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12월 2020

[물리] 암흑물질 탐지시간 4분의 1로 줄인다

[물리] 암흑물질 탐지시간 4분의 1로 줄인다

암흑물질 탐지시간 4분의 1로 줄인다

2020.12.15 18:29

방의 개수에 따른 여러 가지 다중방 공진기에서 전자기파 신호가 각방에 어떻게 분포될지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전자기장이 강하면 붉은색, 약하면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IBS 제공

방의 개수에 따른 여러 가지 다중방 공진기에서 전자기파 신호가 각방에 어떻게 분포될지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전자기장이 강하면 붉은색, 약하면 파란색으로 표시했다. IBS 제공

국내 연구팀이 암흑물질로 추정되는 액시온의 검출 시간을 종전보다 4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알아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은 암흑물질 후보인 ‘액시온’의 고주파수 신호를 효율적으로 검출하는 다중방 공진기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액시온은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근원을 밝히기 위해 이론적으로 고안한 물질이다. 과학자들이 1983년 액시온이 암흑물질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이후 줄곧 암흑물질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암흑물질은 우주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관측되지 않은 물질이다.
  
액시온은 자기장을 만나면 주파수가 높은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액시온의 존재를 확인하려면 공진기 안에서 액시온과 같은 주파수의 신호를 만들어 파동이 증폭되는지 확인하면 된다. 그러나 전자기파의 주파수를 결정하는 액시온의 질량을 이론적으로 알 수 없어 모든 주파수의 신호를 만들어 볼 수 밖에 없었다.

공진기로 주파수가 높은 신호를 만들려면 공진기 부피가 작아야 한다. 부피가 작으면 액시온이 전자기파를 방출하는 확률도 감소하기 때문에 신호를 탐색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연구팀은 원통형 공진기를 피자처럼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눠 주파수가 높은 신호를 만들어낼 수 있고 부피는 줄이지 않는 ‘다중방 공진기’를 떠올렸다. 각 방은 부피가 줄어 높은 주파수의 신호를 만들 수 있으면서 전체의 부피는 줄어들지 않는 원리다. 연구팀은 공진기 가운데 작은 공간을 만들고 안테나를 설치해 여러 방에서 나온 액시온의 신호를 한 번에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제작공정에서 아주 미세한 오차라도 발생하면 공진기 안의 전자기파가 가장 넓은 방으로 쏠려 실제 검출되는 신호가 줄어들 수 있다. 연구팀은 2년 동안 방대한 시뮬레이션과 시제품 테스트를 거쳐 공진기의 디자인을 최적화하고 오차를 줄였다 

연구팀이 방이 2개인 이중방 공진기를 만들어 액시온 검출 실험을 진행한 결과 기존 공진기 보다 4~5배 높은 주파수의 전자기파를 탐색할 수 있었다. 기존에는 3개월 정도 걸리던 탐색 시간이 4분의 1인 3주로 줄었다. 

윤성우 IBS 연구위원은 “공진기의 디자인을 바꾸는 것만으로 실험 효율을 크게 높였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기존 실험이 어떤 성과를 내는 데 4년이 걸린다면 이제 1년이면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피지컬리뷰레터스’ 온라인판 11월 25일자에 실렸다.

  • 김우현 기자 mnchoo@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2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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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2월 2020

머스크 무인우주선 ‘스타십’ 시험비행 중 폭발

머스크 무인우주선 ‘스타십’ 시험비행 중 폭발

머스크는 “화성아, 우리가 간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세운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화성행 우주선 ‘스타십’이 시험 비행 과정에서 폭발했다.

/스페이스X
/스페이스X

스페이스X는 9일(현지 시각) 미 텍사스주 남부 보카치카의 카메론 카운티 발사대에서 무인(無人) 우주선 스타십 시제품 ‘SN8’을 성공적으로 쏘아올렸지만, 착륙하는 과정에서 속력을 낮추기 위해 구동되는 연료 탱크가 압력이 낮아지는 바람에 빠른 속력으로 땅에 닿으면서 폭발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
/스페이스X

스타십은 이날 비행에서 지구 성층권인 12.5㎞ 상공까지 솟구쳐 올랐다. 총 비행 시간은 6분 42초였다. 스페이스X 웹사이트에선 이 과정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번 시험 비행 영상은 조회수가 350만회를 넘었다.

/트위터
 
/트위터

머스크는 시험이 끝난 뒤 트위터에 “성공적인 비행이었다. 접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지만,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얻었다”면서 “화성아, 우리가 간다!”고 적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도 트위터에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사람이라면 오늘의 시험 비행에 감명받을 것”이라고 적었다.

/스페이스X
/스페이스X

스타십은 인류의 화성 이주를 목표로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거대 우주선이다. 이번 시험에 동원된 시제품은 길이 50m, 직경 9m로 제작됐다. 스페이스X는 홈페이지에 스타십을 “승객과 화물을 지구 궤도나 행성 간 목적지 사이로 운반할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스타십을 이용해 오는 2050년까지 인류의 화성 이주를 완수하겠다는 구상이다.

머스크는 지난 1일 앞으로 6년 이내에 인류를 화성에 데려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미디어그룹 악셀 슈프링거 어워드에서 “2026년까지 인간을 화성에 착륙시킬 것이라고 강하게 자신한다(highly confident)”고 밝혔다. 그는 “운이 좋으면 4년 만에 가능할 것이다. 2년 안에 무인탐사선을 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출처]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us/2020/12/10/CTIUACHCVZEQHG4TXXEJI2XG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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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2월 2020

[잠깐과학]페르미, 최초의 원자로를 만들다

[잠깐과학]페르미, 최초의 원자로를 만들다

2020.12.05 12:00

최초의 원자로 CP-1(오른쪽)을 가동하던 순간. 긴급 상황 시 카드뮴 용액을 뿌리기 위해 용감한 물리학자 셋이 원자로 위에서 대기했다.  아르곤 국립 연구소 제공

최초의 원자로 CP-1(오른쪽)을 가동하던 순간. 긴급 상황 시 카드뮴 용액을 뿌리기 위해 용감한 물리학자 셋이 원자로 위에서 대기했다. 아르곤 국립 연구소 제공

1942년 12월 2일 미국 시카고대 미식축구장 지하에 긴장한 표정의 물리학자들이 하나둘 모였다. 이날은 세계 최초의 원자로인 ‘시카고 파일 1호(CP-1)’의 시험 가동이 예정돼 있었다. 대도시 한복판에서 이뤄지는 위험천만한 실험이다.

CP-1은 ‘핵분열’을 조절하는 원자로다. 핵분열은 불안정한 방사성 원소가 더 작은 원자핵으로 분열되는 현상이다. 1939년 독일의 유대계 물리학제 리제 마이트너가 발견했다. 핵분열 과정에서 큰 에너지와 중성자 2~3개가 함께 방출돼 주변의 방사성 원소를 분열시킬 수 있다. 도미노처럼 차례로 원자핵이 분열되는 ‘연쇄 반응’이 일어나면 막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핵분열을 통제하는 게 관건이었다. 방사성 원소가 너무 적으면 연쇄 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반대로 너무 많이 모이면 핵분열이 폭주하면서 도시를 통째로 날릴 만큼 큰 폭발이 일어난다. 이를 막기 위해 핵분열 반응을 조절하는 ‘원자로’를 만들었다. 

핵폭발 장면. 미국에너지부 제공

핵폭발 장면. 미국에너지부 제공

미국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적국인 독일보다 먼저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해 원자로를 건설했다. 이탈리아에서 온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의 연구팀이 이 일을 맡았다. 그는 방사성 원소인 우라늄 약 5t과 산화우라늄 50t을 중성자의 속도를 낮춰 연쇄 반응을 높이는 흑연 벽돌 400t으로 덮어 CP-1을 만들었다. 중성자를 흡수하는 금속 카드뮴으로 핵분열을 조절했다.

이날 오후 3시 25분 CP-1은 성공적으로 가동을 시작했다. 첫 원자로는 28분 동안 겨우 0.5W(와트)의 에너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3년 뒤 CP-1에서 시작된 연구의 결과물인 원자폭탄은 일본에 떨어져 제2차 세계대전을 끝냈다. 페르미가 설계한 원자로는 이후 원자력 발전에 쓰이는 원자로의 토대가 됐다. 무시무시한 무기와 함께 원자력 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함께 열린 것이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12월1일 발행, 핵폭탄과 원자력 발전의 시작

  • 이창욱 기자 changwooklee@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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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2월 2020

[표지로 읽는 과학] 망막세포 노화 되돌려 생쥐 시력 돌아왔다

[표지로 읽는 과학] 망막세포 노화 되돌려 생쥐 시력 돌아왔다

2020.12.06 08:58

네이처 제공

네이처 제공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3일 확대된 눈의 모습을 표지로 실었다. 가운데 검은 동공을 중심으로 파란색의 ‘망막세포’들을 볼 수 있다. 망막세포는 눈에서 발견되는 일종의 신경세포로 정보를 누에서 두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5시 방향을 기준으로 어두웠던 망막세포들이 반시계 방향으로 파랗게 밝아지고 있다. 왼쪽 상단에서는 ‘돌아갈 시간(Turning Back Time)’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이 문구 아래에는 ‘재조정된 망막 세포는 노화와 관련된 시력 상실을 되돌릴 수 있다’는 문구도 붙어있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미국 하버드대 의대 노화연구생물학센터 교수 연구팀은 노화된 망막세포를 조작해 실험쥐 시력을 회복시켰다는 연구를 이번 주 네이처에 발표했다.

노화된 망막세포는 ‘야마나카 인자’를 사용해 젊게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은 2010년대 중반 이미 밝혀졌다. 야마나카 인자는 이미 분화를 마친 체세포의 시간을 되돌리는 유전자 조절 단백질이다. OCT4와 SOX2, KLF4란 세가지 단백질이 있다. 문제는 이 단백질들이 너무 오래 사용되면 종양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종양 발생을 막으면서도 야마나카 인자를 이용해 망막세포를 젊게 돌리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 세 단백질을 아데노관련바이러스(AAV)를 매개체로 해 시신경이 손상된 실험쥐의 망막 신경세포에 전달했다. 단백질 유전자의 활성을 켜고 끌 수 있는 일종의 스위치도 만들었다. 연구팀이 만든 약물을 쥐에게 주입해야만 단백질 유전자가 활성화된다.

연구팀은 실험쥐의 망막세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노화와 관련된 시력 상실 겪은 생쥐와 녹내장 질환의 특징인 눈 내부 압력이 증가한 생쥐의 시력을 되돌아왔다. 망막세포의 수와 신경 성장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망막 세포의 수가 2배 늘었고 신경 성장도 5배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미국 생명과학회사 라이프바이오사이언스에 이전했다. 현재 연구에서 생쥐는 1년동안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싱클레어 교수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기 위해 전임상 안전성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며 “신체 기능을 개선하고 생체 내 재생을 촉진하는 데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2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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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1월 2020

[표지로 읽는 과학] 소행성 ‘베누’의 시료를 기다리는 3개의 연구

[표지로 읽는 과학] 소행성 ‘베누’의 시료를 기다리는 3개의 연구

2020.11.08 06:00

사이언스 제공

사이언스 제공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6일 세 가지 색 영역으로 나눠진 소행성 ‘베누’ 모습을 표지에 실었다. 사이언스는 이날  ‘초기 태양계의 표본을 채취했다’는 제목을 달아 베누의 암석 시료 채집을 기념했다. 이번 호에는 베누의 구성 성분을 분석한 연구만 3개가 실렸다.

미국항공우주국(NASA)가 2016년 보낸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현지시간으로 10월 20일 베누 표면에 있는 시료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NASA는 홈페이지를 통해 오시리스-렉스가 보내온 사진을 분석해 당초 목표로 했던 60g 이상의 시료를 채취했고, 시료를 ‘시료 회수 캡슐(SRC)’에 무사히 담았다고 전했다. 

베누의 시료는 두 가지 의미에서 중요하다. 근지구 소행성인 베누는 태양 궤도에서 공전하며 6년에 한 번씩 지구에 근접한다. 지구와 충돌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구성 성분을 분석해 밀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또 베누는 태양계가 형성될 당시부터 거의 일정한 궤도를 돌고 있는데 탄소를 포함한 소행성은 ‘타임캡슐’과 같아서 태양계 탄생에 관한 연구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번 호에 실린 3개의 연구는 오시리스-렉스가 보내온 데이터를 이용해 베누 표면과 성분을 분석했다. 회색, 자주색, 푸른색의 3개 영역은 각 연구의 결과를 나타낸다. 가장 왼쪽에 있는 회색 영역은 표면에 빛을 반사하는 정도를 그레이-스케일(gray-scale)로 나타낸 연구다.

자주색 영역은 가시광선과 적외선 범위에서 광학 분석을 통해 베누 표면 성분을 분석한 연구다. 물질에 따라 흡수하는 빛의 파장이 다른데 유기물질과 탄산염이 흡수하는 파장 그래프를 만들어 베누의 데이터와 비교했다. 

연구팀은 베누 전체에 탄소 성분이 있다는 점과 함께 물을 포함한 필로규산염 광물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자주색 영역에서 필로규산염 광물 성분이 많을수록 붉은색을, 적을수록 푸른색을 띤다. 연구팀은 탄산 성분이 골고루 있다는 사실은 베누가 큰 소행성에서 떨어져나왔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오른쪽 푸른 영역은 풍화 작용에 관한 연구다. 풍화작용이 일어난 달 표면을 적외선 이미지로 촬영하면 붉고 어둡게 나타난다. 그런데 베누처럼 물과 유기물질로 이뤄진 소행성에서는 풍화작용이 표면을 어떻게 바꾸는 지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연구팀은 적외선 이미지를 이용해 베누 표면에 있는 암석과 표면을 관찰해 비교적 다양한 색이 나타나는 사실을 알아냈다.

파란색이 대부분이었지만, 거칠고 둥근 어두운색의 바위와 매끈하고 밝은 색의 바위가 관찰됐다. 붉은색일수록 최근에 표면으로 나와 풍화작용의 영향을 덜 받은 바위다. 연구팀은 다양한 색의 암석이 있다는 점이 베누가 큰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이 뭉쳐서 만들어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 편의 논문 끝에는 ‘오시리스-렉스가 시료를 가져오면 더 자세히 분석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적혀있다. 계획대로 라면 오시리스-렉스는 2023년 9월 24일 베누의 시료를 들고 지구로 복귀한다. 

  • 김우현 기자 mnchoo@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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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1월 2020

[강석기의 과학카페] 대사와 후성유전학

[강석기의 과학카페] 대사와 후성유전학

2020.11.17 14: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유전자를 소프트웨어로 보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우리가 분화 과정에서 유전자를 조절하는 후성유전적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유전자를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생화학적) 물체로 간주하는 편이 더 낫다.

-리처드 프랜시스, ‘쉽게 쓴 후성유전학’에서

호기심에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거의 해마다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상을 타는 걸로 봐서 재미는 덜하더라도 예술성은 높은 영화겠거니 했는데 기대와 너무 달랐다. 그 영화만 그런가 싶어 그 뒤에도 한두 편 더 봤는데 비슷한 느낌이었다. 아마 서구의 평론가들은 그런 접근법을 높이 평가하나 보다. 홍 감독 영화의 관객 수가 수만 명 내외인 걸 보면 필자가 유독 까다롭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데 홍 감독 영화의 제목만은 꽤 인상적이다. 첫 작품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부터 ‘오! 수정’ ‘생활의 발견’ 등 뭔가 있어 보인다. 그 가운데서도 최고의 작명은 2015년 개봉작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가 아닐까. 인간 심리의 정곡을 찌르는 표현이라서인지 지금도 여러 분야에서 패러디되고 있다. 특히 정치 쪽에서 언급이 잦은데, 정권교체로 여야가 바뀌면서 비슷한 사안을 두고 각자 입장이 180도 바뀐 채 여전히 충돌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필자 생각에 과학 분야 역시 이 문구가 적절하게 쓰일 것 같다. 다만 단어를 재배치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고 써야겠지만. 과거에는 맞다고 생각한 가설이나 이론이 세월의 검증을 견디지 못하고 폐기되거나 수정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인간 게놈 해독도 그런 예가 아닐까. 20년 전 두 그룹이 해독한 인간게놈 초안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논문은 이듬해 초 각각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실렸다) 게놈 정보라는 청사진을 들여다보면 생명의 미스터리가 풀리고 질병을 정복하는 일은 시간문제라고 여겨졌다.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낙관론으로 보이지만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그 뒤 게놈 해독 비용이 급감하고 여러 사람의 게놈이 해독되면서 인체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게 됐고 의학에서도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단순히 DNA 염기서열 정보만으로 우리가 알 수 있고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오늘날의 시각이다. 게놈 해독을 통한 유전자 정보도 중요하지만, 그 유전자가 언제 어디서 얼마나 발현돼 세포와 조직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가를 아는 것이 그 이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DNA 염기서열만 들여다봐서는 그 답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지난 20년 사이 눈부시게 성장한 분야가 바로 후성유전학이다. 

후성유전학(epigenetics)은 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DNA 염기나 히스톤 단백질(DNA 가닥을 감는 실패)에 분자 표지를 남겨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 생명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후성유전학의 놀라운 면 가운데 하나는 이런 표지가 세포분열 뒤에도 남아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세대를 통해 유전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존 유전학에 후성유전학에 대한 이해가 더해져야 생명현상과 암을 비롯한 많은 질병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사 정보 부호화

나이가 들수록 신체 조직의 세포에서 DNA 메틸화 비율이 낮아진다. 2013년 LA캘리포니아대 스티브 호바스 교수는 인체 여러 조직의 DNA 메틸화 정도를 분석해 생물적 나이를 산출하는 후성유전적 시계 개념을 제시했다. 나이보다 꽤 젊어 보이는 사람은 호바스 시계가 동년배보다 느리게 갈 가능성이 높다. 스티브 호바스 제공

나이가 들수록 신체 조직의 세포에서 DNA 메틸화 비율이 낮아진다. 2013년 LA캘리포니아대 스티브 호바스 교수는 인체 여러 조직의 DNA 메틸화 정도를 분석해 생물적 나이를 산출하는 후성유전적 시계 개념을 제시했다. 나이보다 꽤 젊어 보이는 사람은 호바스 시계가 동년배보다 느리게 갈 가능성이 높다. 스티브 호바스 제공

후성유전적 표지로 DNA 메틸화와 히스톤 메틸화 및 아세틸화가 알려져 있다. DNA 메틸화는 바로 뒤에 구아닌이 있는 시토신(CpG로 나타냄)에 메틸기(-CH3)가 붙는 과정으로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흥미롭게도 나이가 들수록 게놈에서 전반적으로 DNA 메틸화가 점점 줄어든다. 그 결과 발현되지 않아야 할 유전자나 전이인자(정크 DNA)가 하나둘 고삐가 풀리며 잡음이 생기고 세포 노화로 이어진다. 지난 2013년 미국 LA캘리포니아대 스티브 호바스 교수는 인체 여러 조직의 DNA 메틸화 정도를 분석해 생물적 나이를 산출하는 후성유전적 시계(일명 ‘호바스 시계’로 불림)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거의 모든 암에서 DNA 메틸화 정도가 줄어든 상태라는 것이다. 세포분열을 촉진하는 유전자에 유독 이런 변화가 두드러지면 세포분열이 무분별하게 일어나는 암세포가 된다는 말이다. 암이 단순히 유전자 돌연변이의 결과라는 설명만으로는 암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이유다. DNA 메틸화 관점에서 보면 나이가 들수록 암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편 DNA 가닥을 감는 실패인 히스톤 단백질의 특정한 위치에 있는 라이신(아미노산의 하나)에 메틸기나 아세틸기(-COCH3)가 붙어도 유전자 발현이 영향을 받는다. 메틸기는 붙는 라이신 위치에 따라 유전자 발현을 촉진하거나 억제하고, 아세틸기는 유전자 발현을 촉진한다. 이런 분자 표지가 히스톤 단백질 구조를 변화시켜 DNA가 촘촘하게 감기면 유전자 발현이 억제되고 느슨하게 풀리면 촉진된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DNA나 히스톤에 후성유전적 표지를 붙이거나 떼는 과정이 어떻게 일어날까. 지난 20년 동안 이 질문에 답하는 연구결과들이 쌓이면서 관련 효소들(생체 촉매)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리고 최근 수년 사이 세포 대사가 후성유전적 과정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학술지 ‘네이처 대사’ 11월호에는 대사와 후성유전학의 관계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를 정리한 미국 하버드대 라울 모스토슬라브스키 교수와 동료들의 리뷰논문이 실렸다. 이에 따르면 우리가 먹는 음식 같은 영양 정보가 대사물질을 통해 후성유전체에 부호화돼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가 우리 몸의 변화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중독과 관련된 연구결과 두 가지를 소개한다.

술을 마실 때 뇌에서 일어나는 일

술을 마시면 에탄올이 간에서 대사돼 아세트산(acetate)로 바뀐다.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 아세트산이 혈관을 따라 이동해 뇌의 해마에 있는 뉴런으로 들어가 아세틸-CoA로 바뀐 뒤 효소(HAT)의 작용으로 히스톤(보라색 공)에 달라붙는다(녹색 작은 공). 그 결과 DNA 가닥이 느슨해져 기억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이 촉진된다. 수 시간 뒤 다른 효소(HDAC)의 작용으로 아세틸기가 떨어지며 DNA 가닥이 원래대로 감겨 유전자 발현이 억제된다. 네이처 제공

술을 마시면 에탄올이 간에서 대사돼 아세트산(acetate)로 바뀐다.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 아세트산이 혈관을 따라 이동해 뇌의 해마에 있는 뉴런으로 들어가 아세틸-CoA로 바뀐 뒤 효소(HAT)의 작용으로 히스톤(보라색 공)에 달라붙는다(녹색 작은 공). 그 결과 DNA 가닥이 느슨해져 기억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이 촉진된다. 수 시간 뒤 다른 효소(HDAC)의 작용으로 아세틸기가 떨어지며 DNA 가닥이 원래대로 감겨 유전자 발현이 억제된다. 네이처 제공

지난해 학술지 ‘네이처’에는 음주가 후성유전적 과정을 통해 우리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술에 들어있는 알코올(에탄올)은 간에서 두 단계를 거쳐 대사된다. 먼저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뀐 뒤 아세트산으로 바뀐다. 두 번째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가 부실한 사람은 독성이 강한 아세트알데히드가 몸에 오래 남아 숙취 등 여러 부작용을 경험한다. 이런 차이는 유전자 변이로 설명이 된다. 

그런데 에탄올의 최종 대사물인 아세트산도 후성유전적 과정을 통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기억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현을 늘려 술자리에 대한 기억을 강화해 비슷한 상황에 놓일 때 술 생각이 간절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가르시아 버거 교수팀은 쥐에게 방사성 표지가 된 에탄올을 투여했을 때(사람으로 치면 폭음 수준으로) 뇌의 해마에서 방사능이 검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분석결과 간에서 대사된 아세트산이 혈관을 타고 해마의 신경세포(뉴런)에 들어가 ACSS2라는 효소의 작용으로 아세틸-CoA로 바뀐 뒤 아세틸화를 통해 히스톤에 달라붙는 것으로 밝혀졌다. 술(에탄올)이 대사돼 해마 뉴런에서 히스톤 아세틸화의 재료로 쓰였다는 말이다. 그 결과 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활성화됐다. 이런 변화가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

연구자들은 우리를 반으로 나눠 한쪽에서는 에탄올을, 다른 쪽에서는 소금물을 투여하는 실험을 8일에 걸쳐 반복했다. 그 뒤 쥐를 우리에 넣자 녀석들은 시간 대부분을 과거 에탄올을 투여받은 공간에서 머물렀다(음주의 추억!). 참고로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받은 사람이 과거 술을 마시던 환경을 접하면 음주 욕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쥐 해마 뉴런의 히스톤 아세틸화 정도는 에탄올 투여 후 30분이 지났을 때가 정점이었고 4시간 뒤에는 원래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람은 보통 한두 시간 이상 술자리를 가지므로 이때 아세틸화가 많이 되고 따라서 당시 상황이 기억에 새겨질 것이다.

도파민도 히스톤에 달라붙어

지난 4월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별사탕 모양)이 VTA 도파민 뉴런 히스톤의 글루타민(Q)에 달라붙어(효소(TGM2)의 작용으로) 후성유전적 작용으로 코카인 중독 행동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힌 논문이 실렸다. 오른쪽 그림은 도파민 분자(위)가 글루타민(아래)과 결합한 구조를 보여준다. 사이언스 제공

지난 4월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별사탕 모양)이 VTA 도파민 뉴런 히스톤의 글루타민(Q)에 달라붙어(효소(TGM2)의 작용으로) 후성유전적 작용으로 코카인 중독 행동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힌 논문이 실렸다. 오른쪽 그림은 도파민 분자(위)가 글루타민(아래)과 결합한 구조를 보여준다. 사이언스 제공

지난 4월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약물 중독과 관련된 뜻밖의 후성유전적 메커니즘이 밝힌 논문이 실렸다. 중독에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생산하고 분비하는 중뇌 복측피개영역(VTA)의 도파민 뉴런이 관여한다. 즉 약물 투여나 도박 같은 행위를 반복하면 도파민 뉴런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돼 결국 보상회로 변형으로 이어져 중독 증상이 생긴다. 중독 행위를 하면 도파민 수치가 치솟아 쾌감을 느끼고 행위를 끊으면 도파민이 고갈돼 금단 현상이 생긴다.

미국 프리드먼뇌연구소 이언 메이즈 교수팀은 도파민이 신경전달물질로 기능할 뿐 아니라 VTA 뉴런의 핵에서 히스톤의 글루타민(아미노산의 하나)에 달라붙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코카인 같은 약물을 반복적으로 투여했을 때 VTA 뉴런의 히스톤이 도파민화되는 정도도 달라지지 않을까. 만일 뉴런의 도파민화가 후성유전적 기능을 한다면 그 정도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영향을 받고 그 결과 중독 증상이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다. 

연구자들은 만성 코카인 중독인 사망자의 뇌를 부검해 VTA 뉴런 히스톤의 도파민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대조군인 비중독자에 비해 도파민화 정도가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을 대상으로는 연구에 한계가 있어 연구자들은 쥐에게 코카인을 열흘 동안 자가투여하게 한 뒤 당일, 하루 뒤, 한 달 뒤의 VTA 뉴런의 히스톤 도파민화 정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당일과 하루 뒤는 대조군(소금물 투여)에 비해 도파민화가 낮았고(사람 결과와 같다) 한 달 뒤에는 더 높았다. 중독이 되면 약물을 끊었을 때 VTA 뉴런 히스톤의 도파민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그 결과는 유전자 발현 이상으로 이어져 약물을 갈구하는 중독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만일 VTA 뉴런에서 히스톤의 도파민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연구자들은 도파민이 달라붙는 글루타민 자리를 알라닌으로 바꾼 변이 히스톤 단백질을 만든 뒤 코카인 자가투여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투여가 끝난 뒤에도 쥐는 약물을 갈구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열흘 동안 투여했음에도 코카인 중독으로 이끄는 보상회로의 변형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한편 도파민과 구조가 비슷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도 히스톤에 달라붙는다.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발효의 산물인 젖산 역시 히스톤에 달라붙어 유전자 발현 패턴을 바꾼다는 사실이 지난해 밝혀졌다. 히스톤에 달라붙어 후성유전적 영향을 미치는 대사물질의 목록은 당분간 늘어나지 않을까.

전성설과 후성설의 힘겨루기

신경생물학자에서 작가로 변신한 리처드 프랜시스는 2011년 펴낸 책 ‘쉽게 쓴 후성유전학’에서 후생유전학의 역사를 잠깐 소개했다. 저자에 따르면 그 기원은 발생에 대한 전성설(preformationism)에 반기를 든 후성설(epigenesis)이다. 

전성설은 수정란에 발생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는 입장으로, 19세기 독일의 발생학자 빌헬름 루가 대표적 인물이다. 이에 따르면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할 때마다 정보도 나뉘어 각각의 명령에 따라 세포 분화가 이뤄지고 성체로 완성된다. 직관적으로 그럴듯한 설명이다.

반면 후성설은 세포분열을 하더라도 각 세포에서 전체 정보는 유지되고 배아에서 놓인 위치에 따른 상호작용의 결과로 세포 특성이 결정된다는 입장으로 역시 독일의 발생학자인 한스 드리슈가 대표였다. 드리슈는 성게 수정란이 세 차례 분열할 때, 다시 말해 여덟 개의 세포로 이뤄진 배아까지는 세포를 갈랐을 때 각각 정상적인 성게로 발생함을 실험으로 보였다. 수정란이 분열해도 정보는 각 세포에 온전히 보존돼 있고 8개 세포 배아까지는 각각이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지금 용어로는 만능줄기세포). 

19세기 독일의 발생학자 한스 드리슈는 기발한 성게 배아 실험으로 후성설을 입증했다. 그러나 그 뒤 발생 과정의 복잡함에 압도돼 생기론이라는 비과학적 설명으로 물러섰고 나중에는 철학자가 됐다. 드리슈가 끝까지 과학적 추구를 견지했다면 오늘날 ‘후생유전학의 아버지’로 불리지 않을까. 위키피디아 제공

19세기 독일의 발생학자 한스 드리슈는 기발한 성게 배아 실험으로 후성설을 입증했다. 그러나 그 뒤 발생 과정의 복잡함에 압도돼 생기론이라는 비과학적 설명으로 물러섰고 나중에는 철학자가 됐다. 드리슈가 끝까지 과학적 추구를 견지했다면 오늘날 ‘후생유전학의 아버지’로 불리지 않을까. 위키피디아 제공

또 분화 중인 배아에서 특정 조직으로 자랄 위치의 세포를 떼어 다른 조직으로 자랄 위치에 끼워 넣어도 정상적인 개체로 발생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자리를 옮긴 세포가 새로운 환경에 맞춰 분화의 방향을 틀었다는 말이다.

저자는 “드리슈는 세포핵 밖의 물질들이 핵(유전 물질)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핵이 다시 세포 물질들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했다”며 “이는 세포 환경이 유전자 조절에 관여한다는 현대적 개념을 예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드리슈는 발생의 복잡성에 압도돼 결국 자연주의(과학)적 설명을 포기하고 영혼과 비슷한 모종의 원리인 ‘생기론’으로 후퇴했고 나중에는 철학으로 전향했다. 

저자는 인간 게놈 정보를 청사진으로 바라보는 유전학의 관점은 현대판 전성설로 다시 한번 후성유전학에 패배할 운명이라고 보고 있다. 게놈 정보는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필요조건일 뿐이고 유전자 바깥에 더 많은 정보가 존재하며 매 순간 생성되고 소멸한다는 것이다.

기존 유전학도 복잡한데(인간 게놈은 30억 염기쌍이다!) 여기에 더 복잡하고 생소한 개념이 난무하는 후성유전학까지 더해지니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길이 점점 더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게 바로 오늘날 생명과학이 제대로 가고 있다는 뜻 아닐까. 하나의 질문에 답을 얻으면 새로운 몇 가지 질문이 떠오르게 하는 연구가 좋은 연구라고 하지 않던가. 문득 웜홀과 블랙홀의 작명자인 저명한 이론물리학자 존 아치볼드 휠러의 말이 떠오른다.

“지식이라는 섬이 넓어질수록 무지라는 해변이 길어진다.” 

 

※필자소개

강석기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9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 강석기 과학 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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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1월 2020

이산화탄소 자원화 ‘걸림돌’ 해결 실마리 찾았다

이산화탄소 자원화 ‘걸림돌’ 해결 실마리 찾았다

2020.11.09 15:18

황윤정 KIST 책임연구원. KIST 제공.

황윤정 KIST 책임연구원. KIST 제공.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전환하는 연구가 최근 활발하다. 대표적인 게 이산화탄소를 화학공업의 출발 원료로 사용되는 에틸렌으로 변환하는 연구다.  그러나 이산화탄소가 에틸렌으로 전환되는 반응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황윤정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에틸렌 생성 반응의 핵심 중간경로를 규명해 촉매 성능 향상의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9일 밝혔다. 

김우열 숙명여대 화공생명공학부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이산화탄소 환원으로 에틸렌이 합성되는 과정에서 구리 기반 촉매의 표면에 흡착한 반응 중간체를 관찰하고 실시간으로 거동을 분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구리 기반 촉매는 이산화탄소를 전환해 메탄이나 에틸렌, 에탄올 등 화합물로 합성하는 데 활용됐다. 그러나 화합물을 선적으로 합성하는 제어기술은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적외선분광학 분석법을 적용해 나노구리입자 촉매 표면의 이산화탄소 전환 반응에서 일산화탄소 외에 에틸렌이 되는 과정의 중간체와 메탄을 생성하는 중간체를 각각 관찰했다. 그 결과 일산화탄소와 에틸렌 중간체는 같은 시간대에 생성되는 반면 메탄올 중간체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생성됐다. 이 때 반응경로를 제어하면 촉매 표면에서 화합물 생성 선택도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또 에틸렌 생성에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새로운 촉매 소재로 구리수산화물 나노와이어를 제시했다. 구리수산화물 촉매 표면에 일산화탄소가 흡착할 수 있는 다양한 자리가 존재하며 이중 특정자리에 흡착한 일산화탄소가 빠르게 탄소-탄소 결합의 중간체를 생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탄소-탄소 결합 반응은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이산화탄소로부터 전환하는 데 필수적인 반응이다. 

황윤정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신재생에너지 기반 차세대 탄소자원화 기술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에너지환경과학’ 최신호에 게재됐다. 

  •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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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1월 2020

[알아봅시다]  [잠깐과학]물리학자는 왜 월드와이드웹을 개발했을까

[알아봅시다] 

[잠깐과학]물리학자는 왜 월드와이드웹을 개발했을까

2020.11.14 10:00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시스템 속에 서 있는 모습. CERN 제공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컴퓨팅 시설의 모습이다.  CERN 제공

입자물리학 연구에서 가장 어려운 분야는 실험 후 해일처럼 밀려오는 데이터 홍수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는 과정입니다. 모래사장에서 모래알 하나를 찾는 일과 같습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일하던 물리학자인 팀 버너스리가 웰드와이드웹(www)을 개발한 이유입니다.

‘데이터 보정’이라는 힘들고 고된 일

2015년 미국 상대론적 중이온가속기(RHIC)에서 입자 충돌 실험인 피닉스(PHENIX)에 참여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양성자를 서로 충돌시키면 나오는 ‘바텀 쿼크’가 한 번 더 붕괴해 나오는 입자를 찾아야 했습니다. 이 작은 입자는 양성자가 충돌한 지점에서 500μm(마이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생합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진짜 발견하려면 입자의 위치와 경로를 정확히 측정해야 합니다.

제가 입자를 검출하기 위해 사용했던 실리콘 검출기에는 작은 센서인 ‘픽셀’들이 모눈종이처럼 붙어 있습니다. 가로와 세로가 약 100㎛로 매우 작은 픽셀은 입자가 지나가면 신호를 보냅니다. 이 신호 정보로 입자들이 검출기를 지나며 마주친 픽셀들을 모으면 각 입자들의 경로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경로를 따라 각 입자가 처음 생겼던 곳을 추적해 가는데, 만약 입자의 시작점이 양성자 충돌 지점에서 수백㎛떨어져 있다면 바텀 쿼크가 붕괴하며 나온 입자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픽셀이 너무 작아 완벽하게 줄을 세우기 어렵다는 겁니다. 픽셀은 여러 개가 모여 한 층을 이루고, 이 층이 여러 개 모여 검출기를 이룹니다. 검출기가 입자의 경로를 정확히 측정하려면 각 층이 서로 뒤틀리지 않고 나란히 정렬돼야 하지만, 100㎛ 크기의 픽셀들이 정확히 정렬돼도록 검출기를 만들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1㎜ 라도 어긋나면 한 층을 지나간 입자가 다음 층에서는 엄청 멀리 떨어진 픽셀을 지나간 것처럼 측정될 겁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픽셀들이 정확히 정렬되어 있지 않다고 가정하고, 실험 후에 컴퓨터로 데이터를 보정합니다. 픽셀 하나는 좌우, 위아래, 앞뒤로 이동할 뿐만 아니라 회전할 수도 있어 모든 변수를 고려해 계산합니다. 이 작업은 시간이 매우 오래 걸려 저도 2년간 보정 작업을 거친 후에야 원하는 입자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가속기에서 영화 10만 편에 달하는 데이터가 쏟아진다

여행지에서 무심코 사진을 찍으면 어느새 카메라에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는 경고 메시지가 뜹니다. 사진의 해상도가 올라갈수록 용량이 커져 더 많은 저장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일이 가속기 실험에서도 일어납니다. 입자 충돌 실험에서 발생하는 입자는 검출기를 지나면서 마주치는 픽셀에 흔적을 남기는데, 이 신호를 저장하는 것이 사진을 찍는 것과 같습니다. 사진처럼 검출기도 픽셀이 많아질수록 정밀해집니다. 그럴수록 저장해야 할 데이터량도 많아집니다.

실리콘 검출기 중에서는 가로와 세로의 길이가 각각 3㎝ , 1.5㎝인 칩 하나에 픽셀이 약 50만 개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이런 실험에서 저장하는 데이터는 1년에 1PB(페타바이트) 이상인데, 1PB는 요즘 컴퓨터에 사용되는 하드디스크의 용량인 1TB(테라바이트)의 약 1000배입니다. 용량이 10GB(기가바이트)인 초고화질 영화 십만 편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크기입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려면 컴퓨터도 많이 필요합니다. RHIC의 컴퓨터에는 중앙처리장치(CPU)가 약 3만 개 달려있습니다. CPU가 하나만 있다면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1달 정도 걸릴 것을, 3만 개를 동시에 작동시켜 몇 분만에 끝내는 겁니다. 전 세계 약 천 명의 연구자들이 이 컴퓨팅 시설에 접속해 충돌 실험 데이터를 분석합니다. 

물리학자가 www를 만든 이유

팀 버너스리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재직하던 1994년에 CERN 및 자신이 1989년 제안한 월드와이드웹(WWW) 화면을 띄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사진 제공 CERN

팀 버너스리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재직하던 1994년에 CERN 및 자신이 1989년 제안한 월드와이드웹(WWW) 화면을 띄운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사진 제공 CERN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컴퓨팅 시설은 더 독특합니다. 처리하는 데이터량에 비해 연구소 안에 컴퓨터가 많지 않습니다. 이는 데이터가 세계 곳곳에 나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크롬 같은 웹브라우저에 웹사이트 주소를 입력할 때 앞에 ‘www’가 붙는 걸 본 적이 있을 겁니다.

‘www’는 URL이라는 고유한 주소를 이용하는 정보 검색 시스템입니다. CERN에서 개발됐습니다. CERN은 1980년대까지 데이터를 여러 컴퓨터에 나눠 저장하는 바람에 하나의 정보를 찾으려면 수많은 컴퓨터를 뒤져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있는 정보도 잘 찾을 수 없었습니다.

CERN에서 물리학을 연구하던 팀 버너스리 연구원은 1989년 3월 www를 고안했습니다. 여러 컴퓨터에 나뉜 정보에 각각 주소를 지정해 쉽게 검색하도록 한 것입니다. 도서관이 각 책에 위치 코드를 달아 분류하는 것 처럼요. www를 이용하면 CERN 밖에 있는 물리학자들도 정보를 빠르게 교환할 수 있어 공동 연구가 가능해졌습니다. 이후 일반 사용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웹브라우저가 개발되면서 지금과 같은 인터넷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2008년부터 CERN은 전 세계의 컴퓨터를 하나로 묶은 ‘WLCG’라는 시설을 구축해 왔습니다. 전 세계 42개 국가의 170여 개 컴퓨팅 시설에 데이터를 나누어 저장합니다. WLCG에는 매년 10PB 이상의 데이터가 새로 저장돼 전 세계 약 만 명에 가까운 연구자들이 이용합니다.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도 WLCG에 속하는 덕에 국내 연구원도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이뤄지는 실험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23호(11월 15일 발행) [헥!헥! 핵물리학자] 요건 몰랐지? www는 물리학자가 개발했다

※필자소개

임상훈 부산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고에너지 핵물리학을 연구한다. 미국의 상대론적 중이온 가속기(RHIC)와 유럽의 거대 강입자 가속기(LHC)에서 각각 피닉스(PHENIX) 실험과 앨리스(ALICE) 실험에 참여한다.

  • 임상훈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 shlim@pusan.ac.kr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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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1월 2020

[사이언스샷] 별 폭발 현장으로 날아간 레이저

[사이언스샷] 별 폭발 현장으로 날아간 레이저

이영완 과학전문기

칠레 파라날 천문대에서 용골자리 에타를 향해 발사된 레이저들. 과학자들은 레이저를 관측해 먼 별에서 온 빛이 지구 대기와 만나 어떻게 변형되는지 알아냈다./ESO
 
칠레 파라날 천문대에서 용골자리 에타를 향해 발사된 레이저들. 과학자들은 레이저를 관측해 먼 별에서 온 빛이 지구 대기와 만나 어떻게 변형되는지 알아냈다./ESO

우주전쟁이라도 벌어진 것일까. 지구에서 은하 저 멀리 보라색 별로 레이저가 발사됐다. 주황색 빛다발들이 향한 곳은 용골(龍骨)자리 성운(Carina Nebula). 다행히 지구와 성운 사이 아무런 갈등도 없다. 레이저는 과학자들이 이 성운에서 벌어진 폭발을 관측하기 위해 발사한 것이다.

유럽남방천문대(ESO)는 지난 9일 우리 은하의 용골자리 성운으로 뻗어가는 레이저 빔을 ‘이 주의 사진’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용골자리 성운 또는 용골자리 에타 성운(Eta Carinae Nebula)은 천구 남쪽에 있는 별자리인 용골자리 방향으로 지구로부터 약 8500 광년(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거리에 있다. 밝고 어두운 성운들이 대규모로 복잡하게 형성되어 있는 영역이다.

ESO 과학자들은 용골자리 성운 중 용골자리 에타에 레이저를 겨냥했다. 이 별은 용골자리에 있는 매우 밝은 두 개의 거성으로, 밝기가 태양의 500만 배에 이른다. 질량은 태양의 100~150배이다.

용골자리 에타는 200년 전 폭발해 엄청난 양의 가스를 분출했다. 강력한 폭발 덕분에 이 별은 우리 은하에서 가장 빛나는 천체 중 하나로 꼽힌다. 형형색색의 빛은 별이 분출한 가스들이 전기를 띤 이온이 되면서 생긴다

그렇다고 과학자들이 레이저로 용골자리 에타를 맞히기라도 하는 것은 아니다. 레이저는 천체망원경으로 이 별을 관측한 데이터를 보정하기 위해 발사됐다.

용골자리 에타는 아무리 밝아도 지구로부터 7500광년이나 떨어져 있어 관측이 쉽지 않다. 천체 관측에서 가장 성가신 것은 지구의 대기이다. 먼 곳에서 온 빛이 대기에 산란돼 왜곡되기 때문이다. ESO 과학자들은 레이저로 먼 곳의 별이 대기와 만나 산란되는 과정을 모사했다.

칠레에 있는 ESO의 파라날 천문대는 해발 2635m의 파라날 산에 있다. 천문대의 가장 큰 망원경은 지름 8.2m 망원경 4대로 이뤄진 거대망원경(VLT)다. 연구진은 VLT의 망원경 하나를 먼 곳에 있는 가상의 별로 삼고 이곳에서 용골자리 에타를 항해 레이저를 쏘았다.

레이저를 구성하는 나트륨은 대기와 만나 주황색을 띤다. 연구진은 이 레이저를 관측하면서 빛이 지구의 대기와 만나 어떻게 산란되는지 측정했다. 이를 실제 용골자리 에타를 관측한 데이터를 보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출처] https://www.chosun.com/economy/science/2020/11/18/R57GMUDZ4BFUPE64KHZFQ6RU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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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1월 2020

[과학뉴스] 용암 바다 출렁이고 돌로 된 비 내리는 지옥같은 행성

[과학뉴스] 용암 바다 출렁이고 돌로 된 비 내리는 지옥같은 행성

2020.11.04 15:20

198광년 밖 ‘K2-141 b’…시속 5천㎞ 초음속 강풍도 한몫

표면·바다·대기 모두 암석 성분, 지구 물순환처럼 순환

'용암 행성' K2-141 b 상상도

[Julie Roussy, McGill Graphic Design and Getty Image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00㎞ 깊이의 용암으로 된 바다가 출렁이고 시속 5천㎞의 초음속 강풍이 부는데다, 돌로 된 비까지 내리는 지옥 같은 행성이 과연 존재할까?

캐나다 맥길대학교 지구행성과학과 니컬러스 코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에서 198광년 떨어진 물병자리의 별을 돌고 있는 지구 크기의 암석형 행성 ‘K2-141b’가 이런 조건을 가진 행성이라는 연구 결과를 영국 왕립천문학회 월보(MNRAS)를 통해 내놓았다.

K2-141b는 지난 2018년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천체면 통과 방식으로 태양보다 작은 K형 주계열성을 6.7시간 주기로 돌고 있는 것을 처음 확인했다.

맥길대학과 과학 매체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K2-141b가 가진 극한 기후 조건을 처음으로 제시했으며, 이는 내년 말에 발사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통해 진위가 가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K2-141b가 항성 빛을 받는 패턴을 분석해 약 3분의 2가 영구적으로 빛을 받는 것으로 추정했다. 빛을 못 받는 밤 지역 온도는 영하 200도까지 떨어지지만, 항상 별빛을 받는 낮 지역은 3천도에 달한다.

이는 암석을 녹이다 못해 기체로 증발시켜 일부 지역에 대기까지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성의 표면과 바다, 대기가 모두 암석 성분으로 이뤄진 셈이다.

코완 교수는 “우리 연구 결과로는 대기가 용암 바다의 해변에서 약간 넘어선 곳까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차세대) 우주망원경으로 포착하기가 쉬울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지구에서 수증기가 대기로 올라가 응결돼 비로 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K2-141b 행성에서도 극한 온도로 만들어진 암석의 증기가 나트륨(Na)과 일산화규소(SiO), 이산화규소(SiO₂)로 된 대기를 만들고 돌로 된 비를 내리게 한다는 결과도 얻었다.

지구에서는 수증기가 빗물이 되어 내리고 바다나 호수로 흘러들어 다시 수증기가 되는 물순환 과정이 반복되지만, K2-141b에서는 광물 증기가 초음속 강풍에 실려 온도가 낮은 밤지역으로 쓸려가 돌로 응결된 뒤 용암의 바다에 떨어지고 조류를 타고 낮 지역으로 흘러들어 증발하는 순환과정을 겪는다.

다만 이 과정이 불안정하고 속도가 느려 광물 성분이 장기간에 걸쳐 바뀌고 궁극에서 행성 표면과 대기까지 바꿔놓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코완 교수는 “지구를 포함해 모든 암석형 행성은 용암의 세계에서 시작해 급속히 냉각되면서 딱딱하게 굳게 됐다”면서 “용암 행성은 행성 진화에서 이런 단계를 엿볼 귀중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현재 K2-141 b의 밤과 낮 지역 온도를 일별한 스피처 우주망원경 자료만 갖고있지만 내년 10월에 JWST가 발사되면 행성의 대기가 예측된대로 움직이는지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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