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차별적 판단과 편견을 줄이려면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차별적 판단과 편견을 줄이려면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차별적 판단과 편견을 줄이려면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성별 또는 인종 등으로 인한 차별을 막는 것은 심리학자들의 오랜 과제였다. 자신의 고정관념과 편견이 얼마나 사실로부터 어긋나는지 확인하도록 하기, 사람들은 특정 카테고리(예를 들어 국적, 성별, 피부색)에 의해 차이가 나는 부분보다 그렇지 않은, 똑같은 사람으로서 가지는 공통점이 훨씬 많다는 사실 강조하기 등 팩트체크 또는 내집단(ingroup) 바운더리를 재정의하게 만드는 것의 효과에 관한 연구들이 다수 있었다.
또한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며 자신이 얼마나 편견에 쉽게 물들기 쉬운 존재인지 깨우쳐서 앞으로는 조심하도록 만들기, 비슷하게 인간은 어차피 다 늙고 병들어 죽는다는 사실을 일깨우거나 훨씬 더 큰 존재(예를 들어 신, 자연) 앞에서 우리는 다 우주 먼지 같은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등 내적 성찰을 통해 차별적인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에 대한 연구들도 활발했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루어진 연구 결과들인 만큼 각 개입 방법들이 효과적인 상황이나 효과 크기가 조금씩 다를 뿐 아니라 그래서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 개입인지 또한 모호하다는 불편함이 존재했다.
엘리안 로이 캐나다 맥길대 연구팀은 일종의 ‘콘테스트’를 열어서 전 세계 연구자들로부터 차별적인 판단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7분 미만의 개입을 제안하도록 했다. 여기에서 30가지 정도를 추려서 총 4회에 걸쳐 약 2만명 이상의 참가자들을 통해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지 추려내는 작업을 했다.
그 결과 어쩌면 가장 단순한 명료한 방법인 사람을 판단할 때 미리 정해진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기준들에 의해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참가자의 외모나 정치적 성향 등에 따른) 편견에 치우친 판단을 효과적으로 막아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을 판단하는 데 ‘명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이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나 팩트 체크보다도 대체로 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서로 다른 상황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을 판단할 때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지침들을 모두 미리 구비해 두었다가 그 때 그 때 나누어 줄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다양한 상황에서 대체로 좋은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은 실제로 존재하고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부른다.
어쩌면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축적된 방대한 판단 지침이 곧 지혜로움의 정체인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더해 충분한 합리적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는 아예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 물론 완벽하게 이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올바른 판단력을 ‘기르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분명 좋은 소식일 것이다.
한편 어떤 ‘룰’을 따를 때 편견에 치우치지 않은 판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각종 정책, 법의 존재가 새삼 중요해지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나이, 성별, 인종, 장애 유무에 따라 누군가를 고용할 때 또는 교육 현장에서 차별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데 이로 인해서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합의 또는 최소한의 차별 제어 장치가 작동함을 느낄 때가 있다.
대학에서도 예외가 아니라서 다양한 형태의 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도 수업 들을 권리와 이동권 등을 보장하기 위해 이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전담 센터가 존재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와 관련된 사항들을 숙지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 한편 아직 장애인이 지하철도 마음 놓고 탈 수 없는 한국의 서울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룰의 부재 때문에 모두가 이미 버림받았거나 곧 버림 받을 거라는 슬픔과 불안을 가진 채 여유를 잃고, 각자도생을 외치고, 그 결과 점점 더 차가워지기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Roy, E., Jaeger, B., Evans, A. M., Turetsky, K. M., O’Shea, B. A., Peterson, M. B., … & Axt, J. R. (accepted). A contest study to reduce attractiveness-based discrimination in social judgmen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https://doi.org/10.1037/pspa0000414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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