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8월 2024

[생물 및 의학(건강)] 잠 부족하면 학습능력·기억력 떨어지는 원인 찾았다

[생물 및 의학(건강)] 잠 부족하면 학습능력·기억력 떨어지는 원인 찾았다

잠 부족하면 학습능력·기억력 떨어지는 원인 찾았다

입력
영국 에든버러대, 미국 워싱턴주립대 등 공동연구팀이 쥐 실험을 통해 수면 부족으로 인해 학습과 기억과 관련된 뇌 신경세포(뉴런)가 만나는 곳의 시냅스 종류가 줄어드는 현상을 규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영국 에든버러대, 미국 워싱턴주립대 등 공동연구팀이 쥐 실험을 통해 수면 부족으로 인해 학습과 기억과 관련된 뇌 신경세포(뉴런)가 만나는 곳의 시냅스 종류가 줄어드는 현상을 규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수면 부족은 뇌에 영향을 미쳐 학습력과 기억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 부족으로 인한 뇌 기능 저하 원인이 수면 부족시 뇌 세포가 서로 연결되는 방식의 다양성을 줄이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에든버러대, 미국 워싱턴주립대 등 공동연구팀이 쥐 실험을 통해 수면 부족으로 인해 학습과 기억과 관련된 뇌 신경세포(뉴런)가 만나는 곳의 시냅스 종류가 줄어드는 현상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2일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었다.

뉴런은 시냅스를 통해 전기 신호를 다른 뉴런으로 전달해 신경계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한다. 2000년대 초반에는 수면 시 뇌의 시냅스 움직임이 감소함으로써 에너지를 보존하고 다음 날 새로운 정보를 입력하기 위해 준비하며 이는 기억력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세스 그랜트 에든버러대 교수는 “시냅스가 신호를 보내는 데 사용하는 화학물질, 신경전달물질 종류가 다양하며 뉴런 주변 단백질의 구조와 구성도 다채롭다”며 “연구팀은 뇌의 이같은 다양성을 스냅샷으로 찍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을 통해 연구팀은 정상적으로 잠을 잔 쥐와 하루 중 6시간만 잠을 잔 쥐의 뇌를 촬영했다.

촬영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두 집단의 시냅스 연결 총 개수는 비슷했다. 하지만 수면이 부족한 집단에서 시냅스 연결의 종류가 줄어들어 다양성이 떨어졌다. 특히 시냅스 연결 종류는 학습과 기억과 관련된 뇌의 두 영역인 피질과 해마에서 크게 감소했다.

연구팀은 “수면 부족이 어떻게 이같은 변화를 일으키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수면 부족이 뉴런의 단백질 합성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을 보인 이전 연구 결과를 참고할 수 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수면이 뇌의 기억 관련 영역에서 시냅스 다양성을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doi: 10.1126/science.z7g5myx

Loading

4 8월 2024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불필요한 관심사 ‘가지치기’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불필요한 관심사 ‘가지치기’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불필요한 관심사 ‘가지치기’

입력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우리는 무엇이 정말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무엇에 관심을 두고 무엇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할지, 반대로 어떤 것들에 대해 관심을 줄이고 이야기하지 말아야 할지를 잘 따져봐야 해.” 몇 해 전 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조언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평소에 불평불만인 것들, 친구들 또는 가족들과 하루 종일 이야기하는 대화의 주제들, 어떤 유명인이 무슨 일을 했다더라 또 요즘 무엇이 유행이더라 하는 정보들, 카더라 식의 별다른 근거 없는 주장들,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고 쉽게 귀를 기울이게 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 중 우리가 쓴 시간과 에너지에 정말 걸맞는 진짜 중요한 것들이 몇 개나 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고민하는 것들의 대다수가 아직 일어나지 않았거나 앞으로도 일어날 일이 없는 부질없는 일들인 것처럼 안타깝지만 우리가 평소 개인적으로 또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관심을 쏟는 많은 것들 또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때가 많다. 어떤 자극 또는 소재, 정보가 흥미롭다고 느끼는 것, 마음을 사로잡는 정도와 그것들의 진위나 중요성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들에 의하면 사람들은 ‘감정은 곧 정보’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예를들어 평소 전문가들의 조언은 귀찮아 하면서도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뭘 먹고 건강해졌다더라는 류의 이야기에는 귀가 솔깃해져서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구해 먹는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화재가 나타날 확률보다 타지역에 사는 친구 집에 불이 났다는 소식이 화재 보험 가입률에 더 큰 영향을 준다. 똑같은 주장을 해도 정치 성향이 같은 사람이 한 주장이라면 맞장구를 치지만 다른 사람이 한 주장이라면 반대부터 하고 본다. 무엇이 유행이라고 하면 일단 무조건 대세에 탑승한다.

단순히 심심하거나 귀찮아서, 있을리 만무한 ‘만병통치약’을 바라는 허황된 마음 때문에, 관계에서의 친밀감, 우리 편이 이기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유행을 좇지 않으면 뒤쳐질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에 등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잘못되었거나 중요하지 않은 정보나 가치관에 큰 관심을 가지고 삶의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안타깝게도 가짜뉴스나 타인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비방 등 감정을 자극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중요한 것처럼 포장해서 판매하는 자극판매상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우리가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소모하는 시간들도 점점 늘어만 간다.

현실이 이런 탓에 가짜뉴스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학자들은 감정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정보들은 일단 걸러서 듣고 신뢰할만한 출처를 통해 진위를 확인할 것을 강조한다. 물론 이렇게 새로 접하는 정보에 대해 팩트체크를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나 문제는 너무 많은 정보들이 빠르게 쏟아진다는 것이다.

일일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에는 시간도 에너지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우선 정보의 소용돌이에서 한 발짝 물러나 쏟아지는 이야기들이 “과연 정말 중요한지, 관심을 가질만한 일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어떤 정보나 주장이 나와 직접적인 상관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크게 상관 없는 것인지 (유명인의 사생활, 조직 내에서의 가십거리, 타인에 대한 험담 등), 정말 중요하고 사실이어서 관심을 갖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사실이라고 믿고 싶은 것인지 (잘못된 건강 정보, 일확천금에 관한 정보들), 역시 중요해서 따라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대세에 편승하는 것일 뿐인지 (자기계발 트렌드)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지만 정작 진짜로 중요한 일에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밤에 잠이라도 편하게 자도록 관심사에 있어 가지치기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정보나 관심사 뿐 아니라 목표나 인간관계 등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솎아 내고 나면 언제나 쭉정이가 상당히 많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과 실제 중요한 것은 다르다. “이게 정말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자주 던져야 하는 이유다.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Loading

2 8월 2024

[알아봅시다] “지구 최후의 날 대비, 달에 ‘생물 저장고’ 설치해야”

[알아봅시다] “지구 최후의 날 대비, 달에 ‘생물 저장고’ 설치해야”

“지구 최후의 날 대비, 달에 ‘생물 저장고’ 설치해야”

입력
달. 위키미디어/그레고리 H. 레베라 제공

달. 위키미디어/그레고리 H. 레베라 제공

북극점에 가까운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에는 ‘최후의 날 저장고’라는 장소가 있다. 바로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다. 핵전쟁이나 기상이변, 예측할 수 없는 재난으로 식물 자원이 고갈될 경우를 대비해 식물 종자를 차곡차곡 모으는 곳이다. 이같은 저장고를 달에도 만들자는 과학자들의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미국 스미소니언 국립 동물원 및 보존 생물학 연구소 연구팀은 지구에서 중요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의 종자, 동물의 세포를 보존하는 저장고를 달에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바이오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최근 기후변화로 북극 지역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며 학계에서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도 안전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끄는 메리 하게돈 스미소니언 국립 동물원 및 보존 생물학 연구소 연구원은 “전쟁으로 인해 2022년 우크라이나의 종자 은행이 파괴됐다”면서 “전쟁도 지구 최후의 생물 저장고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곳에 저장고를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달의 추운 환경이 인간의 개입이나 추가적인 에너지원 필요 없이 생물을 낮은 온도에서 안전하게 보존해줄 것이라고 했다. 달 표면은 낮에 섭씨 127도까지 올라갔다가 밤에는 영하 173도까지 떨어진다. 특히 태양에 거의 노출되지 않는 달의 극지방 근처 분화구는 초저온이 유지된다.

하게돈 연구원은 현재 청별망둑 지느러미에서 채취한 세포를 대상으로 초저온에서 살아 있는 상태로 보존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멸종위기에 처해 있거나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물을 먼저 달에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달 생물 저장고는 멸종된 주요 생물을 복원하거나 인류가 ‘테라포밍’을 할 때 활용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테라포밍은 지구 외 다른 천체에 지구의 환경과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조성해 지구 생물이 원활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연구팀은 “달 생물 저장고 계획이 마련되면 우주 환경을 견디고 생물을 보존할 수 있는 포장재를 개발하고 생물을 달까지 운반하는 데 필요한 물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참고자료>
doi.org/10.1093/biosci/biae058

Loading

30 7월 2024

[인공지능 기술] ‘집컴’으로 실행한 일기예보 AI, 슈퍼컴 이겼다

[인공지능 기술] ‘집컴’으로 실행한 일기예보 AI, 슈퍼컴 이겼다

‘집컴’으로 실행한 일기예보 AI, 슈퍼컴 이겼다

입력
“허리케인 경로 정확히 예측”

8일(현지시간) 허리케인 베릴이 휩쓸고 간 미국 텍사스 베이시티의 한 집 앞에 나무가 뿌리채 뽑혀 쓰러져 있다. AP/연합뉴스 제공

8일(현지시간) 허리케인 베릴이 휩쓸고 간 미국 텍사스 베이시티의 한 집 앞에 나무가 뿌리채 뽑혀 쓰러져 있다. AP/연합뉴스 제공

일반 가정용 컴퓨터나 노트북 수준의 사양으로 실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슈퍼컴퓨터보다 허리케인 경로를 정확히 예측해 화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7월 초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베릴’의 경로를 예측한 AI와 슈퍼컴퓨터를 비교하며 미래 기상예보에서 AI의 역할에 대해 조명했다.

7월 초 유럽 중기기상예보센터(ECMWF)와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는 허리케인 베릴의 최종 상륙 위치가 멕시코 부근일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행기, 부표, 우주선 등을 통해 모은 전 세계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거대 슈퍼컴퓨터의 계산을 통해 만든 예보였다.

같은 시기 구글 딥마인드가 만든 일기예보 AI인 그래프캐스트(GraphCast)는 베릴이 텍사스에 상륙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상기관의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작은 컴퓨터에서 구동된 AI 프로그램은 지구 대기에 대해 학습한 내용만을 바탕으로 예보했다.

7월 8일 베릴은 텍사스를 강타해 최소 36명이 사망하고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 AI 프로그램이 거대 슈퍼컴퓨터보다 더 정확하게 허리케인의 경로를 예측한 것이다.

지구의 날씨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예측이 매우 어렵다. 지구 기울기, 흔들림, 바람, 비, 구름, 기온과 기압 등 변수가 많아 앞으로의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 거대한 크기의 슈퍼컴퓨터의 계산 능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일기예보는 며칠 후나 몇 시간 뒤 날씨 예측에 실패할 정도로 쉽지 않은 영역이다.

인간의 학습 방식을 모방하는 AI는 특히 ‘패턴 인식’에 강점을 보인다. 측정값과 예측값의 수많은 계산을 수행하는 대신 복잡한 데이터 속에서 인간이 식별하기 어려운 패턴을 찾아내 빠르게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다.

그래프캐스트 연구팀의 수석 과학자인 레미 램은 뉴욕타임스에 “유럽 예보 센터에서 수집한 40년간의 전 세계 기상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AI를 훈련시켰다”며 “슈퍼컴퓨터에서 한 시간 이상 걸리는 10일 예보를 단 몇 초 만에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프캐스트는 AI용으로 설계된 컴퓨터에서 가장 잘 작동하지만 일반 데스크톱 컴퓨터나 노트북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보를 생성하는 데 더 이상 거대 슈퍼컴퓨터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AI는 허리케인 진로를 성공적으로 예측했지만 해일이나 바람 등 다른 기상 요소도 정확히 예측하려면 아직 발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각국 기상 전문가들은 AI 시스템이 슈퍼컴퓨터의 접근방식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 ECMWF는 그래프캐스트뿐 아니라 미국 엔비디아, 중국 화웨이 등 IT 기업에서 만든 AI 예측 프로그램도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도 새로운 AI 프로그램을 평가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Loading

28 7월 2024

[인공지능 기술] [표지로 읽는 과학] AI가 생성한 데이터 학습한 AI, 오염된 정보 낳는다

[인공지능 기술] [표지로 읽는 과학] AI가 생성한 데이터 학습한 AI, 오염된 정보 낳는다

[표지로 읽는 과학] AI가 생성한 데이터 학습한 AI, 오염된 정보 낳는다

입력
네이처 제공

네이처 제공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이번주 표지로 입에서 오물을 토해내는 로봇의 이미지를 실었다. 로봇이 흘린 오물에는 작은 로봇들이 달라붙어 있다. 큰 로봇이 생산한 오물이 다시 다른 로봇에게 전해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대형언어모델(ILL)과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도구의 비약적인 발전은 이 같은 도구가 인간이 오랜 세월 생성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AI가 만들어낸 정보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AI가 학습하는 데이터가 인간이 아닌 AI가 생성한 정보로 대체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라일 슈마일로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AI가 인간이 생산한 정보가 아닌 정보로 학습하기 시작하면서 생성하는 정보의 질이 급격히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를 24일(현지시간)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선 AI가 생산하는 정보의 질이 급격하게 저하된 사례가 소개됐다. 중세 건축물에 대한 글을 학습한 대형언어모델이 9번에 걸쳐 AI가 생성한 새로운 정보를 학습한 뒤 생성한 텍스트에는 엉뚱하게도 북미산 토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TV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소음이 심한 헤드셋을 낀 여러 명의 참가자가 차례대로 단어를 전하는 게임을 할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게임에서 마지막 참가자는 종종 처음 제시어와 전혀 다른 단어를 정답으로 제시하곤 한다.

연구팀은 이같은 현상을 ‘모델 붕괴(models collapse)’라 명명했다. AI가 생성한 질이 저하된 정보가 다음 세대의 AI를 퇴행시키는 현상을 가리킨다. 연구팀은 “오염된 데이터로 학습한 AI는 현실 자체를 잘못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모델 붕괴는 초기 붕괴와 후기 붕괴로 나뉜다. 초기 붕괴는 전체 데이터 중 말단 정보가 손상된다. 후기 붕괴는 전체 데이터 분포가 전반적으로 초기 데이터와 유사하지 않은 분포를 보이게 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데이터 손상이 발생하는 원인으로 ‘근사치의 오류’를 지목했다. 정보가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AI 모델은 근사치로 추정을 하게 되는데 이렇게 누적된 오차가 결국 데이터를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AI가 생성한 데이터를 사용해 대형언어모델을 훈련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데이터를 정제하는 데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데이터의 질 측면에선 인간이 생성한 데이터가 여전히 우위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oading

28 7월 2024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데이트폭력’으로 이어지는 ‘가스라이팅’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데이트폭력’으로 이어지는 ‘가스라이팅’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데이트폭력’으로 이어지는 ‘가스라이팅’

입력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인 관계에서 결별을 말했다고 해서 폭력을 행사하거나 심지어는 살인까지 벌어지고 있다. 요즘은 십대에서도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피해자에게 조심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에게 가해하지 말라고 해야 하지만 그래도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또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는 만큼 위험 신호들을 아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이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하는 신호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너는 어떻게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냐”는 식으로 자존감을 낮추고 “내가 아니라면 너 따위는 아무도 만나주지 않을 거야”라고 ‘가스라이팅’하는 것이 한 가지 신호다.

많은 가해자들이 자신이 정서적,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다 상대방 탓인 것처럼 정당화 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학대당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것처럼 생각하도록 만든다. 상대방을 모욕하고 수치스럽게 만드는 일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질투와 집착을 보이고 친구와 만나는 것도 싫어하는 등 사회적 관계를 통제하려고 하는 것도 대표적인 위험 신호 중 하나다.

주변 사람들 모두, 또 가족과도 거리를 두게 하는 등 피해자를 고립시켜 도움을 구하기 어렵게 만들고 온전히 가해자의 통제 하에 두려고 하는 행동들이 나타난다. 피해자가 자신의 사회적 반경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일을 하러 가거나 학교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등 심리적, 물리적으로 활동 반경을 축소시키기도 한다.

돈을 갈취하거나 빚을 지게 만드는 등 피해자를 금전적으로 갈취하는 행동들 또한 나타날 수 있다. 피해자의 재산을 자신의 재산인 양 통제권을 휘두르는 것이나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행동들도 여기에 해당된다.

이 외에도 상대가 원치 않는 성적 행동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 술이나 마약을 권하는 것, 위협적인 행동이나 협박, 다른 가족 구성원이나 애완 동물을 해치겠다고 협박하는 행동들 또한 대표적인 위험신호다.

물론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가해자가 절대적인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피해자가 혼자 가해자의 덫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일은 쉽지 않다. 연예인 또는 유명 인플루언서 같은 사람들조차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 또한 이를 잘 보여준다.

가장 좋은 것은 위험 신호가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십대들의 경우 보호자 또는 믿을만한 선생님 등 주변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

한국 여성의 전화 같이 여성을 향한 폭력을 전문적으로 상담해 주는 기관에 연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양육자들의 경우 주기적으로 자녀와 함께 위험 신호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다.

안타까운 사실은 많은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오랜 가스라이팅을 통해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사회적으로 고립시켜서 피해자가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폭력이 상당히 진행중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실 피해자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함께 위에서 언급한 위험 신호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들어 나의 경우 원래 덤벙거리기도 하고 체질적으로 몸에 멍이 잘 생겨서 다리에 자주 멍이 들어 있다. 이 때문에 특히 병원에서 집이나 연인과의 사이에서 안전함을 느끼는지에 관한 질문들을 주기적으로 받는다. 특히 임신을 했을 때는 나의 안전에 대한 질문을 거의 매번 받았다.

적어도 내가 있는 미국의 경우 멍이 있는 여성 뿐 아니라 모든 여성들에 대해 의료진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질문이라고 했다. 이 덕분에 폭력으로부터 구제받는 여성들이 적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안전함을 느끼는지 안타깝지만 여성을 향한 폭력이 결코 적지 않은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주변 여성들에게 자주 물어야 하는 중요한 질문일 것이다.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Loading

23 7월 2024

[알아봅시다] 뉴욕 타임스퀘어도 꺼졌다…초연결 시대 ‘IT대란 반복’의 서막

[알아봅시다] 뉴욕 타임스퀘어도 꺼졌다…초연결 시대 ‘IT대란 반복’의 서막

뉴욕 타임스퀘어도 꺼졌다…초연결 시대 ‘IT대란 반복’의 서막

입력
초연결 사회가 심화되면서 IT 대란이 반복될 위험이 높아졌다. Thapana Onphalai/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초연결 사회가 심화되면서 IT 대란이 반복될 위험이 높아졌다. Thapana Onphalai/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난 19일 전 세계 전산망 시스템이 동시다발적으로 ‘먹통’됐다.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인 오늘날 이번 사태는 지속 반복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번 ‘IT 대란’으로 항공기 4만대의 운항이 지연되고 주요 은행과 증권거래소, 방송국 등은 서비스에 차질을 빚었다. 화려한 불빛으로 가득한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는 전광판이 꺼졌고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는 수술이 취소되는 등 우려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국내에서는 10개 기업이 피해를 입었고 정부는 사이버 공격 등에 대비하는 긴급 조치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와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트의 보안 패치 충돌로 일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윈도 시스템이 정상 종료되지 않으면서 전산망 마비가 일어났다.

KT, 네이버 클라우드 등 주요통신사업자 26곳은 이번 IT 대란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난 2022년 SK C&C 판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화재 사건에서 카카오 서비스가 중단된 것처럼 주요통신사업자 또한 언제든 피해를 입을 수 있다.

● 소프트웨어 상호작용 심화…피해 규모 점점 커질 것

이번 IT 대란은 온라인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한 국가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통신 마비를 일으키고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고가 더욱 큰 규모로 발생할 수 있다.

강동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사이버보안연구본부 차세대시스템보안연구실 실장은 “오늘날 소프트웨어는 오픈소스, 외부소프트웨어 등 상호의존성이 심화됨에 따라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며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예기치 않은 충돌이나 버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보안 패치나 업데이트는 시스템 핵심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충돌 위험이 늘 존재한다”며 “피해 규모는 점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소프트웨어 충돌 위험은 물론 사이버 공격,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위험도 존재한다. 강 실장은 “기업 대상 데이터 유출, 랜섬웨어 공격 증가, 국가 기반 시설에 대한 공급망 보안 위협,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공격 등 사이버 위협이 예상된다”며 “또 AI 의존성 증가 및 과도한 권한 부여에 대한 대응 능력 부재, 의사결정의 편향성으로 인한 문제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美 보안 강화 행정명령 시행…국내도 실효성 있는 지침 필요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의 영향으로 세계가 긴밀히 연결되는 초연결·초지능 사회에서는 사이버 보안 위협이 확대되고 기술적 장애,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또 다시 발생할 IT 대란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0년 미국 정부는 러시아 해커 조직이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솔라윈즈 네트워크에 침입해 고객사 1만8000여곳에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에 백도어를 심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사건으로 미국 법무부, 국방성, 국토안보부, 재무부 등 연방 정부 기관 최소 9곳과 MS, 맨디언트, 인텔, 시스코, 팔로 알토 네트워크스 등 빅테크 기업이 피해를 입었다.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은 정보시스템 보안을 강화하는 ‘행정명령 14028’을 시행했다. 연방 정부의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고 소프트웨어 공급망 보안을 개선해 정부의 정보시스템을 보호한다는 목표다.

국내에서도 이처럼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강 실장은 “한국 정부도 공급망 보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규제 지침으로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차원에서는 보안 운영 센터(SOC)를 구축해 실시간으로 보안 패치와 관련된 문제를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정기적인 보안 점검을 통해 패치 적용 상태와 호환성을 확인하고 장애에 신속한 복구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는 보안 관리 체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oading

20 7월 2024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는 ‘우주 먼지’인 동시에 하나의 ‘우주’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는 ‘우주 먼지’인 동시에 하나의 ‘우주’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는 ‘우주 먼지’인 동시에 하나의 ‘우주’

입력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간은 다 하나하나가 고유한 존재이지만 알고 보면 아무도 ‘특별’하지는 않다는 사실, 누가 더 잘났고 못났다는 둥 지금은 모두가 우러러 보는 기준들도 절대적이지 않고 시간과 장소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하기 때문이라는 것, 우리가 지금은 절대적으로 아름답다고 여기는 모든 것들 또한 다 언젠가는 빛을 바랄 것이라는 사실들이 두렵게 느껴졌던 때가 있다.

절대적으로 좋은 것이 정해져 있고 영원하다면 그것을 추구하는 한 손 쉽게 ‘정답’인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누구도 완벽하지 않고 어떤 인생도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다는 것, 왕년에 잘 나갔던 사람도 결국은 탑골 공원에 앉에 아무도 듣지 않는 “라떼는~”을 노래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싶지 않았다. 현실을 직면하는 순간 더 이상 ‘잘 살 방법’ 같은 건 없게 되어서 깊은 우울에 빠져버릴 거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 때는 의외로 이런 사실들을 깨달을 때 얻는 해방감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모두가 비슷한 겁을 집어 먹고 자기 자신에게도 또 남에게도 사회에서 정한 기준에 완벽히 부합하는 삶을 살아야 하고 조금만 벗어나거나 조금만 늦게 도달하면 큰일 날 것처럼 가스라이팅을 했기 때문인 것도 같다. 나 역시 눈을 뜨고 있었지만 감고 있었다.

그래서 말이 안 되는 정답 인생을 살기 위해 모두에게 내 삶은 정답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그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오래도록 노력했다. 정답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고 인정에 대한 갈망이 줄어들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정확히 그 반대였다.

정답에 집착할수록 오답이 수두룩한 내 인생, 이미 고치기에는 늦어버린 내가 더 뚜렷하게 다가왔고 결국 나를 가급적 숨기고 (가짜로) 완벽한 내 모습을 꾸며내기에 바빴다. 하지만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죄책감과 불편함이 마음 속 한 가득이었다. 노력해서 많은 조건들을 갖춰 갈수록 불안과 인정 욕구는 심해지기만 했다.

이 때의 나는 내가 마치 어떤 물체, 예를 들어 상자처럼 뚜렷한 형태가 있어서 여기에 꽃도 달고 예쁜 색의 포장지를 붙이면 더 나은 내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일적으로 성취를 해도 문화 생활을 하거나 취미 생활을 해도 이것들이 훈장처럼 나의 외벽에 덕지덕지 붙어서 나를 괜찮은 상자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내가 고체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냥 내가 내 머리 속에서 만든 ‘나의 이미지’일 뿐 진짜 내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나는 정해진 생김새가 있고 겉으로 보여지는 객체가 아니라 내 눈 앞에서 일어난는 일들을 경험할 수 있는 내 경험의 주체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닌 동시에 모든 것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잔뜩 꾸밀 수 있는 외벽 같은 존재가 아니라 실체가 없는 것, 경험과 의식의 흐름임을, 그래서 굳이 따지자면 우주 먼지 같은 존재이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내가 하는 모든 것, 모든 경험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정해진 무엇이기보다는 흘러가는 물이고 물 자체이기 보다 물의 ‘여정’, ‘물의 경험, ‘지금까지 만나왔던 땅과 이루어 왔던 물줄기, 또 앞으로 이룰 물줄기와 흘러감’임을 알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우주 먼지인 동시에 하나의 우주인 것이다. 이를 알고 나니 사람들에게 잘 보이는 것, 증명해 내는 것 등이 이전처럼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자아’에 대한 현대 심리학적 탐구를 처음으로 시작한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자아의 구성 요소에 있어 객체로서의 나(me)와 주체로서의 나(I)를 구분했다. 예전에는 이러한 개념이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아하’를 외치는 나를 보곤 한다. 내가 나를 객체로 취급하기보다 주체로 알고 그렇게 살아야 진짜 내가 될 수 있다는 게 아닐까.

비대한 자아에 대비해서 ‘작은 자아’에 대한 연구들도 있고 자기 자신을 1인칭으로 바라보느냐 또는 3인칭으로 바라보느냐에 관한 연구들도 있지만 고체이기보다 액체 같고 정해져 있기보다 흘러가는 자아에 대한 연구들도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Loading

19 7월 2024

[사회과학] 사춘기 청소년들 불만과 화가 가득한 이유, 알고 보니…[달콤한 사이언스]

[사회과학] 사춘기 청소년들 불만과 화가 가득한 이유, 알고 보니…[달콤한 사이언스]

사춘기 청소년들 불만과 화가 가득한 이유, 알고 보니…[달콤한 사이언스]

입력
남성성을 위협받는다고 생각되는 경우 사춘기 소년들은 공격성이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제공

남성성을 위협받는다고 생각되는 경우 사춘기 소년들은 공격성이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제공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성격도 변하면서 예민해지거나 민감해지는 경우가 많다. 난폭해지거나 까탈스러워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분노와 불만으로 가득 찬 성격으로 변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부모들은 사춘기에 아이들의 성격이 변화하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그런 변화를 지켜보고 있자니 속이 터질 지경이다. 사실 과학계에서도 사춘기 청소년들의 성격 변화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 듀크대, 뉴욕대 공동 연구팀은 사춘기 소년들은 남성성을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고 17일 밝혔다. 특히, 평소 고정된 성별 규범이 강한 환경에서 자란 소년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뇌과학 및 심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발달 과학’ 7월 16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남자 청소년의 성별 전형성에 대한 위협이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주목했다. 연구팀은 미국 내 거주하는 남자 청소년 200명 이상과 그 부모들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조사에서 남자아이들이 남자다움에 대한 동기가 내적으로 유발됐는지, 다른 사람들의 인정이나 비난을 피하려는 욕구로 유발됐는지 살폈다. 남성성, 여성성 특성을 보이는 질문을 던져 어떤 답을 보이는지 점수를 매겼다. 또, 단어 채우기를 통해 얼마나 공격성을 보이는지 측정했다. 부모들에게는 성별 전형성에 대한 압박과 같은 환경적 요인과 성별에 관련된 신념을 질문했다.

그 결과, 청소년 후반에 접어든 남자 아이들은 자기가 생각하는 성별 전형성에 대한 위협을 인지했을 때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관찰됐다. 그러나, 이런 특성은 사춘기 이전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공격성은 사회적 기대 같은 외부 압박으로 인해 ‘남자는 이래야 해’와 같은 성별 전형성을 유지하려는 동기가 강한 소년들 사이에서 더 높았다. 여기에 부모가 남성의 지위와 권력에 관한 고정관념이 강한 경우, 사춘기 남자아이들의 공격성은 더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애덤 스태날랜드 뉴욕대 박사(사회·발달 심리학)는 “이번 연구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남성성에 압박받는 경우 남성들이 가장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며, 특히 남자 청소년들은 더 강한 반응을 보인다”라고 말했다. 스태날랜드 박사는 “부모나 또래로부터 전형적인 남성성을 강조 받는 경우 공격성이나 폭력성이 강해질 수 있는 만큼 청소년 지도에 이 부분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Loading

13 7월 2024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라고 믿었던 모든 것, ‘착각’일 수도

[사회과학]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라고 믿었던 모든 것, ‘착각’일 수도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라고 믿었던 모든 것, ‘착각’일 수도

입력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데에는 자신이 가지지 않은 특성을 ‘나쁘다’고 보는 것이 한 몫 할지도 모르겠다.

앤디 바네쉬 뉴질랜드 캔터베리대의 연구자는 사람들에게 성격 테스트를 하게 하고 그 결과 당신은 ‘이상주의자’ 또는 이상주의자이기보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는 피드백을 주었다. 그러자 이상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은 사람은 이상주의자인 것이 더 중요하다고 평가한 반면 자신이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는 피드백을 들은 사람은 이상주의보다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어 있었는데 바로 이 성격 테스트는 가짜였다는 것이다. 실제 성격과 상관 없이 랜덤하게 이상주의자라거나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주었을 때 사람들은 이게 실제 자신의 특성인지 아닌지와 상관 없이 자신의 것이라고 들은 특징이 더 중요하고 귀하다고 반응한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포인트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신의 성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바넘이펙트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어떤 성격특성들에 대해 설명해 주었을 때 마치 다 자신의 특성인 것처럼 “맞아 맞아. 정말 그래” 라고 반응하는 현상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외향적이라고 해서 365일 내내 사람과 같이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고 내향적이라고 해서 매일 혼자이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들 외향적이면서 혼자 있고 싶은 시간도 있고 반대로 혼자 있고 싶으면서 타인과 부대끼고 싶은 순간이 오는 법이다. 따라서 어떤 특징이든 대충 그 반대 되는 것과 섞으면 모든 사람들에게 “그거 완전 나야”라는 반응을 듣게 된다.

이런 점에서 사람들에게 어떤 일반적인 특성을 자신의 고유한 특성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렇게 어떤 특성을 자신의 특성이라고 받아들이게 하면 그것이 더 좋고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러한 편향을 발생시키기 위해 당신은 어떠한 사람이라고 하는 메시지를 우리는 쉴 새 없이 받는다.

미디어에서, 다양한 상품 광고에서, 정치적인 메시지에서 당신은 우리와 같이 ○○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진다. 이런 메시지들이 때로는 내가 진짜로 원한 적 없는 삶을 내가 원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들 어떤 삶의 모습이 좋다고 해서 그렇게 살았는데 실은 하나도 좋지 않다든가, 열심히 살았지만 어딘가 비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나 자신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다양한 영향력이 넘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에 더욱더 내가 생각하는 내가 진짜 나인지 혹은 그렇게 착각하고 그게 옳은 거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아닌지 따져 봐야 할 것 같다. 내가 나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다 착각일지도 모른다.

Vonasch, A. J., & Tookey, B. A. (2024). Self-serving bias in moral character evaluation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112, 104580. https://doi.org/10.1016/j.jesp.2023.104580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Loading