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2월 2021

[물리학 뉴스] 액체도 고체도 아닌 새로운 물질 상태 발견

액체도 고체도 아닌 새로운 물질 상태 발견

2021.02.07 09:30

 

유리는 입자 배열 구조가 독특하다. 보통의 고체 물질은 입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돼있는데, 고체 유리를 구성하는 입자들은 무질서하게 퍼져있다. 

과학자들은 유리가 액체 상태에서 고체상태로 바뀌는 ‘유리 전이’ 과정에 비밀이 숨어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그 비밀의 실마리가 될 새로운 물질 상태가 발견됐다. 

마티아스 훅스 독일 콘스탄츠대 물리학과 교수팀은 젤과 같은 콜로이드와 고체의 중간 성격을 띠는 물질 상태를 발견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월 19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우선 플라스틱(PMMA)으로 모양이 타원체인 콜로이드 입자를 만들었다. 보통 콜로이드의 특성을 연구할 땐 구형의 입자를 사용하지만, 고체 유리와 같이 독특한 물질의 상태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모양의 입자를 사용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타원형 콜로이드를 특정 용매에 넣어 콜로이드 현탁액을 만든 뒤, 콜로이드 입자 농도를 조절하며 공초점현미경으로 특성을 관찰했다. 그 결과 입자들이 병진운동(평행이동)은 하지만 회전운동은 하지 않는 독특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보통의 콜로이드 입자는 병진운동과 회전운동을 동시에 보인다. 그러나 타원형 콜로이드 입자는 회전운동을 하지 않아 긴반지름의 방향이 동일한 입자들끼리 뭉쳐서 서로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이런 입자의 움직임은 유리 전이 과정 중 나타난다. 훅스 교수는 “유리 전이 과정을 분석하는 데 입자의 모양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doi: 10.1073/pnas.2018072118

  • 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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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월 2021

[한 토막 과학상식]화학연 연구팀 세계 최초 발견한 ‘나노입자 광사태 현상’ 무엇인가

[한 토막 과학상식]화학연 연구팀 세계 최초 발견한 ‘나노입자 광사태 현상’ 무엇인가

2021.01.15 00:00

나노 물질에 작은 빛 에너지를 쏘여주면 물질 내에서 빛이 증폭하며 더 큰 빛 에너지를 방출하는 ‘광사태 현상’을 한국 연구진을 포함한 국제공동연구팀이 처음으로 발견했다. 네이처 제공

나노 물질에 작은 빛 에너지를 쏘여주면 물질 내에서 빛이 증폭하며 더 큰 빛 에너지를 방출하는 ‘나노입자 광사태 현상’을 한국 연구진을 포함한 국제공동연구팀이 처음으로 발견했다. 빛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퍼져나가는 형태를 눈사태에 빗대 광사태 현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네이처 제공

한국과 미국, 폴란드 과학자들이 나노 물질에 작은 빛 에너지를 쏘여주면 물질 안에서 빛이 증폭하며 더 큰 빛 에너지를 방출하는 ‘나노입자 광사태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빛 에너지 전환효율을 40배 이상 높여 바이오 의료, 자율주행차, 태양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영덕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 책임연구원과 남상환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미국과 폴란드 연구팀과  ‘툴륨’이라는 원소를 특정한 원자격자 구조를 가진 나노입자로 합성하면 작은 에너지의 빛을 약한 세기로 쪼여도 빛이 물질 내부에서 증폭 반응을 일으켜 더 큰 에너지의 빛을 강한 세기로 방출하는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적 성과를 인정받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4일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나노물질은 빛 에너지를 흡수하면 일부는 열에너지로 소모하고 나머지를 처음 흡수한 빛보다 작은 에너지로 방출한다. 이러한 하향변환 현상과 달리 일부 나노입자는 작은 에너지의 빛을 흡수해 더 큰 에너지의 빛을 방출하는 상향변환 현상을 보인다. 빛 알갱이들이 결합하면서 수는 적어지는 대신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진 채 다시 방출되는 것이다.

상환변환 나노물질은 작은 에너지의 빛을 집중시켜 주는 렌즈 역할을 할 수 있다. 바이오 의료기술, 자율주행차나 사물인터넷(IoT)용 센서 등 다양한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효율이다. 상향변환 나노물질은 들어간 빛의 양 대비 나온 빛의 양을 뜻하는 광변환 효율이 1% 이하로 매우 낮다.

이번에 연구팀은 툴륨 원자의 격자 구조를 만들어 빛이 그 속에서 연쇄증폭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광변환 효율을 한 번에 40%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광학적 연쇄증폭을 일으키는 나노입자의 모습이 빛이 눈사태를 일으키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데 착안해 ‘광사태 나노입자’라고 이름붙였다.

서 책임연구원은 “상향변환 나노물질을 키가 1m 밖에 안되는 아이 100명이 성장을 키우는 마술상자로 비유할 수 있다”며 “기존 상향변환 나노입자는 2~3m 키가 큰 사람이 1명이 나오던 것이라면 지금은 40명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현상을 활용해 빛으로 보기 힘든 25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크기의 물질을 높은 해상도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빛을 이용해 관측할 때는 가시광선 파장대인 400~700nm보다 작은 물질을 보기 어렵다. 하지만 작은 빛을 쪼여줘도 강한 빛을 방출하도록 하면서 작은 물질을 보는 초고해상도 현미경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서 책임연구원은 “살아있는 세포 내부를 들여다보는 현미경으로 신약개발이나 진단 등에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영덕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이 이달 14일 세종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서영덕 한국화학연구원 의약바이오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이 이달 14일 세종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광사태 나노입자는 빛을 활용한다면 어디나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화학연 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팀과 전지 효율을 높이는 응용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광사태 나노입자가 전지가 흡수하지 못하는 근적외선을 흡수해 더 큰 에너지의 낮은 파장대로 방출시켜 전지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임신진단키트 형태의 바이러스 진단키트 등 형광물질을 쓰는 체외진단기기, 레이저 수술 장비, 항암 치료와 피부미용 용 마이크로 레이저 기술 등에도 적용 가능성을 찾을 계획이다.

서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성과는 빛을 활용하는 모든 산업과 기술에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어 향후 미래 신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바이오 의료분야를 비롯해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위성 등 첨단 IoT 분야, 빛을 활용한 광유전학 연구나 광소재 등의 포토스위칭 기술 분야 등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만큼 후속 연구를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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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월 2021

[표지로 읽는 과학]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관측한 블루 제트

[표지로 읽는 과학]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관측한 블루 제트

2021.01.23 06:00

네이처 제공

네이처 제공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1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본 블루 제트(Blue Jet)의 모습을 표지로 실었다. 지구 표면에서 블루 제트가 파랗게 빛나는 모습을 표현했다. 다만 실제 촬영본이 아닌 상상도다. 

블루 제트는 번개의 한 형태로 구름 꼭대기에서 성층권으로 솟아오르는 형상을 보인다. 뇌우에서 발생한 대전 입자들이 위로 이동하면서 주위 분자들을 이온화시켜 파란 빛을 낸다. 초속 100km로 고도 40~50km까지 치솟고 0.1~1μs(마이크로초·1μs는 100만 분의 1초)의 아주 짧은 시간에 발생했다가 바로 사라진다.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치는 일반적인 번개와 달리 블루 제트처럼 위쪽으로 생기는 번개를 ‘상향 번개’ 또는 ‘로켓 번개’라고 부른다. 성층권에서는 블루 제트가, 그보다 높은 중간권에서는 ‘스프라이트(Sprites)’로 불리는 번개가, 가장 꼭대기인 전리층에서는 ‘엘브스(ELVES)’로 불리는 번개가 발생한다.

이들 셋 중에서도 블루 제트에 대해 밝혀진 게 가장 적다. 아직까지 블루 제트가 어떻게 생성이 되는지, 또 어떤 특성이 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우주왕복선이나 비행기에서 가끔 그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너무 짧은 시간에 발생하고, 지상에서는 대기의 방해 없이 블루 제트를 관찰하기가 어려웠다.

토르스텐 노이버트 덴마크 공대 국가우주연구소 수석연구원팀은 2018년 유럽우주국(ESA)이 개발해 ISS에 설치한 대기-우주 상호 모니터링(ASIM) 장비로 블루 제트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약 10μs라는 아주 짧은 순간 동안 블루 제트를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블루 제트는 지구 대기 전리층 내의 엘브스와 함께 발생했다. 엘브스는 전자기 펄스로 인해 빠르게 방출되는 빛과 매우 낮은 주파수의 섭동을 뜻한다. 전자기 펄스는 짧은 시간에 퍼져나가는 강력한 파장인 펄스 형태로 방출되는 전자기파를 뜻한다. 

블루 제트가 시작될 때 희미한 적색 방출 펄스가 나타나고, 이어서 펄스에서 방출된 빛과 섭동이 점점 약해지는 동시에 국부화 현상이 일어났다. 국부화 현상은 물질 내부에서 섭동이 정지되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블루 제트를 만들어내는 적색 펄스는 ‘NBP’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NBP(Narrow bipolar pulse)는 뇌우에서 발생하는 강한 고주파장이다.

노이버트 수석연구원은 “NBP는 구름에서 땅으로 번개를 치게 만들고, 블루 제트가 성층권에서 발생하는 이유로 알려져 있다”며 “실제 관측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3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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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월 2021

초미시 세계 관찰하는 기술로 물질 만드는 근본 힘 측정한다

초미시 세계 관찰하는 기술로 물질 만드는 근본 힘 측정한다

2021.01.27 14:13

기묘한 입자 중에 가장 희귀한 오메가 하이퍼론(왼쪽)과 양성자(오른쪽)와의 상호작용을 예술적으로 상상한 그림. (©CERN)

강입자의 일종인 하이퍼론 중 가장 희귀한 오메가 입자(왼쪽)와 양성자(오른쪽)와의 상호작용을 나타낸 그림. CERN 제공

국내 연구팀이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100만분의 1에 불과한 입자까지 관찰하는 기술로 우주를 지배하는 기본적인 힘 중 하나인 ‘강력’을 정밀하게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초기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대형이온충돌실험(ALICE·앨리스)을 수행하는 국내 7개 연구팀이 1펨토미터(1펨토미터는 1000조 분의 1m) 규모의 초미시 세계를 관찰하는 ‘펨토스코피’ 기술로 강입자인 오메가 입자와 양성자 사이의 강력을 정밀하게 측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앨리스는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로 입자들을 빛의 속도로 충돌시켜 빅뱅 직후의 원시우주를 재현하는 국제 공동프로젝트다. 양성자와 중성자보다 작은 쿼크와 글루온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관찰해 우주 초기 물질의 생성과정과 우주의 진화 과정을 예측하는 것이 목표다. 전 세계 39개 국가의 1900여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강릉원주대, 부산대, 세종대, 인하대, 연세대, 전북대, 충남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8개 연구기관에서 40명의 연구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는 이 가운데 7개팀이 참여했다.  

거대강입자가속기에서는 쿼크와 글루온 사이에 강력이 발생해 양성자나 중성자 같은 강입자가 만들어진다. 강력은 중력, 전자기력, 약력과 함께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가지 기본 힘 중 하나로 현재까지 강력이 발생하는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고 실험을 통해 정밀하게 측정하기도 어려웠다.

연구팀은 거대강입자가속기에서 만들어지는 입자들의 운동량 차이를 측정하는 펨토스코피 기술을 이용해 강입자의 한 종류인 하이퍼론 중 가장 희귀한 오메가 입자와 양성자 사이에 발생하는 강력을 정밀하게 측정했다. 펨토스코피는 펨토 크기의 초미시 세계를 관찰하는 기술을 일컫는데, 연구팀은 양성자끼리 충돌해 만들어지는 오메가 입자와 양성자의 운동량을 비교해 충돌 전 작용하는 강력을 역으로 추적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즉 입자들의 운동량을 이용해 초미시 세계에서 나타나는 정보를 알 수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오메가 입자와 양성자 사이의 강력을 측정한 결과 두 입자 사이에 작용하는 강력을 이론적으로 계산한 값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윤진희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는 “하이퍼론처럼 불안정한 입자에 작용하는 강력은 정밀하게 측정할 수 없었다”며 “여러 입자를 생성하고 운동량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거대강입자가속기를 이용해 초미시 세계를 관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터넷판 2020년 12월 9일자에 실렸다.

  • 김우현 기자 mnchoo@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3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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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월 2021

지구에서 가까운 ‘트라피스트-1’ 지구형 행성 7개 “밀도 놀랍도록 비슷해”

지구에서 가까운 ‘트라피스트-1’ 지구형 행성 7개 “밀도 놀랍도록 비슷해”

2021.01.27 17:20

NASA/JPL 제공

지구에서 약 40광년 떨어진 ‘트라피스트-1’ 주위를 도는 지구형 행성 7개의 밀도가 거의 같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NASA/JPL 제공

지구에서 약 40광년 떨어진 왜성인 ‘트라피스트-1’ 주위를 도는 지구형 행성 7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밀도가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에 따르면 이들의 밀도 차이는 최대 3% 수준에 불과했다. 또 지구 조성비와 비교하면 철(Fe)을 제외한 나머지 성분 조성비도 매우 유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금까지 나온 트라피스트-1 행성 7개에 대한 가장 자세한 분석이다.

에릭 아골 미국 워싱턴대 천문학부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미국천문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행성과학저널’ 22일자에 발표했다. 

트라피스트-1 주변을 도는 7개 행성은 2017년 처음 발견됐다. 트라피스트-1은 질량과 반지름이 태양의 10분의 1 수준으로 작고, 표면 온도도 태양의 절반 미만으로 낮다. 연구진은 2016년 트라피스트-1 주변을 도는 행성 3개를 처음 발견했고, 이듬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스피처 우주 망원경을 동원해 나머지 행성 4개를 추가로 발견했다. 

당시 이들 7개 행성은 반지름이 지구의 0.7~1.1배, 밀도가 지구의 0.6~1.2배로 지구형 행성이며 표면 온도가 0~100도로 추정돼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천문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연구진은 7개 행성이 지구처럼 암석 위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당시에는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철, 산소, 마그네슘, 규소 등 행성 7개를 구성하는 물질의 조성비가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무엇보다 연구진은 7개 행성의 물질 조성비에서 철을 제외한 나머지 원소의 조성비가 지구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구에서 철 성분은 32%를 차지하고 있지만, 7개 행성에서는 철이 21%를 구성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연구진이 철 성분에 주목한 이유는 철과 산소가 결합한 산화철의 존재가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태양계에서 지구 외에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제기되는 화성 표면도 붉은 산화철로 뒤덮여 있다. 

이번 연구에는 지금은 퇴역한 케플러 우주 망원경의 관측도 한몫 담당했으며, 허블 우주 망원경도 관측에 기여했다. 또 올해 10월 발사가 예정된 제임스웹우주망원경도 트라피스트-1 주변 7개 행성을 관측한다. 연구진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7개 행성을 관측해 행성에 대기층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캐롤라인 돈 스위스 취리히대 컴퓨터과학연구소 박사는 26일(현지 시간) CNN에 “인류가 우주에 가득 찬 행성의 수수께끼를 풀기 시작한 지 30년이 채 되지 않았다”며 “트라피스트-1 행성계는 하나의 항성을 중심으로 도는 행성계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김승리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그간 트라피스트-1 행성계의 7개 행성은 질량을 정확히 구하기 어려웠다”며 “정밀한 관측 자료로 질량을 매우 정확히 결정하고, 이를 통해 행성의 밀도까지 추론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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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월 2021

[랩큐멘터리]구글·인텔도 뛰어든 양자컴퓨터 세계로 ‘퀀텀점프’

[랩큐멘터리]구글·인텔도 뛰어든 양자컴퓨터 세계로 ‘퀀텀점프’

2021.01.28 14:00

물질이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크기로 줄어들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양자역학은 실생활에서는 결코 느끼기 힘든 연구 분야다. 인간의 직관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다양한 현상을 설명하는 최신 물리학이지만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분야가 많다. 하지만 초전도체나 양자컴퓨터처럼 인류의 생활을 한 번에 바꿀 잠재력을 가진 분야기도 하다.

이길호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양자소자연구실은 양자역학을 실생활에 더 가까이 가져다 놓는 실험물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탄소 원자가 육각형으로 2차원 구조를 이루는 물질인 그래핀에 초전도체를 합쳐 나타나는 양자역학적 성질을 이용해 전자소자를 만드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이길호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이길호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연구실은 지난해 9월 그래핀 조셉슨 접합을 이용해 마이크로파 세기를 이론적 한계인 1초 측정기준 1아토와트(100경분의 1와트) 수준으로 검출하는 초고감도 검출기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 전자레인지부터 5세대(5G) 이동통신 주파수 등 실생활 곳곳에 쓰이는 마이크로파는 최근 양자컴퓨터 등 양자정보기술에도 활용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이 소자화된다면 양자컴퓨터 측정방식을 바꿔 양자컴퓨터 개발 분야의 판도를 뒤엎을 것이란 기대다.

수학에서 주로 다루던 위상의 개념이 양자역학으로 확장된 위상양자역학 연구도 진행중이다. 위상학은 연결성이나 연속성과 같은 기하학 성질을 다룬 수학 분야다. 위상물질로 제작한 소자는 양자역학적 특성을 보여 양자역학의 이론을 넓힐 뿐 아니라 응용에도 활용되는 분야로 기대받고 있다. 연구실은 지난해 7월 초전도 소자로 고차원 위상물질 존재를 실험으로 검증해 ‘네이처 머티리얼스’에 발표하면서 위상초전도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연구실은 양자역학을 자유자재로 갖고 노는 양자소자 연구를 통해 기초물리 영역에 있던 양자역학을 응용연구 영역으로 끌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양자역학은 양자컴퓨터와 같은 파괴적 기술로 과학기술의 차세대 대표 연구로 꼽히며 구글과 인텔 등 다양한 기업이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양자소자연구실은 그중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양자역학 연구를 추구하고 있다. 양자역학을 자유자재로 갖고 노는 양자소자 연구를 통해 기초물리 영역에 있던 양자역학을 응용연구 영역으로 끌어내는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다.

포스텍 양자나노소자 연구실 보러가기 https://youtu.be/3apLaQJi-_g

※대학 연구실은 인류의 미래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엿볼 수 있는 창문입니다. 인류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연구부터 실제 인간의 삶을 편하게 하는 기술 개발까지 다양한 모험과 도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연구실마다 교수와 연구원,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열정을 펼치고 있습니다.  연구자 한 명 한 명은 모두 하나하나의 학문입니다.  동아사이언스는 210개에 이르는 연구실을 보유한 포스텍과 함께 누구나 쉽게 연구를 이해할 수 있도록 2분 분량의 연구실 다큐멘터리, 랩큐멘터리를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소개합니다. 

  •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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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1월 2021

[강석기의 과학카페] 세포고기는 동물고기를 대신할 수 있을까

[강석기의 과학카페] 세포고기는 동물고기를 대신할 수 있을까

2021.01.05 17:19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선 지구촌 음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육류를 식물성 식재료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언스플래쉬 제공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선 지구촌 음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동물에게서 나온 육류를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언스플래쉬 제공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는 대신 우리는 그 문제를 상쇄하기 위해 뭔가를 발명한다.
– 제니 클리먼, ‘AI 시대, 본능의 미래’에서 

최근 수년 사이 지구촌에서 각종 자연재해의 규모와 빈도가 갈수록 커지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보다 1.5~2도 상승하는 수준에서 유지하기 위해 여러 나라들이 속속 탄소 중립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2050년을 목표로 삼았다. 탄소 중립이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해 ‘순 배출량’을 0이 되게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11월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구촌의 음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현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무려 30%가 음식과 관련된 활동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음식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이 목표는 물 건너간 얘기라는 말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미국 미네소타대 공동 연구자들은 음식을 뺀 나머지 영역에서 2020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이 일정하게 줄어 2050년 탄소 중립이 된다는 조건 아래 음식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이 미치는 영향을 여러 시나리오에 따라 분석했다. 

이 가운데 식단을 식물성 식재료 위주로 바꾸는 전략이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육류섭취량을 현재(하루 122g)의 3분의 1 수준인 하루 43g으로 줄인 식단을 지구촌 사람들 모두가 실천한다면 음식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래도 1.5도 이내 목표는 어렵지만 2도 이내는 가능하다. 육식을 줄이는 효과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문제는 이 시나리오가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현재 육류섭취량이 가파른 증가세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발표된 한 논문은 2050년 세계 육류소비량이 지금보다 적게는 62%, 많게는 144%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부터 배양육 시대 열리겠지만…
지난 12월 2일 싱가포르는 세계 최초로 미국 회사 잇저스트가 만든 배양육 닭고기의 판매를 승인했다. 조만간 싱가포르의 몇몇 고급 레스토랑에서 배양육 요리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잇저스트 홈페이지 캠처

지난 12월 2일 싱가포르는 세계 최초로 미국 회사 잇저스트가 만든 배양육 닭고기의 판매를 승인했다. 조만간 싱가포르의 몇몇 고급 레스토랑에서 배양육 요리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잇저스트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최근 육식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2050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배양육(cultured meat)이 우리 식탁에 오를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2월 2일 싱가포르는 세계 최초로 미국 회사 잇저스트(Eat Just)가 만든 배양육 닭고기의 판매를 승인했다. 아마도 올해는 배양육 상용화의 원년이 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최근 각종 매체에서 배양육의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고기를 얻기 위해 가축을 키울 필요가 없으므로 환경과 윤리 문제에서 자유롭고 병원체 감염과 항생제 남용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배양육을 ‘깨끗한 고기(clean meat)’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직은 가격 경쟁력에서 한참 밀리지만 기술이 좀 더 발전하고 대량생산체계가 갖춰지면 수년 내에 본격적으로 기존 고기를 대체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 필자의 옛 직장동료가 “번역한 책이 나왔다”며 한 권 보내줬다. ‘AI 시대, 본능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영국 기자인 제니 클리먼이 현장 취재를 통해 섹스로봇과 배양육, 인공자궁, 자살기계 등 흥미로운 미래기술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마침 잘 됐다 싶어 배양육을 다룬 2부 ‘식량의 미래’부터 읽어봤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배양육에 대한 환상을 깨는 내용이었다.

지난 12월 출간된 ‘AI 시대, 본능의 미래’에서는 배양육의 현주소를 비판적인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자본 유치를 위해 아직 미성숙한 기술을 성급하게 상용화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교보문고 제공

지난 12월 출간된 ‘AI 시대, 본능의 미래’에서는 배양육의 현주소를 비판적인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자본 유치를 위해 아직 미성숙한 기술을 성급하게 상용화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교보문고 제공

지난 2013년 네덜란드에서 배양육 패티가 들어있는 햄버거 시식 행사가 화제가 된 이래 배양육에 대해 늘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며 상용화를 기다리고 있던 필자로서는 다도 뜻밖이었다. 조만간 싱가포르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배양육 메뉴가 선보일 걸 생각하면 더 그렇다. 원서도 작년에 나온 거라 배양육 기술의 현주소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책 6장 ‘고기를 사랑하는 채식주의자’에서 저자는 잇저스트를 방문해 연구실을 둘러본 뒤 배양육으로 만든 ‘치킨 너겟’을 맛본 경험을 이렇게 묘사했다.

“계속 씹다 보니 서서히 맛이 역겹다는 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익숙한 고기 맛이었다. 촉촉함이 있고, 이에서 동물의 살을 씹는 끈적한 맛이 분명히 느껴졌다. 하지만 내가 상상 가능한 가장 저질 가공식품의 질감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치킨 너겟의 이런 식감조차 배양육만으로 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잇저스트의 고객서비스책임자와의 대화다.

“너겟에 또 뭐가 들어있나요?”
“저희는 몇 가지 식물성 식품을 혼합하고, 거기에 세포를 추가해요. 세포 외에는 완전히 식물성 너겟이에요.”
“그중에 실제 고기가 얼마나 되죠?”

“어…, 그건 모르겠어요.”

이 방문은 2019년 11월에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은 품질이 많이 나아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핵심은 여전하다. 지난달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잇저스트의 닭고기는 배양한 닭 세포 70%에 식물 단백질 30%가 섞인 ‘가공육’이다. 식물 단백질의 역할은 고기에 구조(씹는 맛)와 풍미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아직은 생산비가 꽤 비싸 접시에 작은 너겟 서너 조각이 담긴 요리가 고급 스테이크 값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물을 죽이지 않고 얻은 고기를 먹어본다는 ‘경험’의 값이다. 저자는 책에서 “출시는 최초라는 명성을 얻어 더 많은 벤처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홍보 활동의 일환”이라며 “깨끗한 고기는 아직 개념을 입증하는 단계”라고 촌평했다.

콩고기를 틀로 한 세포고기 스테이크
필자는 얼마 전 한 국내 업체가 출시한 식물고기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왼쪽)를 먹어봤다. 겉보기도 그럴싸해 무심코 먹으면 식물고기를 쓴 줄 모르겠지만 맛과 향이 너무 강해 먹을수록 물리는 느낌이었고 무엇보다도 가격이 비쌌다. 강석기 제공

필자는 얼마 전 한 국내 업체가 출시한 식물고기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왼쪽)를 먹어봤다. 겉보기도 그럴싸해 무심코 먹으면 식물고기를 쓴 줄 모르겠지만 맛과 향이 너무 강해 먹을수록 물리는 느낌이었고 무엇보다도 가격이 비쌌다. 강석기 제공

마침 지난달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배양육 관련 리뷰논문이 실려 읽어봤는데, 클리먼처럼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꽤 냉정한 평가가 담겨있었다. 배양육 연구의 권위자인 미국 터프츠대 데이비드 카플란 교수와 동료들은 논문에서 ‘식물고기(plant-based meat)’과 ‘세포고기(cell-based meat)’ 개발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최근에는 배양육보다 세포고기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이에 따르면 기존 진짜 고기는 ‘동물고기(animal-based meat)’다.

콩과 밀을 기반으로 한 식물고기는 100년 전 상용화됐지만, 수년 전 화제가 된 ‘임파서블 버거’의 패티에 쓰인 2세대 식물고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즉 1세대가 맛보다는 영양에 초점을 맞췄다면 2세대는 맛까지도 진짜 고기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필자도 최근 국내 한 업체에서 출시한 식물고기 패티를 쓴 햄버거를 먹어봤는데 맛이 꽤 그럴듯했다. 만일 모르고 먹었다면 가짜 고기로 만든 패티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풍미가 꽤 강하고 소스도 너무 달았다. 어쩌면 식물고기 패티의 잡냄새와 잡맛을 가리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가격은 동물고기 패티를 쓴 햄버거의 1.5배라 또 사 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식물고기는 동물고기는 물론 세포고기보다도 친환경적이지만 고기 맛을 재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리고 진짜 고기에 가까이 가려고 할수록 더 많은 식품첨가물을 넣어야 하고 가공과정도 복잡해져 건강과 환경 영향평가에서 점수가 떨어지게 된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세포고기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현재 세포고기가 진정으로 상용화되는데 걸림돌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생산비로 특히 배양액이 아직은 너무 비싸다. 원래 세포 배양에는 소태아혈청을 쓰는데, 자체가 비쌀 뿐 아니라 동물에서 얻어야 하므로 세포고기의 ‘철학’과 맞지 않는다. 따라서 잇저스트를 비롯한 회사들은 식물에 기반한 배양액을 개발하고 있지만 역시 너무 비싸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또 세포 분열과 분화를 지시하는 성장인자는 동물의 유전자를 미생물에 넣어 생산하게 한 뒤 추출해 섞어줘야 하므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진짜 고기 같은 질감을 갖게 만드는 과제다. 아직은 치긴 너겟이나 햄버거 패티처럼 ‘질감의 상당 부분이 파괴된’ 간 고기의 ‘질감’을 어설프게 재현할 수 있을 뿐이다. 즉 배양으로 증식한 근육세포들이 합쳐져 근섬유를 만들고 이게 다시 서로 합쳐져 근육을 형성하고 이 사이사이에 지방조직이 결합해야 ‘마블링’이 근사한 꽃등심이 나오는데 아직은 먼 얘기다.

그래도 질감 연구가 최근 꽤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학술지 ‘네이처 음식’에 실린 논문에서 세포고기 질감 연구의 최전선을 엿볼 수 있다.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슐라미트 레벤버그 교수팀은 조직콩단백질을 틀로 이용해 세포고기를 배양하면 질감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1960년대 개발된 조직콩단백질(textured soy protein)은 콩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단백질 함량이 50%가 넘는다)를 가공해 만든 다공성 식재료로 1세대 식물고기의 재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난했던 필자의 어린 시절 몇 번 먹어봤던 ‘콩고기’가 바로 조직콩단백질로 만든 것이다.

연구자들은 조직콩단백질의 내부 공간에 소의 근육위성세포(근육줄기세포)를 단독 배양하는 것보다 평활근세포와 함께 배양할 때 세포들이 합쳐져 근관세포(myotube)로 바뀌는 비율이 더 높고 세포 사이를 연결해주는 물질도 더 많이 분비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결과 세포고기의 기계적 강도는 진짜 근육과 비슷했다. 이렇게 얻은 세포고기를 구운 미니 스테이크는 동물고기의 풍미와 식감이 느껴져 틀만 구운 콩고기 스테이크와 차이가 뚜렷했다.

세포고기가 친환경?
지난해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연구자들은 다공성인 조직콩단백질(콩고기) 틀(왼쪽)에 소의 근육줄기세포와 평활근세포를 배양하면 질감이 진짜 근육과 비슷한 세포고기를 얻을 수 있음을 발견했다(오른쪽). 이를 기반으로 한 세포고기 스테이크가 조만간 선보이지 않을까.  ′네이처 음식′ 제공

지난해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연구자들은 다공성인 조직콩단백질(콩고기) 틀(왼쪽)에 소의 근육줄기세포와 평활근세포를 배양하면 질감이 진짜 근육과 비슷한 세포고기를 얻을 수 있음을 발견했다(오른쪽). 이를 기반으로 한 세포고기 스테이크가 조만간 선보이지 않을까. ‘네이처 음식’ 제공

영양의 관점에서도 세포고기는 동물고기와 같지 않다. 예를 들어 세포고기만 먹는다면 완전 채식주의자와 마찬가지로 비타민B12를 보충제로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B12는 동물의 장에 거주하는 미생물이 만들기 때문에 세포고기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세포고기는 처음 주장한 것만큼 친환경적인 방법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대규모 생산이 이뤄지더라도 배양기 등 각종 설비를 가동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같은 양의 소고기를 얻을 때보다도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소고기보다는 적지만 돼지고기나 닭고기보다는 많다. 

사실 육식이 일으키는 환경 문제의 90%는 소고기에서 비롯되므로 환경 때문에 육식이 꺼려진다면 소고기를 자제하면 된다. 결국 세포고기의 가장 큰 존재 이유는 동물을 밀집사육으로 괴롭히지 않거나 도축으로 죽이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인 측면에 있다는 말이다. 

고기의 유형별 환경 영향을 비교한 그래프다. 에너지 소비, 온실가스 배출, 하천 부영양화, 토지 이용 등 네 항목에서 소고기를 1로 했을 때 상대적인 영향을 평가했다. 환경의 측면서 보면 소고기만 식물고기나 세포고기가 뚜렷한 존재 이유가 있다. 아래 왼쪽부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식물고기, 버섯고기, 세포고기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고기의 유형별 환경 영향을 비교한 그래프다. 에너지 소비, 온실가스 배출, 하천 부영양화, 토지 이용 등 네 항목에서 소고기를 1로 했을 때 상대적인 영향을 평가했다. 환경의 측면서 보면 소고기만 식물고기나 세포고기가 뚜렷한 존재 이유가 있다. 아래 왼쪽부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식물고기, 버섯고기, 세포고기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저소득층을 위한 하이테크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세포고기가 경쟁력을 갖게 된다면 과연 동물고기를 대체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미국의 컨설팅 회사 커니는 2040년 세포고기의 비율이 35%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필자도 막연히 그럴 거라 여겼지만 ‘AI 시대, 본능의 미래’를 읽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럴 가능성이 희박할 것 같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식물고기는 가짜이고 세포고기도 진짜라고 보기 어렵다. 불교도처럼 종교적 부담감이 있거나 동물이 희생되는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한 같은 값에 진짜 대신 가짜를 택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처음에야 호기심이나 희소성에 몇 번 먹어보겠지만 다시 동물고기를 찾게 될 것이다.

아마도 극심한 기후변화나 동물복지농장 의무화로 생산비가 급등하거나 엄청난 탄소세가 붙어(특히 소고기의 경우) 동물고기 가격이 가계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싼 경우에만 차선책으로 세포고기나 식물고기를 먹지 않을까. 필자가 어렸을 때 서민들은 명절이나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만 소고기를 먹었다. 2050년 서민들 역시 1년에 몇 번만 진짜 소고기를 맛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선조들과는 달리 평소에는 저렴한 가짜 소고기를 즐겨 먹겠지만.

흥미롭게도 리뷰 논문에서 저자들 역시 비슷한 관점을 보였다. 식물고기와 세포고기가 성공하더라도 동물고기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뿐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식물고기와 세포고기는 밀집사육되는 동물고기가 차지하고 있는 저가 시장에 들어갈 것이고 고급 육류 수요는 소규모 동물복지농장에서 생산된 동물고기가 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궁극적으로 식물고기나 세포고기는 육류를 좋아하지만 밀집사육되는 가축의 고통에 민감한 미래의 서민을 위한 착한 기술이 될 거라는 말이다.

세포고기는 처음 한동안은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겠지만 결국은 동물복지에 민감한 사람들이나 서민들을 위한 차선책이 될 것이다. 다만 축산업에 구조조정을 불러와 밀집사육은 줄고 동물복지농장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고급 육류 시장은 여전히 동물고기의 몫이 될 거라는 말이다. 국내 동물복지농장의 모습이다. 전남도 제공

세포고기는 처음 한동안은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겠지만 결국은 동물복지에 민감한 사람들이나 서민들을 위한 차선책이 될 것이다. 다만 축산업에 구조조정을 불러와 밀집사육은 줄고 동물복지농장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고급 육류 시장은 여전히 동물고기의 몫이 될 거라는 말이다. 국내 동물복지농장의 모습이다. 전남도 제공

※필자소개

강석기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9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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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1월 2021

[표지로 읽는 과학] 머신러닝, 원자의 속살을 드러내다

[표지로 읽는 과학] 머신러닝, 원자의 속살을 드러내다

2021.01.09 06:00

네이처 제공

네이처 제공

하늘을 밝히는 무수히 많은 별일까. 아니면 가을 산을 물들인 낙엽일까. 사실 비정질(amorphous) 실리콘의 원자다. 비정질 실리콘은 원자 배치가 불규칙하게 배열된 상태의 실리콘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고체 상태에서는 원자 배열이 규칙적인 결정 구조를 갖지만, 비정질 실리콘은 정해진 형태가 없이 원자가 무질서하게 연결돼 있다. 

비정질 실리콘은 디스플레이용 박막트랜지스터(TFT)로 액정표시장치(LCD)에 많이 쓰이고 있다. 비정질 실리콘으로 박막트랜지스터를 만들면 공정이 단순하고 수율도 높아서다. 

그런데 한 가지 단점이 있다. 비정질 실리콘은 실리콘 원자가 무질서하게 배열돼 전자 이동 속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전자 이동 속도가 느리면 신호의 전송 속도가 낮아지고, 결국 LCD의 해상도가 떨어진다. 

과학자들은 온도와 압력에 따라 실리콘 원자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기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해왔다. 실리콘 원자 구조에 따라 반도체 품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비정질 실리콘에 온도나 압력을 가해 원자 구조를 정돈해 재결정화 시켜 해상도를 끌어올리는 등 그간 다양한 기술이 고안됐다.

지난해 독일 연구팀은 베를린에 있는 방사광가속기(BESSY II)에서 X선과 중성자 산란법을 이용해 비정질 실리콘의 원자 구조를 0.8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해상도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원자의 상태를 촬영할 수는 있었지만 원자의 구조가 변하는 과정을 관측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양자컴퓨터의 뛰어난 연산 능력을 이용해 비정질 실리콘이 어떤 상태 변화를 거치는지 확인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연산해야 할 원자 개수가 많아지면 연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연산 시간을 짧게 하면 원자 개수가 줄어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보커 데링어 영국 옥스퍼드대 무기화학연구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새로운 기법을 고안했다. 인공지능(AI)의 하나인 기계학습 모델을 도입해 압력에 따라 실리콘 원자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절대온도(K) 500도인 원자 10만 개로 이뤄진 비정질 실리콘에 13.5기가파스칼(GPa)부터 20GPa까지 서서히 압력을 높일 때 원자 구조가 어떻게 바뀌는지 확인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비정질 실리콘 원자 512개와 4096개에 기계학습 모델을 적용한 파일럿 테스트에서 정확도가 확인되자 이번에 10만 개로 원자 개수를 대폭 늘렸다. 

시뮬레이션 결과 비정질 실리콘은 세 단계에 걸쳐 원자 구조에서 변화를 일으켰다. 특히 20GPa까지 압력이 증가하면 비정질 실리콘에 결정화가 일어나 원래 부피의 25%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실험 결과와도 일치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비정질 실리콘의 상태 변화를 피코초(ps·1ps는 1조 분의 1초) 단위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활용하면 비정질 실리콘을 도핑(불순물을 소량 첨가해 물성을 바꾸는 공정)할 때 금속이나 반도체 물질을 넣을 나노 구조를 효율적으로 설계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지금까지 실험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새로운 원자 구조를 미리 예측하고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 기법은 양자 수준의 구조와 안정성, 물성을 밝혀낼 뿐만 아니라 아직 확인되지 않은 현상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1월 6일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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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월 2021

[물리학 뉴스] 태양 탐사선 ‘솔라 오비터’ 첫 중력도움 성공

태양 탐사선 ‘솔라 오비터’ 첫 중력도움 성공

2020.12.28 13:20

솔라 오비터, 금성 중력도움 총 8회 진행

NASA 태양 탐사선 ‘파커’도 금성 중력도움 이용

ESA 제공

유럽우주국(ESA)이 올해 2월 발사한 태양 극지 탐사선 ‘솔라 오비터(Solar Orbiter)’가 27일(현지 시간) 금성 상공을 통과하며 첫 중력도움에 성공했다. ESA 제공

올해 2월 발사된 유럽우주국(ESA)의 태양 탐사선 ‘솔라 오비터’가 금성 상공을 지나가며 첫 번째 중력도움(flyby)에 성공했다. 중력도움은 행성에 근접해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탐사선을 가속하는 것으로 솔라 오비터는 총 여덟 차례의 중력도움을 계획하고 있다.

우주 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은 27일(현지시간) 솔라 오비터가 이날 오전 7시 39분(미 동부시간) 금성 상공 약 7500km 지점을 통과하면서 자력계와 전파 측정기, 플라스마 기기로 금성 대기를 측정했다고 전했다. ESA도 이날 공식 트위터를 통해 솔라 오비터의 첫 중력도움 성공 사실을 알렸다. 

금성은 지구와 달리 태양풍으로부터 행성을 보호해줄 자기장이 없어 태양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ESA는 이번 측정을 통해 태양풍에 대한 중요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SA 소속으로 솔라 오비터 수석과학자인 다니엘 뮐러 박사는 이달 10일 온라인으로 열린 ‘미국지구물리학회(AGU)’ 학회에서 “솔라 오비터는 금성 탐사를 위해 설계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항상 과학 연구를 위한 보너스 기회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번 중력도움 때 솔라 오비터가 금성에 다가가면 금성을 관측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솔라 오비터의 다음 중력도움은 2021년 8월로 예정돼 있다. ESA는 수차례의 중력도움을 통해 솔라 오비터가 금성 상공 수백km까지 접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력도움을 한 번 이행할 때마다 태양에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이를 통해 솔라 오비터는 2025년 3월 처음으로 태양의 극지를 관측할 수 있는 궤도를 통과한다. 

NASA 제공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18년 세계 최초로 발사한 태양 탐사선 ‘파커’. 파커는 태양 표면에서 약 600만km 지점까지 다가가 태양을 조사할 계획이다. NASA 제공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18년 세계 최초로 태양 탐사 임무를 위해 발사한 ‘파커’도 금성 상공 약 2400km 지점을 통과하며 중력도움을 받았다. 파커는 2025년까지 총 일곱 차례의 중력도움을 이용해 속도를 높이면서 인류 역사상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약 600만km 지점까지 다가갈 계획이다. NASA는 이때 파커가 시속 약 70만km로 비행하며, 이는 필라델피아에서 워싱턴DC까지 1초 만에 도착할 만큼 빠른 속도라고 설명했다. 올해 9월 27일 기준 파커는 태양 표면에서 1350만km 떨어진 지점을 비행하고 있다.  

파커가 태양에 가능한 가까이 다가가 태양 표면의 코로나와 태양풍의 비밀을 추적한다면 솔라 오비터는 태양의 극지 탐사가 주된 목적이다. 솔라 오비터는 올해 5월 태양 근일점을 통과하면서 태양을 촬영한 사진을 지구로 전송하기도 했다. 당시 솔라 오비터는 태양에서 약 7700만km 떨어진 지점에서 태양 표면의 태양 폭발을 생생하게 담았다. 

ESA는 “솔라 오비터는 금성의 중력도움을 받을 때마다 궤도 경사각을 계속 높일 것”이라며 “2025년 솔라 오비터가 처음으로 태양의 극지를 관측할 때 궤도 경사각은 17도가 될 것이며, 2029년에는 33도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솔라 오비터는 임무를 마칠 때까지 태양 주변을 총 22바퀴 돌 계획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 연구팀은 화성에 탐사선을 보낼 때도 지금처럼 화성을 향해 직접 발사하지 않고 금성의 중력도움을 이용해 금성을 거쳐 가면 비행 거리와 이에 따른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올해 7월 발표하기도 했다. 

  •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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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12월 2020

[물리학 뉴스] [랩큐멘터리] 4세대 가속기, 물질의 근본 원리를 찾는 탐험

[물리학 뉴스] [랩큐멘터리] 4세대 가속기, 물질의 근본 원리를 찾는 탐험

[랩큐멘터리] 4세대 가속기, 물질의 근본 원리를 찾는 탐험

2020.12.24 14:00

 

눈금의 길이가 1㎝인 자로 벼룩의 길이를 잴 수 없듯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분자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려면 특별한 도구가 있어야 한다. 김경환 포스텍 화학과 교수가 이끄는 ‘X선 회절 및 분광학 연구실’은 ‘꿈의 빛’이라고 불리는 4세대 가속기를 이용해 분자의 구조와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을 ‘제대로’ 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4세대 가속기는 X선보다 10억 배 밝은 빛을 만드는 첨단 장비다. 이 빛을 이용하면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동안 미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포착할 수 있다. 아주 짧은 시간만 존재할 수 있는 물질을 살펴보거나 화합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빠짐없이 관찰할 수 있다. 
 
X선 회절 및 분광학 연구실에서는 4세대 가속기를 이용해 무기 촉매, 생체 작용 단백질을 포함한 다양한 분자를 관찰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성질을 규명한다. 일반적인 액체와 성질이 다른 물 분자를 분석해 ‘액체-액체 임계점(LLCP)’의 존재를 밝힌 연구가 대표적이다. 오래전부터 학자들은 액체 상태의 물이 온도와 압력에 따라 무거운 물과 가벼운 물로 존재한다는 가설을 증명하려고 애썼다. LLCP는 이 가설에서 두 상태가 공존하기 시작하는 지점으로, 가설에 따르면 물은 LLCP를 지난 상태여서 한 가지 상태로 존재한다. 

x선 회절 및 분광학 연구실에서는 4세대 가속기를 활용, 다양한 분자를 관찰하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성질을 규명하고자 한다.

x선 회절 및 분광학 연구실에서는 4세대 가속기를 활용, 다양한 분자를 관찰하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성질을 규명하고자 한다.

최근 X선 회절 및 분광학 연구실에서 LLCP에 관한 중요한 성과가 나왔다. 물을 영하의 온도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든 ‘과냉각수’ 분자를 관찰해 물이 저온에서 서로 다른 두 가지 상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과냉각수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데, 4세대 가속기로 이 순간을 포착해 분석할 수 있었다. 
 
4세대 가속기는 전 세계 학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적인 연구 그룹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고 공동 경험도 많이 쌓을 수 있다. X선 회절 및 분광학 연구실은 단기적으로 LLCP의 정확한 위치를 찾는 연구를 할 예정이고, 장기적으로는 여러 물질의 화학 반응 과정을 밝혀 사람들이 유용한 물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다. 활기 넘치는 연구실에서는 매일 물질의 근본적인 원리를 찾는 탐험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텍 ‘X선 회절 및 분광학 연구실’ 보기 https://youtu.be/zIy1ckoTVFg

※대학 연구실은 인류의 미래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엿볼 수 있는 창문입니다. 인류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연구부터 실제 인간의 삶을 편하게 하는 기술 개발까지 다양한 모험과 도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연구실마다 교수와 연구원,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열정을 펼치고 있습니다.  연구자 한 명 한 명은 모두 하나하나의 학문입니다.  동아사이언스는 210개에 이르는 연구실을 보유한 포스텍과 함께 누구나 쉽게 연구를 이해할 수 있도록 2분 분량의 연구실 다큐멘터리, 랩큐멘터리를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소개합니다. 

  • 김우현 기자 mnchoo@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2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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