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11월 2020

[알아봅시다] [주말N수학] 필즈상과 노벨상 수상 비법 공개, 질문이 위대한 발견을 낳는다

[알아봅시다] [주말N수학] 필즈상과 노벨상 수상 비법 공개, 질문이 위대한 발견을 낳는다

[주말N수학] 필즈상과 노벨상 수상 비법 공개, 질문이 위대한 발견을 낳는다

2020.11.07 06:00

노벨위원회 제공

노벨위원회 제공

필즈상과 노벨상은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위대한 연구를 한 수학자와 과학자에게 주어지는 명예로운 상입니다. 이런 연구는 어떻게 탄생할까요?  그 비밀은 ‘질문’이라고 하는데요, 질문이 어떻게 위대한 연구로 이어지는지, 필즈상과 노벨상 수상자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필즈상 수상자들은 자신이 던진 질문이나 오랫동안 이어져 온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 위대한 업적을 낼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례가 있지만 특별히 2014년 서울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필즈상을 수상한 만줄 바르가바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수학과 석좌교수의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바르가바 교수는 가장 오래된 수학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정수론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둬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주요 업적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공통적으로 기존의 접근 방식과 다른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로부터 해답을 찾아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난제를 푸는 열쇠는 질문

질문① 가우스의 연산 법칙을 확장할 수 있을까?

바르가바 교수는 독일 수학자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가 쓴 책 ‘산술논고’를 읽으며 가우스의 연구를 좀 더 쉽게 정리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자신의 취미인 루빅스 큐브 맞추기를 하고 있는데, 문득 ‘각 지점에 수를 대응시키면 어떨까?’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실제로 수를 대응시킨 뒤 세 가지 방법으로 큐브를 자르고 배열한 수를 이용해 새로운 연산 법칙 13개를 알아낼 수 있었죠. 기존 가우스의 연산 법칙은 2차 방정식에만 쓸 수 있었는데, 새로 발견한 연산 법칙 덕분에 가우스의 연산 법칙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3~5차 방정식까지 확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질문②  타원곡선의 해는 어떤 구조일까?

y² =x³+ax+b 꼴을 가진 방정식을 ‘타원곡선의 방정식’이라고 합니다. 이 방정식에서 계수인 a와 b가 변할 때 해가 유한한지 무한한지는 아직까지 수학자들이 답을 찾지 못한 질문입니다. 바르가바 교수는 관점을 바꾸는 새로운 질문을 던져 이 문제에 돌파구를 마련했습니다. 이전까지 수학자들은 방정식을 분석해 해의 특징을 찾아내는 데 주목했는데, 바르가바 교수는 구체적인 답을 찾는 대신 ‘계수 a와 b를 임의로 골랐을 때 방정식의 해가 무한할 확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유리수 해가 무한할 확률과 없을 확률 모두 0보다 크다는 것을 밝혔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분야에서는 엄청난 진전을 가져다 준 연구 결과였습니다. 

202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중에는 이례적으로 수학자가 포함됐습니다. 바로 로저 펜로즈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명예교수입니다. 펜로즈 교수는 라인하르트 겐첼 독일 막스플랑크 외계물리학연구소장과 앤드리아 게즈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천체물리학과 교수와 함께 블랙홀의 존재를 밝힌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펜로즈 교수는 수학적으로 블랙홀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1965년에 증명했는데, 이는 약 200년에 걸쳐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을 수학 문제로 바꾸고, 그것을 증명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벨상 안긴 블랙홀 발견도 ‘질문’에서 시작

질문①  천체가 밀집하면 어떻게 될까?

로저 펜로즈 옥스퍼드대 교수. 노벨위원회 제공

로저 펜로즈 옥스퍼드대 교수. 노벨위원회 제공

1783년 영국 과학자 존 미첼과 1796년 프랑스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는 ‘우주의 천체가 빽빽하게 밀집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라는 질문에 ‘더이상 보이지 않게 된다’는 답을 각각 독립적으로 얻습니다. 수학적으로 계산해보니 강력한 중력 때문에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질문②  별이 수명을 다하면 어떻게 될까?

1930년대에 이르러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태양보다 무거운 별이 수명을 다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별이 붕괴하면서 강한 중력으로 빛을 비롯한 모든 것을 별 안쪽으로 끌어당긴다’는 답을 내놨습니다. 그리고 이를 ‘얼어붙은 별’이라고 불렀죠.

 질문③  보이지 않는 천체가 생길 수 있을까?

앞서 연구한 선배들의 질문과 답을 이어받은 펜로즈 교수는 ‘이 불가사의한 천체가 정말 우주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붙들고 씨름했습니다. 당시 블랙홀에 대한 이론적인 연구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고안한 일반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전개됐습니다. 그래서 펜로즈 교수도 같은 맥락에서 연구를 시작하지만 문제가 풀리지 않자 도형의 연결관계를 다루는 수학 분야인 ‘위상수학’을 일반상대성이론에 접목했습니다.

그 결과 특정 질량을 넘는 우주의 천체는 자체 중력에 의해 점차 수축하면서 특이점이라는 한 점으로 수렴하고, 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는 것을 수식으로 증명합니다. 펜로즈는 이를 ‘특이점 정리’라고 불렀죠. 1965년에 발표된 이 연구는 그동안 이론적인 존재일 거라 생각했던 블랙홀의 존재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줬습니다. 

필즈상과 노벨상 수상자처럼 훌륭한 연구의 출발점이 될 질문을 모집하는 ‘궁극의 질문’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궁극의 질문 프로젝트란 미래 수학자와 과학자를 꿈꾸는 여러분이 직접 던진 질문을 연구 주제로 발전시키고, 여럿이 함께 문제의 해결법을 모색하는 온라인 협업 프로젝트입니다. 우수 질문으로 선정된 분에게는 푸짐한 선물도 드리니 지금 바로 여러분의 질문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관련링크 폴리매스 홈페이지 (http://polymath.co.kr) [궁극의 질문 프로젝트]

  • 최영준 기자 jxabbey@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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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1월 2020

[프리미엄 리포트] 노벨물리학상 ‘펜로즈 특이점 정리’ 이해하기

[프리미엄 리포트] 노벨물리학상 ‘펜로즈 특이점 정리’ 이해하기

2020.11.07 15:00

스티븐 호킹 박사와 로저 펜로즈 옥스퍼드대 교수. 옥스포드대 제공

스티븐 호킹 박사와 로저 펜로즈 옥스퍼드대 교수. 옥스포드대 제공

※편집자 주 : 2020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로저 펜로즈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독창적인 수학적 방법을 사용해 블랙홀이 일반 상대성 이론의 직접적인 결과임을 증명했습니다. 1965년 1월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중력수축과 시공간의 특이점들(Gravitational collapse and space-time singularities)’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그의 핵심 논문을 자세히 해설해드립니다.

블랙홀의 존재에 대한 1960년대 물리학자들의 논쟁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원통 모양의 통나무를 평평한 표면 위에 던졌을 때 평형 상태를 구하는 정역학 문제를 예로 들어 보자. 이 문제에는 통나무가 누워 있는 경우처럼 많은 해가 있을 수 있지만, 계산을 단순화하기 위해 수직 축에 대해 회전 대칭성이 있는 경우만을 고려한다고 가정한다. 이 경우 오직 원통의 중심축이 수직 축과 일치하도록 통나무가 꼿꼿이 서 있는 경우만 남게 된다.

 

만약 통나무가 충분히 짧고 굵다면 이 해는 매우 안정적이며, 실제로 우리가 통나무를 지면에 던졌을 때 이런 모습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통나무가 매우 가늘고 길다면, 이 회전 대칭성을 가진 해는 매우 불안정할 것이고, 실제로 통나무를 던졌을 때 이렇게 서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슈바르츠실트 시공간의 블랙홀과 특이점에 대한 당대 물리학자들의 비판은 마치 가늘고 긴 통나무 문제처럼 이런 해가 매우 불안정해 물리적으로 실재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런 상황을 종결지은 것이 로저 펜로즈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1965년 1월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중력수축과 시공간의 특이점들’이라는 논문이다. 여기서 그는 일반 상대성 이론의 해(수학적 답안)로 제시됐던 슈바르츠실트 시공간에서 예측할 수 있는 특이점이 단지 수학적 허상이 아니며, 실제 천체 붕괴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수학적 논증을 통해 증명했다.

논증의 결론은 ‘일반적인 물질’과 함께 아인슈타인 방정식을 만족하며 고립된 천체를 기술하는 시공간에 ‘갇힌 표면(closed trapped surface)’이 존재하면, 시공간의 특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갇힌 표면의 존재성 가정은 마치 짧고 굵은 통나무의 예처럼 약간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성을 만족한다는 점이다. 슈바르츠실트 시공간 속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의 안쪽 구면은 모두 갇힌 표면에 해당하며, 펜로즈 교수의 증명을 적용하면 여기서 비롯되는 특이점이 충분히 안정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펜로즈 교수의 증명으로 나아가기 위해 먼저 갇힌 표면의 개념을 정의하자. 지구 위의 어두운 실험실 안, 양면에서 빛을 내는 구 모양의 전등을 생각하자. 구형 전등을 잠깐 반짝이면 (그리고 빛의 운동을 볼 수 있다면) 전등을 이루는 구면의 안쪽과 바깥쪽으로 뻗어나가는 두 종류의 구형 빛 파면이 생길 것이다. 이때 안쪽의 파면은 순간 그 넓이가 줄어들지만, 바깥쪽의 파면은 넓이가 늘어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갇힌 표면이란 이와는 달리 그 표면에서 비롯된 빛의 두 파면 모두에서 순간적으로 그 넓이가 줄어드는 표면을 말한다. 즉, 갇힌 표면이 있는 영역은 빛이 비상식적으로 휠 정도로 중력장이 매우 강한 영역인 것이다.

 

이런 개념을 정의한 펜로즈 교수는 증명을 위해 귀류법을 사용했다. 만약 시공간에 특이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필연적으로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 모순은 갇힌 표면의 존재성과 일반적인 물질 조건에서 비롯된 국소(local)적 성질, 시공간이 고립된 천체를 기술한다는 대역(global)적 성질 간 대치에서 비롯된다. 이는 미분기하학에서 흔히 쓰이는 논증 방법이다.

갇힌 표면이 반짝였을 때 생기는 모든 빛의 궤적을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자. 갇힌 표면 위에 있는 일반적인 물질에서 중력은 서로 당기는 힘이므로 빛의 궤적은 서로 점점 모이게 된다. 특이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정에 의해 빛은 언제나 진행할 수 있으며, 갇힌 표면에서 비롯된 각 빛의 궤적을 따라 결국 주변 빛이 집중되며 초점이 형성될 것이다(국소적 결론). 여기에 시공간이 고립된 천체를 기술한다는 대역적인 가정(엄밀히는 밀집되지 않은 초기 공간이 있다는 가정)을 더하면, 시공간 내의 모든 관찰자(시간꼴 궤적)와 갇힌 표면 사이에 초점이 형성되지 않는 빛의 궤적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대역적 결론). 논증을 더 이어가면 국소적 결론과 대역적 결론으로부터 모순을 도출해낼 수 있고, 그러므로 가정은 참일 수 없다.

이 결론들은 물리학적 내용을 담고 있지만, 수학적으로 매우 아름다운 기하학 정리라 볼 수 있다. 일반적인 물질, 갇힌 표면 등이 모두 엄밀한 미분기하학적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그 증명 또한 기하학적 논증이기 때문이다.

펜로즈 교수가 발표한 1965년 논문의 영향력은 당대를 넘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의 논문이 발표된 뒤, 당시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생이었던 스티븐 호킹은 펜로즈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시간을 거꾸로 돌려서 우주의 시작을 설명하는 빅뱅 이론의 특이점도 일반 상대성 이론의 자연스러운 결과임을 증명했다(참고로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을 보면 펜로즈와 호킹의 만남이 잘 그려져 있다).

특이점과 블랙홀 간의 이론적 관계에 대해 펜로즈 교수는 ‘우주 검열 가설’이라 불리는 여러 추측을 발표했고, 이에 대한 연구는 물리학계와 수학계에서 지금까지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끝으로 블랙홀 실재 관측 증거를 발견해 펜로즈 교수와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들의 업적이나, 2019년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에서 처음으로 블랙홀의 사진을 얻어낸 업적 등 많은 진전이 있었다. 이 모든 발전은 55년 전 펜로즈 교수가 증명한 아름다운 정리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관련기사 

과학동아 11월호, 도전!노벨물리학상 ‘펜로즈 특이점 정리’

※필자소개

오성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수학과 교수(겸 고등과학원 수학부 비전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반 상대성 이론, 유체 역학 등 물리학에서 비롯되는 비선형 편미분 방정식의 엄밀한 수학적 이해를 연구하고 있다. sjoh@math.berkeley.edu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1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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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10월 2020

세계 최대 규모 실험으로 은하 형성과 진화 이론 가장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세계 최대 규모 실험으로 은하 형성과 진화 이론 가장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2020.10.19 14:00

HR5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현한 가장 큰 은하단 중 하나를 포착한 모습이다. 붉은 색은 기체의 온도, 푸른색은 기체의 밀도, 회색은 중원소 분포를 가리키며 빛나는 지역은 별들이 모여 있는 은하를 보여준다. KISTI 제공.

HR5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현한 가장 큰 은하단 중 하나를 포착한 모습이다. 붉은 색은 기체의 온도, 푸른색은 기체의 밀도, 회색은 중원소 분포를 가리키며 빛나는 지역은 별들이 모여 있는 은하를 보여준다. KISTI 제공.

국내 연구진이 우주의 진화와 은하 생성을 이론적으로 계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치모의실험을 수행하고 은하의 형성과 진화 이론을 가장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터 ‘누리온’을 활용한 연구결과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과 지난해 사건지평선망원경(ETH) 연구를 통한 인류 첫 블랙홀 관측으로 관심을 끈 초거대 블랙홀의 성장 과정을 이해하는 중요한 이론적 자료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KISTI와 고등과학원, 한국천문연구원은 우주 진화와 은하 생성을 계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치모의실험 ‘호라이즌런5(HR5)’을 수행했다고 19일 밝혔다. HR5는 KISTI의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다섯 번째 우주 진화 관련 연구 프로젝트다. 

2018년 구축된 슈퍼컴퓨터 누리온은 25.7페타플롭스(PF)의 계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플롭스는 초당 수행할 수 있는 부동소수점 연산 횟수를 의미한다. 페타플롭스는 1초당 1000조번의 연산처리를 할 수 있다. 

HR5 연구팀은 프랑스에서 개발된 유체역학 수치모의실험 코드 ‘람세스(RAMSES)’를 채택하고 누리온에서 최대 효율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적병렬화해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수행하기 어려웠던 계산을 3개월간 7.5PF 규모에서 수행했다. 최적병렬화는 슈퍼컴퓨터에서 수천대의 컴퓨터가 동시에 수행할 수 있게 코드를 개발해 어려운 문제를 빠르게 계산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람세스는 별이 마지막 진화 단계에서 폭발하는 현상인 초신성과 활동성 은하핵에 의한 기체의 가열 및 손실 뿐 아니라 산소, 철과 같은 중원소 함량의 진화, 초거대질량 블랙홀의 자세한 물리적 진화과정을 계산할 수 있다. 

기존 수치모의실험과 HR5 비교. 현재 세계 최대 규모 수준의 유체역학을 활용한 우주론적 수치실험들은 Eagle, Illustris, Horizon-AGN 등이다. 이들의 한 변의 크기는 100메가파섹(Mpc)으로 한 변이 약 1049Mpc인 HR5은 기존 시뮬레이션보다 10배 정도 큰 규모이다. 파섹은 천문학에서 사용하는 보편적인 단위로 1메가파섹은 326만광년이다. KISTI 제공.

기존 수치모의실험과 HR5 비교. 현재 세계 최대 규모 수준의 유체역학을 활용한 우주론적 수치실험들은 Eagle, Illustris, Horizon-AGN 등이다. 이들의 한 변의 크기는 100메가파섹(Mpc)으로 한 변이 약 1049Mpc인 HR5은 기존 시뮬레이션보다 10배 정도 큰 규모이다. 파섹은 천문학에서 사용하는 보편적인 단위로 1메가파섹은 326만광년이다. KISTI 제공.

기존의 세계적 규모의 우주론 유체역학 수치모의실험에서 가상 우주 공간 크기의 한계로 우주 거대구조의 성장과 은하 진화와의 상관관계를 제대로 규명하기 어려웠다. HR5는 모의실험의 규모를 크게 확장해 ‘표준우주모형’에 근거한 은하의 형성과 진화를 가장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차가운 암흑물질 모형으로 불리는 표준우주모형은 우주대폭발 모형, 급팽창 가설, 차가운 암흑물질 모형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우주론적 관측 데이터와 대부분 일치한다. 

기존 수치모의실험에서는 10개 내외의 은하단만 찾을 수 있었다. HR5에서는 기존 시뮬레이션보다 10개 큰 공간에서 약 10배 더 많은 100여개의 은하단을 찾아냈다.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의 은하단 형성과 소속 은하의 진화를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이번 수치모의실험 데이터는 우주 팽창의 기원으로 여겨지며 우주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에너지의 정체 규명을 위한 탐사 관측 해석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HR5 연구팀은 한 변이 약 34억광년인 가상 우주 공간 내 은하 분포로부터 암흑에너지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정보 중 하나인 ‘바리온 물질 요동의 흔적(BAO)’을 처음으로 이론적으로 구현했다. BAO란 우주 초기에 공간이 팽창함에 따라 생긴 요동이 일종의 화석처럼 현재까지 남아있는 흔적을 말한다. 우주의 나이가 38만년일 때 빛과 물질이 분리되며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박창범 고등과학원 교수는 “HR5는 국내 연구진이 주도한 세계 최대 규모의 우주론적 유체역학 시뮬레이션으로 우주 거대구조와 은하의 생성 및 진화를 동시에 정밀하게 기술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라며 “우주론과 은하 및 은하단의 기원을 밝히는 다양한 연구에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오경 KISTI 슈퍼컴퓨팅응용센터 책임연구원은 “이번 거대 규모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존에 수행할 수 없었던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었다”며 “다른 연구에도 활용돼 혁신적인 우주론 연구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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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10월 2020

[알아봅시다] [프리미엄 리포트]사람도 통과하는 ‘유령입자’ 중성미자

[프리미엄 리포트]사람도 통과하는 ‘유령입자’ 중성미자

2020.10.24 09:00

남극 지하에 설치된 중성미자 탐지기의 모식도다-사이언스 제공

남극 지하에 설치된 중성미자 탐지기의 모식도다. 사이언스 제공

2009년 개봉했던 SF영화 ‘2012’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지진과 화산 폭발, 해일 등 각종 재난이 한꺼번에 일어납니다. 언뜻 흔한 소재처럼 보이지만, 재난이 일어난 이유가 저 같은 핵물리학자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습니다. 바로 ‘중성미자’라는 입자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물질과 잘 반응하도록 성질이 변하면서 지구의 내부 물질과 반응해 지각 등을 붕괴시켜버린다는 설정이었습니다. 중성미자, 대체 어떤 입자이기에 이런 상상이 가능했던 걸까요?

내 몸도, 검출기도 유유히 통과하는 ‘유령’, 중성미자

남극의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 사이언스 제공

남극의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 사이언스 제공

3화(7월 15일 자)에 나왔던 ‘뮤온’이라는 기본입자를 기억하나요? 우주에서 쏟아져 양 손바닥을 1분에 약 200개씩 통과하지만, 우리는 전혀 느낄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뮤온이 우리 몸을 이루는 물질과 반응하지 않고 통과해버리기 때문입니다.

뮤온보다 반응을 하는 정도가 더 적어 ‘유령입자’라 불리는 물질이 있습니다. 손톱만 한 면적을 1초에 약 700억 개씩 통과해버리는 녀석입니다.  또 다른 기본입자 중 하나인 ‘중성미자’예요. 중성미자는 전하를 띠지 않고 질량이 매우 작습니다. 전자기력과 강한 핵력도 무심하게 지나쳐 지금껏 소개한 검출기로는 중성미자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중성미자는 표준모형이 설명하는 기본 힘 중 유일하게 ‘약한 핵력’을 통해서만 힘을 받습니다. 약한 핵력은 핵을 이루는 물질 중 하나인 ‘중성자’가 붕괴해 양성자와 전자, 중성미자를 내보낼 때 발견되는 힘입니다. 이때 나오는 전자를 ‘베타선’, 중성자 붕괴 과정을 ‘베타 붕괴’라 부릅니다. 베타 붕괴는 태양에서도 일어나 수많은 중성미자가 태양빛과 함께 지구로 쏟아지지만 우리는 느낄 수 없습니다.

문제는 약한 핵력을 관찰하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이유는 약한 핵력을 전달하는 ‘매개입자’의 성질에 있습니다. 모든 힘이 그렇듯 약한 핵력도 자기만의 매개입자를 통해 전달됩니다. 강 위에 뜬 두 배에서 사람이 공을 주고받으면 서로 밀려나는 힘을 받는 것처럼, 입자는 매개입자로 힘을 주고받습니다.

약한 핵력의 매개입자는 독특한 성질이 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생겼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가상입자’란 사실입니다. 마치 두더지 게임의 두더지처럼요. 이런 탓에 우리에게 익숙한 전자기력 등에 비해서 약한 핵력을 통한 물질 간의 상호작용은 매우 드물게 나타납니다. 수많은 중성미자가 어떤 물질과 만나도 극히 일부만 물질과 반응합니다. 이런 탓에 여러 반응을 일으키며 질량 등의 특징을 알아내는 실험을 하기가 어려운 겁니다. 중성미자가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이유를 알겠죠?

물리학자의 발견, “중성자에서 유령이 나타났다

 

이렇게 찾기 어려운 중성미자는 언제 처음 알려졌을까요? 최근의 물리학적 발견이 대부분 그렇듯 이론을 바탕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이런 입자가 아마 있을 것 같다!”며 예측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20세기 양자역학에 큰 영향을 끼쳤던 오스트리아 이론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였습니다.

파울리가 단서를 얻은 것은 1930년대 이뤄지던 중성자 붕괴 실험에서였습니다. 당시 물리학자들은 중성미자가 있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중성자가 붕괴하면 양성자와 전자만 생긴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전까지 밝혀진 물리 법칙에 따르면 반응 전후 각 물질의 질량과 에너지 총합이 보존돼야 하기 때문에, 실험을 하며 이 점을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웬일일까요? 아무리 정밀하게 측정해도 질량과 에너지의 총합이 반응 전보다 반응 후에 줄었습니다. 특히 전자의 운동에너지가 예상보다 항상 적게 측정됐습니다. 혼란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질량과 에너지가 보존된다는 법칙이 틀리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입자가 나와 전자가 차지했어야 할 운동에너지 일부를 빼앗았어야 했습니다.

파울리는 후자가 맞을 거라 생각해 전하를 띠지 않고 쉽게 찾을 수 없는 입자가 있을 거라 예측했습니다. 물리학자들은 이 입자를 찾기가 힘들어 유령 같다는 뜻의 ‘유령입자(ghost particle)’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그러다 이탈리아계 미국인 핵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1934년에 중성자 붕괴에 대한 이론을 정밀하게 세우면서 이 유령입자가 전기를 띠지 않는 중성이고 매우 작다는 뜻에서 ‘중성미자’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중성미자, 나는 네가 남기고 간 흔적을 알고 있다

일본 중성미자 검출기 ′슈퍼-카미오칸데. 도쿄대 제공

일본 중성미자 검출기 ‘슈퍼-카미오칸데. 도쿄대 제공

물리학자들은 1946년에야 중성미자만이 남길 수 있는 흔적을 찾아냈습니다. 실험을 이끈 미국 물리학자 프레더릭 라이너스는 이 업적으로 1995년 노벨 물리학상까지 수상했습니다. 라이너스는 중성미자가 양성자와 반응하면 중성자와 ‘양전자’를 만든다는 점을 이용했습니다. 양전자는 전자의 반입자입니다. 전자와 질량을 포함한 모든 성질이 같고 전하만 반대로 양전하를 띱니다.

양전자는 전자와 만나면 소멸되며 빛 알갱이인 광자를 만듭니다. 광자가 나온다는 것은 빛이 나온다는 뜻입니다. 즉, 양성자와 전자만 있는 깜깜한 곳에서 빛 한 줄기가 갑자기 마법을 부린듯 나타난다면 중성미자가 양성자와 반응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물리학자들은 중성미자를 검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캠퍼스를 포함한 국제연구팀은 남극 깊은 곳 지하에 아이스큐브 중성미자 관측소를 짓고 빛을 감지하는 검출기를 설치했습니다. 우주에서 온 중성미자가 다른 입자들이 쉽사리 들어오지 못하는 땅속에서 양성자와 반응해 빛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겁니다. 일본 ‘가미오칸데’는 지하 1km 지점에 거대한 물탱크를 두고 중성미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원도 2021년 완공을 목표로 강원도 정선군에 중성미자 검출기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연구가 활발한 이유는 중성미자에 대해 인류가 모르는 게 아직 많기 때문입니다. 가장 기초적인 정보인 질량조차 정확하게 밝히지 못했습니다. 이런저런 반응을 일으켜보면서 입자의 성질을 알아내야 하는데, 중성미자는 어떤 물질과도 잘 반응하지 않아서입니다. 중성미자의 성질을 밝히기 위한 다음 연구, 여러분이 해보면 어떨까요?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20호 (10월 15일 발행) 눈에도 안 보이고, 내 몸도 통과한다고? ‘유령입자’ 중성미자

※필자소개

임상훈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 고에너지 핵물리학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의 상대론적 중이온 가속기(RHIC)와 유럽의 거대 강입자 가속기(LHC)에서 각각 피닉스(PHENIX) 실험과 앨리스(ALICE) 실험에 참여했다.

  • 임상훈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 shlim@pusan.ac.kr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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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0월 2020

[알아봅시다] 영화 아바타 속 ‘신비의 자원’ 상온 초전도 사상 첫 구현

[알아봅시다] 영화 아바타 속 ‘신비의 자원’ 상온 초전도 사상 첫 구현

2020.10.15 16:39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떠 있는 섬 ‘할렐루야 아일랜드‘. 중력은 약하고 자기장에 의해서 섬이 공중에 뜰 수 있는 것으로 그려졌다.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떠 있는 섬 ‘할렐루야 아일랜드‘. 중력은 약하고 자기장에 의해서 섬이 공중에 뜰 수 있는 것으로 그려졌다.

2009년 개봉한 고전 SF 영화 ‘아바타(사진)’는 인류가 매우 비싸고 귀한 자원 ‘언옵테늄’을 캐러 외계 행성 판도라에 진출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자원은 사람이 살아가는 온도인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상온 초전도체’로, 인류의 삶을 혁신할 매우 중요한 물질로 등장한다.

SF영화에서도 태양계 바깥의 먼 외계 행성에서나 캘 수 있는 물질로 그려질 만큼 ‘꿈의 물질’로 여겨져 온 상온 초전도체가 사상 최초로 개발됐다. 

●꿈의 물질 상온 초전도체 첫 성공

랜거 다이어스 미국 로체스터대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약 15도의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을 실험을 통해 발굴해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14일자(현지시간)에 발표했다.

초전도체는 물질의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완전 도체’의 특성과, 주변 자기장을 밀쳐내 완전히 상쇄하는 ‘완전 반자성’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는 물질이다. 전기 저항을 줄여 전력 송신의 효율을 높이고 전자제품을 효율화하며 모터 등을 소형화하는 등 전기 및 전자기술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미래 에너지 기술로 꼽히는 핵융합이나 의료영상인 자기공명영상(MRI)도 개선할 수 있다. 자기장을 밀쳐내 자기부상열차 등을 가능케 할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존의 초전도체는 영하 270~영하 수십 도의 극저온 환경에서만 작동이 가능했다. 값비싼 액체 헬륨이나 액체 질소 등을 통한 냉각이 필수고, 구현도 번거로워 응용이 어려웠다. 이에 물리학자들은 초전도체를 일상에서 널리 응용하기 위해 영상의 온도에서 작동하는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2015년 이후 황화수소(H3S), 2019년 수소화란타넘(LaH10)을 이용한 초전도체가 등장하면서 구현 온도가 영하 약 20도까지 올라오면서 돌파구가 열렸다. 박두선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기존에도 일부 상온 초전도 현상이 보고됐지만 대부분 신뢰성이 낮아 가짜과학 취급하는 분위기까지 있을 정도로 상온 초전도는 구현하기 어려운 주제였다”며 “하지만 점차 수소를 기반으로 한 물질을 통해 영하 70도, 영하 20도 등으로 온도를 높여온 끝에 이번에 상온 초전도를 현실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초전도체는 액체질소 등으로 온도를 최소 영하 수십 도 이하로 낮춘 상태에서만 구현이 가능했다. 사진은 초전도체 위에 자석을 띄운 실험으로, 초전도체 특유의 반자성 효과(마이스너 효과)로 자석이 공중에 떠 있다. 로체스터 제공

기존의 초전도체는 액체질소 등으로 온도를 최소 영하 수십 도 이하로 낮춘 상태에서만 구현이 가능했다. 사진은 초전도체 위에 자석을 띄운 실험으로, 초전도체 특유의 반자성 효과(마이스너 효과)로 자석이 공중에 떠 있다. 로체스터 제공

●수소 기반 물질로 상온에서도 ‘전자쌍’ 유지…압력 낮추는 후속 연구는 필요

이번 연구는 상온에서 초전도체를 만들 수 있음을 보인 첫 연구다. 연구팀은 지표에서 느끼는 기압의 약 260만 배의 초고압 환경에서 수소와 황, 탄소가 포함된 재료 물질을 다이아몬드 소재에 넣고 빛을 이용해 합성시키는 방법으로 영상 15도의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지닌 물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다이어스 교수는 “상온 초전도체에는 가볍고 결합이 강한 재료가 필요한데 수소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이상적인 재료”라고 말했다.

초전도체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인 BCS이론에 따르면, 원래는 양자역학적 특성 중 하나인 ‘스핀’이 분수 값을 갖는 ‘페르미온’인 전자가 초전도체 내에서 원자의 진동(포논)의 매개에 의해 두 개씩 짝을 이루면서 초전도 현상이 시작된다. 전자 두 개가 쌍을 이룬 유사 입자를 ‘쿠퍼쌍’이라고 하는데, 쿠퍼쌍은 스핀이 정수 값을 갖는 ‘보존’처럼 움직인다.

파울리의 배타원리에 따르면, 원래 페르미온은 한 에너지 준위에 하나의 스핀밖에 존재할 수 없다. 반면 보존은 아주 많은 입자가 같은 에너지 준위에 머물러 한 덩어리로 움직일 수 있다. 쿠퍼쌍 역시 원래는 전자 두 개지만, 보존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한 덩어리로 흐른다. 이 현상을 응축이라고 한다. 이 경우, 마치 광장에서 군중이 발을 맞춰 동시에 걷는 경우 진로에 방해가 되는 다른 사람이 없어 이동 속도가 빨라지는 것처럼 전류 역시 흐름에 제약이 사라진다. 전기 저항이 없어지는 것이다.

수소는 이런 쿠퍼쌍을 만들어 초전도 현상을 낳는 데 유리하다. 박 교수는 “수소는 가장 가벼운 물질로 진동에너지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전자 사이를 묶어주는 힘이 강해 상온에서도 초전도 특성을 나타낼 것이라는 추정이 있었다”라며 “다만 수소가 금속이 아닌 부도체라 현실성이 없다는 반론이 있었는데 이번에 실제로 초전도체로 작동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다이어스 교수 역시 “수소를 이용해 만든 금속성 고체는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온도가 높으면서 강력한 전자쌍을 형성할 수 있다”며 “다만 순수한 수소로 금속 고체 상태를 만들려면 압력이 너무 커야 해 수소가 많은 다른 물질을 이용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성공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더 낮은 압력 조건에서 상온 초전도체를 만드는 기술을 연구할 계획이다. 다이어스 교수는 “그 동안 저온의 제약 때문에 실생활에 응용되지 못하던 물질이 이번 연구로 제약을 벗어나 응용의 길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공동연구자인 애슈칸 살라마트 미국 네바다대 교수는 “이번 연구로 향후 2억메가와트시(MWh)의 에너지를 손실 없이 전송하는 전력망이나 자기부상열차, 더 빠르고 효율 좋은 디지털 전자기기가 저장기술이 개발될 것”이라며 “현재의 반도체 세상에서 배터리 등이 필요없어지는 초전도 세상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아직 상온 초전도 분야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가 없다. 하지만 관련 연구자들이 모여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BCS이론 만으로 상온 초전도체를 설명할 수 있는지 등 이론과, 다른 상온 초전도 물질을 발굴하는 것처럼 다양한 연구가 시작될 것”이라며 “이번 성과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관련 연구자들이 상온 초전도 연구회를 꾸리기 위해 논의중이다. 비록 후발주자지만 미래를 대비하고 나아가 선도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전도체 발전 과정을 정리한 그래프다. 가로축은 연도이고 세로축은 구현 온도를 절대온도로 기록한 것이다. 1911년 처음 등장한 뒤 점차 온도가 높아지다가 1980년대에 등장한 페로브스카이트 구조 물질을 이용한 고온 초전도체가 여러 차례 온도 혁신을 이뤘다. 최근에는 수소 기반 물질(황화수소, H2S 등)이 비약적인 온도 상승을 이뤘고, 이번에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팀 역시 황화수소와 탄소를 적절히 활용해 상온 초전도에 사상 처음으로 성공했다. 위키미디어 제공

초전도체 발전 과정을 정리한 그래프다. 가로축은 연도이고 세로축은 구현 온도를 절대온도로 기록한 것이다. 1911년 처음 등장한 뒤 점차 온도가 높아지다가 1980년대에 등장한 페로브스카이트 구조 물질을 이용한 고온 초전도체가 여러 차례 온도 혁신을 이뤘다. 최근에는 수소 기반 물질(황화수소, H2S 등)이 비약적인 온도 상승을 이뤘고, 이번에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팀 역시 황화수소와 탄소를 적절히 활용해 상온 초전도에 사상 처음으로 성공했다. 위키미디어 제공

●초전도 현상 발견 109년 만에 성공…상온 초전도체 도전 역사

초전도체는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헤이커 오너스가 엑체헬륨으로 수은을 절대온도 약 4.2도(4.2K, 섭씨 영하 약 269도)까지 낮추는 과정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을 관측해 처음 발견했다. 이후 납이나 질화니오븀 등 다른 물질을 이용해서도 초전도체가 발견됐지만, 모두 영하 270~230도 부근의 극저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였다.

이후 1980년대에 이보다 수십 도 이상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들이 발견되면서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 개발이 붐을 이뤘다. 극저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초전도체와 구분하기 위해 이들에게 ‘고온 초전도체’라는 이름이 붙었다. 란타넘과 바륨, 산화구리 등이 페로브스카이트라는 독특한 입체 결정구조로 결합한 LBCO가 30K(섭씨 영하 약 240도) 부근에서 처음 초전도 현상을 보였고, 이후 비슷한 물질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150K(섭씨 영하 약 120도)에서도 작동하는 초전도체가 등장했다.

2015년 이후에는 황화수소(H3S)를 이용한 초전도체가 등장하면서 203K(섭씨 영하 약 70도)의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성을 보이는 초전도체가 나왔다. 이어 2019년에는 수소화란타넘(LaH10)을 이용해 250K(섭씨 영하 약 23도)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가 나오면서 곧 상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져 왔다.

  •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0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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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0월 2020

[표지로 읽는 과학]100년 만에 구현한 상온 초전도

[표지로 읽는 과학]100년 만에 구현한 상온 초전도

2020.10.17 07:00

네이처 제공

네이처 제공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이달 14일 상온을 가리키는 온도계와 아주 높은 압력을 가리키는 기압계그림을 표지에 실었다. 네이처는 14.5도의 상온과 대기압의 267만 배에 이르는 고압 환경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내는 물질을 찾은 연구를 커버스토리로 소개했다.

네덜란드 물리학자 카멜린 온네스가 1911년 처음 발견한 초전도성은 특정 조건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고 주변 자기장을 밀어내는 성질이다. 초전도성을 갖는 물질인 ‘초전도체’로 전선을 만들면 전기를 손실 없이 보낼 수 있어 전기 제품의 효율을 높이거나 크기를 작게 만들 수 있다.

전기 저항이 0이 되면 초전도체는 내부로 들어오는 자기장을 밀어내는 ‘마이스너 효과’가 나타난다. 초전도체를 이용해 레일을 만들면 마찰과 소음이 거의 없는 연료 효율이 높은 자기부상열차도 만들 수 있다. 현재의 자기부상열차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열차를 부양 시키는데 쓰고 있어 비효율적이다.

현재 주변에서 초전도체를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는 초전도성이 극저온 환경에서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온네스가 수은에서 초전도성을 발견했을 때도 영하 270도였다. 극저온을 유지하려면 비싼 액체 헬륨이나 액체 질소로 물질을 냉각해야 하고 그밖에 고압의 조건도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물리학자들은 보다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성이 나타나는 초전도체를 찾아나섰다. 

수소를 기반으로 만든 물질이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냈다. 2015년이 지나 황화수소(H3S)와 수소화란타넘(LaH10)을 이용한 초전도체가 등장하면서 마침내 비교적 높은 온도인 영하 20도에서 초전도성을 구현할 수 있었다.

랜거 다이어스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팀은 ‘다이아몬드 앤빌셀’로 만든 고압의 환경에서 수소와 탄소 그리고 황을 광화학적으로 합성해 만든 탄소 질 황 수소화물이 14.5도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걸 관찰해 상온에서 작동하는 최초의 초전도체를 만들었다.

다이어스 교수는 “아주 낮은 온도라는 조건 때문에 일상 생활에 초전도체를 활용할 수 없었다”며 “이번 연구가 그동안의 장벽을 깨고 초전도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구현했지만 ‘압력’이라는 숙제가 남았다. 다이어스 교수는 앞으로 더 낮은 압력에서 작동하는 상온 초전도체를 연구할 예정이다. 만약 압력도 대기압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면 그동안 상상해왔던 에너지를 손실 없는 전력망이나 자기부상열차가 만들어져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 김우현 기자 mnch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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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0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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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9월 2020

신소재 ‘흑린’ 변형 모습 초고속 전자현미경으로 최초 포착

신소재 ‘흑린’ 변형 모습 초고속 전자현미경으로 최초 포착

2020.09.28 15:13

흑린이 빛에 반응해 구조 변형이 나타나는 모습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차세대 전자 소자의 소재 물질로 주목받고 있는 흑린(검은색 인·Black phosphorus)이 외부 빛에 반응해 주름처럼 구겨지는 전 과정을 최초로 포착했다고 28일 밝혔다.

울산과기원에 따르면 화학과 권오훈 교수팀은 흑린에 섬광을 비추는 방법으로 흑린 내부 미세 구조가 변형되는 전 과정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흑린은 전자 소자나 나노 스케일 미세 기계(NEMS) 재료로 주목받는 물질이다.

이러한 소자 재료로 쓰려면 전기적 특성을 쉽게 바꿀 수 있는 재료여야 하는데, 흑린은 외부 자극으로 미세 구조가 변형되면 전기적 특성이 변하는 특이한 성질이 있다.

지금까지는 흑린이 외부 자극에 반응해 순간적으로 구조가 변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한 연구는 없었다.

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수준의 구조 변형을 일으키기 때문에 순간을 포착하기 힘든 데다, 원자 수준으로 얇은 흑린의 미세한 구조 변형을 보기 위해서는 특별한 관찰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4차원(3차원 공간과 시간) 이미지로 재구성된 흑린 주름 형성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빛을 외부 자극으로 이용해 흑린의 미세 구조가 실시간으로 변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짧은 순간의 반응을 포착하기 위해서 초고속 전자현미경을 이용했다.

초고속 전자현미경은 초고속 촬영 카메라처럼 아주 짧은 시간 간격으로 원자 수준의 움직임을 끊어 찍을 수 있다.

특히 연구팀은 초고속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암시야 이미징'(Dark field Imaging) 기법을 적용했다.

암시야 이미징은 전자빔이 물질 내부를 통과하면서 얻은 정보를 모아 이미지를 구성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현미경으로 얻은 2차원 이미지를 3차원으로 재구성한 뒤 시간 단위로 이어 붙이는 방법으로 흑린의 미세 구조가 변하는 전체 과정을 얻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흑린을 구성하는 인 원자가 더 빼곡하고 탄탄하게 쌓여 있는 방향으로 구조 변형이 잘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권오훈 교수(오른쪽)와 김예진 연구원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권 교수는 “이번 연구는 흑린의 독특한 원자 배치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다양하고 특이한 성질을 빛을 이용해 아주 짧은 시간 단위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는 점에서 실증적으로도 가치 있는 연구”라고 자평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 분야 국제 학술지인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에 9월 23일 자로 출판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과 기초과학연구원(IBS), 삼성종합기술원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합뉴스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0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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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9월 2020

유럽의 행성망원경 ‘키옵스’ 첫 관측물은 3200도의 타원형 행성

유럽의 행성망원경 ‘키옵스’ 첫 관측물은 3200도의 타원형 행성

2020.09.28 20:16

유럽의 외계행성 정밀탐사 우주망원경 키옵스(CHEOPS)가 관측한 HD 133112 행성계와 태양계를 비교했다. 유럽우주국 제공

유럽의 외계행성 정밀탐사 우주망원경 ‘키옵스(CHEOPS)’가 관측한 HD 133112 항성계와 태양계를 비교했다. 유럽우주국 제공

유럽의 외계행성 정밀탐사 우주망원경 ‘키옵스(CHEOPS)’가 3200도가 넘는 뜨거운 타원형 행성을 첫 관측물로 내놓았다. 이 정도 온도는 철도가 녹아내리는 정도다.

빌리 벤츠 스위스 베른대 천체물리학부 교수 연구팀은 키옵스를 활용해 WASP-189b 행성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이달 28일 국제학술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에 발표했다.

키옵스는 유럽우주국(ESA)의 첫 외계행성 우주망원경우로 지난해 12월 발사됐다. 키옵스는 외계 행성을 찾아내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행성사냥꾼 테스(TESS) 같은 위성과 달리 이미 알려진 행성을 정밀 분석해 특징을 찾아내는 임무를 갖고 있다. WASP-189b는 영국의 광역행성추적(WASP) 프로젝트에서 발견된 천체 중 하나다.

WASP-189b는 지구로부터 322광년 떨어진 항성 HD 133112를 2.5일에 한 번 도는 가스행성이다. 목성보다도 1.5배 큰 행성이나 별과 거리는 지구와 태양 간 거리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 HD 133112는 지름이 태양의 2.4배다. 태양보다 2200도 뜨거워 행성을 가진 별 중 가장 뜨거운 별로 꼽힌다.

유럽우주국 제공

키옵스가 관측한 WASP 189 행성계의 밝기다. 키옵스는 행성이 별 뒤로 숨어들어가며 밝기가 줄어드는 ‘엄폐(occultation)’와 행성이 별 앞을 통과하며 밝기가 어두워지는 ‘통과(transit)’를 활용해 행성을 분석한다. 유럽우주국 제공

키옵스는 행성의 빛을 직접 측정하지는 않았다. 행성이 별과 너무 가까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간접적인 방법을 이용한다. 행성이 별 앞을 통과할 때 별을 가려 밝기가 어두워지는 것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외계의 행성을 찾을 때 주로 쓰는 방법으로 키옵스에 참여 중인 디디에 쿠엘로 제네바대 교수가 이 방법을 찾아내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키옵스는 여기에 WASP-189b가 매우 밝은 걸 이용해 행성이 별 뒤로 사라질 때 줄어드는 빛을 측정하는 방법도 활용했다.

연구팀은 WASP-189b의 표면에 밝고 어두운 부문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해 이 행성이 가스가 고르게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 별의 적도 부분이 늘어난 타원형 행성이라는 것도 밝혀냈다.

WASP-189b는 한 면이 항상 별을 바라보는 조석고정 현상도 보였다. 조석고정 현상은 한 천체를 도는 다른 작은 천체가 중력 때문에 공전 주기와 자전 주기가 일치하는 현상이다. 때문에 태양계 목성이나 토성 기후와는 완전 다른 양상을 보인다. 키옵스 관측에 따르면 WASP-189b 표면 온도는 3200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철이 고온에서 녹아 기체 상태가 될 정도의 극단적인 환경을 가진 행성”이라고 설명했다.

벤츠 교수는 “이런 뜨거운 별을 공전하는 행성은 극소수에 불과한 만큼 이후 연구를 위한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며 “키옵스를 이용한 관측으로 외계 행성에 대한 더 놀라운 발견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옵스의 상상도다. 유럽우주국 제공

키옵스의 상상도다. 유럽우주국 제공

 

  •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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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9월 2020

금성 대기에서 생명 활동 흔적 제시하는 물질 발견

금성 대기에서 생명 활동 흔적 제시하는 물질 발견

2020.09.15 10:12

일본 탐사서 아카쓰키가 자외선을 이용해 촬영한 금성의 대기 모습이다. 두터운 대기 때문에 지표면은 고온 고압의 지옥 같은 환경이지만, 대기와 구름 사이에는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일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미국과 영국 연구팀은 대기에서 생명체가 생산하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든 물질인 인화수소를 발견했다. 금성에 생명체가 존재할지 관심이 모인다. JAXA 제공

일본 탐사서 아카쓰키가 자외선을 이용해 촬영한 금성의 대기 모습이다. 두터운 대기 때문에 지표면은 고온 고압의 지옥 같은 환경이지만, 대기와 구름 사이에는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일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미국과 영국 연구팀은 대기에서 생명체가 생산하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든 물질인 인화수소를 발견했다. 금성에 생명체가 존재할지 관심이 모인다. JAXA 제공

금성의 대기에서 현재까지의 지질학, 대기과학 지식으로는 탄생 과정을 설명할 수 없는 기체 물질이 발견됐다. 가장 유력한 생성 경로는 미생물 등 생명체의 활동으로, 천문학계는 금성의 대기에 미생물 형태의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제인 그레이브스 영국 케임브리지대 천문학연구소 연구원과 카디프대, 미국 동아시아관측소,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공동 연구팀은 금성 대기를 지상 망원경 두 곳의 광학 분석장비로 관측한 결과 ‘인화수소(포스핀)’ 기체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천문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 14일자(현지시간)에 발표했다.

금성은 태양계 내에서도 가장 생명체가 살기 어렵다고 여겨져 온 행성이다. 지구보다 태양에 30% 가까워 태양열을 더 많이 받는 데다, 두꺼운 이산화탄소 대기가 표면을 휘감고 있어 강한 온실효과로 지표면 평균 기온이 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460도 이상이다. 기압도 높아서 지상에서 지구의 91배에 해당하는 91기압의 압력을 받는다. 바다 속 910m 지점에서 받는 수압과 같다. 액체 상태의 물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찾아온 우주생물학자들도 온도가 더 낮고 물이 액체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태양계 외곽 행성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연구팀은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전파망원경 집합체인 아타카마대형밀리미터집합체(ALMA)와 미국 하와이에 위치한 제임스클러크맥스웰망원경(JCMT)에서 빛의 파장 등 광학적 특성을 측정하는 분광학 장비를 이용해 금성 대기 속 물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인화수소 기체가 대기 중에 20ppb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ppb는 대기 10억g에 포함된 미량물질의 질량을 g으로 표시한 단위로, 20ppb는 대기 중에 인화수소가 0.000002% 들어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금성의 지질과 대기 환경에서는 인화수소가 기체로 존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선임연구원은 “인화수소는 목성과 토성에서만 발견되던 물질”이라고 말했다. 지각을 갖지 않은 가스행성에서 주로 발견됐다는 뜻이다. 수소 원소가 부족한 금성 등 지구형 행성에서 인은 산소와 결합한 형태로 더 안정적으로 존재한다. 우주생물학자인 이강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보좌관은 “불안정한 물질이기 때문에 만들어지면 곧바로 다른 물질로 산화된다”며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져야만 대기 안에서 관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수소가 결합된 인화수소가 안정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먼저 인류가 아직 모르는 새로운 지질학 및 대기과학적 생성 과정이 존재할 가능성이다. 구름이나 지표, 지하 등에서한 새로운 화학적 합성 과정이 존재할 가능성이다. 나머지 하나의 가능성은 미생물이 생산했을 가능성이다. 이 보좌관은 “매우 독성이 강한 물질로 지구에서는 산소를 사용하지 않는 장내미생물이나 심해·늪 미생물 등 혐기성 미생물이 생산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클라라 소사실바MIT 연구원 역시 “지각을 지닌 행성 중 인화수소를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행성은 지구였고 그 이유는 생명체”라며 “우리는 생명체 없이 이 물질이 생성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탐색했다. 천문학자들이 추가 연구를 통해 다른 가능성을 찾아 연구를 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와이 제임스클러크맥스웰망원경(JCMT, 녹색)과 칠레 아타카마대형밀리미터집합체(ALMA, 붉은색)의 관측 결과다. 가운데 두 관측값의 오차가 0인 부분이 보인다. 두 측정값이 일치하는 그래프를 바탕으로 대기에 약 20ppb의 인화수소가 포함돼 있다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네이처 천문학 논문 캡쳐

하와이 제임스클러크맥스웰망원경(JCMT, 녹색)과 칠레 아타카마대형밀리미터집합체(ALMA, 붉은색)의 관측 결과다. 가운데 두 관측값의 오차가 0인 부분이 보인다. 두 측정값이 일치하는 그래프를 바탕으로 대기에 약 20ppb의 인화수소가 포함돼 있다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네이처 천문학 논문 캡쳐

천문학자들은 금성이 생명체가 존재하기에 매우 어려운 환경이지만, 대기는 상대적으로 덜 혹독한 환경인 만큼 만약 인화수소가 생명체의 흔적이라면 대기 중에 부유하는 형태의 미생물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대기의 온도는 영하 1도에서 90도 정도로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지상 50km 지점의 구름 바로 아래 지역이 생존이 가능한 영역으로 추정된다. 소사실바 연구원은 “오래 전 금성에도 생명이 살 수 있는 바다가 존재했을 것”이라며 “이후 환경이 나빠지면서 생명체가 매우 좁은 거주 가능한 환경 영역에 적응해 생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천문학자들은 대기 중이나 구름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바다에 해파리가 존재하듯 부유성 생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칼 세이건 역시 금성 구름에 부유하는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한 적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조나단 루닌 미국 코넬대 교수는 “바다 증발 과정에서 미생물이 대기에 들어갔을 가능성 외에 지구나 화성에서 온 운석이 미생물을 보냈을 가능성도 있다”며 “탐사선을 통해 직접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9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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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9월 2020

뉴턴의 실험 노트 온라인으로 본다

뉴턴의 실험 노트 온라인으로 본다

2020.09.01 18:15

케임브리지대 도서관 제공

영국의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 실험 과정을 기록한 공책이다. 뉴턴은 자신의 안구를 뜨개바늘을 밀어넣어 직접 눌러보는 실험을 통해 빛과 이를 받아들이는 눈의 원리를 연구했다. 케임브리지대 도서관 제공

중력을 발견한 영국의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은 과학적 원리를 찾기 위해 자신의 몸을 실험용으로 쓰는 데도 거침이 없었다. 그가 1669년부터 1693년 사이 실험실에서 쓴 공책에는 “내 눈과 뼈 사이에 최대한 뒤쪽에 가깝게 뜨개바늘을 밀어넣었다”는 글귀가 나온다. 뉴턴은 안구를 찌그러트리는 실험을 하면서 다른 위치를 누를 때마다 빛이 다양한 색깔로 보인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이러한 뉴턴의 연구 자료를 집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영국 BBC와 더선은 케임브리지대 도서관이 아이작 뉴턴이 케임브리지대 학부생일 때 썼던 공책을 비롯한 소장품 140점을 구글 아트 앤 컬처에 전시한다고 1일 밝혔다.

구글이 운영하는 구글 아트 앤 컬처는 전 세계 예술작품이나 역사, 세계 문화유산을 감상할 수 있는 비영리 온라인 전시 플랫폼이다. 미국 백악관이나 영국 대영박물관 등의 전시물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한국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53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뉴턴이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 칼리지 학부 시절에 쓴 공책이다. 왼쪽 아래에 토머스 펠릿이 ′출판하기에 적절치 않음′이라고 쓴 글귀가 보인다. 케임브리지대 도서관 제공

뉴턴이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 칼리지 학부 시절에 쓴 공책이다. 왼쪽 아래에 토머스 펠릿이 ‘출판하기에 적절치 않음’이라고 쓴 글귀가 보인다. 케임브리지대 도서관 제공

‘케임브리지대 도서관의 보물’이라고 이름 붙은 이번 전시에는 뉴턴이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 칼리지 학부 시절인 1661년부터 1665년까지 쓴 공책도 전시된다. 공책에는 뉴턴이 수학과 물리학, 형이상학 등에 대해 사색하고 탐구한 내용이 담겨 있다. 뉴턴 사후 유족들은 이 공책을 뉴턴의 동료던 영국왕립학회의 토머스 펠릿에게 출판해줄 것을 의뢰했으나 펠릿은 공책을 검토한 후 출판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판정을 내리고 이를 공책 맨 앞에 기입했다.

이외에도 기원전 2200년 수메르의 한 서기가 기록해 현존하는 기록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받는 점토판과 17세기 지구와 다른 천체의 크기를 비교한 삽화, 중국에서 수채화 방식을 이용하 그린 최초의 그림책 등이 공개됐다.

제시카 가드너 케임브리지대 도서관 사서는 “이번 파트너십은 여행할 수 있는 사람이 적은 이때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에게 도서관을 보여주는 완벽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케임브리지대 도서관은 600년 전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도서관 중 하나다. 케임브리지대에 따르면 1710년 이후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출판된 거의 모든 책의 사본을 보유하고 있다. 약 1000만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책을 둔 선반의 길이만 총 200km에 달한다.

‘케임브리지대 도서관의 보물’ 구글 아트 앤 컬처 온라인 사이트:

https://artsandculture.google.com/exhibit/treasures-of-cambridge-university-library/nwKiLwaZo0FbLg

케임브리지대 도서관이 소장 중인 기원전 2200년 수메르에서 기록된 점토판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기록물이다.

케임브리지대 도서관이 소장 중인 기원전 2200년 수메르에서 기록된 점토판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기록물이다. 케임브리지대 도서관 제공
  •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9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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