하게 조정해 원형인 ISS 궤도를 타원형으로 바꾼다. ISS가 대기와 마찰하는 시간이 길수록 태양광 패널이나 모듈 손상으로 잔해가 지상에 추락할 확률이 높아진다. 타원 궤도는 이런 가능성을 최소화하며 고도를 낮출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주선 엔진 추력을 최대치로 높여 남태평양으로 ISS를 던지듯 밀어내면 장례가 마무리된다. NASA는 ISS를 지구로 데려올 우주선 개발에만 10억달러 이상을 투입한다.

ISS 묘지도 정해졌다. 뉴질랜드 동쪽 4800km, 남극 북쪽 3200km 떨어진 ‘포인트 네모(Nemo)’다. 쥘 베른의 ‘해저 2만리’에 등장하는 네모 선장 이름을 땄다. ISS는 미국·러시아·일본·캐나다·유럽 등 16국이 함께 만들고 운영했다. 미·러 갈등이 고조될 때도 러시아 우주선이 미국 우주인을 실어 날랐고 ISS에서 나온 성과는 전 세계가 공유했다. ISS 자체가 언젠가 지구를 떠나 다행성 종족이 되려는 인류의 꿈에 대한 도전이었고, ‘과학에는 국경이 없다’는 루이 파스퇴르의 명언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제 함께 가는 대신 먼저 가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러시아는 ISS에서 손을 떼기로 했고, 중국은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을 쏘아 올렸다. 미국은 다음 우주정거장을 건설할 새 파트너를 모으고 있다. 블루 오리진, 엑시옴 스페이스 등 민간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244조원을 쏟아부은 우주정거장도, 나라 간의 아름다운 협력도 결국 영원한 것은 없다.

박건형 기자
과학과 테크 분야를 주로 취재했습니다. 실리콘밸리 특파원, IT팀장을 거쳐 과학, 전자, 제약, 바이오, 게임, 인터넷 등을 다루는 테크부 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테크노 사이언스의 별들, 홀리테크, 닥터사이언스를 씁니다.

[출처]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3/12/12/7DCKWCMXZZBIZJLQ65P2OORBPI/

Loading

10 12월 2023

[정보 (및 수학)] 유럽연합, 세계 첫 AI규제법 합의…”안면인식 기술 금지”

[정보 (및 수학)] 유럽연합, 세계 첫 AI규제법 합의…”안면인식 기술 금지”

유럽연합, 세계 첫 AI규제법 합의…”안면인식 기술 금지”

입력
 

유럽연합(EU)이 유럽 내에서의 인공지능(AI) 기술 이용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AI 규제법’에 세계 최초로 합의했다.

영국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 대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유럽의회는 약 3일에 걸친 논의 끝에 챗GPT와 같은 AI 시스템을 비롯해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유럽 내에서 규제하는 ‘AI규제법(AI Act)’에 8일(현지시간) 합의했다.

직후 유럽의회는 공식 자료를 내고 “AI가 사회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접근을 기반으로 위협도 높을 수록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라며 “AI 규제에 대한 글로벌 표준을 정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입법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대상이 될 AI는 다른 소프트웨어 시스템과 혼동되지 않도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지정한 ‘AI시스템’의 정의를 따른다고 밝혔다. OECD에 따르면 입력된 명령을 기반으로 예측, 콘텐츠 생성, 추천, 결정과 같은 출력물을 생성하는 게 AI 시스템이다.

이번 AI 규제법은 개인의 생체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해 딥페이크 영상이나 이미지 등을 만드는 안면인식 기술을 금지했다. 다만 인신매매 피해자 수색 등 범죄 용의자를 추적하기 위한 실시간 안면 인식은 허용된다.

오픈AI의 챗GPT 등 대규모언어모델(LLM)도 규제 대상이다. 구체적인 기술에 대한 규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자율주행차 등 고위험 기술군으로 분류된 기술을 사용할 경우 데이터를 완전 공개해야 한다. 별도로 안전 강화와 관련한 테스트도 진행하게 된다.

규제법에 따라 금지된 AI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하거나 사용할 경우 해당 기업의 직전 회계연도 전세계 연간 매출액의 7%, 또는 3500만 유로(약 397억원)이 벌금으로 부과된다. 이밖에 규제법에 명시된 세부 규정을 어긴 IT기업은 1500만 유로(약 231억원)나 전세계 연간 매출액의 3%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한다. 다만 구체적인 비율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 한해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의회는 2024년 초 합의된 AI규제법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2025년에 이르러야 법안이 실제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는 “EU가 이번 AI규제법을 합의함에 따라 미국, 영국, 중국 등도 서둘러 AI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Loading

9 12월 2023

[물리] [강석기의 과학카페] 물리학은 생명을 이해할 수 있을까

[물리] [강석기의 과학카페] 물리학은 생명을 이해할 수 있을까

[강석기의 과학카페] 물리학은 생명을 이해할 수 있을까

2023.11.29 15:00

에르빈 슈뢰딩거. 위키미디어 제공

에르빈 슈뢰딩거. 위키미디어 제공

“내가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은 내가 진정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 리처드 파인만

얼마 전 동네 도서관에서 ‘새로 들어온 책’ 코너를 둘러보다 ‘기계 속의 악마’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생명은 어떻게 물질에 깃드는가’라는 부제를 보니 생명의 기원을 다룬 책인 것 같아 좀 읽어보니 기원을 포함해 생명의 본질을 논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의 이론물리학자 폴 데이비스로 1943년 더블린 강연에서 에르빈 슈뢰딩거가 던진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이 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 

이 질문에 관심이 많으면서도 ‘이거다!’라고 감탄할 만한 대답을 알지 못하는 필자로서는 뭔가 심오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빌려 며칠 동안 꼬박 읽어봤다. 새로운 시각을 주는 내용이 꽤 있었음에도 책을 덮고 나서 ‘그런 게 있었으면 벌써 알았겠지…’라는 실망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참고로 책 제목은 ‘계의 엔트로피는 결코 줄지 않는다’는 열역학 제2법칙을 위반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사고 실험인 ‘맥스웰의 도깨비(demon)’를 패러디한 것이다. 생물이 고도의 복잡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기계 속에 악마(역시 demon의 번역어)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맥락이다.

박테리아 세포 단면을 구성 분자가 보이는 해상도로 보여주는 일러스트다. 세포벽과 세포막, 세포 내부를 이루는 수많은 분자가 각자 기능을 수행한 결과 생명이 유지된다. 오늘날 물리화학 이론으로는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고 최첨단 나노기술로도 성분 분자를 재료로 이 구조를 재현해 무생물에 생명을 부여할 수 없다. PNAS 제공

박테리아 세포 단면을 구성 분자가 보이는 해상도로 보여주는 일러스트다. 세포벽과 세포막, 세포 내부를 이루는 수많은 분자가 각자 기능을 수행한 결과 생명이 유지된다. 오늘날 물리화학 이론으로는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고 최첨단 나노기술로도 성분 분자를 재료로 이 구조를 재현해 무생물에 생명을 부여할 수 없다. PNAS 제공

● 기존 물리화학 법칙으로는 한계

물론 슈뢰딩거의 물음 이후 80년 동안 생명에 대한 이해가 크게 늘었다. 생명의 이해 여정에 큰 진전으로는 1953년 유전정보를 저장한 분자인 DNA이중나선 규명과 같은 해 원시대기 재현 실험에서 아미노산 존재 확인, 1960년대 유전부호 해석, 1980년대 RNA 세계 가설 등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생명 현상을 진정 이해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과학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슈뢰딩거 강연 이전 생명에 대한 이해가 1이고 지금이 100으로 무려 100배가 늘었더라도 완전 이해인 1만 점의 관점에서는 모르는 게 9999에서 9900으로 약간 줄어든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미국 크레이그벤터연구소 과학자들은 108만 염기 크기인 게놈을 합성해, 게놈을 뺀 박테리아 세포에 넣어 살리는 데 성공했다. 박테리아가 증식한 콜로니(군집)의 모습이다(오른쪽은 현미경 이미지). 당시 언론매체는 인공생명체를 만들었다고 대서특필했지만 사실 게놈만 만든 것이다. 사이언스 제공

지난 2010년 미국 크레이그벤터연구소 과학자들은 108만 염기 크기인 게놈을 합성해, 게놈을 뺀 박테리아 세포에 넣어 살리는 데 성공했다. 박테리아가 증식한 콜로니(군집)의 모습이다(오른쪽은 현미경 이미지). 당시 언론매체는 인공생명체를 만들었다고 대서특필했지만 사실 게놈만 만든 것이다. 사이언스 제공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내가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은 내가 진정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오늘날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했다고는 해도 간단한 단세포 생물조차 만들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인공생명체를 만든 게 2010년인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당시에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문제가 있는 표현이라는 말이 많았다.

당시 과학자들이 한 일은 물질(무생물)에서 박테리아(생물)를 만든 게 아니라 수십만 염기 길이인 DNA(게놈)를 화학적으로 합성한 뒤 게놈을 꺼낸 박테리아에 넣어줘 작동함을 보여준 것일 뿐이다.

게놈은 없지만 여전히 구조가 온전히 보존된 세포가 없다면 게놈인 DNA분자를 완벽하게 만들었더라도 소용이 없다. 그런데 지금 기술로는 세포의 모든 구성 성분을 갖고 있더라도 박테리아 세포의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구조를 흉내조차 낼 수 없다.

저자는 노트북과 운영체계로 이를 비유한다. 인공생명체는 새로운 운영체계를 기존 운영체계를 지운 노트북에서 작동한 것일 뿐이다. 새 운영체계를 노트북의 부품들과 같이 둬봐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처럼 생명의 이해에 큰 진전이 없는 것에 대해 저자는 ‘생명=물질+정보’임에도 지금까지는 물질에 너무 치우쳐 있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생명의 정보는 게놈, 즉 DNA염기서열에 담겨 있으므로 해독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독자도 있겠지만 앞서 인공생명체에서 언급했듯이 게놈의 정보만으로는 부족하다.

세포가 어느 수준 이상 손상되면(즉 구조정보를 잃으면) 아무리 게놈이 온전해도 결코 원상복구가 될 수 없다. 나를 포함해 지금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조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수십억 년 세월 동안 세포에 담긴 정보가 한순간도 소실되지 않은 채 진화해온 셈이다.

저자는 “아미노산 같은 단순한 밑감과 물질대사와 복제를 하는 세포 사이에는 아득한 복잡성의 간극이 자리하고 있다”며 스탠리 밀러의 실험 이후 풍미한 여러 가설은 “생명의 기원이 화학적 요행이었다”는 순진한(무지한) 관점으로 이는 어림도 없는 소리라는 것이다.
  
생명의 복잡성을 뒷받침하는 엄청난 정보량과 처리능력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양자생물학 등 여러 최신 이론을 소개하고 있지만 현재 성과는 초라하다는 게 결론이다.

저자는 “지금까지 발견된 물리학과 화학의 법칙들은 생명을 보지 못한다(life blind(생명맹))”며 “만일 자연에 어떤 ‘생명원리’가 작용하고 있다면 그것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했다. 

● 진화의 물리학 조립이론

“순수하게 생명의 화학적 지문만을 가지고 생명 여부를 식별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가? 글래스고대의 리 크로닌은 주어진 큰 분자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단계의 수에 기초해서 화학적 복잡성을 측정하자고 제안했다.”

분자의 복잡도를 나타내는 조립지수(assembly index)는 구성요소(building block)에서 어떤 분자를 만드는 최단 경로의 단계 수다. 그림에서 에탄올(아래 왼쪽에서 두 번째)의 조립지수는 1이고 디에틸프탈레이트(observed)는 8이다. 네이처 제공

분자의 복잡도를 나타내는 조립지수(assembly index)는 구성요소(building block)에서 어떤 분자를 만드는 최단 경로의 단계 수다. 그림에서 에탄올(아래 왼쪽에서 두 번째)의 조립지수는 1이고 디에틸프탈레이트(observed)는 8이다. 네이처 제공

책에서 위의 구절을 읽다가 문득 ‘이 사람 얼마 전 좀 읽다가 포기한 논문의 저자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분자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단계의 수’가 논문에 나오는 조립지수(assembly index)의 정의였던 것 같다.

찾아보니 10월 12일자 ‘네이처’에 실린 논문으로 크로닌이 교신저자다. 흥미롭게도 데이비스가 소장으로 있는 애리조나주립대 비욘드연구소(직역하면 과학근본개념초월센터)의 부소장인 새라 워커가 공동 교신저자다.

논문은 물리학과 생물학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조립(assembly, 줄여서 A)’이라는 새로운 물리 개념을 제안하고 있다. 조립은 주어진 대상들의 무리, 앙상블(ensemble)이 생겨나는데 요구되는 인과성의 정도를 나타낸다. 대상의 선택과 진화를 정량화한 것이다. 선택과 진화란 생물에서 보이는 현상으로 기존 물리학에서는 다루지 못하는 영역이다.

논문은 대상이 분자인 경우를 다루고 있다. 기존 물리화학의 관점에서 보면 분자가 복잡해질수록 가능한 종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지만 실제 존재하는 개수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를 보면 가능한 구조의 극히 일부만이 존재하는 대신 개수가 많은 경우가 꽤 된다. 

예를 들어 커피 한 방울을 앙상블로 보면 카페인을 비롯해 구조가 복잡한 분자 수백 가지가 각각 상당한 개수 들어있다. 단순한 물리화학계에서 이런 조성의 앙상블이 존재할 가능성은 사실상 ‘0’이다. 결국 커피 한 방울의 분자 조성은 오랜 세월 선택을 통해 진화한 결과이고 여기에는 생물이 개입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빅뱅 이후 우주에서 가능한 대상(objects)의 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늘겠지만, 선택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복잡도가 커질수록 복제수(copy number)는 적어질 것이다(왼쪽). 반면 선택이 일어났다면 관련된(진화) 대상의 복잡성이 커지더라도 복제수가 여전히 많게 유지될 수 있다. 생명체가 있는 지구에서 보이는 현상이다. 네이처 제공

빅뱅 이후 우주에서 가능한 대상(objects)의 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늘겠지만, 선택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복잡도가 커질수록 복제수(copy number)는 적어질 것이다(왼쪽). 반면 선택이 일어났다면 관련된(진화) 대상의 복잡성이 커지더라도 복제수가 여전히 많게 유지될 수 있다. 생명체가 있는 지구에서 보이는 현상이다. 네이처 제공

연구자들은 앙상블을 이루는 분자들의 인과성을 정량화한 수식을 만들어 조립이라고 정의했다. 지수함수의 합 형태인 수식에서는 구성 분자의 조립지수와 복제수가 주된 변수다. 조립지수가 크고 복제수가 많은 분자의 비율이 높을수록 해당 앙상블은 조립(A) 값이 크다. 

어떤 분자의 조립지수는 구성요소에서 출발해 해당 분자가 만들어지는 최단 경로의 단계 수를 뜻한다. 연구자들은 기존 화학합성법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자의 조립지수를 산출하는 알고리듬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에탄올의 조립지수는 1이고 디에틸프탈레이트의 조립지수는 8로 구조가 더 복잡해 보이는 분자가 대체로 조립지수도 더 크다.

앙상블을 이루는 분자 구성에 따라 조립(A) 값이 얼마나 달라질까 궁금해 한 번 계산해봤다. 예를 들어 앙상블1은 에탄올 9개와 디에틸프탈레이트 1개로 이뤄져 있고 앙상블2에는 에탄올 5개와 디에틸프탈레이트 5개, 앙상블3에는 에탄올 1개와 디에틸프탈레이트 9개가 있다. 수식에 넣어보니 앙상블1의 A는 3.2이고 앙상블2의 A는 9.8, 앙상블3의 A는 18.4다. 전체 분자 개수가 같을 경우 조립지수가 큰 분자 비율이 커질수록 조립(A) 값도 커짐을 알 수 있다.

조립이론은 외계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최근 측정 장비의 해상도가 높아지면서 적외선, 질량분석 등 스펙트럼 데이터에 담긴 정보도 늘고 있다. 이를 분석하면 분자 조성과 상대적인 함량을 추정할 수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구한 조립(A) 값이 크면 외계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가능성을 검토한 별도의 논문을 온라인에 공개했고 학술지에 투고해 게재심사를 받고 있다. 

‘뻔한 얘기 같은데 굳이 조립이라는 새 개념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엔트로피(entropy, 줄여서 S)를 떠올리면 어떤 상태를 수식을 통해 정량화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독일의 물리학자 루돌프 클라우지우스는 1865년 발표한 논문에서 에너지와는 다른 엔트로피의 개념과 이를 나타내는 수식을 제안했다. 클라우지우스는 “우주의 에너지는 일정하다. 반면 우주의 엔트로피는 최대를 향하는 경향이 있다”고 썼다. 오늘날 엔트로피는 무질서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고 보면 조립(A)은 엔트로피와 반대되는 특성이다. 즉 엔트로피가 무질서도 정보의 상실 정도를 정량화한 값이라면 조립은 역사의 맥락(진화)이 있는 대상들의 선택된 구성이 나오는데 필요한 기억(정보)의 양을 포착한 값이기 때문이다. 

‘기계 속의 악마’에서 저자는 “생명 물질을 완전하게 설명해내려면 분명 무언가 전적으로 더욱 심오한 것이 필요하다”며 “물리법칙 자체의 본성을 새로 고쳐 써야 하는 것이다”라고 결론지었다. 이런 맥락에서 조립이 나름 심오한 개념으로 인정돼 널리 쓰일지 지켜볼 일이다.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10권), 《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 《식물은 어떻게 작물이 되었나》가 있다.

[출처]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62674

Loading

5 12월 2023

[정보 (및 수학)] 수퍼컴에 필적하는 ‘양자컴’ 나왔다

[정보 (및 수학)] 수퍼컴에 필적하는 ‘양자컴’ 나왔다

수퍼컴에 필적하는 ‘양자컴’ 나왔다

IBM, ‘1000 큐비트’ 규모로 개발

수퍼컴퓨터에 필적할 만큼 빠른 속도로 연산이 가능한 양자 컴퓨터가 개발됐다. 양자컴은 기존 고전 역학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양자 현상을 이용해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는 컴퓨터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개발한 양자컴이 연구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번에 공개된 미국 IBM의 양자컴은 현재 상용화된 수퍼컴 수준을 따라잡았다.

IBM은 4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열린 ‘IBM 퀀텀 서밋’ 연례행사에서 1121 큐비트(qubit)의 ‘콘도르’를 공개했다. 큐비트는 양자컴의 연산 단위로 컴퓨터의 비트에 해당한다. 양자컴 연구자들은 수퍼컴을 뛰어넘는 양자컴의 기준을 1000큐비트 이상으로 전망해왔다. 스콧 크라우더 IBM 부사장은 “기존은 작은 단위의 큐비트로 시뮬레이션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 더 큰 규모의 복잡한 연산이 가능해지는 단계”고 말했다.

그래픽=김하경
그래픽=김하경

◇매년 2~3배씩 성능 향상

양자컴은 기존 컴퓨터와 달리 0과 1을 동시에 연산 단위로 사용한다. 00, 01, 10, 11로 구현하는 식이다. 덕분에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성능이 높아진다. 앞서 2019년 구글은 수퍼컴으로 1만년 걸릴 계산을 53큐비트 양자컴으로 200초 만에 수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특정한 문제만을 빠르게 풀어낼 수 있는 일종의 실증 장치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공개된 콘도르는 1121큐비트 규모다. 지난해 공개한 ‘오스프리’의 433큐비트를 배 이상 뛰어넘은 것이다. IBM은 2019년 팰콘(27큐비트), 2020년 허밍 버드(65큐비트), 2021년 이글(127큐비트) 등 매년 2~3배씩 큐비트 성능을 높여왔다. 내년에는 1386큐비트의 플라밍고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2026년 이후에는 1만~10만 큐비트 수준의 양자컴을 개발할 계획이다. 크라우더 부사장은 “양자컴은 암호 해독 같은 특정한 영역에서 전통적인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연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했다.

IBM은 이날 양자컴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큐비트를 늘리는 것 이외에 모듈(단위)을 연결하는 기술도 발표했다. IBM이 이날 공개한 ‘헤론’은 133큐비트이지만, 이를 3개 연결해 양자컴을 구축했다. IBM은 “모듈을 연결하는 것은 오류율을 대폭 낮추면서도 큰 규모의 양자컴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양자컴은 이론상 큐비트를 늘릴수록 오류가 많아지기 때문에 이를 보정하는 기술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IBM은 “큐비트 성능이 높은 양자컴 하나를 만드는 것보다 작은 모듈을 여러 개 연결하면 오류 발생 확률이 줄어들면서 성능이 더 좋은 양자컴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했다. 헤론은 전작 대비 오류율이 최대 5배 향상됐다. 크라우더 부사장은 “양자컴 상용화가 임박한 만큼, 지금부터는 얼마나 퀄리티를 높이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10년 내 구체적 성과 나올 것”

업계에서는 양자컴이 머지않아 산업 현장에 투입될 것으로 기대한다. IBM은 지난 6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양자 유용성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오류를 내지 않고 안정적으로 양자컴이 작동하면서 기존 컴퓨터보다 더 나은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양자컴은 우주 같은 기초과학 연구뿐 아니라 소재 개발, 반도체, 제약 분야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금융 산업에서 사기 행위를 감지하거나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도출해내는 식이다. 크라우더 부사장은 “우리가 아직 시도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할 도구(양자컴) 하나를 가지게 됐다”며 “10년 정도 뒤면 양자컴의 활용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큐비트(qubit)

양자컴퓨터의 연산 단위. 전통적 컴퓨터는 ‘비트’를 사용해 연산하며, 비트는 0 또는 1로 존재한다. 반면 큐비트는 0과 1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어 00, 01, 10, 11처럼 0과 1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 덕분에 연산 속도가 획기적으로 빠르다.

[출처]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3/12/04/Q2IO54LZNJB4JPG6PX5R6IGB3U/

Loading

5 12월 2023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사적인 영역, 선 넘지 않기의 중요성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사적인 영역, 선 넘지 않기의 중요성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사적인 영역, 선 넘지 않기의 중요성

입력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해외에서 지내면서 한 가지 편하다고 느끼는 것은 내가 원하는 바에 따라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관계들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벌써 함께 5년 이상 매주 회의를 하며 함께 일하고 있는 선생님의 사적인 정보(나이, 가족 구성, 집안 사정, 재산 상태, 최근의 고민 거리 등)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일에 대해서라면 작은 고민도 서슴없이 상담할 수 있지만 일 외의 것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입이나 귀에 담지 않아도 되는 프로페셔널한 관계다.

물론 일터에서 만났지만 사적으로 친해져서 일상적인 고민 이야기도 함께 나누는 선생님도 있지만 굳이 내가 그러고 싶지 않다면 나의 아무 사적 정보도 오픈하지 않아도 되는, 또 알고 싶지 않은 정보들을 억지로 귀에 담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비교적 많이 존재한다.

때로는 내가 상대방의 기준에서 지나치게 사적인 정보를 오픈했을 경우 ‘어..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 하는 문제인 것 같아. 나한테 이런 얘기해도 괜찮겠어?’라고 분명하게 선을 긋는 말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기분 나빠 했던 적은 없다. 사람이 당황하면 할 말 안 할말을 다 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적지 않다.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듯 상대방의 프라이버시도 최대한 지켜주고 존중해주는 것에 가깝달까.

한국에서는 일부러 과한 음주와 함께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까발리고 ‘바닥’을 드러내면서 서로를 존중하기보다는 떳떳치 못한 일을 함께 벌인 ‘공범’으로서의 관계를 강요하는 경향이 있지만 관계마다 원하는 만큼의 선을 개인이 설정할 수 있는 사회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바운더리들을 가진 관계들이 많이 생기다 보니 직장에서 난데없이 ‘가족’과 같은 끈끈함을 찾는 데서 오는 각종 오지랖과 요청하지 않은 조언, 알고 싶지 않은 사생활 이야기 등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었음을 느낀다.

경계를 흐리는 일 없이 일은 일로, 사적인 영역은 사적인 채로 간직할 수 있어서 괜히 혼자 착각하고 상처 입거나 서운해 하는 일도 많이 줄어들었다.

미국 콜롬비아대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프로스트의 연구에 의하면 실제로 관계에서 얻길 바라는 이상적인 친밀도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 또한 이 선이 지켜지는지의 여부가 우리의 행복과 관계만족도에 큰 영향을 준다.

프로스트와 동료들은 연인관계에 있는 약 1700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약 2년간의 추적조사 끝에 관계에서 각자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친밀하지 못한 것도 행복과 관계의 질, 관계의 유지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 ‘이상’으로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 또한 행복과 정신건강(우울, 좌절 등), 관계 유지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Frost & Forrester, 2013).

무조건 끈끈할수록 좋을 것 같은 연인 관계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바운더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원이 ‘나’ 또 다른 원이 ‘연인’이라고 했을 때 본인이 원하는,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친밀도와 실제 친밀도가 다르면(원하는 것보다 멀거나 또는 원하는 것보다 가까움) 행복도와 정신건강이 비교적 좋지 않으며 더 빨리 헤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연구에서도 스스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친밀도보다 실제 친밀도가 더 높거나 낮으면, 다시 말해 상대가 자신이 설정한 바람직한 관계의 선을 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자신의 관계 만족도 뿐 아니라 상대방의 관계 만족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또한 상대가 바라는 이상적인 친밀도와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친밀도의 차이(예, 상대는 최대 10에서 9의 친밀도를 원하지만 나는 7을 원하는 등)보다 상대방이 자신의 내적 바운더리를 넘어서고 있는지 여부가 더 관계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더 가까운 또는 다소 쿨한 관계를 원하는지는 그 자체로 크게 중요치 않지만 실제로 상대가 자신이 정한 선을 침범했다는 느낌이 들면 그 때부터 관계에 어려움이 생기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결국 서로 원하는 바가 다른 것은 괜찮지만 상대가 원하는 바를 무시하거나 위반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나 친구, 가족, 연인 사이의 관계 모두 우리는 서로 다른 관계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들이 조금씩 다르다.

친구와는 한 없는 끈끈함을 원하지만 직장에서는 어디까지나 함께 일하는 남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고 대체로 모든 관계에서 막역한 관계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연인이나 가족 사이에서도 충분히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 프라이버시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마다 다 성격이 다르듯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얻고자 하는 것 또한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더더욱 타인과의 관계가 유지되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은 ‘존중’임을 잊지 말자. 관계를 통해 내가 나의 필요와 욕구가 채워지길 바라듯 타인 또한 그러하다.

서로가 바라는 바를 최대한 존중하고 함부로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나도 상대도 비로소 만족할 수 있는 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만약 딱히 나쁜 일은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불편하게 느껴지고 거부감이 드는 관계가 있다면 자신이 이 관계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인고 상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혹시 누군가의 바운더리가 침해된 적은 없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나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를 원하는 타인에게 지나친 끈끈함을 강요한 적은 없는지 반대로 부담스러운데 자꾸 선을 넘어서 다가오는 사람은 없는지 생각해 보자. 필요하다면 터놓고 대화를 해 보는 것도 좋겠다.

Frost, D. M., & LeBlanc, A. J. (2022). The complicated connection between closeness and the quality of romantic relationships.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39, 1237-1255.
Frost, D. M., & Forrester, C. (2013). Closeness discrepancies in romantic relationships: Implications for relational well-being, stability, and mental health.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9, 456-469.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584/0000025145?ntype=RANKING

Loading

27 11월 2023

[천체물리 – 우주(과학)] ‘역대급’ 정체불명 극한에너지 우주선 관측…한국 과학자 주도

[천체물리 – 우주(과학)] ‘역대급’ 정체불명 극한에너지 우주선 관측…한국 과학자 주도

‘역대급’ 정체불명 극한에너지 우주선 관측…한국 과학자 주도

입력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우주 관측 사상 가장 높은 에너지를 가진 ‘우주선(cosmic ray)’이 관측됐다. 우주선은 우주공간에서 지구로 끊임없이 도달하는 각종 입자와 방사선을 의미한다. 천병구 한양대 물리학과 교수, 박일흥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등 국내 연구진이 참여한 ‘텔레스코프 어레이(TA) 코퍼레이션’ 국제공동연구팀은 2.44×1020전자볼트(eV)의 에너지를 갖는 정체불명의 우주선을 관측하고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관측된 우주선 중 가장 강력해 ‘극한 에너지 우주선(UHECRs)’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국, 미국, 일본, 대만 등 국제공동연구팀으로 이뤄진 TA 연구단은 미국 유타주 사막에 설치된 지상망원경과 지표 입자검출기 등을 통해 2008년 5월부터 약 15년 간 천체 데이터를 관측하고 분석한 결과 2021년 5월 27일 10시 35분 56초 경(UTC·세계표준시 기준) 2.44x1020eV라는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우주선을 찾아냈다. 천병구 한양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 정도 에너지를 지닌 우주선을 구성하는 우주입자를 단 1그램(g)만 모아도 20킬로톤(kt·1kt은 TNT 1000t)급 핵폭탄 1000억 개가 뿜어내는 에너지와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우주선은 1911년 미국 물리학자 빅터 헤스가 처음 관측한 이래 우주의 기원을 풀 핵심 열쇠로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정확한 기원이나 생성 과정 등은 알려져 있지 않다. 지금까지 108~1018eV 영역에 해당하는 고에너지 우주선은 관측된 바 있지만 1020ev 급에 달하는 강한 에너지의 우주선이 관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주선에 포함된 하전 입자는 지구로 날아오는 동안 우주 자기장의 영향을 받으며 휘어지곤 하는데, 연구단은 이번에 관측된 우주선의 에너지가 너무 커서 자기장의 힘을 무시할 정도였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특이한 것은 이번 극한 에너지 우주선의 방향을 관측한 결과 우주선이 뿜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우주 공간에서는 우주선을 발생시킬 수 있을 만한 천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천 교수는 “텅 빈 우주 공간에서 우주 자기장까지 억누를 정도의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 셈”이라며 “우주선의 근원이 암흑물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암흑물질은 우주 물질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고 추정되지만 아무런 빛을 내지 않아 존재를 인식할 수 없는 미지의 물질이다.

다만 우주선은 날아오는 동안 우주에 존재하는 전자기파가 총체적으로 누적된 ‘우주배경복사’와 상호작용하면서 에너지를 조금씩 잃는다는 점에서 이번에 관측된 고에너지 우주선의 기원이 매우 먼 우주 공간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다. 천 교수는 “최소 100메가파섹(Mpc·약 33만광년) 이내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발견에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진행된 해외우수연구기관유치사업의 일환으로 연구에 참여한 국내 연구진의 기술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선 입자를 검출하는 데 사용된 지표 입자검출기 30여 대는 한양대·성균관대 등 국내 연구진이 국내에서 직접 제작했다. 연구에 참여한 박일흥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국내 연구진 4명이 6개월~2년 간 유타주 사막에 상주하며 검출기 총 260개를 재조립하고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면적과 비슷한 700km2의 사막에 1.2km 간격으로 입자검출기를 설치해 2008년부터 우주로부터 떨어지는 우주선 입자를 검출했다. 우주선이 대기권에 들어오면 대기에 있는 질소 등과 만나 수많은 입자를 생성하는데, 이때 발생한 기본입자 ‘뮤온’의 비율을 관측해 에너지의 크기를 측정했다. 이를 지상망원경이 관측하는 자외선과 비교해 정확한 에너지 양을 검출하는 방식이다.

박 교수는 “국내 연구팀은 현재 유타 사막에서 실험 인프라를 구축하는 중”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지역에서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초고에너지 입자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천 교수는 “이번 결과를 통해 초강력한 에너지의 방향을 나타낸 새로운 우주지도를 그리는 등 천체천문학 연구의 새로운 발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584/0000025068?cds=news_media_pc

Loading

24 11월 2023

[천체물리 – 우주(과학)] 출처 모를 초고에너지 우주선 포착, 현대 물리학으로 ‘설명 불가’

[천체물리 – 우주(과학)] 출처 모를 초고에너지 우주선 포착, 현대 물리학으로 ‘설명 불가’

출처 모를 초고에너지 우주선 포착, 현대 물리학으로 ‘설명 불가’

미지 우주선 01.png
 
미국 유타주 서부 사막에 위치한 입자 검출기 연구 단지 ‘텔레스코프 어레이’에서 포착된 초고에너지 우주선 ‘아마테라스 입자’의 상상도./오사카공립대학교

현대 물리학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초고에너지 ‘우주선(Cosmic Ray∙宇宙線)’이 두 번째로 포착됐다. 이 우주선의 출처 또한 전혀 알 수 없는 ‘공허(Void)’여서 인류의 천문학적·물리학적 한계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 ‘텔레스코프 어레이’(Telescope Array) 공동연구단은 지난 2021년 포착된 우주선 입자의 에너지가 244EeV(엑사전자볼트=10의 18제곱 전자볼트)로 이론상 가능한 수치보다 5배나 큰 것으로 분석됐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게재됐다.

텔레스코프 어레이는 미국 유타대학교, 일본 도쿄대학교가 주도하는 국제 연구단으로 미국 유타주 서부 사막에 입자 검출기 507개를 700㎢의 면적에 일정하게 배열해 만든 ‘코스믹 어레이’를 이용해 우주를 연구한다. 국내에서는 성균관대 박일흥 교수와 한양대 천병구 교수, 울산과기원(UNIST) 류동수 교수 연구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우주선’은 이름과 달리 우주에서 들어오는 방사선과 입자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번에 포착된 우주선은 일본 오사카 공립 대학교의 천문학자 토시히로 후지이가 2021년 5월 27일 일상적인 관측을 진행하다 우연히 발견했다. 후지이 박사는 네이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소프트웨어에 버그가 발생했거나 단순한 관측 오류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관측은) 오류가 아니었다”고 했다. 연구단은 일본 신화에 나오는 태양의 여신 이름을 따 이 우주선을 ‘아마테라스 입자’로 명명했다.

아마테라스 입자는 코스믹 어레이의 북서쪽 부근 검출기 23개, 48㎢ 면적에서 포착됐다. 이 입자들을 분석한 결과 에너지가 244EeV에 달하는 사실이 밝혀진 것인데, 1Eev 이상의 에너지를 갖는 우주선을 ‘초고에너지 우주선(UHECR)’이라고 부르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적인 UHECR의 200배를 넘어서는 위력이다. 1Eev는 인간이 만든 입자가속기에서 도달할 수 있는 에너지보다 약 100만배 강력한 수준이다.

미지 우주선 02.png
 
우주를 가로질러 지구로 들어오고 있는 초고에너지 우주선 ‘아마테라스 입자’ 상상도./오사카공립대학교

이렇게 강력한 UHECR이 관측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가장 먼저 포착된 초고에너지 UHECR은 1991년 포착된 ‘오마이갓 입자(oh-my-God particle)’로 에너지 수준이 320Eev에 달했다. 1991년 이후로도 30개 이상의 UHECR이 관측됐으나 에너지 수준이 ‘오마이갓 입자’와 비슷한 수준에 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학자들이 충격에 빠진 것은 이 우주선의 에너지 수준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 물리학 이론에서는 입자가 다른 은하에서 우리 은하로 이동할 때 가질 수 있는 에너지의 상한선을 50EeV로 추정한다. 이는 양성자가 빛의 속도에 99.99% 가까울 정도로 빠르게 움직일 때 가질 수 있는 에너지의 크기로, 이 한계선을 ‘그레이젠-자트세핀-쿠민즈’ 한계라고 부른다. 그런데 오마이갓 입자와 아마테라스 입자는 이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은 것이다.

또 다른 미스터리는 이 우주선의 출처다. 보통의 UHECR은 저에너지 우주선에 비해 자기장에 강하게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우주를 직선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입자 측정 지점으로부터 역산하면 초신성 폭발이나 블랙홀 등 어떤 천체로부터 UHECR이 왔는지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아마테라스 입자가 날아온 방향을 역산하자 알려진 천체가 없는 ‘빈 공간(void)’이 나왔다. 오마이갓 입자도 마찬가지였다.

연구자들은 자기장이 우주선의 진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현재의 추정치가 잘못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마테라스가 연구팀의 계산과 다른 방향에서 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테라스 입자가 인류는 아직 모르는 물리적인 과정에 의해 생성돼 추정치보다 훨씬 먼 거리를 이동해왔을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이든 현대 물리학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미스테리라는 것이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존 벨츠 유타대 교수는 사이언스에 “시공간 구조의 결함일수도 있고, 우주 끈(cosmic string·우주 생성 초기에 형성된 아주 얇은 관 모양의 고에너지 물질)이 충돌한 것일 수도 있다”며 “사실 기존의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온갖 이상한 아이디어를 뱉어보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출처] https://www.chosun.com/economy/science/2023/11/24/SLBGMJAQ5RFIDIYW5HWLWMRLJQ/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